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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279화 (279/437)

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 279화

주상남자가 도끼를 휘두르며 외쳤다.

“나의 신비는 중첩신비다!”

중첩신비.

효과가 계속해서 중첩되는 신비였다.

[신비, ‘중계자의 천적’을 사용합니다.]

‘이렇게 중첩이 된다면……!’

그는 자신 있었다.

김철수가 자랑하는 절대결계를 완전히 파훼할 수 있을 거라고.

“그러니까, 이게 다냐고?”

차진혁은 약간 화가 나기 시작했다.

절대결계를 약화시켜서 중계결계로 만드는 것?

그것까지는 꽤 괜찮았다.

주상남자에게 한껏 기대했던 그는 화를 억지로 눌러 참으면서 멘트를 던졌다.

“중계결계만으로도 네놈의 공격을 막는 건 충분하다는 건 별로 중요한 사실이 아냐.”

실제로 차진혁은 중계결계를 적절히 운용하여 주상남자의 도끼를 손쉽게 막아냈다.

그 모습을 보며 주상남자는 이를 악물었다.

‘저딴 게 중계결계라고?’

아니었다.

이건 중계결계라고 볼 수 없었다.

그가 보는 차진혁의 중계결계는, 전문 탱커의 방어결계라고 해야 옳은 수준이었다.

차진혁이 미리를 휘둘렀다.

퍽!

미리가 주상남자의 손목을 강타했다.

“크악!”

주상남자는 손에 들고 있던 도끼를 놓치고 말았다.

차진혁은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중계자의 천적이라며.”

그래서 기대했던 부분이 있다.

예전에 경험했었던 ‘EMP’ 같은 것.

그것이야말로 스트리머에게 아주 치명적인 것 아니겠는가.

“근데 왜……!”

차진혁이 보기 드물게 녹화 중에 감정을 드러냈다.

“겨우 절대결계를 약화시키고 끝인 건데?”

“…….”

도끼를 놓친 주상남자는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

그만큼 차진혁의 기세는 매서웠다.

“진짜 치명적인 능력일 줄 알았다. 기대했어.”

이를테면 녹화를 못 하게 막는다거나.

아니면 노이즈를 끼게 만든다거나.

근데 겨우 결계를 약화시키는 걸로 끝이라고?

‘EMP 같은 걸 다시 경험하고 싶었는데……!’

그걸 통해 자신이 성장 여부를 판단하고 싶었는데 다 글러먹은 느낌이었다.

“도대체 기준이 왜 그런 거냐?”

안 되겠다.

너는 정말 맞아야겠다.

* * *

“제, 젠장……!”

진심 상태가 된 차진혁과 싸우게 된 주상남자는 벽을 느끼고 말았다.

사람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벽과 싸우는 기분이었다.

“커, 컨셉이었다. 이제 그만하자.”

“컨셉질을 하려면 치열하게 준비해 왔어야지.”

진짜로 EMP 같은 거 준비해 왔으면 한 번은 더 봐줄 생각이 있었다.

그런 걸 당하면서 차진혁 본인도 성장할 수 있었을 테니까.

“다, 다음에는 진짜 치열하게 준비해 오겠다.”

“아니. 넌 치열하지 않다.”

치열했다면 이렇게 했을 리 없겠지.

미리가 호호호 웃었다.

-잘 먹겠습니다.

미리가 주상남자의 머리를 향해 쇄도했다.

‘어?’

콰광!

주상남자의 머리 대신, 애꿎은 바닥을 부숴버렸다.

콘크리트 바닥이었는데 박살이 나버렸다.

‘어디갔지?’

차진혁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중계자의 통찰로 살펴봐도 주상남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도망을 잘 치는 녀석이었습니다. 이 정도 능력을 보유하고 있을 줄은 몰랐는데요.”

차진혁도 반성할 수밖에 없었다.

상대에 대해 조금 더 치열하게 공부했더라면, 이런 능력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을 텐데.

그랬다면 애초에 도망치지 못하게 만들 수 있었을 텐데.

“저도 치열하지 못했나 봅니다.”

아쉽다는 듯 말하던 차진혁은 녹화를 끝낸 다음에야 씨익 웃었다.

* * *

주상남자를 데려온 것은 다름 아닌 하르코엔 부인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하르코엔 가문 소속의 수석마법사 알베로의 마법이었다.

“부인 말씀대로 이자를 데려왔습니다.”

하르코엔 부인은 부채로 얼굴 전체를 가려버렸다.

그녀는 아름답지 못한 것을 경멸했으니까.

“혐오스러운 녀석이구나.”

“……죽일까요?”

“아니. 그래도 저자를 데려오는데 수백억 다이아를 쏟아부었으니 그 값은 해야겠지.”

하르코엔 부인은 부채로 얼굴을 가린 채 쓰러져 있는 주상남자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김철수에게 복수하고 싶은가?”

“…….”

주상남자는 아직 제대로 정신을 차리지 못한 상태.

눈동자만 힘없이 움직여 하르코엔 부인 쪽으로 향했다.

“아니. 질문을 정정하지. 우주에서 가장 강한 스트리머가 되고 싶나?”

“…….”

주상남자가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도와주면 너는 김철수를 사냥할 수 있을 것이다. 어때? 나와 거래하겠나? 내가 요구하는 건 하나야. 김철수는 어떻게든 숨만 붙여서 내 앞으로 데려오도록. 그러면 너를 우주에서 가장 강한 스트리머로 만들어주지.”

* * *

차진혁의 영상이 공개되자 각종 커뮤니티는 뜨겁게 달아올랐다.

-와 주상남자 영상 다 개주작이었네?

-잠깐씩이나마 김철수를 압도하는 것처럼 연출했던데?

-엔스타 셀카요정들도 이 정도로는 사기 안 치겠다 ㅋㅋㅋㅋㅋ

차진혁의 영상과 주상남자의 영상은 너무 달랐다.

-김철수의 영상이 조작된 거 아님?

-그럴까 봐 갓철수는 아예 풀영상도 따로 올려놓음 ㅋㅋ

-주상남자 쫄리면 풀영상 올려봐라 ㅋㅋ

차진혁에게서 필사적으로 도망친 후 주상남자는 모습을 드러내고 있지 않은 상황.

-잠수탔네 ㅋㅋㅋ

-개처발리고 잠수 개꿀 ㅋㅋ

다만 이 상황을 꽤 심각하게 해석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래도 스트리머 계열 플레이어들 중에서는 가장 강하다고 평가받던게 주식회사 상남자다.

-그런 주상남자를 김철수는 너무 쉽게 찍어 누른 거야.

다들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세대교체가 이루어졌다는 것을 말이다.

-근데 생각해 봐. 김철수는 지구 출신임. 지구 출신은 여전히 신규서버로 분류됨.

-어 진짜네?

-지구 정식 서버로 편입된 지 아직 1년도 안 됐음.

다들 잊고 있던 것을 떠올렸다.

-와, 아르비스에서도 활동하고 그래서 베테랑인 줄 알았는데.

-성장속도가 너무 비현실적이라 현실감이 없다.

몇몇 사람들은 이렇게 주장하기도 했다.

-사실 스트리머들 중에서 가장 강한 게 아니라, 모든 계열 다 통틀어서 제일 센 거 아니냐?

그러나 이런 주장들은 터무니없는 주장으로 치부되었다.

-잘한다 잘한다 하니까 정도를 모르네 ㅋㅋㅋㅋㅋㅋㅋ

-전투 계열 최상위 랭커들을 못 봐서 저러는 듯 ㅋㅋ

-ㅂㅅ인가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스트리머가 통합 무력으로 최강이 될 수 있음? 진심이냐?

-대가리에 총 맞은 듯 ㅋㅋㅋㅋㅋ

김철수가 스트리머치고 비정상적으로 강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스트리머의 한계는 분명히 존재할 거라는 시각이 압도적이었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모르는 거 아님?

-지구인들 평균 수명 100년도 안 됨.

-아…… 그럼 좀 힘들긴 하겠다.

차진혁도 한마갤에 ‘김철수’를 검색해서 내용을 살펴보았는데, 다른 커뮤니티들과 대동소이했다.

[스트리머 일짱은 누가 뭐라 해도 김철수가 맞음.]

이와 비슷한 글들에는 ‘????’(좋아요)를 눌렀다.

[상성상 주상남자에게 너무 유리했던 거 아님? 아직 검증이 더 필요하다고 봄.]

이런 내용의 글들에는 ‘????’(싫어요)를 눌러주었다.

‘대체적으로는 내가 제일 강하다는 의견이 많기는 하네.’

내용을 살펴보다 보니 납득이 안 되는 부분들도 있기는 했다.

‘물론 내가 전투계열 최상위 랭커들에게는 안 되겠지.’

그건 인정하는 부분이었다.

그렇지만 어지간한 랭커들에게는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아르비스 레벨 200 중반대 전투계열 플레이어만 와도 김철수 개박살 난다는데 내 오른손을 건다.]

차진혁은 거기서 알 수 있었다.

자신의 방송을 보지도 않고서 그냥 악플(?)을 달아대는 녀석들이 다수 존재한다는 사실을.

비록 중소도시라고는 하지만, 어쨌든 아르비스의 경비대장이었던 키디본과 싸워 이겼는데도 저런 선동과 날조가 먹히고 있었다.

차진혁 입장에서는 답답할 노릇이었다.

‘근데 이것도 엘튜브 각 아닌가?’

자꾸 사람들의 글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스트리머치고’ 강함.

‘스트리머 중에서는’ 가장 강함.

저 ‘스트리머’라는 단어를 다른 단어로 대체하고 싶었다.

‘플레이어 중’ 가장 강함.

혹시 정말로 그렇게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가슴이 콩닥거렸다.

차진혁의 표정이 더없이 진지해졌다.

‘단순히 강해지고 싶은 게 아니다.’

그런 차원의 문제가 아니었다.

‘스트리머 직업으로 전투 계열 플레이어들보다 더 강해진다는 건…… 엄청난 파급력을 가진 콘텐츠가 될 거야.’

그렇다! 이건 어디까지나 스트리머로서의 욕심이었다.

그러니까 욕심을 내도 되었다.

명분을 얻고 만 것이다.

‘제일 강해져야겠다.’

이제는 양심의 가책이나 민망함도 전혀 느끼지 못하게 되었다.

* * *

트리투리는 약간 화를 내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수호수가 무언가의 머리를 깨부수고 싶어 한다니.

머리를 깨부수는 것을 ‘진짜배기 방어’라고 생각한다니.

그건 그의 상식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제자가 사특한 생각을 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 제자가 바른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스승의 사명!’

그는 요즘 ‘스승뽕’에 취해 있었다.

주변 농부들이 ‘정말 네가 김철수를 가르쳤냐?’라고 물을 때면 기분이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수호수는 절대 그런 속성을 지니지 않으니, 그런 의문은 품지도 말거라.”

“그래도 간혹 수호수가 미치는 경우도 있지 않겠습니까?”

“수호수는 영목이다. 절대 오염되지 않아.”

“영목은 오염되지 않는 겁니까?”

“당연하지. 그게 가능하려면 영목을 더럽힐 수 있을 만큼의 광적인 오염원이 있어야 한다. 이 세상에 그런 게 존재할 리가 없지.”

그런데 트리투리는 서울 시내 곳곳에서 뒤통수가 깨진 마물들을 보았다.

처참하게 망가져 있었다.

“크흠.”

‘아니겠지…….’

왠지 모르게 등에서 땀이 삐질삐질 흘러내렸다.

그날 새벽, 트리투리는 남몰래 수호수를 찾았다.

사실 이건 오늘이 처음이 아니었다.

-흐흐흐, 나는 이 영감이 좋도다!

트리투리를 알아본 수호수의 몸이 파르르- 떨렸다.

상스러운 황금 가루가 흩날렸다.

“수호수. 너도 나를 알아보는구나.”

트리투리는 비로소 자신이 살아 있다는 것을 느꼈다.

수호수와 전적으로 교감하고 있다고 자부했다.

그는 다정한 목소리롤 중얼거리며 수호수의 몸통을 쓰다듬었다.

“그래, 그래, 옳지, 착하지. 너처럼 착하고 올곧고 바른 수호수를 본 적이 없단다.”

-어서 비료를 내놓아라, 영감탱이!

수호수는 트리투리와의 정서적 교감 따위에는 관심 없었다.

트리투리가 새벽마다 몰래 가져오는 비료에만 정신이 팔려 있을 뿐.

“이것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구나.”

할아버지가 남겨준 미생물이 담긴 흙이었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이 미생물은 정령들의 기운을 가득 머금고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흙과 똑같아서 트리투리는 ‘정령토’라고 불렀다.

‘이게 마지막 남은 정령토!’

이 정령토는 이제 우주 어디에서도 구할 수 없었으나 그래도 아쉽지 않았다.

수호수가 기뻐한다면 그걸로 되었으니까.

그가 정성스레 땅을 파서 정령토를 수호수에 뿌려주었다.

순간, 수호수의 몸통이 황금빛으로 번쩍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트리투리는 낄낄대며 웃었다.

‘수호수가 내 정성에 반응하는구나!’

어둠에 잠긴 도시를 태양처럼 환히 밝혔다.

갑자기 낮이 다시 찾아온 것 같았다.

‘그, 근데…….’

이건 단순히 교감의 영역을 넘어선 거 같은데?

주변 땅이 흔들리고 있었다.

‘뭐, 뭐지?’

순식간에 수호수의 줄기가 주변으로 뻗어나가며 나무의 몸통이 거대해졌다.

몸통이 거대해지는 속도가 너무 빨라서, 몸통이 트리투리를 튕겨냈다.

“어억!”

그는 저만치 멀리 날아가 바닥을 굴렀다.

그렇지만 그는 아프지 않았다.

수호수의 기적적인 성장을 눈앞에서 목격했으니까.

“수호수가…… 구름에 닿았어?”

한 그루의 나무가 아니라, 마치 우뚝 솟은 산 같았다.

고개를 꺾어 하늘을 올려보아도 그 끝이 보이지 않았다.

수호수의 몸체에서 새어 나오는 황금빛이 밤하늘의 구름을 황금빛으로 물들였고, 달빛을 희미하게 만들어버렸다.

‘이, 이렇게까지 거대한 수호수는 본 적이 없는데…….’

그리고 그 순간.

지구 플레이어들에게 알림이 울리기 시작했다.

지구에 속한 플레이어 전원이 들을 수 있는, 전체 알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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