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 280화
한 차례, 전 우주를 떠들썩하게 한 사건이 일어났다.
“지구 플레이어들 레벨이 전원 플러스 20 판정이 주어졌다며?”
“지구? 지구가 어딘데?”
아직까지 지구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들도 많았으나,
“김철수 서버.”
“아……! 김철수 고향?”
“거기가 지구였어? 기억해야겠네.”
김철수 서버라고 하면 알아듣는 사람들의 숫자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김철수는 복도 많네. 그런 서버급 혜택은 잘 없는데.”
“잘 없는 수준이냐? 아르비스 서버를 포함해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들 텐데.”
지구 소속의 플레이어라는 이유만으로 모두 +20판정의 기회를 얻었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그중에 한국이라는 나라가 있는데 말이야.”
“한국?”
“그래. 김철수의 나라.”
오히려 ‘지구’라는 이름보다 ‘한국’이라는 이름이 더 많이 알려지기 시작한 건 이 무렵이었다.
김철수의 나라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거기 플레이어들은 플러스 30 판정이래.”
“플러스 30이라고?”
플러스 20 서버급 혜택은 전 우주에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혜택.
플러스 30 혜택은 전 우주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혜택이었다.
“그리고 서울.”
“혹시, 김철수의 도시냐?”
“그래. 김철수의 도시. 거기서 각성한 플레이어들은 플러스 40 판정.”
플러스 40 혜택은 전 우주에서 단 두 서버만이 가지고 있는 기록이었다.
“잠깐만. 지구는 신규서버라고 하지 않았어?”
“그러니까 놀라운 거지. 남들은 수백 년에 걸쳐서 해온 걸, 아니, 수백 년이 걸려도 못하는 걸, 겨우 1년도 안 돼서 해낸 거니까.”
“도대체 누가 그런 말도 안 되는 수호수를 키워낸 거지?”
“놀라지 마. 아르비스의 수호수를 키워낸 트리투리의 제자가 있거든.”
“설마 아르비스에서 후계서버로 지구를 점찍은 건가?”
다들 그렇게 생각했다.
아르비스 출신, 트리투리의 후계자가 지구에서 수호수를 키워냈다고.
“그게 아니라 김철수가 트리투리의 제자였대.”
“엥? 김철수는 스트리머잖아?”
김철수의 이름을 처음 듣는 사람들은 고개를 갸웃했다.
스트리머가 수호수를 키운다는 것 자체가 너무 생소했기 때문이었다.
“김철수가 사실은 [먼치킨]을 획득했다는 소문이 파다해.”
“에이 말도 안 돼. 그건 전 우주적으로도 획득한 사람이 한 명밖에 없는 전설의 특성이잖아. 그마저도 그냥 전설 수준이고.”
“근데 진짜 놀라운 건 뭔지 알아?”
여태까지 읊은 것만으로도 사실 다 놀라운 것들이었다.
그러나 가장 놀라운 사실은 따로 있었다.
“김철수는 서버급 혜택을 거절했대.”
김철수는 플러스 50레벨을 포기했다.
* * *
차진혁은 실시간 방송을 켜서 수많은 시청자들과 소통했다.
오늘은 역사적인 날이었다.
플레이적인 콘텐츠 없이, 구독자들과 순수 소통하는 첫번째 날이었으니까.
-와, 채팅이 된다고?
-미쳤다 ㅋㅋㅋㅋㅋ 이게 되네 ㅋㅋㅋ
-갓! 철! 수!
차진혁의 채널에서는 처음 열리는 채팅창이었다.
그러나 채팅창이 올라가는 속도가 지나치게 빨라서 차진혁조차도 채팅을 읽을 수 없는 지경이었다.
어쩔 수 없이 차진혁은 채팅을 할 수 있는 권한을 따로 설정해야만 했다.
‘보통은 얼마 이상 후원한 사람들만 가능하게 하던데……’
그렇게 해도 시청자들이 너무 많아서 원활한 소통이 불가능할 정도였다.
그래서 차진혁은 철수랜드 1호. 그러니까 공식 팬들만 채팅이 가능하도록 설정했다.
───────
[채팅 가능 인원 목록]
001. 철수랜드 1호.
002. 철수랜드 2호.
.
.
.
100. 철수랜드 10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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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좀 뿌듯하긴 하다.’
첫 소통방송에 100명의 철수랜드가 전원 집결했다.
시간 맞추기가 많이 힘들었을 텐데 100명이 다 모이다니.
감동이었다.
‘여기에…….’
SVIP들 중에서도 SVIP들.
누구나가 인정하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세 명을 추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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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 돈벼락.
102. 돈쭐.
103. 마시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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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팅이 가능한 인원은 103명에 불과했으나 화력은 10만 명이 모인 것 같았다.
-철수랜드 1호 : 이게 꿈인지 생신지 모르겠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흐규흐규 철수오빠 날가져 엉엉
실제로 만나면 수줍음이 많던 김민지는 키보드 워리어였다.
-철수랜드 2호 : 철수랜드 1호님은 직접 소통은 처음이죠? 엄청 떨리시게따 큐ㅠㅠㅠㅠ
어쨌든 차진혁은 소통방송을 시작했고, 오늘을 기회 삼아 사람들에게 말했다.
“제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이번 서버급 혜택을 거절하시는 편이 좋을 것 같거든요.”
-철수랜드 1호 : 네 그렇게 할게요.
-철수랜드 2호 : 전 이미 거절했어요.
-철수랜드 1호 : 와, 빠르시네요 ^^
-철수랜드 2호 : 철수 님의 생각을 잘 읽어내는 것도 팬이 가져야 할 소명 아닐까요? ㅎㅎ
-철수랜드 1호 : 맞는 말만 하시네요 ㅎㅎㅎㅎ
처맞는 말이요.
핸드폰 너머 김민지는 이를 바드득 갈았다.
마음 같아서는 몹시 곤란하게 만들어주고 싶었으나 차마 그럴 수는 없었다.
저 재수없는 2호 또한 철수랜드였으니까.
한편,
채팅에 참여할 수 없는 수많은 구독자들은 궁금해하기 시작했다.
어째서 이 좋은 혜택을 거절하라는 것이란 말인가.
차진혁은 중소도시 디온의 경비대장이었던 키디본의 영상을 틀어주면서 설명했다.
“이런 물레벨이 되면 곤란합니다.”
차진혁은 조금 오래 걸리더라도, 레벨을 차근차근 천천히 올려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저레벨에서는 저레벨에서만 배우고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이 있거든요.”
갑자기 레벨이 팍 올라버리면, 외적인 능력들은 증가하겠지만 정말 필요로 하는 경험들을 쌓지 못한다고 얘기했다.
“마치 배우지 못한 채 나이만 먹고 어른이 된다고나 할까요. 그러니까 이 혜택을 거부하는 것이 오히려 더 강해지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거품 레벨은 옳지 않아요.”
실제로 차진혁은 +50판정을 거부했다.
차진혁의 영상이 지구 전체에 퍼지면서, 약간의 기현상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전 세계적으로 랭킹 역전 현상이 벌어지고 있으며……]
최상위 랭커들은 차진혁의 조언을 받아들이고 서버급 혜택을 거절했다.
따라서 그보다 밑에 위치하고 있던 랭커들이 오히려 최상위 랭커들의 레벨보다 더 높아지는 현상이 벌어졌다.
“흥, 나는 자존심이 상하지 않는다, 두지!”
한국의 랭킹 1위 길잡이, 두더지맨의 랭킹은 무려 200위대까지 떨어졌다.
“나는…… 형님을…… 믿는다. 지금의 굴욕은…… 추진력을 얻기 위함이다……!”
권왕 김정현의 랭킹은 300위대까지 떨어졌다.
“오빠 말이니까 맞겠지 뭐. 조금 짜증 나긴 하지만.”
자유의 성녀 차진솔도 마찬가지였고, 목왕 목재현, 천사소녀 송하영도 그랬다.
K군단 소속의 수많은 최상위 랭커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현상이었다.
그런데 전 세계적으로 살펴보았을 때 특이한 점이 하나 있었다.
[한국 출신의 플레이어들의 무려 20%가 서버급 혜택을 거절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아무리 차진혁의 방송이 있었다고는 해도, 대부분은 이 공짜 레벨업 혜택을 받아들였다.
전 세계적으로 보면 99%에 가까운 플레이어들이 레벨업 판정을 수용했다.
그러니까 상위 1%쯤 되어야 차진혁의 조언을 이해한 것이다.
그에 반해 한국은 그 20배. 무려 20퍼센트나 되는 플레이어들이 레벨업 판정을 거부했다.
그 모습을 보며 에건 폴은 탄식했다.
“한국은…….”
이걸 뭐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미친놈들의 나라구나.”
내가 과연 김철수를 넘어설 수 있을까, 근본적으로 그런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그래도 의욕이 불타오르곤 했었는데 요즘은 생각이 좀 바뀌었다.
‘아마 안 되겠지?’
……아마 안 될 거야.
김철수를 뛰어넘으려면 저런 미친놈들 가운데에서도 특별히 미쳐야 가능한 것이었다.
에건 폴은 자신이 없었다.
‘그냥 소소하게 미국 랭킹 1위나 유지해야겠다…….’
아득히 높은 벽 때문에 성장 욕구가 꺽여 버렸다.
‘나는 그냥 레벨업 판정받아야지.’
에건 폴 또한 차진혁의 조언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다.
더 높이 가려면 이 혜택을 거절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래봤자 뭐해? 어차피 김철수는 못 이기는데.’
그럴 바에야 그냥 적당히 소소하게 성공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레벨업 판정을 받으면 소소한 성공 정도는 더 쉽게 할 수 있겠지.
왠지 씁쓸한 밤이었다.
* * *
-나는 위대해지셨도다.
수호수의 잘난 척은 허세가 아니었다.
수호수의 이름이 바뀌었다.
───
[영령이 깃든, 위대한 황금 수호수]
───
시스템이 인정하는 수식어로 ‘위대한’이 포함되었다.
-한국 전체를 커버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셨도다, 엣헴!
-한국 전체를?
차진혁은 약간의 위기감을 느꼈다.
얘가 이렇게 강해지면 한국 플레이어들이 성장할 기회를 잃어버릴 텐데?
-한국은 완벽하게 보호할 수 있고, 지구 전체도 내 영향권에 둘 수 있으시도다. 내가 다들 레벨업 시켜준 거 봤지?
수호수는 내가 이렇게 대단하다며 가지를 흔들었다.
가지가 흔들리자 황금 가루가 눈꽃처럼 휘날렸다.
어쨌든 수호수의 말을 빌리자면 ‘지구 전체를 지킬 수 있는 힘’을 손에 넣었다.
이것은 관리자들에게는 재앙이었다.
지구를 관리하는 관리자들에게 해고의 칼바람이 불었다.
정규 서버로 편입된 지 1년도 되지 않은 지구에서 이런 말도 안 되는 수호수가 자라난 것은 전 우주적으로도 문제였다.
밸런스 및 형평성에 대한 민원이 끊이질 않고 있었다.
시스템의 공정성에 대한 논란도 불거진 상태.
서대문구의 관리자였던 키하엘은 히히 웃으며 차진혁의 집을 찾았다.
“아…… 이제야 마음이 후련하네. 나 잘렸다. 퇴직금도 없이 그냥 잘렸어. 이게 말이 되냐?”
“…….”
“아무튼 나 진짜로 MK재단에 취직 시켜주는 거다? 약속 기억하지?”
“그래.”
“으하하하핫! 드디어 미친놈으로부터 해방이다!”
“미친놈으로부터 해방이라니?”
“세르찬 말이야. 내 사수.”
열정맨 세르찬.
그는 워라밸을 지향하는 키하엘과는 상극이나 다름 없었다.
“무슨 소리냐?”
“응?”
“세르찬도 잘렸잖아.”
“……근데?”
“세르찬처럼 일 열심히 하는 인재를 그냥 두면 좀 아깝지 않나?”
“……그래서?”
“세르찬이 너랑 합이 잘 맞다던데?”
“……근데?”
키하엘은 무척 불안해졌다.
“MK재단에서 이번에 잘린 관리자들 대거 고용하기로 했거든. 이런 고급 인력들을 이렇게 한 번에 흡수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잘 됐지 뭐.”
“…….”
“세르찬이 너 좋다고 너랑 같이 일하고 싶다고 하길래 그러라고 했는데.”
“……세르찬이 널 찾아왔어?”
“파이팅 있더라. 열정도 있고. 해고통보를 받기도 전에 나를 찾아왔던데?”
역시 사람은 그런 치열함이 있어야한다.
차진혁은 세르찬의 그런 점이 마음에 들었다.
“……안 돼!”
“세르찬과 같이 일 시킨다는 말은 없었잖아?”
“안 시킨다는 말도 없었지 않나?”
계약 내용은 MK재단에서 키하엘을 고용한다…… 정도가 끝이었다.
“으아아아악!”
키하엘은 절규했으나 소용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