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 278화
다음 날,
차진혁은 강철과 자리를 만들었다.
“제가 보낸 영상들 좀 봤죠?”
“네, 봤습니다.”
강철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진지했다.
그 또한 약간 충격을 받은 상태.
실시간 영상을 수정해서 내보낸다니.
사실 그게 가능할 거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실시간 영상 편집해서 올릴 수 있겠죠?”
“일단 저한테 그런 능력은 없습니다만…….”
그리고 보통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치열하게 하면 가능할 겁니다.”
강철은 굳게 믿었다.
이 세계에 치열하게 해서 불가능한 일은 없다고.
만약 불가능했다면, 그건 치열하지 않았던 거라고.
강철은 주먹을 꽉 쥐고서 말했다.
“주식회사 상남자의 편집자가 했는데 김철수의 편집자가 못하면, 그건 편집자로서의 자격이 없는 거겠죠.”
사실 아주 맞는 말은 아니었다.
주식회사 상남자의 편집자가 가진 능력은 오로지 그거 하나였다.
실시간 영상을 재빠르게 수정해서, 주식회사 상남자가 최대한 돋보이도록 연출하는 것.
그 외의 다른 능력들은 전무해서 메이저 스트리머들은 그와 계약을 하지 않았다.
다만 차진혁과 강철은 그런 사실들에는 딱히 주목하지 않았다.
‘주상남자의 편집자가 했으면 나도 할 수 있다!’
그저 이 사실이 중요했을 뿐.
“더 치열하게 노력해 보겠습니다.”
“그래 주면 고맙겠네요.”
“네. 꼭 그러겠습니다.”
‘난 아직 많이 부족하다.’
여전히 초보에 머물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성장에 대한 강한 갈망을 느꼈다.
* * *
‘공식적인 복귀를 언제 하지?’
계속해서 쇼츠 영상과 풀 영상을 업로드하고 있어서 딱히 체감은 안 됐지만, 아무튼 차진혁은 현재 휴식기를 가지고 있는 중이었다.
‘주상남자랑 서사는 쌓았으니까…… 2차전을 공식 복귀영상으로 쓸까?’
나쁘지 않은 생각 같았다.
차진혁이 보기에 주상남자는 반드시 또 공격해 올 것이 분명했다.
다른 건 몰라도 자기가 스트리머 중에서 제일 세다고 한 것은 도저히 용서할 수 없었다.
차진혁은 수호수에게 대화를 걸었다.
-네 마음대로 권능 조절이 되더라?
수호수가 찔끔 놀라는 것이 느껴졌다.
사실 수호수도 그것을 여지껏 인지하지 못했었다.
-그러게, 그것이 되시도다?
-뭐. 너도 성장하고 있다는 거겠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수호수는 자신의 능력을 보다 정확히 깨달을 수 있었다.
자기 마음대로 권능을 거둘 수도 있고, 다시 펼칠 수도 있었다.
-근데 분노했을 때만큼 자유자재로 되지는 않는도다.
-연습해야지.
-왜 꼭 연습을 해야 하는 건지 나는 이유를 잘 모르시겠도다.
차진혁은 굳이 수호수를 설득하려 들지는 않았다.
어차피 수호수의 마음이 다 느껴졌다.
‘나 빼고 다 미쳐 있다니까.’
수호수는 그 어느 때보다 더 강렬하게 성장을 원하고 있었다.
강해지고 싶다는 열망이 너무나 명확하게 느껴졌다.
‘보통 수호수가 이렇게 강해지고 싶다고 생각하나?’
실제로 수호수는 강해지고 싶었다.
이번에 자신이 권능을 거두었을 때, 전 우주의 암살자들이 차진혁을 노리는 걸 보고 솔직히 눈이 돌아갈 뻔했다.
현재 수호수의 상태는 ‘내가 안 지키는 건 그렇다 쳐도, 그렇다고 감히 너희가 내 주인을 노려? 이건 못 참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었다.
그리고 수호수의 성장욕구를 자극한 요소가 또 있었다.
‘나도 미리처럼 더 멋진 방어를 하고 싶으시도다.’
미리의 절대방어는 수호수에게 큰 영감과 도전을 주었다.
방어를 했는데 상대의 머리가 깨져서 피를 줄줄 흘리지 않았던가.
그거야말로 진짜배기 방어였다.
-뭐, 나도 심심하니까 연습 정도는 해볼 수 있겠도다.
그날 이후로 수호수는 최선을 다해 연습했고, 그 결과 자신이 원하는 만큼만 방어할 수 있는 능력을 점차 갖추기 시작했다.
수호수가 최선을 다해 연습하며 성장하는 사이.
하나, 둘, 망치 형상의 열매가 땅에 떨어지기 시작했다.
* * *
수호수가 방어 권역을 연희동으로 좁혔다.
이번에는 차진혁이 MK재단을 통해 미리 공지를 했기에 혼란은 최소화될 수 있었다.
“이번에 김철수 극약처방 봤냐?”
“어, 나도 봤다.”
저번에 수호수가 결계를 모두 해제했을 때,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다른 도시들에 비해 위기대처 능력이 지나치게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었다.
“솔직히 나도 이게 맞다고 본다.”
“이대로 가면 한국은 도태될 테니까.”
다른 나라들은 치열하게 마물과 싸워가면서 내성을 키워가고 있다.
안전한 것이 다는 아니었다.
이번 사건을 통해 그것을 깨달았고, 차진혁의 선택은 수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았다.
“김철수가 진짜 훌륭한 결정을 내렸다고 본다.”
“유사시에는 또 결계를 서울시 전역에 펼칠 수 있다고 하던데.”
“그 와중에 완전 취약계층이 머무는 곳은 짚어서 지켜준다고 하더라.”
“와, 그저 빛철수.”
차진혁의 부모님이 거주하는 연희동을 비롯하여 몇몇 동네들을 선정해서 발표했는데, 그 때문에 집값과 땅값이 들썩거리는 현상이 벌어질 정도였다.
보호구역에서 제외된 시민들은 ‘왜 우리 동네는 빼는 것이냐! 떨어진 우리 집값은 어떻게 책임질 거냐!’라며 결사반대를 외쳤으나 별로 소용없는 짓이었다.
-여태까지 지켜줬더니 빽빽거리는 거 보소 ㅋㅋㅋㅋ
-김철수한테 돈 한 푼이라도 주고 저딴 소리 하는 건가?
-응, 오를 땐 내 덕분. 떨어지면 네 탓.
어쨌든 서울의 대처는 꽤 훌륭했다.
MK재단과 K군단의 적극적인 지지 아래, 그다지 큰 혼란 없이 변화의 순간을 맞닥뜨렸다.
가끔 일반적인 플레이어들이 상대하기 어려운 수준의 마물이 나타나면 김철수가 뇌룡을 타고 나타나 순식간에 처리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역시 갓철수.
-뇌룡 타고 다니니까 순간이동하는 거 같다 ㄹㅇ
사람들은 김철수가 사회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발 벗고 나섰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그런 건 아니었다.
‘슬슬 재도전할 때가 됐는데?’
약간 불안해졌다.
진짜 컨셉이었나?
내가 그 광기 어린 눈을 잘못 읽은 건가?
일부러 수호수의 권역 밖을 나돌아다니면서 주상남자가 습격하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주상남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렇게 며칠이 흐르고, 결국 포기해야 하나? 를 생각했을 무렵, 드디어 살기 어린 시선이 느껴졌다.
‘오!’
제발 주상남자여라.
중계자의 통찰로 빌딩 쪽을 살펴보니, 주상남자가 보였다.
차진혁은 거칠지 않은 숨을 거칠게 몰아쉬기 시작했다.
“헉…… 헉……!”
겉으로 보기에는 좀 지쳐 보였다.
“역시 뇌룡을 타고 다니는 건 체력적으로 부담이 크군.”
뇌룡이 들었다면 기가 찰 대사였다.
나를 타고 사이나 제도까지 날아갔으면서 아무렇지도 않았으면서?
다행히 이 자리에 뇌룡은 없었다.
* * *
주상남자는 자신 있었다.
‘조심해야 할 것은 놈의 절대방어!’
그놈이 아주 특별하고 신비로운 공격 스킬을 손에 넣었다.
방송을 통해 이미 정확히 파악한 상태.
‘두 번의 공격만 잘 막아내면 된다.’
그는 히죽 웃었다.
‘이게 스트리머의 한계이자 문제점이지.’
일반적인 플레이어들과 스트리머의 플레이는 너무 달랐다.
일반 플레이어들은 자신의 능력을 일부 감추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그것이 곧 그들의 경쟁력이고 마지막 순간 최후의 패가 되어주는 경우들이 많았으니까.
그러나 스트리머의 경우는 얘기가 달랐다.
스트리머는 1을 가지고 100으로 부풀려서 말해야 했다.
‘그래야 어그로도 끌리고 자극적이니까.’
스트리머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데미지 반사확률 70%?’
세상에 그런 말도 안 되는 퍼센트가 어디 있단 말인가.
당장 아르비스의 랭커들만 해도 저런 사기적인 확률의 반사 능력은 없었다.
실제로 수많은 전문가들도 저 숫자는 과대포장되었을 확률이 높다고 얘기하는 중.
‘그래도 일단 머리 쪽 공격은 자제하고.’
반사 확률을 낮춰주는 아티팩트도 대거 착용했다.
이미 준비는 끝난 상태.
‘마침 지쳤구나!’
이때가 기회였다.
* * *
“이번에는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이다.”
주상남자의 등장에 차진혁은 뛸 듯이 기뻤으나 겉으로는 티 내지 않았다.
서사는 완성되었다.
“은혜를 원수로 갚을 셈이냐?”
“은혜 같은 소리하고 자빠졌네.”
주상남자의 도끼가 쇄도했다.
차진혁이 황급히 미리를 들어 올려 도끼를 막았다.
저번에 한 번 상대한 경험이 있으니, 조금 더 급박한 척 막아내는 것이 가능해졌다.
다시 말해 더 여유로워졌다.
“네놈의 그 별것도 아닌 절대 방어, 다시 선보여봐라.”
“…….”
주상남자는 차진혁을 도발했고, 차진혁은 분한 듯 입술을 깨문 뒤 절대방어를 사용하여 주상남자의 도끼를 막아냈다.
까앙-!
요란한 소리가 연거푸 들리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느리구나, 김철수!”
그건 차진혁이 하고 싶은 말이었다.
생각보다 공격이 크고 느려서 화려하게 막기 딱 좋았다.
급박한 전투를 한다기보다는 액션 촬영을 하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아무튼 차진혁에게는 여러모로 좋은 상황이었다.
“큭!”
주상남자는 가슴팍을 부여잡으며 뒤로 몇 걸음 물러섰다.
드디어 미리의 ‘절대방어’가 발동한 것이었다.
가슴팍이 조금 아프기는 했으나 주상남자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한 번은 소모시켰다!’
방어에 꽤 공을 들인 보람이 있었다.
약간의 충격이 있었을 뿐 그다지 큰 피해는 없었으니까.
‘네놈이 허세를 부리며 모든 정보를 까발린 대가를 치르는 것이다.’
머리만 노리지 않으면 될 것 같았다.
다른 곳이 반사되는 건 어찌어찌 비벼볼 만했으니까.
그렇게 시간이 흘러 겉으로는 아주 치열한 전투가 진행되었다.
‘됐다!’
두 번의 절대방어가 소진되었다.
‘이제 네놈에게 남은 것은 절대결계뿐이지!’
이제야 기회가 왔다.
‘따지고 보면 네놈은 운이 없었다.’
스트리머라는 직업 특성상 자신이 가진 능력을 모두 오픈하거나 과장할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상대에게 적절한 공략을 내어줄 수밖에 없었다.
그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신비, ‘중계자의 천적’을 사용합니다.]
* * *
[#네놈은 이제 끝이다 #나의_승리 #가장 강한 스트리머는 나다]
차진혁은 주상남자의 상태를 보고서 무척 기대할 수밖에 없었다.
‘진짜 대단한 신비인가?’
보아하니 절대결계를 무력화시키는 신비 같았다.
이런 건 직접 몸으로 받아봐야 알 수 있는 법이었다.
“으하하하!”
주상남자는 신비가 정확하게 작동했다는 것을 직감했다.
그는 차진혁에게, 그리고 자신의 시청자들에게 말했다.
“네놈이 강한 이유는 그 말도 안 되는 절대결계 때문이었지.”
“…….”
“절대결계가 무력화된 김철수는, 과연 강할까?”
차진혁은 약간 낭패라는 듯 중얼거렸다.
“제 절대결계가 약화되었습니다. 디버프가 걸려서 중계 결계로 바뀌었네요.”
“그래. 네놈이 자랑하는 절대결계는 이제 없다.”
주상남자가 순식간에 접근해서 도끼를 휘둘렀다.
절대결계가 아닌, ‘중계 결계’로는 자신의 도끼를 결코 막아낼 수 없을 테니까.
레벨 격차도 크고 말이다.
“나는 여지껏 전투 클래스를 수없이 상대해 보며 노하우를 쌓아왔다.”
그의 도끼가 닿을락 말락, 차진혁을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갔다.
“스킬빨로 무장한 너 정도 애송이를 잡는 것은 무척 쉬운 일이지. 안 그렇습니까, 형님들?”
“…….”
차진혁은 여전히 낭패감 가득한 얼굴로 주상남자의 도끼를 연거푸 피해냈다.
차진혁의 표정을 본 주상남자는 자신감에 가득 찼다.
‘몹시 당황했구나!’
힘을 얻은 주상남자는 더욱 거칠게 차진혁을 몰아붙였다.
약간의 시간이 흐른 뒤, 차진혁이 굉장히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준비한 게, 설마 이게 다인 거냐?”
실제로 차진혁은 무척 당황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