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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160화 (160/437)

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 160화

HARD 운동의 계승자 에이린은 HARD 운동을 비밀리에 지원하고 도와주었던 ‘키다리 아저씨’와 만났다.

기만자의 가면을 쓰고 있어서 정확한 얼굴을 알 수는 없었지만 에이린은 알 수 있었다.

‘지극히 정의롭고 올바른 사람이야.’

HARD 운동의 올바름을 일찍부터 깨닫고 후원해 준 고마운 사람이었다.

키다리 아저씨의 정체는 다름 아닌 험프리 밀런.

에이린은 험프리 밀런과 대화를 나눴다.

“그동안 서울만이 남들은 누리지 못했던 평화를 누리고 있었죠. 덕분에 큰 혼란이 야기되었고, 다른 도시들보다 더 큰 피해가 발생하고 있어요. 이건 억지 평화를 만든 김철수의 탓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죠.”

험프리 밀런은 에이린을 조금 더 자극했다.

“에이린, 당신의 정신이 얼마나 순수하고 아름다운지 압니다.”

“그렇게 봐주시니 고맙습니다.”

“HARD 운동의 정당성을 더욱 알리고, 김철수가 틀렸음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한국으로 가주시겠습니까? 경비는 제가 지원해드리겠습니다.”

“물론이죠! 바라던 바에요!”

에이린은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비행기 안에서 그녀는 두 손을 맞잡고 기도를 올렸다.

‘서울에 큰 피해가 있어야 해.’

이번 사태로 인해 부모를 잃은 어린애들이 있으면 제일 좋았다.

김철수가 만든 가짜 평화가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 전 세계인들에게 홍보할 수 있는 아주 좋은 그림이 될 테니까.

그녀는 핸드폰에 서울의 지도를 켜놓고서 열심히 살폈다.

‘가만있자. 가장 큰 피해가 있을 곳이…… 여기라고 했지. Nowon…… gu.’

그녀는 속으로 빌었다.

‘제발 많은 애들이 부모를 잃었으면 좋겠다.’

그래야 사람들에게 무엇이 옳은지 가르쳐줄 수 있을 테니까.

공항에 도착한 그녀는 곧바로 노원구로 향했다.

* * *

키하엘은 제법 진지한 표정으로 김포 방향의 침략자들을 모니터링했다.

세르찬이 크하핫! 웃으며 키하엘의 등을 두드려주었다.

“이제 우리 관할이 아닌 곳도 모니터링 할 정도로 성장했구나, 키하엘 주임.”

“……각색가까지 동원된 시나리오이지 않습니까?”

“일을 더 줘도 되겠어. 훌륭히 성장해서 기쁘군요, 키하엘 주임.”

“…….”

키하엘은 세르찬의 인중을 향해 주먹을 뻗고 싶었지만 저 우람한 근육 때문에 또 참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번 일은 세르찬도 꽤 관심을 가지고 있는 듯했다.

“지금 어떻게 되어가고 있어?”

“김포에서 서울 방향. 올림픽대로에서 전투가 벌어졌습니다. 근데 생각보다 훨씬 잘 막아내고 있습니다.”

“그래? 침략자 쪽 레벨이 높다던데?”

“예. 평균 레벨로 치면 15가량 더 높습니다. 뭐, 레벨을 속이고 있거나 정보를 비공개한 놈들도 있어서 아주 확실하지는 않습니다만. 전력 자체는 침략자 측이 우월한 것은 틀림없습니다.”

“근데 잘 막아내고 있다? 어떻게?”

“아마도…… 김철수의 영향이지 않을까 추정합니다.”

뭐니 뭐니 해도 김철수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곳은 한국맵이었다.

한국맵 출신의 플레이어들은 보다 더 김철수처럼 플레이하는 중이다.

“그래서 물레벨이 없다? 근데 그것만으로는 부족할 텐데? 한국맵에는 아직 이렇다 할 중심 연합도 없잖아.”

“공식적으로는 그렇긴 합니다만 [K-군단]이 있으니까요.”

“K-군단은 또 뭐야?”

키하엘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일에만 미쳐 있는 인간이라지만 K-군단을 모른다니.

“아니, 서울시 소속 관리자면서 K-군단을 모른다는 게 말이 됩니까?”

“…….”

“공부 좀 하십쇼, 대리님.”

“……반성하지. 좀 알려줘 봐.”

“김철수의 원래 팀이 있지 않습니까?”

“난 방송 많이 안 봐서 잘 몰라.”

“있습니다. 찐따, 청불, 우살자, 좌살자, 아상, 이런 애들이요. 걔네가 현 한국맵의 중심축입니다. 사실 걔네를 견제하는 세력들도 많기는 합니다만.”

키하엘이 고개를 갸웃했다.

이건 키하엘로서도 약간 의문인 지점이었다.

“근데 이상하게 침략자들이랑 싸울 때는 원팀이었던 것처럼 힘을 합치고 있어요. 분명 며칠 전까지는 서로 헐뜯고 네가 최고네 내가 최고네 싸워댔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침략자들을 상대로 하니 갑자기 똘똘 뭉쳤다.

그 누구보다 하나 된 팀워크를 보여주며 침략자들을 격파해 냈다.

다른 서버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기현상이었다.

“자기들보다 레벨이 높은 강자들을 상대로 전혀 밀리질 않습니다. 게다가 아상, 그러니까 자유의 성녀가 이끄는 힐러 연합은 진짜 어마어마한 힘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저 힐러 연합을 어떻게 하지 않으면 연희 함락전 시나리오의 완성은 힘들 겁니다, 아마.”

한편, 한마갤의 네임드 백과사전은 이번 사태를 꽤 심도 있게 분석했다.

[이것은 지구 서버의 특성이라기보다는, 한국맵 특유의 고유한 성질에 가까운 것이라 판단된다. 평소에는 그토록 서로를 물어뜯다가, 외세의 위기 앞에 저토록 강한 결속력을 보인다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부분이다.]

[-글 작성자: 백과사전]

신규 서버의 한 작은 맵에 불과한 한국맵이 또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 * *

김포 방면은 애들이 잘 막아주고 있고, 용산 방면은 수호수가 활약해 주고 있다.

문제가 되는 곳은 서울 북동부, 노원 방면이었다.

“오랜만이라서 좀 떨려요, 스승님.”

“딱히 안 떨어도 됩니다. 오늘은 솔로잉 콘텐츠니까.”

차진혁은 에건 폴에게 많은 것을 배웠다.

‘놈은 험프리 밀런은 물론이고 미국 정부와도 짜고서 주작방송을 진행했지.’

그래도 많은 이들이 열광했다.

그게 가짜라고 까발려졌는데도, 여전히 에건 폴을 열렬히 지지하는 충성독자들은 차고 넘쳤다.

주작 방송 전보다 구독자나 실시간 시청자 숫자도 훨씬 많아졌다.

-적절한 연출은 스트리머의 기본소양 아님?

-애초에 연출된 영상이라고 영상 초반에 써 있는데 무슨 억까냐?

시간이 지나니 에건 폴의 편을 드는 사람들도 점점 많아졌다.

-우리의 자랑스러운 에건 폴을 지켜라!

-너희 같은 억까충들 때문에 방송 접으면 책임질 거냐?

사람들이 말하는, ‘피의 쉴드’를 시전했다.

거기서 차진혁은 큰 영감을 얻었다.

비록 완전한 솔로잉은 아니지만 솔로잉이라고 말해 버리기.

재미를 위하여 약간의 과장이나 거짓을 포함 시켜 버리기.

차진혁은 에건 폴로부터 그러한 것들을 배웠다.

‘솔로잉인 듯 솔로잉 아닌 듯 솔로잉인 개박살 플레이.’

차진혁은 네메시스함포 신유리를 대동했다.

대규모 집단전에서는 최강의 화력을 보여주는, 과거 한국 역사상 최강의 빌런.

……이었으나 지금은 MK재단에 소속된 플레이어. (원래 국정원 소속이었으나 마리아와 함께 소속을 옮겼다.)

‘적일 때는 그렇게 골치 아팠는데, 같은 편이니까 굉장히 든든하네.’

이렇게 좋은 그림도 뽑아낼 수 있고.

차진혁은 진지한 표정과 얼굴로 신화급 카드, ‘그 길의 정상에 올라선다는 것’의 시동어를 읊었다.

“정상에 도달하지 못하여 쓰러지고 무너질 자들이여. 정상의 목전에서 절망을 노래하라.”

앞 문장은 진짜 시동어고 뒤의 문장은 가짜였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멋있으면 됐지.’

그리고 그에 걸맞은 멋들어진 대사를 내뱉었다.

“나의 오른손에 다시 한번 위대한 힘을 깃들게 하라.”

좋아, 폼 났어.

차진혁은 불꽃을 이미지화하여 자신의 손에 둘렀다.

살상력은 없지만 멋은 있다고 자부하는 자랑스러운 불꽃.

불꽃이 화르륵- 타오르고, 기계적인 형상의 무엇인가가 차진혁의 오른손에 생성되었다.

철컥, 철컥, 부드러운 기계음과 함께 함포가 연출되었다.

차진혁은 침착하게 방송을 이어갔다.

“과연 서울을 침략한 자들이 절실했을까요?”

절실했다면 이렇게 쳐들어오지는 않았을 거다.

차진혁은 그렇게 생각했다.

“가끔 저는 의문을 가집니다. 왜 사람들은 이렇게 대책 없이 사는 걸까?”

그러자 ‘김잘알TV'의 시청자들은 환호했다.

-자기소개?ㅋㅋㅋㅋㅋ

-라고 항상 대책 없는 치열좌가 말하였다.

-???: 세상에서 제일 대책 없는 나.

크게 논란이 될 수 있는 발언이었으나 수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웃었다.

차진혁의 말은 개그이자 매력 포인트로 승화되었다.

치열맨이라는 캐릭터가 가지는 힘이었다.

“저였다면 좀 더 치열하게 상대에 대해 공부하고, 상대의 약점을 끈질기게 찾아냈을 것입니다. 최대의 효율을 위하여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강구했겠죠. 만약 약점을 찾을 수 없다면 무모하게 덤벼들지 않았을 것입니다.”

-김철수(2N세)/치열좌

특징: 분노한 정령왕 나와도 안 도망침.

-김철수(2N세)/미친놈

특징: 뇌룡과 맞다이 시전함.(진짜 죽을 뻔함.)

-ㅋㅋㅋㅋ 세상에서 지가 제일 무모하면서 안 무모한척하는 거 실화냨ㅋㅋㅋㅋㅋ

-불사조의 심장 한입에 먹어 치운 게 어디 사는 누구더라?ㅋㅋㅋㅋㅋ

-내로남불 오져따맄ㅋㅋㅋㅋ

그러나 자기 스스로는 무모하다고 인식하지 못한 차진혁의 말투와 태도는 진지하기 짝이 없었다.

“여왕개미와 저희의 전투 영상만 미리 살펴봤더라도 이런 짓은 안 했을 텐데 말입니다.”

차진혁은 진심이었다.

검왕 시절에도 이런 자들을 정말 많이 봤다.

던전이나 마물에 대한 이해도가 현저히 떨어지는데 스스로는 노력했다고 주장하는 놈들.

연구 제대로 안 하고서 자신한테 도전하던 불나방 같은 놈들.

‘지들은 나를 열심히 연구했다고 하던데.’

근데 차진혁이 보기에는 아니었다.

그들에게는 절실함이 부족했다.

‘진짜 절실했다면 나를 죽이고 내 능력을 강탈해 갈 수 있었겠지.’

차진혁을 노렸던 세력이나 암살자들 중에는 차진혁보다 더 강한 자들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모두 실패했다.

차진혁은 그들이 ‘절실하지 않았기 때문에’라고 생각했다.

“그동안 저는 더 성장했습니다. 레벨도 많이 올랐고요. 저는 절실하고 치열하게 강해졌습니다. 그러나 저들은 그러지 않은 것 같군요. 치열하지 않은 자는 치열한 자를 넘어서지 못하는 법입니다.”

* * *

한 건물에 숨어 상황을 지켜보던 에이린은 음성을 녹음했다.

“남의 절실함을 함부로 판단하는 저 오만한 모습은 도저히 눈 뜨고 봐줄 수가 없습니다. 우리는 모두가 절실합니다. 우리의 삶에서, 우리의 최선을 다하여 살아갑니다. 그러나 김철수는 김철수의 기준으로 세상을 판단하고, 우리 모두의 절실함을 절실하지 않은 것으로 폄하합니다. 이것이 우리가 HARD 운동을 진행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에이린의 입장에서는 김철수는 오만하기 짝이 없었다.

어떻게 남의 절실함을 자기만의 잣대로 평가하고 재단할 수 있단 말인가.

자기처럼 안 하면 절실하지 않은 거란 말인가?

그러나 차진혁 입장에서는 또 타당한 생각이기도 했다.

‘내 지난 영상들 봤잖아?’

만약 자신이었더라면 ‘각색가’를 동원하는 멍청한 짓은 하지 않았을 거다.

‘내 신화급 카드의 능력 공유는 시 단위 이상의 시나리오와 연관된 플레이를 진행할 때에만 가능한데.’

차진혁은 이 사실을 방송으로 공개하지는 않았다.

7은 보이되 3은 감추어야 하는 법이니까.

‘만약 한세린이었더라면 일말의 가능성을 모두 염두에 두고 움직였을 거야.’

비록 차진혁이 ‘내 능력은 시나리오가 발동되어야 진가를 발휘한다’라는 사실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정말 절실한 자라면 거기까지 염두에 두었을 것이 틀림없었다.

그게 차진혁의 기준이었다.

‘아무튼 이 사실은 계속 비밀로 해야겠다.’

만약 정말 절실한 자라면 이 사실을 결국은 알아내겠지만 적어도 지금은 아니었다.

차진혁이 방송을 이어나갔다.

“제 오른손에 위대한 힘이 날뛰기 시작합니다.”

레벨 92 때 경험했던 능력 공유와는 느낌이 많이 달랐다.

차진혁의 오른손에 마력이 깃들기 시작했다.

‘기본적인 레벨은 나보다 15가량 높아.’

하지만 상관없었다.

신화급 카드 덕택에 이미 20레벨 추가판정을 받았고, 이곳은 수호수의 영역이니까.

차진혁의 오른손에 생성된 함포가 또다시 철컥, 철컥, 소리를 내며 기계끼리 결합하기 시작했다.

수많은 시청자들이 저거 실사판 트랜스포머 아니냐며 놀라워했고, 차진혁은 차진혁 나름대로 자신의 퍼포먼스가 마음에 들었다.

‘예전보다 마력 운용이 훨씬 편해.’

그의 오른손에 생성된 대포가 점차 커지기 시작했다.

네미시스의 함포는 순식간에 LV2에 진입했다.

‘어라?’

오른팔에서 시작된 기계 화포가 차진혁의 온몸으로 번지는가 싶더니, 둥그런 구체를 이루어 차진혁의 몸 밖으로 튀어 나갔다.

함포가 분리되었다.

차진혁도 처음 보는 현상이었다.

‘잘 모르겠지만…….’

일단 말은 했다.

다 아는 것처럼.

“휘날려라, 아이언 파우더.”

그것은 이내 가루 단위로 작게 분절되어 소용돌이쳤다.

마치 봄날에 휘날리는 꽃잎처럼.

차진혁 주변을 가득 채우며 요란한 효과를 선보였다.

한마갤과 김잘알TV가 후끈 달아올랐다.

-저 현상이 뭔지 아시는 분?

-중금속 중독될 듯ㅋㅋㅋ

그 유명한 백과사전도 침묵했다.

-근데 간지 하나는 무쳐버렸닼ㅋㅋㅋㅋ변신 로보트같눜ㅋㅋㅋ

-치열좌, 그는 사내의 로망을 아는 남자이다.

-근데 말이 좋아 아이언 파우더지, 걍 철가루 아님?

-쉿, 김철수의 멋들어진 대사를 가슴과 열정적으로 받아들여라 몽매한 네티즌들아.

한마갤 네임드 ‘과대포장사절’도 이번에는 나타나지 않았다.

-과포사도 이번에는 딴지 안 거는듯ㅋㅋㅋ

-과포사가 남자라면 저 휘날리는 아이언 파우더에 딴지 걸면 안 되짘ㅋㅋㅋ

-과포사새기도 치열맨의 장엄한 광경에 지려버렸누ㅋㅋ

한편, 철수버스에서 치열하고 멋진 광경을 연출해 낸 차진혁은 자신의 변화에 집중했다.

‘LV3가 맞기는 한데…….’

여왕개미와 싸울 당시와는 전혀 다른, 빌런 시절의 신유리가 사용하던 LV3와는 완전히 다른 형태의 함포가 모습을 드러냈다.

‘처음 보는 거잖아?’

차진혁은 저도 모르게 침을 흘릴 뻔했다.

‘폼이…… 나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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