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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254화 (254/437)

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 254화

차진혁이 ‘베셀리티’라는 이름을 확인한 순간 시스템적으로 변화가 있었다.

[우주급 시나리오, ‘버려진 여왕의 유산’을 진행 중인 상태입니다.]

[시나리오 관련 아티팩트, ‘잃어버린 역사를 찾아서’를 획득하였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아무런 소용이 없는 아이템이지만 우주급 시나리오를 진행하고 있는 차진혁의 손에 들어오자 시나리오 관련 아티팩트로 설정되었다.

‘가장 위대했던 여왕 베셀리티?’

갑자기 심장이 두근거려 두 눈에 힘을 꽉 주고 책을 읽어보았으나 별다른 정보는 없었다.

‘뭐야, 이게?’

요약하자면 여왕 베셀리티는 세계, 아니, 우주에서 제일 아름답고 위대했다.

우리는 그녀를 잊으면 안 되고 반드시 기억해 내야만 한다…… 라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었다.

‘같은 말을 이렇게 단어만 바꿔서 1권을 채울 수 있다는 것도 재주다.’

일단 겉보기로는 딱히 영양가가 없기는 했지만 잘 챙겨두기로 했다.

우주급 시나리오 아티팩트이니 분명 어딘가 쓸모는 있겠지.

그때 즈음, ‘으음’ 하고 송하영이 정신을 차렸다.

“뭐지?”

뒤통수가 약간 욱신거렸다.

둔기에 얻어맞은 것 같았다.

송하영은 자신이 왜 기절했는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독에 당한 건가……?”

그리고 짐짓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미안. 미처 트랩을 파악하지 못했나 봐.”

“……조심 좀 해.”

송하영의 얼굴이 약간 붉어졌다.

이걸로 차진혁에게 큰 실망을 준 것 같아서 민망했다.

“응, 미안. 방심했나 봐.”

트랩에 당해 정신을 잃다니.

도둑으로서 아주 부끄러운 일이었다.

“근데 미리는 왜 들고 있어?”

“……아. 네가 기절했으니까 지켜주려고.”

부끄러워서 죽을 것 같았다.

도둑으로서 이런 수치가 어디 있단 말인가.

‘근데…….’

부끄러운 건 사실인데,

‘싫지가…… 않네?’

미리를 들고 서 있는 저 늠름한 모습이 무척 믿음직스러웠다.

* * *

왕유미와 죠셉은 차진혁의 집 쇼파에서 차진혁을 기다렸다.

강은우도 함께였다.

차진혁이 도착하자 왕유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서 짝! 짝! 박수를 쳤다.

“이래저래 활약이 대단했어요.”

해운대 던전. 국지전과 전면전.

그에 이어진 2번 늪지대의 척결까지.

“이 네 가지 콘텐츠를 진행하면서 받은 후원금은 300억 다이아 정도 되네영.”

최근 지출 관리는 왕유미에게 맡겨놓은 상태.

일정 수준 이상의 돈은 차진혁에게 크게 의미가 없었다.

왕유미도 ‘김철수가 방송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제 역할이죠!’라면서 도움을 아끼지 않았다.

“아, 저번에도 말씀드렸다시피, 재정관리는 아무래도 죠셉 쪽이 잘하더라구요. 그래서 죠셉이 주 책임자가 돼서 하고 있답니다! 혹시 재정 관련 피드백 주실 게 있을까여?”

아무튼 후원금 300억 다이아의 대부분은 MK재단에 재투자되는 중.

최근에는 비인기 직업의 플레이어들을 육성하는 데 꽤 많은 힘을 쏟고 있다.

“별로……. 아. 하나 있다.”

“넵. 말씀만 주세욧!”

왕유미가 품에서 작은 수첩과 펜을 꺼내 들었다.

“역사학도를 좀 키워보자.”

“역사학도를요?”

“역사를 공부하든 연구하든, 새로운 플레이어 육성도 좋고, 기존 플레이어들 후원도 좋고. 아무튼 비인기 종목 플레이어들이니까 전폭적으로 후원해서 키워보는 거야.”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그 포인트를 짚은 마케팅이군요!”

“……?”

“감동적이네요. 아주 좋은 생각이에여! 전 우주적으로 공통분모가 있는 감성을 건드리는 마케팅이 될 거에영! 미셸장도 좋아할 것 같아여!”

왕유미는 문득 생각난 듯 품에서 현금봉투 하나를 꺼냈다.

“아, 그리고 이건 용돈 같은 건데요.”

안에는 20억짜리 수표가 들어 있었다.

“철수 님이 미션금 수령을 안 하는 바람에 이렇게 현물로 준다고 했어요.”

“누가?”

“미셸장이요.”

무슨 미션?

20억짜리 미션을 내가 받은 적이 있었던가?

“그 버려진 공주의 티아라 썼잖아요.”

“……아.”

강은우가 사진 찍겠다고 하도 성화여서 썼던 게 기억이 난다.

“그거 써주면 20억 다이아 쏘는 미션을 걸었던데요?”

“그랬어?”

차진혁의 기억에는 없는 미션이었다.

‘이걸 받아도 되나?’

미션 받은 적이 없는데 미션금을 받아도 되는지 약간 고민했다.

그때, 옆에서 잠자코 침묵하던 강은우가 입을 열었다.

“그리고 이 사진들 말인데요.”

잿빛으로 변했던 여왕의 시신에 생기가 돌았던 그 시점.

“나의 마지막을 기억해 줄 이가 있어 외롭지 않겠구나. 기억하라. 내가 그대의 왕이었고, 나를 마지막으로 영접한 이는 그대이니라. 그대가 나의 모든 것을 가질 수 있으리니.”

저주가 모두 사라진 그녀가 차진혁에게 손을 내밀던 그때 그 현장.

강은우는 카메라에 그때의 경건함을 모두 담아냈다.

“김잘알TV VIP들 상대로 장당 10억에 팔려고 하는데요.”

“음.”

차진혁은 고개를 저었다.

“나쁘지는 않은데, 아주 좋은 생각은 아닌 거 같다.”

애초에 이걸 10억씩이나 주고 사는 미친놈도 별로 없겠지만, 만약 있다고 해도 이건 지나친 폭리였다.

‘내가 만약 상인이었더라면 계산기를 두들겼겠지.’

그러나 차진혁의 직업은 상인이 아니라 스트리머.

대중의 관심과 사랑을 무럭무럭 먹고 자라는 직업 아니겠는가.

그에게는 돈보다 훨씬 중요한 가치가 있었다.

“한정판으로 하지 말고, 차라리 적당히 배포해서 철수랜드 애들한테 뿌려주는 게 어때? 선물로.”

그 말에 죠셉의 두툼한 승모근과 대흉근이 꿈틀거렸다.

그리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 얼마나 위대한 선택인가!”

죠셉은 크게 감명받았다.

10억씩 10명에게만 팔아도 무려 100억인데.

김철수는 100억을 포기하고 팬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고 있지 않은가.

“역시 넌 스타가 될 녀석이다.”

차진혁이 어깨를 으쓱했다.

예전 같았으면 저 말이 그리 기쁘지 않았겠지만 이제는 꽤 설레는 말이 됐다.

스타가 된다면, 언젠가는 마시멜로도 뛰어넘을 수 있겠지?

3등만 하자던 옛 다짐은 이제 기억도 나지 않았다.

“내가 1호 이름은 알거든. 이름 써주면 좋아하겠지?”

사진 한 장에 ‘민지야, 고마워’라고 쓴 뒤 친필사인까지 곁들였다.

죠셉은 그걸 아주 전략적인 행동으로 해석했다.

‘김민지는 무지막지한 능력을 가진 정체불명의 소녀. 그녀를 구워삶아 놓겠다는 의지의 발현이겠지!’

이 얼마나 철두철미한 계산과 이성적 접근이란 말인가.

다만, 차진혁의 생각은 좀 달랐다.

‘팬들 잘 챙겨줘야겠다. 진짜 고마운 사람들이니까.’

사인을 끝낸 차진혁이 물었다.

“혹시 2호 이름 아는 분?”

강은우가 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아, 2번 이름 저 알아요. 은우예요, 은우.”

“은우? 이름 예쁘네.”

차진혁은 별다른 의심없이 ‘은우야, 고마워’를 썼다.

그 은우가 눈앞의 이 은우라는 사실은 아예 인지조차 못했다.

강은우가 물었다.

“설마 이름 다 쓰시려고요?”

아, 그러면 희소성이 떨어지는데.

“3번부터는 내가 이름을 몰라.”

“그럼 어쩔 수 없죠.”

강은우가 이상하리만치 활짝 웃었다.

* * *

왕유미와 꽤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누었다.

최근 콘텐츠들을 통해 압도적인 실력은 보여주었고, 이제 다음 콘텐츠를 어떻게 짜느냐에 관한 것이었다.

“우주급 시나리오를 진행할 수 있다면 좋지만 이건 너무 스케일이 크니까 조금씩 점진적으로 진행해 나가면 좋을 것 같다는 판단이에영.”

규모가 워낙 큰 것이다 보니 생방보다는 녹화본으로 퀄리티 있게 가자고 주장했고, 차진혁도 그에 동의했다.

“어쨌든 아르비스로 가긴 가야 할 것 같네.”

“1번 늪지대 잡으려구여?”

“어. 잡아야지.”

결국 몸통은 2번, 3번이 아니라 1번이다.

아르비스 어딘가에 숨어 있다는 사실은 알았으니, 끝까지 추적해서 확실하게 매듭을 지어야 했다.

“아, 잠깐만.”

차진혁은 좋은 생각을 떠올렸다.

왜 여태까지 이 생각을 못했지?

“단순 복수극은 좀 원 패턴이잖아?”

3번과 2번에게 이미 복수는 했다.

같은 패턴으로 1번에게도 복수하는 건 아무래도 좀 식상할 거 같은 느낌이었다.

“그럼여?”

“나는 지금까지 각성자 사냥꾼들에게 노려지는 포지션이었는데 말이야.”

검왕 때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그는 늘 수비자에 가까웠다.

“근데 나도 각성자 사냥꾼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

왕유미가 동글뱅이 안경을 고쳐 썼다.

“그, 그렇다면 지구 최초의 각성자 사냥꾼이 되는 거겠네여?”

“아마 그럴걸?”

뭐든지 최초는 화제성이 있는 법이었다.

“마침 미리가 [삼키는 권능]을 일부 가지고 있기도 하고.”

각성자 사냥꾼의 습격을 받는 것만으로도 설렜었는데.

내가 습격하면 얼마나 설렐…… 아니, 이거 아니지.

차진혁은 얼른 정신을 차리고 상식적으로 말했다.

“좋은 콘텐츠가 될 것 같아. 역 각성자 사냥꾼 콘텐츠로 가자.”

“너무 좋은 생각이에여! 함부로 건드렸다가는 오히려 능력을 빼앗길 수도 있다는 것이 큰 공포가 되겠네여! 와, 오히려 각성자 사냥꾼이 되겠다니! 철수 님 진짜 천재 아니에여?”

먼저 나서서 각성자 사냥을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쪽을 먼저 노리면, 오히려 역으로 각성자 사냥꾼이 되어 반격한다.

단순 복수보다 훨씬 풍요로운 콘텐츠가 될 것 같은 데다가 명분도 있었다.

첫 콘텐츠 상대는 역시 1번 늪지대.

“문제는…… 아르비스로 들어갈 방법이 현재로선 없다는 건데.”

아르비스는 우주 최강의 서버이고 아무나 함부로 들어갈 수 없다.

깐깐한 심사를 거쳐야 하며, 그마저도 오래 체류할 수 없다.

여러 가지 기준을 충족해야만 아르비스에 거주할 수 있는 데다가, 지구에서 아르비스로 연결되는 워프포탈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방법을 좀 찾아봐야겠어.’

* * *

백과사전이 말했다.

“야. 마시멜로.”

“왜?”

“그만 끙끙 앓고 김철수한테 합방 제의하지 그래?”

“내가 언제 끙끙 앓았다고 그러냐?”

마시멜로는 인정하지 않았다.

“걔는 그냥 떠오르는 신성. 나는 2대째 우주 최고의 스트리머. 근데 내가 왜 걔랑 합방하는 것 때문에 끙끙 앓겠냐?”

“너 끙끙 앓았어.”

“아니거든?”

“안달 났던데?”

“뭔 소리를 하는지 전혀 모르겠군.”

그때 즈음, 김철수가 공지사항을 하나 올렸다.

공지가 올라오자마자 마시멜로와 백과사전의 핸드폰에 알람이 울렸다.

둘은 동시에 공지를 확인했다.

“야. 이거 봐라. 김철수가 각성자 사냥꾼 콘텐츠 진행한단다.”

“미친놈이네. 아직 햇병아리 주제에. 지구 서버 오픈한 지 얼마나 됐다고 각성자 사냥꾼이 되냐? 너무 일러. 이러다가 가랑이 찢어지지.”

말투는 거칠었으나 이미 마시멜로의 눈은 반짝거리고 있었다.

김철수의 활약을 몹시 기대하는 표정이었다.

“근데 김철수 말이야. 아르비스로 올 방법이 없을걸?”

“그래서?”

“네가 초대장 주면 올 수 있잖아?”

“…….”

“네가 초대장 주면 엄청 고마워할걸?”

마시멜로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딱히 합방 제의하는 건 아니다. 그냥 나는, 후배 스트리머에게 도움을 좀 주는 거야. 걔가 곤란한 상황에 처했으니까. 나는 진짜 먼저 합방 제의를 하거나 그런 적은 없다.”

“당연하지. 근데, 혹시 초대장 받고 걔가 합방할 수 있냐고 물어보면?”

“그, 그렇다면 고려는 좀 해보지. 특별히 말이야.”

백과사전은 씨익 웃었다.

마시멜로는 이미 아르비스의 수많은 공무원들을 구워삶아 놓은 상태.

김철수 한 명쯤 입장 시키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면 초대장 발송한다. 근데 아무래도 차원 간 전달이라 이래저래 좀 복잡하기는 한데. 귀찮을 테니 내가 대신할까?”

“……뭔 소리야?”

마시멜로는 이미 핸드폰을 켠 상태.

그는 이미, 그 어렵다는 김잘알TV의 SVIP 타이틀을 단 상태였다.

“여기로 전달하면 되지.”

전혀 안달 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사람치고 그의 행동은 지나치게 신속 정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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