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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255화 (255/437)

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 255화

밤 12시.

차진혁의 집을 찾은 왕유미는 호들갑을 떨었다.

“저희 방 SVIP 중 한 명이 마시멜로였어요!”

“그래?”

마시멜로라는 말에 방문이 활짝 열렸다.

“마시멜로?”

차진혁의 친구(?)가 방문했을 때에는 어지간하면 자리를 비켜주는 어머니였다.

어머니의 얼굴이 잔뜩 상기되어 있었다.

“그 노래도 잘하고 착하고 잘생긴 마시멜로를 말하는 건가요?”

“으앗! 어머니도 마시멜로를 알고 계세요?”

“당연하죠. 요즘 마시멜로 모르면 간첩이라니깐.”

어머니와 왕유미는 호호호! 웃으며 담소를 나눴다.

왕유미가 어머니의 손을 잡고 자리에서 방방 뛰었다.

“어머니! 저도 사실 마시멜로 팬이에요!”

“아이고오, 너무 반가워요. 과일이라도 좀 내줘요?”

“그러면 너무 감사하죠!”

그리고 둘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동시에 말했다.

“생크림을 얹은 샤인머스캣?”

“생크림을 얹은 샤인머스캣!”

두 사람은 전의 비슷한 감정을 불태웠다.

참고로 몇 시간 전, 마시멜로가 생크림을 얹은 샤인머스캣 먹방을 찍었다.

마시멜로로 하나 된 둘을 보며 차진혁은 경쟁의식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20대인 왕유미와 50대인 엄마를 같이 잡았다고?’

평소 성향도 완전히 다른 두 사람이 이렇게 의기투합을 하고 있었다.

‘역시 대단한 녀석이네.’

어머니와 왕유미는 한차례 폭풍같은 수다를 쏟아냈다.

어머니가 방으로 들어간 이후, 왕유미는 변명 아닌 변명을 시작했다.

“아니, 저는 원래 전략 파악을 위해서 염탐했었거든여? 근데 보다 보니까 마시멜로가 너무 귀여운 거예여!”

“…….”

“얼굴이 엄청 귀여운 건 아닌데 하는 짓이 약간 귀여워요. 엄청 착한 초딩 남자애 같기도 하고. 약간 바보 같기도 하고 순수하기도 하고.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더라구여? 역시 귀여운 게 최고인 것 같아요.”

차진혁은 약간 고민에 빠졌다.

‘나도 귀여워야 하나?’

그건 어떻게 하는 거지? 아무래도 연구가 필요할 것 같았다.

아무튼 왕유미는 마시멜로로부터 초대장이 왔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이 초대장이 있으면 스칸노르비아를 통해 아르비스에 입장할 수 있다고 해여! 무비자로 60일간 체류할 수도 있고요.”

“오. 이걸 마시멜로가 선물해 줬다고?”

아르비스는 입장하기가 까다롭다고 소문난 곳인데 말이다.

“마시멜로도 김철수를 엄청 좋아하나 봐요. SVIP를 달 정도면. 이 정도면 쌍방러브 아니에요?”

“…….”

차진혁은 약간의 부족함을 느꼈다.

이쪽은 저쪽을 따라잡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연구하는 반면, 저쪽은 이쪽의 방송을 즐기며 후원하고 있었다.

여기서 급 차이가 좀 난다는 것을 체감했다.

“혹시 합방 제의 오면 어떻게 할까여?”

“거절해야지 뭐.”

“네? 거절이요?”

“응.”

급 차이가 난다.

스스로 당당할 수 없었고, 아직은 마시멜로와 합방할 수준이 아니라는 걸 인정했다.

“나는 아직 너무 애송이니까.”

“흐음. 저는 그렇게 생각 안 하지만…….”

왕유미는 동글뱅이 안경을 고쳐 썼다.

“이건 철수 님 뜻대로 할게여! 만약 철수 님이 원했으면 이쪽에서 먼저 합방 제안해 보려고 했는데, 보류하겠습니당!”

* * *

마시멜로는 손톱을 물어뜯으며 다리를 달달 떨었다.

백과사전은 킥킥 웃으며 물었다.

“뭐가 그렇게 초조하냐?”

“난 하나도 안 초조한데?”

“되게 초조해 보이는데?”

“아냐. 나 지금 되게 평온하다.”

“김철수가 합방 요청 안 할까 봐 그렇게 걱정되면, 네가 먼저 합방 제의 하면 되잖아.”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마시멜로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난 걔랑 합방할 생각이 별로 없어. 걔가 제발 먼저 해달라고 하면 모를까.”

“흐음. 근데 이 정도 시간 지났는데 합방 제의 안 한 거 보면, 합방은 물 건너간 거 아니겠냐?”

“그게 무슨 소리냐? 마시멜로와의 합방을 꿈꾸는 엘튜버가 얼마나 많은데!”

마시멜로는 전 우주적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최고의 엘튜버.

그와의 합방을 꿈꾸는 사람들이 많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었다.

그때, 마시멜로의 몸이 움찔했다.

왕유미로부터 메시지가 도착한 것이었다.

[먼저, 초대장을 보내주심에 깊이 감사드리며……]

내용을 끝까지 살펴보았다.

[……하여,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 김잘알TV 킹갓제네럴유미.]

마시멜로는 고개를 갸웃하며 메시지를 다시 읽어 보았다.

한 번 읽고 두 번 읽고 세 번 읽었다.

오죽하면 종이로 실체화해서 종이로도 읽었다.

백과사전이 다가와 그 종이를 낚아챘다.

“어디 보자…….”

끝까지 읽어봤으나 합방 제의에 대한 내용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풉.”

분명했다.

“너 차였네.”

“차이긴 뭘 차여? 난 애초에 합방 생각이 없었어!”

“야, 잠깐만 비켜봐.”

백과사전이 마시멜로를 슬쩍 밀쳤다.

그리고 마시멜로 앞에 떠있는 홀로그램을 매만졌다.

“뭐하냐?”

허공에 자판이 생겼다.

“왕유미한테 메시지 좀 보내보게. 왜 합방 제의 안 하냐, 이건 김철수한테도 좋은 기회이지 않느냐라고.”

“아, 뭔 소리야. 그딴 거 보내면 내가 합방하고 싶어 하는 거 같잖아! 하지 마, 보내지 마.”

언성은 높아졌지만 마시멜로는 백과사전을 적극적으로 말리지 않았다.

말로만 말렸다.

결국 백과사전은 메시지를 전송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답장이 도착했다.

[…… 하여 김철수는 아직 본인의 역량이 마시멜로 님께 미치지 못한다고 판단하여…… 요청을 하지 못하였습니다.]

“봤냐? 이게 나야.”

“그냥 차인 거지.”

“뭔 소리냐? 본인이 애송이라고 지금 인정했잖아. 여기 안 보여?”

백과사전이 한숨을 내쉬었다.

“김철수는 방송 재미를 위해서라면 레벨 400대 마물하고도 목숨 걸고 싸울 놈이야.”

그러고 보니 맞는 말 같았다.

마시멜로가 보는 김철수는 미친놈이니까.

“근데 자기가 부족하다고 너랑 합방을 안 한다? 이건 하나지. 네가 별로 방송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거. 애송이니, 부족하다느니, 그런 건 다 핑계이지 않겠냐?”

“…….”

마시멜로의 몸이 바들바들 떨렸다.

“이제 갓 떠오르는 신성 주제에 건방지게……!”

“갓 떠오르는 신성이지만 순간 화력은 너보다 세다. 알지?”

“그래봤자 애송이 녀석이지!”

마시멜로는 무척 화를 내며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창문을 통해 백과사전이 집 밖으로 나가는 걸 확인 한 마시멜로는 핸드폰을 켰다.

마침 김철수가 방송을 켰다는 알림이 울렸다.

“이 하룻강아지의 방송 따위.”

말은 그렇게 했지만 손가락은 빠르게 움직였다.

화면을 분할해서 한쪽에는 김잘알TV 화면을 띄웠다.

“흥, 네 방송 같은 건 재미도 없다고. 나랑은 비교도 할 수 없지.”

그렇지만 손가락은 빠르게 움직였다.

[100,000 다이아를 후원하시겠습니까?]

[100,000 다이아를 후원하였습니다.]

그는 이불 속에 숨어 김철수의 영상을 6시간 동안 훔쳐봤다.

무아지경에 빠져든 그가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흐흐흐…… 존잼.”

* * *

공식적으로 차진혁은 일종의 휴식기를 가지기로 했다.

겉으로는 그랬고, 실제로는 아르비스를 방문할 예정이었다.

아르비스와 관련된 콘텐츠는 실시간 방송을 안 하기로 했다.

‘실시간만의 맛이 있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여러모로 문제 될 소지가 컸다.

마시멜로가 초대장을 보내주기는 했지만, 이 초대장이 완벽하게 합법적이라고 하기에는 애매했다.

합법은 합법인데, 약간 편법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공무원들을 구워삶아서 보낸 초대장이었으니까.

그 상태로 아르비스에서 방송을 하다가 문제가 생기면 곤란해질 가능성이 높았다.

‘그리고 아무래도 복수 콘텐츠이다 보니…….’

결국 누군가 한 명은 죽거나 크게 다쳐야 끝난다.

이쪽 계열 콘텐츠는 열광하는 시청자들도 많지만, 또 반대로 불편해하는 시청자들도 많았다.

차진혁은 마시멜로를 보면서 배웠다.

남녀노소, 전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콘텐츠를 지향해야 한다고.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건 녹방으로 진행하는 게 낫지.’

연출적으로 호불호를 덜어내고 보여주고 싶은 부분만 보여줄 수 있으니까.

공식적으로는 휴식기를 가지겠다 공지했고, 그 전에 간략한 팬미팅을 진행하기로 했다.

“아쉬워하는 팬들을 위한 좋은 팬서비스가 될 거랍니다! 철수 님은 그냥 앉아 있기만 해도 돼요. 그것만으로도 선물이 될 테니깐!”

라는 왕유미의 말을 온전히 믿지는 않았었는데, 그 말이 정말이었다.

철수랜드 1기.

1호부터 100호까지 모두가 한 강당에 모였다.

참석률은 100퍼센트.

철수랜드 1호 김민지는 차진혁을 보자마자 엉엉 울었다.

“후애애애앵!”

그러면서도 차진혁에게 가까이 다가오지는 못했다.

잔뜩 붉어진 얼굴로 먼발치서 차진혁을 훔쳐보기만 했다.

또 몇몇은 굉장히 흥분해서 차진혁에게 가까이 다가오기도 했다.

“오빠, 사랑해요!”

아무리 봐도 그쪽이 누나 같은데.

그렇긴 했지만 차진혁은 그다지 사실관계를 짚어주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고맙습니다.”

한 마디를 건네자 꺅! 꺅! 소리를 내며 진심으로 행복해했다.

저게 진짜인가 싶어 중계자의 통찰을 사용해 봤더니 다들 진심이었다.

[#내일 죽어도_여한이 없다]

[#사랑 #사랑 #사랑 #사랑 #사랑]

[#♡]

[#철수랜드 되길 잘했다 #살아있길 잘했다]

몇몇은 사인을 받고서 어린아이처럼 기뻐하다가 ‘한 번만 안아봐도 돼요?’라고 물었다.

차진혁은 아주 잠깐 설렜다.

‘혹시 찌르려고?’

사람이 100명이나 모였는데.

이중에 암살자가 없다는 게 말이 되나?

‘안 찌르네?’

팬을 위장하여 공격하는 암살자가 한 명쯤은 있을 법도 했으나 이 자리에는 없었다.

찌르기 너무 좋은 환경인데 말이다.

“사, 사진 좀 찍어주실 수 있어요?”

김민지는 굉장한 용기를 내서 쭈뼛쭈뼛 다가왔다.

“당연하지.”

차진혁은 김민지와 함께 사진을 찍었다.

김민지의 표정은 영 어색했지만 어쨌든 행복해 보이기는 했다.

짧은 팬미팅을 진행하는 가운데 차진혁은 무언가가 많이 이상하다고 느꼈다.

‘나를 왜 저렇게들 좋아하지?’

회귀 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것들이었다.

저들의 시선에는 무조건적인 호의가 가득 담겨 있었다.

전장에서 동료들이 보내던 눈빛과는 사뭇 달랐으나, 어쩐지 저 눈빛이 동료들의 눈빛보다 더 좋은 것 같기도 했다.

‘나는 기분이…….’

기분이 좋은 건가?

아무도 날 찌르지 않아서 좀 아쉽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닌 건가?

차진혁 스스로도 혼란스러웠다.

“어?”

100번째 철수랜드가 사인을 받겠다고 차진혁 앞에 섰을 때, 차진혁은 인상을 살짝 찡그렸다.

“네가 왜 여기 있냐?”

“…….”

앞에 선 사람은 항문검 이현성이었다.

왼쪽에 [김철수], 오른쪽에 [사랑해] 라고 적힌 빨간색 머리띠를 한 이현성의 얼굴은 머리띠의 색깔보다 더 빨개져 있었다.

“너도 내 팬이었냐?”

“…….”

이현성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여기서 만약 아니라고 말했다가는 돌에 맞아 죽을 것만 같은 살벌한 느낌이었다.

“……물론이다.”

그리고 속으로 말했다.

나는 언젠가 반드시 널 뛰어넘을 것이다.

너보다 강한 검객이 되어 나 자신을 증명해 보일 것이다!

차진혁은 그런 속내를 어렵지 않게 읽어냈다.

“나야말로, 너를 가장 닮고 싶어하는 사람이니까.”

그 말에, 이현성을 경계하던 철수랜드 1호~99호의 표정이 풀어지기 시작했다.

저 표정과 대사는 합격이었다.

비록 나약한 항문검이지만, 철수랜드가 될 자격이 있다고 다들 인정해 주었다.

팬미팅이 거의 마무리될 무렵 차진혁이 말했다.

“이렇게 절 아껴주셔서 고맙습니다.”

말로 표현하고 보니 마음이 더 이상했다.

어딘지 모르게 간지러운 기분이었다.

회귀 전에는 존재하는지조차 몰랐던 이 감정에 마음이 싱숭생숭해졌다.

“간간이 쇼츠영상으로 인사드릴게요. 다음에 복귀할 때도 많이 시청해 주세요.”

한편, 우주 건너 아르비스 서버.

그곳에서 1번 늪지대를 찾은 사람이 있었다.

“김철수의 껍데기는 언제 가져올 거지?”

아르비스의 귀부인.

인형수집가 하르코엔 부인이었다.

“선수금으로 1,000억 다이아를 건넸고, 분명 자신이 있다고 말했잖아. 나는 도대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 거지?”

“……걱정 마십시오. 놈은 분명히 아르비스로 찾아올 것입니다.”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서 올 놈이었다.

“저는 그때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르비스에서라면…… 반드시 놈을 사냥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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