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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277화 (277/437)

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 277화

‘화력이 엄청나다!’

사실 차진혁의 입장에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얘 콘텐츠가 그렇게 정석적인 콘텐츠는 아닌데?’

미션들의 내용을 보면 하나같이 다 자극적이었다.

최신 영상은 폐지 줍는 할아버지 폭행 영상.

그 전 영상이 담배 피우는 고등학생 훈계 영상.

그 전 영상이 혼자 귀가하는 여성을 스토킹하는 척 쫓아다녀서 겁주는 영상이었다.

‘질이 별로 안 좋은 콘텐츠인데.’

이런 콘텐츠를 주력으로 하는 녀석인데도 채팅 화력이 이렇게 어마어마하다니.

말하자면 ‘주식회사 상남자’는 유리하지 않은 콘텐츠로 이 정도를 해내고 있는 것이었다.

‘역시 나는 아직도 부족하구나.’

주식회사 상남자에 비해서 차진혁 자신은 훨씬 정석적이고 대중적인 콘텐츠들을 진행하고 있다고 자부하는 중이다.

‘더 성장해야 해.’

주식회사 상남자는 차진혁에게 성장의 원동력을 불어넣어 주었다.

한편, 주식회사 상남자는 그 나름대로 깜짝 놀라는 중이었다.

‘화력이 좋을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김철수가 등장했다는 것만으로도 체감상 평소 채팅 화력의 30배는 되는 것 같았다.

실시간 시청자 숫자도 대략 10배쯤 되는 것 같고.

‘내가 김철수를 패 죽이는 데 성공하면 무조건 떡상이다!’

그의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 * *

후웅-!

도끼가 차진혁의 머리 위로 스쳐 지나갔다.

‘읏차.’

비교적 어렵지 않게 도끼를 피해낸 차진혁은 고개를 갸웃했다.

‘근데 반응들이 좀 이상하네?’

후웅-!

차진혁은 잠깐 앉았다 일어서며 그 도끼를 피해냈다.

-과대평가 오졌었네 ㅋㅋㅋㅋㅋ 지금 쪽도 못 쓰는 중 ㅋㅋ

-김철수 폼 떨어진 거 보소 ㅋㅋ

-고레벨 스트리머 만나니까 아무고토 못하쥬?

-사실 김철수의 약점은 스트리머였네 ㅋㅋㅋ

흐음, 차진혁은 조금 궁금해졌다.

왜 시청자들 반응이 이럴까?

‘나 지금 되게 여유롭게 피하고 있지 않나? 핸드폰도 보고 있는데?’

조금 더 객관적인 시선에서.

말하자면 보다 일반적인 시청자들 관점에서 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아! 설마 지금 이게 피하기 급급해 보이나?'

주상남자(주식회사 상남자)의 공격을 피해내며 주상남자의 실시간 영상을 좀 더 자세히 보았더니 조금은 알 수 있었다.

‘실시간 영상 편집자가 붙어 있구나!’

이것은 새로운 지평선이었다.

실시간 영상을 즉각적으로 편집해서 곧바로 실시간에 가깝게 내보내고 있었다.

차진혁이 막는 데 급급한 것처럼 교묘하게 연출해서.

‘와, 이게 되네!’

물론 3~4초 정도 딜레이가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거의 실시간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왜 나는 그 생각을 못했지?’

이 사실을 편집자 강철에게 말해줘야 할 것 같다.

다른 애들이 할 수 있으면 강철도 할 수 있겠지!

차진혁은 채팅 분위기를 통해 한 가지 사실도 유추할 수 있었다.

‘주상남자에게 어떤 비장의 한 수가 숨겨져 있는 게 틀림없어!’

실제로 주상남자 채널의 매니저가 어떤 채팅들은 실시간으로 삭제하여 정보전달을 차단하고 있었다.

‘진짜 뭐가 있긴 있나 보다!’

차진혁은 조금 더 설레기 시작했다.

‘제발 강해라!’

레벨은 283.

제발 물레벨이 아니길.

미리의 새로운 스킬, ‘절대 방어’의 좋은 상대가 되어주길 마음속으로 빌었다.

* * *

스트리트 파이터는 코어 팬이 꽤 많은 스트리머였다.

대중적으로 성공했다기보다는 소수의(?) 팬들이 존재했다.

그의 주 콘텐츠는 폭행과 결투였다.

스트리머의 직업으로 전투 클래스 플레이어들을 때려눕히는 것.

물론 동레벨은 어림도 없고, 적어도 레벨 격차가 50 이상 나는 플레이어들하고만 싸웠다.

그는 그 나름대로 자부심이 있었다.

‘그래도 스트리머들 중에서는 내가 가장 강하다.’

아무리 레벨 차이가 많이 나더라도 스트리머 직업의 한계는 뚜렷했다.

보통의 스트리머들은 자신처럼 결코 플레이할 수 없었다.

그는 자신의 감각과 타고난 전투 센스에 꽤 자부심이 있는 편이었다.

-근데 어차피 김철수한테는 안 될 듯.

-스트리머계 싸움 1짱이라며?ㅋㅋㅋㅋ

-응 아니야. 김철수가 1등이야.

그는 자존심에 크게 상처를 입었다.

‘스트리머들 중에서는 내가 제일 강하다!’

그것을 증명해야 했다.

마침, 그에게는 스트리머의 ‘중계 결계’를 파괴하는 신비, ‘중계자의 천적’을 가지고 있었다.

“김철수가 강한 건 그 말도 안 되는 중계결계 능력 때문이죠. 절대결계라고 했던가요? 하지만 제 앞에서는 무용지물입니다.”

그는 자신 있었다.

중계자의 천적을 사용하면 김철수와 충분히 잘 싸울 수 있을 것이 분명했다.

‘누가 가장 강한지 한 번 겨뤄보자!’

마침 미션까지 주어졌다.

무려 3,000만 다이아짜리 미션이었다.

김철수는 기절시키면 1,000만 다이아.

죽이면 2,000만 다이아 추가였다.

‘요리조리 잘도 피하는군.’

그는 화가 나기도 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기분이 좋기도 했다.

김철수의 반응을 보아하니 방심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핸드폰을 보면서 공격을 피하고 있다니.

‘어차피 일반 공격으로 죽일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안 했다, 김철수!’

이 일반적인 공격들은 미끼였다.

김철수를 더욱 방심시키기 위한 미끼.

그 또한 스트리머였기에 잘 알고 있었다.

‘이런 미끼들을 던지면 엘튜브 각을 잴 것이 분명하지. 그러면 내게 기회가 온다.’

또 공격을 하다 보면 운 좋게 공격에 성공하는 경우들도 있기 마련이었다.

‘됐다!’

김철수의 관자놀이가 보였다.

그의 도끼가 관자놀이가 닿기 직전.

그는 마음속으로 준비했다.

‘절대결계를 사용해라!’

아니나 다를까.

김철수는 ‘절대결계’를 사용했다.

‘지금이다!’

[신비, ‘중계자의 천적’을 사용합니다.]

“중계 결계를 무력화시키는 신비. 중계자의 천적이 드디어 빛을 발하는 순간입…… 응?”

* * *

주상남자는 약간 이상함을 느꼈다.

‘내 공격이 막혔어?’

예리하게 잘 다듬은 이 도끼날이 김철수의 머리통을 통과했어야 했는데.

‘신비가 작동을 안 했다?’

신비 사용은 정확하게 했는데.

‘아니. 괜찮아. 아직도 빈틈투성이다!’

김철수를 직접 만나본 그는 김철수의 실력이 지나치게 과대평가되어 있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지금도 빈틈투성이였으니까.

머리로 향하는 공격 루트가 너무 훤히 열려 있었다.

‘한 번 막았다고 거만 떨기는!’

원래 한 번 공격에 성공하는 경우는 드물다.

아무리 노련한 플레이어여도 한 번, 두 번, 세 번, 네 번 연거푸 공격해야 겨우 공격에 성공할 수 있을까 말까다.

그는 포기하지 않고 다시금 도끼를 휘둘렀다.

‘이번에야말로!’

[신비, ‘중계자의 천적’을 사용합니다.]

그런데 김철수가 말했다.

“네, 마침 유도한 대로 공격이 들어오네요. 다시 한번 절대방어를 사용해 보겠습니다.”

차진혁은 미리를 들어 올리며 미리의 고유스킬 절대방어를 사용해 보았다.

절대방어는 상대의 공격이 직접적으로 미리와 부딪쳐야 활성화되는 방어능력이었다.

“절대결계와의 차이점은 일정 확률로 반사 데미지를 입힌다는 것입니다. 특히 머리 쪽으로 향하는 공격은 반사 확률이 무려 70퍼센트에 이릅니다.”

까앙-!

차진혁의 미리와 주상남자의 도끼가 맞부딪치고 허공에 불꽃이 튀었다.

“크아아아악!”

주상남자는 도끼를 땅에 떨어뜨린 채 머리를 부여잡고 바닥을 뒹굴뒹굴 굴렀다.

그의 머리에서 피가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차진혁은 만족스럽게 웃었다.

“꽤 훌륭한 방어능력이군요.”

* * *

차진혁은 절대방어의 상세설명을 대중들에게도 오픈했다.

──────────

[절대 방어]

직접적으로 접촉한 공격을 적극적으로 방어하는 고유 스킬.

7%의 확률로 공격 데미지의 일부를 반사한다.

* 머리를 향하는 공격의 경우 70%의 확률로 공격을 반사한다.

* 뒤통수를 향하는 공격의 경우 99%의 확률로 공격을 반사한다.

* 스킬 사용횟수는 24시간 내 2번.

──────────

머리에 피를 흘리면서 괴로워하는 주상남자를 보니 꽤 적절한 연출이 된 것 같았다.

“솔직히 0.7퍼센트만 되어도 높은 확률인데 기본 7퍼센트가 적용된다는 건 엄청나네요.”

바닥에 쓰러진 주상남자는 괴로워하면서도 기회를 엿보았다.

‘지금처럼 좋은 기회에 나를 안 죽인다고?’

놈은 완전히 방심하고 있었다.

분명히 자신에게 기회가 올 것이었다.

“왕유미 씨, 강철 씨, 일단 여기서 편집점 잡죠.”

차진혁은 영상 녹화를 종료했다.

그리고 주상남자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맞아. 놈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콘텐츠는 피하는 놈이다!’

지금부터 벌어질 잔혹한 일은 영상으로 남기지 않으려는 듯 보였다.

주상남자는 아직 아까의 데미지를 회복하지 못한 상황.

어떻게든 시간을 끌어야 했다.

“자, 잠깐……!”

그러나 차진혁은 사정을 봐주지 않는 듯 보였다.

차진혁이 손을 뻗었고 주상남자는 눈을 질끈 감았다.

여기서 끝이구나 싶었다.

‘……응?’

그런데 차진혁이 주상남자의 몸을 일으켜주었다.

주상남자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물었다.

“……나를 살려주는 거냐?”

“녹화 종료했다.”

녹화 종료했으니 더 잔혹하게 나를 죽이려던 거 아니었나?

“그게 무슨……?”

“컨셉 그만 잡아도 돼.”

“……뭐?”

차진혁이 주상남자의 어깨를 툭툭 두드려줬다.

“진짜 진심 같아 보이더라.”

“…….”

“그래도 너무 패륜적인 콘텐츠는 좀 적당히 해라. 자극적인 것도 좋지만, 방송 보고 어린애들 따라 하면 어쩌려고 그러냐?”

주상남자는 황당한 표정으로 차진혁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것은 기회임을 직감했다.

‘놈은 완전히 속고 있다!’

곧장 그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머리를 긁적거렸다.

“예. 안 그래도 요즘 콘텐츠적으로 고민이 많습니다.”

둘의 분위기는 화기애애했고, 서로에게 덕담을 나누며 둘은 헤어졌다.

* * *

전후 사정을 알게 된 차진솔은 방방 뛰었다.

“……그걸 가만히 뒀다고?”

차진솔이 보기에 주상남자는 완벽한 적이었다.

컨셉 때문에 차진혁을 공격한 게 아니라, 정말로 차진혁을 죽이려고 들었다.

그런데 차진혁이 어이없게도 주상남자를 그냥 놓아준 것이었다.

“그게 컨셉이라고 생각해? 오빠답지 않게 왜 그래? 뒤통수를 깨버렸어야지!”

차진혁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역시 스트리머와 일반 플레이어의 사고방식은 무척 다른 듯했다.

“내가 전투 계열 플레이어라면 그렇게 했겠지.”

“……뭐?”

“이번 내 콘텐츠 제목은 [절대방어]였어.”

절대방어 콘텐츠니까 절대방어만 잘 보여주면 된다.

“여기서 내가 걔 족쳤어 봐라. 그냥 끝이지.”

“……그럼?”

“서사 쌓아야지. 걔 분명히 다시 날 공격할 거야.”

그 정도면 레벨도 높고 공격도 꽤 호쾌해서 보는 맛도 있고.

심지어는 적당히 연출까지 잘해서 겉으로 보이기에는 꽤 쫄깃한 맛도 있다.

“내가 아량을 베풀어서 놓아줬는데 배신하고 뒤통수 때린 거잖아. 그걸 참교육해야 재밌는 거 아니겠냐?”

“…….”

차진혁은 히죽히죽 웃고 있었다.

제대로 서버린 엘튜브각에 신난 모양이었다.

“보니까 내 절대결계를 무력화시키는 신비를 갖고 있더라. 중계자의 천적이었던가?”

“……설마 그거 제대로 맞아보게?”

“재밌겠지?”

“진짜 제정신이 아니야.”

“진짜 제정신이 아닌 너한테 그런 말 들으니까 기분이 되게 별로네.”

차진혁으로서는 어이없는 말이었다.

자신 빼고 다 미쳐버렸으면서 말이다.

아무튼 성을 내던 차진솔이 방 밖으로 나간 뒤 차진혁은 홀로 중얼거렸다.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용서가 안 돼.”

몇몇 네티즌들은 주상남자가 스트리머 플레이어들 중에서는 가장 강하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주상남자의 인터뷰 중에서는 자기가 스트리머 계열 플레이어들 중에서는 가장 강하다고 자부한다는 내용도 있었다.

감히 무력으로 1등을 논해?

“이건 선 넘었지.”

패륜까지는 참았는데 이건 못 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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