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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269화 (269/437)

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 269화

파격적인 복지혜택과 연봉에 욜린은 무척 적극적인 회사원이 되어 있었다.

“아, 사장님. 그 C.B 연구시설 말인데요.”

“혹시 아는 게 있어요?”

“그게 C.B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회사 명의로 된 사료용 곤충 공장이 있거든요?”

“그런 게 있어요?”

“네!”

“회사에 관심이 많았나 봐요.”

“그게…….”

욜린은 시간이 아주 많았다.

시간이 많은 만큼 근심도 컸다.

이 회사가 망하면 어떡하지? 이렇게 좋은 꿀 직장을 어디 가서 또 어떻게 얻지?

자연스레 그녀는 회사에 관심을 많이 갖게 되었다.

“망할까 봐 걱정이 좀 많았어요. 도대체 이 회사는 뭘로 돈 벌어서 저한테 월급 주나 궁금했거든요.”

역시 철학이 있는 회사원이네.

차진혁은 욜린의 열정에 약간 감동했다.

“저희가 심부름 센터잖아요. 근데 사료용 곤충을 만드는 공장은 너무 쌩뚱맞다고 생각했어요. 정확한 주소 드릴까요?”

“정확한 주소까지 알아요?”

“각종 공과금 관리는 제가 해서요.”

이곳이 정말 조종벌레와 관련이 있는 곳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일단 주소는 받아놓기로 했다.

* * *

아르비스에서 제작할 콘텐츠는 총 두 갈래로 나뉘었다.

하나는 잊혀진 여왕 베셀리티와 관련된 우주급 시나리오.

또 다른 하나는 늪지대 크루와의 전투로부터 파생되는 줄기 스토리들.

‘베셀리티 건은 스케일이 너무 커.’

지금 당장 진행하기도 어렵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

제대로 하기도 전에 체류기간도 끝날 것이 분명했다.

‘일단은 조종벌레 공장부터 확인하자.’

책상 서랍에서 주소를 찾아낸 욜린은 약간 걱정스러운 말했다.

“아 근데 여기서 좀 멀어요. 직통 워프포탈도 없고요. 마력의 농도가 희미해서 어지간한 비행 종류의 탈것도 못 타요.”

“2번 늪지대는 어떻게 갔어요?”

“이사님, 아니, 그 새끼는 무역 비행선을 타고 다녔어요.”

마도제국 매지크만의 특별한 기술로 만들어낸 무역 비행선.

그것만이 공장으로 향하는 거의 유일한 교통수단이라고 했다.

“배를 타고 가는 방법도 있기는 한데 최소 두 달 이상 걸리기도 하고, 아마 항해사들이 항해를 꺼릴 거예요.”

벌레 공장은 ‘사이나 제도’의 수많은 섬들 중 한 섬에 위치하고 있었다.

사이나 제도는 아르비스 서버의 ‘공장’을 담당하는 곳.

말하자면 공장지대였다.

과거, 아르비스의 귀족들은 공장들이 자신들의 주거지 근처에 있는 것을 혐오했다.

따라서 다소 비효율적이더라도 물리적인 거리가 무척 먼 사이나 제도에 모두 몰아넣어 공장지대로 만들었다.

‘아르비스 내에서는 가장 빈민층이 거주하는 제도라고 보면 되는 건가.’

지구 출신인 차진혁에게는 나름 충격적인 이야기였다.

전 우주에서도 가장 부유하다고 알려진 아르비스에 이런 곳이 있다니.

워낙에 외진 곳이기도 하고 외부와 단절된 곳이어서 신분 차별이 아직도 만연하다나 뭐라나.

대다수의 노예들과 소수의 관리인들이 아르비스에 필요한 물품들을 대량으로 생산해 내는 곳이었다.

“근데 무역 비행선을 예약하려면 최소 한 달 전에는 해야 해요. 아니면 매지크 제국으로부터 특별 승인을 받든지…….”

“2번 늪지대는요?”

“매지크 제국의 특별허가증이 있었어요.”

2번 늪지대가 그걸 얻었으면 나도 얻을 수 있는 거 아닌가?

차진혁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데 욜린은 그런 사장님(차진혁)의 마음을 모두 읽는 마법이라도 부리는 건지, 술술 설명을 이어갔다.

“사실 신청서류도 제가 만들어서 접수하기는 했는데…… 솔직히 승인 안 날 줄 알았거든요? 근데 되더라구요. 승인 조건은 저도 몰라요.”

“혹시 중계자의 통찰 같은 거 있어요?”

“네? 그게 뭐죠?”

“아니, 아무것도 아닙니다. 계속 말해보세요.”

욜린은 사장의 말에 아무런 토도 달지 않았다.

계속 말하라니 그저 계속 말할 뿐!

“그리고 승인하는 데 보통 1년 이상 걸려요. 이상하게도 그 새끼는 금방 받았지만요. 아무튼 결론은! 지금 당장 가기는 어렵다는 거예요.”

“날아서 가면 되긴 하죠?”

“그렇긴…… 하죠? 비행 신고만 잘 넣으면 되기는 하는데…….”

욜린은 잠시 고민했다.

사장을 말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보통 사장이 하겠다고 하면 그러라고 해야 뒤탈이 별로 없다는 것을,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우리 사장님, 내가 지켜줘야지.’

안 그래도 자가 비행으로 사이나 제도로 향하려고 했던 무모한 자들은 여럿 있었다.

그러나 성공한 사람은 거의 없었고 대부분은 실종되거나 죽었다.

“너무 무모해요. 사이나 제도로 향하는 하늘길은 너무너무 위험하고 머니까요.”

“…….”

욜린은 회사원의 눈치로 차진혁의 속셈을 순식간에 읽어냈다.

‘저 사장님, 약간 미쳐 있는 사람 같아! 어쩌면 오 이것도 엘튜브 각! 하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몰라.’

그래서 욜린은 다급해졌다.

최근에 실직했는데 사장님을 또 잃을 수는 없는 것 아니겠는가.

“아니, 안 돼요.”

“저한테 훌륭한 탈것이 있다면요?”

“그래도 안 돼요!”

“왜요?”

“너무…… 위험해요.”

“절 걱정해 주는 겁니까?”

“당연하죠! 제 월급을 주실 분인데. 사장님이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셔야 저도 오래오래 행복하게 월급을 받죠.”

“욜린 사원이 그렇게 생각할 정도면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하겠죠?”

차진혁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그곳으로 가는 것이 얼마나 위험하고 험난한 여정인지 리얼하게 말해줄래요?”

차진혁의 심장이 두근거렸다.

‘엘튜브 각이다!’

* * *

차진혁이 말했다.

“소환된 개체가 본래 힘보다 약해지는 건 흔한 일이지만 뇌룡의 경우는 더욱 심한 편이었죠. 지구가 받아들이기에 뇌룡은 너무 강력하고 위대한 존재니까 말입니다.”

그러나 아르비스라는 얘기가 조금 달라졌다.

뇌룡이 직접 자리잡은 스칸노르비아만큼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지구 서버보다는 제약이 훨씬 덜 걸릴 것이 분명했다.

뇌룡의 등 뒤에 올라탄 르세핌은 왠지 모르게 허탈함을 느꼈다.

“뇌룡을…… 테이밍했다고?”

길잡이 계열로의 전향을 강력하게 주장해 보려고 했는데,

‘사실 테이머가 적성이었나?’

전 우주적으로도 뇌룡을 테이밍하는데 성공한 사람은 몇 없었다.

뇌룡 테이밍은 단순히 실력의 문제가 아니었다.

뇌룡의 마음에도 들어야 했고 타이밍도 중요했고 행운도 필요했다.

‘설득을 포기해야 하나?’

테이머로서 저 정도 적성과 재능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트리머를 하고 있다?

그렇다면 스트리밍이 정말 즐거워서 하는 것일 확률이 높았다.

좋아서 하는 것만큼 무서운 게 없는 법이었다.

‘아니. 저런 재능을 내버려 두고 왜 스트리머를 하는……?’

상황이 이쯤 되자 르세핌은 보다 객관적인 시선으로 차진혁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어떻게든 길잡이로 전향시키고 싶어서 아무래도 보지 못했던(않았던) 부분이 있었다.

‘지구에서는 비공식 랭킹 1위……라지?’

게다가.

‘나를 소개해 준 사람이 다름 아닌 마시멜로잖아?’

그 콧대 높은 마시멜로가 다른 계열 플레이어도 아니고 스트리머를 소개했다?

그건 마시멜로가 인정하는 스트리머라는 얘기였다.

‘지구 서버가 정식 오픈한 지 1년도 안 됐는데…… 이미 골드 버튼?’

이제야 보이기 시작했다.

차진혁은 적성은 사실 스트리머라는 것을.

르세핌은 차진혁의 옷자락을 꽉 부여잡았다.

“나도 뇌룡 타보는 건 처음인데.”

“조금 어지러울 수도 있어. 테르서박은 얘 탔다고 토하더라.”

“테르서박이 누군데?”

“지구 서버 랭킹 1위 테이머.”

“지구 같은 초보서버에 서버 통합 랭킹 시스템이 있어?”

“미국 랭킹 1위인데, 뭐 대충 지구 1위이긴 할 거야.”

“……너는 몇 위인데?”

“나?”

차진혁이 고개를 갸웃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난 스트리머인데.”

“정체성이 정말 뚜렷하구나.”

[날겠다.]

뇌룡이 날갯짓을 하기 시작했다.

과연 르세핌은 테르서박과 달랐다.

엄청난 속도로 하늘을 내달리는데도, 르세핌은 별로 당황하거나 두려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차진혁이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들에 대하여 조언까지 해줬다.

“김철수. 너 그 이름에 대한 조사를 계속 할 거지? 우주급 시나리오.”

“해야지.”

“하지만 아르비스에 체류할 수 있는 기간이 얼마 안 되잖아.”

정식 비자를 발급받은 것도 아니고, 마시멜로의 초대장으로 아르비스에 왔다.

아르비스에서 거한 사건을 일으킨 바람에 많은 이목을 끌어 버렸고, 편법으로 아르비스에 오래 있기는 힘들었다.

‘만약 하르코엔이 정말로 연관되어 있다면, 일단 김철수를 아르비스에서 쫓아내려고 할 거야.’

김철수가 떠난다?

르세핌이 왠지 모르게 서운해져서 김철수의 옷자락을 꼭 말아쥐었다.

“그러려면 시민권을 획득해야 할 것 같은데.”

“시민권 획득?”

“어. 정식 시민권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명예 시민권 제도가 있어. 한 번 획득하면 10년 정도 시민권을 부여해.”

그사이 정식 시민권 획득하면 아르비스에 눌러 붙을 수도 있겠지!

르세핌은 저도 모르게 히죽 웃었다.

“그건 어떻게 얻는 건데?”

“아르비스의 공익에 관한 혁혁한 공을 세우는 거지. 그런데 너는 선량한 시민 릴링을 악의 마수로부터 구해냈고, 결국 끝까지 추적하여 악의 근원이었던 2번 늪지대까지 처단했잖아. 덕분에 디온시의 부정부패에 대해서도 드러났고.”

경비대의 부패. 그 책임을 지고 디온의 시장이 유서를 남기고 자살했다.

다 자신이 부족해서 벌어진 일이며, 남은 이들에게 불똥이 튀지 않기를 바란다, 다 내 잘못이다, 가족들에게 미안하다…… 등의 내용이었다.

많은 이들이 ‘자살 당했다’라고 얘기하기는 했지만, 어쨌든 디온시의 부정부패에 관한 얘기는 일단락 되었다.

이후 디온시장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이 이어졌고 수많은 비리와 세금 탈루 등이 드러났다.

“과정들이 지나치게 깔끔하고 신속해서 좀 석연찮은 부분들이 있기는 하지만, 어찌 됐든 네가 정의를 바로 세우는 초석을 마련한 건 사실이잖아.”

“……얘기가 그렇게 되나?”

“그렇지. 아직 영상이 제대로 공개 안 돼서 그렇지 공개만 되면 충분히 명예시민권 자격을 부여받을 수 있을 거야. 물론 본인 신청은 안 되고 아르비스의 시민이 신청해 줘야 하는데…… 그건 뭐, 내가 해주면 되고.”

르세핌의 얼굴이 붉어졌다.

이제 진짜 속내를 꺼낼 때가 됐다.

“그래서 말인데, 아직 공개 안 된 부분들 있잖아. 내가 먼저 검수하는 게 좋겠는데?”

“……어?”

“아니, 내용을 먼저 좀 보고 편집 안 된 풀 스토리를 알아야 적당한 추천서를 쓰니까 말이야.”

차진혁은 고개를 갸웃했다.

풀 스토리,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 않나? 우리 계속 함께했는데?

“아, 그래. 솔직히 말할게. 나한테 선공개 해줘. 대신 다른 보수 같은 건 요구하지 않을게.”

“…….”

“나…… 철며들었다고.”

차진혁은 사이나 제도로 향하던 발걸음을 돌렸다.

르세핌의 말대로, 일단 명예 시민권을 획득하고 일을 진행하는 것이 훨씬 좋을 것 같았으니까.

안 그래도 지금 많은 이목이 집중되고 있으니 명예시민권 획득에도 유리하겠지…… 라고 생각했으나 결과는 의외였다.

“내가 추천서를 썼고, 마시멜로도 추천인에 이름을 올렸고, 방송도 다 공개됐는데, 근데 명예시민권이 승인이 거부됐다고? 이게 말이 돼?”

르세핌은 자존심이 상한 듯 씩씩거렸다.

“도대체 반려 이유가 뭐래?”

르세핌은 반려 사유가 적힌 서류를 읽어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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