소설리스트

훈수로 메이저리거-28화 (28/281)

< 훈수로 메이저리거 - 28화 >

* * *

시카고컵스 3차전.

“우-! 우-! 우-! 우-!”

[정신우 선수, 메츠의 승리를 지키기 위해 마운드에 오릅니다!]

[시티즌스 뱅크 파크에서 열린 필리스와 휴스턴의 경기가 먼저 끝났습니다. 결국 필리스의 승리로 경기가 마무리됐기에 메츠도 여기서 승리를 챙겨야 돼요!]

[사실 이제 메츠에게 패배는 용납이 안 되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매 경기 포스트시즌 마지막 경기라 생각하면서 경기에 임해야 됩니다.]

[정신우 선수가 평소와 같은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하네요. 1구 던집니다!]

[뻐억!]

[초구, 바깥쪽으로 흘러가는 커터에 배트 헛돕니다!]

“와아아아-!!”

[정신우 선수가 스트라이크 카운트를 잡아내자 시티필드가 들썩이는군요.]

[메츠 팬들이 정신우 선수를 정말 좋아한다더니. 이 환호성이 그 증거가 아닐까 싶습니다.]

[정신우 선수한테 열광하는 이유가 뭘까요?]

[딱!]

[파울!!]

[2구 빗맞으면서 3루 라인을 벗어납니다. 투스트라이크! 오늘도 유리한 카운트를 일찌감치 선점하는 정신우 선수!]

[바로 이런 점입니다.]

[이런 점이요?]

[정신우 선수는 승부를 피하지 않아요. 언제나 정면승부를 보여줍니다. 특히 투구템포도 빠르고 포수와의 사인교환도 빠르게 이어집니다. 경기가 지루할 틈이 없어요.]

[뻐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95마일의 하이 패스트볼에 배트 헛돕니다!! 말씀해주신대로 정신우 선수, 빠르게 결정구를 던지며 첫 번째 아웃카운트를 올립니다!]

시티필드의 관중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보냈다.

신우는 이 순간을 즐기며 남은 아웃카운트 두 개를 잡기 위해 와인드업을 했다.

[딱-!]

[파울!!]

[타구 3루 관중석에 떨어집니다! 메이저리그의 수많은 타자들이 정신우 선수의 커터를 제대로 공략하지 못하네요?]

[몇 번 언급드렸지만 정신우 선수는 커터와 포심의 딜리버리가 거의 같습니다. 팔의 각도나 릴리스포인트가 일정하기에 메이저리그 타자들 역시 헷갈릴 수밖에 없죠.]

[하지만 메이저리그 아닙니까? 포심과 커터 두 개의 구종이지만 사실상 패스트볼 계열인데, 원피치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만, 일단 정신우 선수는 첫 번째 시즌이라는 점이 유리하게 작용합니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정신우 선수에 대해 정확히 분석이 안 된 상태죠.

물론 메이저리그 분석시스템을 생각하면 내년에는 현미경분석이 이루어지겠지만 확실한 건 이번 시즌에는 어려울 가능성이 큽니다.]

[하긴 정신우 선수는 유망주 랭킹에도 들어있지 않았었죠?]

[그렇습니다. 한 마디로 하늘에서 뚝 떨어진 선수와 다를바 없습니다. 또 하나 과거 메이저리그에는 정신우 선수와 비슷하게 커터, 원 피치로 리그를 제압했던 선수가 있습니다.]

[마리아노 리베라 선수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마리아노 리베라 선수는 말년에 커터로 구종을 제한했지만 당시에는 분석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데이터가 부족합니다. 그 이후의 시대에 등장했던 선수입니다.]

[뻐억!!]

[스트라이크!!]

[3구 스트라이크가 됩니다. 투스트라이크 원볼! 정신우 선수 다시 유리한 카운트를 만들어냅니다. 그럼 그 선수가 누구죠?]

[바로 캔리 잰슨 선수입니다.]

[딱!!]

[4구 때렸습니다! 하지만 타구 높게 떴습니다. 유격수 뒤로 물러나 자리를 잡습니다. 안정적인 포구! 투아웃입니다. 그런데 캔리 잰슨 선수요?]

[예. LA다저스의 마무리투수였죠?]

[맞습니다. 캔리 잰슨 선수는 2017년 전반기동안 던진 공들 중 92퍼센트가 패스트볼 계열이었습니다.]

[92퍼센트나요?]

[예. 그해 켄리 잰슨의 최종성적은 68.1이닝 41세이브 5피홈런에 평균자책점 1.32를 마크했습니다. 단연 잰슨 선수 최고의 시즌이라 할 수 있었죠.]

[대단한 성적이군요. 확실히 커터를 주무기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정신우 선수와 비슷해 보입니다. 하지만 잰슨 선수는 굴곡이 있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정신우 선수도 이번 시즌이 끝난 뒤, 새로운 구종의 추가를 해야 되지 않을까 합니다만 최소 이번 시즌에서는 커터만으로도 압도적인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익숙하지 않기 때문인가요?]

[예, 그렇습니다.]

[세 번째 타자를 상대로 두 번째 공 던집니다.]

[따악-!]

[빗맞은 타구! 유격수가 잡아 1루로 송구! 아웃입니다! 오늘 경기 역시 삼자범퇴로 승리를 지켜내는 정신우 선수입니다! 이걸로 시즌 6세이브를 올리게 됩니다!]

[이렇게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니 메츠 팬들이 사랑할 수밖에 없습니다!]

* * *

대부분 잔여경기가 10경기 이내로 줄어들면 각 지구의 승자가 결정된다.

가을야구의 진출팀이 가려지는 셈이다.

올해 역시 대부분 지구의 승자가 결정되었다.

아메리칸리그는 이미 포스트시즌 진출팀들까지 가려졌다.

하지만 내셔널리그는 아직이었다.

중부지구와 서부지구는 일찌감치 리그의 승자가 결정됐다.

거기에 와일드카드 결정팀들 역시 정해졌다.

그러나 디비전시리즈에 진출할 한 개 팀이 결정되지 않았다.

바로 동부지구였다.

[브라이스 하퍼! 3안타 1홈런을 기록하며 필리스의 승리를 이끌다!!]

브라이스 하퍼라는 대형스타를 영입한 필리스의 선택은 옳았다.

첫 시즌 어려움을 겪었던 하퍼지만 두 번째 시즌부터 반등에 성공했다.

거기에 23시즌은 커리어하이를 찍어내며 필리스의 우승청부사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하퍼의 활약에도 필리스는 좀처럼 우승을 확정짓지 못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혜성 같이 등장한 한 명의 투수 때문이었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와아아아아-!!”

시티필드를 가득 채우는 함성소리.

그 함성은 단 한 선수를 향해 쏟아지고 있었다.

[정신우 선수! 오늘도 메츠의 승리를 지켜내며 시즌 7세이브를 기록합니다!! 이로써 메이저리그 콜업이후 11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을 이어갑니다!]

11게임 무실점 무사사구.

그것이 현재 신우가 이어가고 있는 기록이었다.

거기에 SVO 7회에 세이브 7회.

즉, 모든 세이브 기회를 잡아내며 팀의 승리를 지켜냈다는 의미다.

[정신우 선수의 활약으로 필리스와의 게임차를 다시 동률로 만드는 메츠입니다! 앞으로 양팀 모두 5게임을 남겨둔 상황! 아직 동부지구의 우승 레이스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역대급 우승레이스.

시즌 막판까지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상황이었다.

* * *

“신우! 오늘도 잘했다!”

“네 덕분에 마음이 놓인다!”

“앞으로 5경기 남았어! 그때까지 잘 부탁한다!”

메츠의 클럽하우스 분위기는 달아오를대로 달아올랐다.

그 중심에는 신우가 있었다.

“앞에서 점수만 내줘요.”

“으하하! 당연하지!”

토마스가 웃음을 터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승리가 이어지면서 클럽하우스 분위기는 최고조에 올랐다.

팀의 케미스트리는 그라운드가 아닌 클럽하우스에서 결정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점에서 봤을 때, 최근 메츠는 가장 좋은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모든 선수들의 분위기가 좋은 건 아니었다.

전 클로저였던 레이먼드의 주위는 어두웠다.

처음에는 더블클로저로 마운드에 올랐던 그였지만 현재는 중간계투로 보직이 옮겨졌다.

부담이 덜어서인지 계투로서의 활약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불펜에서 분위기를 주도하던 그의 말수가 줄어들었다.

선수들 역시 그런 레이먼드의 곁으로 다가가지 않았다.

배제하는 것이 아닌 스스로가 그런 분위기를 만들고 있었다.

그러나 단 한 사람.

“레이먼드.”

“대니얼.”

불펜에서 가장 베테랑인 대니얼이 그를 챙겼다.

“밥이나 먹으러 가자.”

“그래.”

클럽하우스를 나서는 두 사람을 보며 신우는 조금 마음이 불편했다.

‘처음이 꼬이니 계속 이야기 나눌 기회가 없네.’

라이벌이기 이전에 동료다.

사이가 좋아지면 오히려 지금보다 클럽하우스 분위기가 좋아질 것이다.

하지만 스타트가 너무 나빴다.

거기에 어쩌다보니 보직을 뺏는 형태가 됐다.

그러다보니 먼저 다가가는 것도 무언가 어색했다.

[어쩔 수 없다.]

[맞음. 이런 사이도 있고 저런 사이도 있는 거임.]

[네가 억지로 다가가려 할수록 오히려 사이가 껄끄러워짐.]

[학교다닐 때, 클래스메이트랑 모두 친한 건 아니잖음?]

‘그건 그렇죠.’

[클럽하우스 역시 마찬가지임.]

[모든 선수와 친해질 필요가 없어.]

[이렇게 지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봄.]

[ㅇㅈ]

저들이 저렇게 말하니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시누!”

“음?”

고개를 돌리자 토마스가 서있었다.

“밤에 한 잔 어때?”

“놉. 시즌 끝나고 하자.”

“하여간 재미없다니까.”

토마스의 말에 웃음으로 때웠다.

자신이라고 왜 술이 고프지 않을까?

하지만 참았다.

프로 데뷔 이후 5년.

끝날 것만 같았던 야구생활에 겨우 빛이 들어오고 있었다.

이 기회를 한순간의 유희로 날리고 싶지 않았다.

토마스의 제안을 거절한 신우는 라커를 열어 스마트폰을 확인했다.

메시지와 톡이 와있었다.

[엄마 : 아들! 무슨 돈을 이렇게 보냈어?!]

톡은 어머니였다.

월급 받은 걸 넣었는데, 이제 확인하셨나 보다.

[나 : 월급이에요. 주급이라 해야 되나? 봉급? 여튼 제가 야구하면서 번 돈이에요. 엄마 옷이랑 맛있는 거 사드세요!]

간단히 답변을 보냈다.

1이 바로 사라지지 않는 걸 봐서는 주무시는 듯 했다.

‘또 야간이신가?’

뉴욕이 밤이니 한국은 아침일 것이다.

그런데 1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건 주무신다는 소리였다.

이 시간에 주무실 때는 야간근무 때문이었다.

‘한시라도 빨리 공장을 그만두게 해야 돼.’

그러기 위해서는 조금 더 노력해야 했다.

톡을 닫고 문자를 확인했다.

[이진철코치님 : 신우야!! 경기 잘 보고 있다! 이번 시즌 마지막까지 파이팅해라!]

코치님의 응원에 미소가 지어졌다.

진심을 담아 답장을 보내고 다음 문자를 확인했다.

“응?”

등록되어 있지 않은 번호였다.

[안녕하세요, 정신우 선수. 이렇게 불쑥 문자를 드려 죄송합니다. 저는 CLA 에이전시의 김수현 실장입니다. 정신우 선수의 최근 메이저리그 활약을...]

문자를 본 신우는 바로 답변을 보냈다.

[시즌중에는 계약과 관련해서 깊은 이야기를 나누기 어렵습니다. 시즌이 끝나고 따로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최근 에이전시에서의 연락이 많아졌다.

한국에서의 업무를 대행해주겠다고 연락이 오는 곳들이었다.

신우도 대행업무를 해줄 곳을 찾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일단 시즌이 우선이다.’

우승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

일단 여기에 집중을 해야 될 때였다.

[잘 생각했다.]

[괜히 지금 계약과 같이 머리 복잡한 일에 신경쓸 필요 없음.]

[정답.]

[동감.]

‘예.’

신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클럽하우스를 빠져나갔다.

* * *

잔여경기 5경기.

뉴욕메츠 VS 마이애미 말린스 시즌 최종시리즈 2차전.

[오늘 아무래도 정신우 선수가 나올 기회가 없을 거 같네요. 8회말 메츠의 공격이 끝나면서 스코어는 11 대 2가 됩니다. 정말 오늘 타선이 폭발했네요.]

[그렇습니다. 이런 날도 있어야겠죠. 정신우 선수라고 해서 매일 던지면 탈이 날 수도 있습니다.]

[메츠의 마운드에는 레이먼드 선수가 올라왔습니다. 클로저 자리를 정신우 선수에게 내주고 최근 계투로 자주 올라오고 있네요.]

[시즌 후반기 접어들면서 체력이 떨어져 구위와 제구 모두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준 레이먼드 선수입니다. 하지만 시즌 내내 팀의 클로저로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거든요.

즉, 체력회복만 어느 정도 되면 다시 구위를 찾을 수 있다는 소리입니다. 그래서 메츠에서는 레이먼드 선수를 부담감이 큰 클로저 자리에서 내리고 체력회복을 시켜주는 모양입니다.]

[아무래도 포스트시즌을 염두에 두는 거겠죠?]

[맞습니다. 단기전에서 불펜이 중요하다는 건 모든 사람이 아는 사실이니까요.]

[레이먼드 선수, 구위를 회복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좋겠군요. 초구 던집니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바깥쪽 낮은 코스를 찌르는 97마일의 포심 패스트볼입니다. 구위가 확실히 이전보다 좋아진 느낌이네요?]

[그렇습니다. 핀포인트 제구도 잘 되고 있어요. 메츠에서 최근 관리를 제대로 해주고 있어 체력이 어느 정도 회복된 듯 합니다.]

[오늘 경기 필리스가 패배를 했기 때문에 이번 경기를 잡아내면 지구 1위에 오르는 메츠인데요. 무난하게 1위에 오를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습니다.]

캐스터와 해설위원의 말은 사실이 되었다.

레이먼드는 이날 3개의 아웃카운트 중 2개를 삼진으로 잡아내며 클로저일 때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뻐억!]

[스트라이크! 배터아웃!!]

[삼진입니다! 뉴욕 메츠 드디어 동부지구 단독 1위에 오릅니다!!]

시즌종료까지 4경기가 남은 시점.

메츠가 드디어 단독 1위에 올라섰다.

하지만 시즌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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