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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161화 (161/437)

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 161화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새로운 현상.

휘날리던 철가루는 하나의 함포 형상을 이루어가기 시작했다.

‘이전의 LV3랑 시각효과부터가 다른데?’

스트리머인 차진혁은, 네미시스의 함포가 자동으로 LV3에 접어들었다는 것보다, 이 멋지고 기이한 광경이 더 기뻤다.

‘완성됐다.’

과거 신유리가 다루었던 최종병기 버전이자 움직이는 공성병기라 불렸던 ‘바빌론 캐논’이 모습을 드러냈다.

차진혁은 두근거리는 심장을 겨우 부여잡았다.

‘신유리가 사용할 때는 몸이 변했었는데.’

몸 전체가 거대한 함포로 변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독자적인 함포가 생성되었다.

거대한 전차가 하나 생성된 것 같았다.

‘이쪽이 더 멋있다.’

설렘 덕분에 방송 텐션이 더욱 높아졌다.

차진혁의 말이 빨라졌다.

“그때는 LV3 단계의 화포. 예전에도 보여드린 적이 있었죠.”

왕유미로부터 비밀메시지가 도착했다.

차진혁이 찾고 있던 옛 자료와 영상들을 시간별로, 종류별로 정리해서 보내주었다.

‘역시 왕유미.’

이렇게 깔끔하게 정리된 걸 보니 아마도 전 국정원 소속 안지원 씨가 합류한 모양이었다.

파일 이름과 서식만 봐도 안지원 씨의 손길이 잔뜩 묻어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당시 제가 잠시 보여드렸던 LV3 함포의 모습입니다. 지금보다 크기가 작았고, 여러모로 디테일이 좀 부족했죠.”

차진혁의 텐션이 점점 높아졌다.

“또한 당시에는 바빌런 캐논을 제대로 다루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방어신비에 융합하여 사용했었죠.”

해당 영상도 정리가 잘 되어 있어서 곧바로 자료화면으로 띄웠다.

자료화면을 띄우니 원본링크도 자동으로 생성되어 시청자들의 편의를 도왔다.

차진혁은 팀과 함께 합을 맞추는 그 고양감에 휩싸여 심장이 쿵쾅거렸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다를 겁니다.”

시청자들에게 확실히 보여주기로 했다.

김철수가 얼마나 강해졌는지를.

* * *

에이린은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시체가 없어.’

그가 생각했던 노원구의 모습과는 많이 달랐다.

부모를 잃고 울부짖는 어린아이들과 폐허가 된 도시를 생각했는데, 노원구는 생각보다 멀쩡했다.

‘마치 유령도시가 되어버린 느낌인데?’

미리 대피를 다 한 모양이었다.

에이린의 상식이 모조리 파괴되는 느낌이었다.

‘이게 된다고?’

영국도 외세의 침략을 이미 경험하지 않았는가.

스칸노르비아의 전사들이 영국맵을 한동안 유린했었다.

당시 피해가 어마어마했고, 인간의 존엄성이 크게 훼손됐었다.

‘정부가 대피를 권고하기는 했었는데…… 사람들이 말을 잘 듣지 않았지.’

위기상황에서 군중을 통솔하고 다스리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혼란을 틈타 폭동이 발생하고, 사재기가 일어나고, 시위가 일어나고, 선동가가 득세하여 사람들을 현혹하고, 사회는 혼란에 빠졌었다.

‘한국맵은…… 뭔가 이상하다.’

이렇게 거리에 사람들이 없다는 건 사람들이 모두 대피했다는 뜻이다.

그것 말고는 설명할 길이 없었다.

‘이게 어떻게?’

에이린은 한국과 서울의 사정을 잘 몰랐다.

서울 노원구는 아파트가 굉장히 많은 지역이고, 아파트의 지하주차장은 그 자체만으로도 벙커의 역할을 대체할 수 있었다.

거기에 국정원에서 파견된 몇몇 결계술사들의 도움으로 대다수의 시민들은 이미 대피를 끝마친 상태였다.

본래 마리아를 필두로 플레이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던 국정원은 이제 플레이를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되었다.

마리아를 중심으로 한 랭커들이 모조리 MK재단으로 이적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국정원 또한 직접 플레이 개입보다는 민중 지원 역할을 더 선호했고, 더 잘 해냈다.

국정원과 국정원 소속 플레이어들은 능숙하게 시민들을 대피시켰고, 시민들은 그들의 통제에 잘 따랐다.

덕분에 피해가 최소화되었고 폭동등의 사회 혼란은 벌어지지도 않았다.

-내가 진짜 국뽕 극혐하는데 이건 인정할 수밖에 없다 ㄹㅇ

-크, 이게 시민의식이지.

-해외에선 이미 이건 불가능한 현상이라고 난리 남ㅋㅋㅋ 국민성 무엇?

-우리들 저번 이곳 프랑스 맵에서는 대피 하지 않겠다 대피를 반대하는 하였다 축제를.

-그러다가 던전 터져서 다 죽었잖아.

-K군단도 실력 개쩐닼ㅋㅋㅋㅋㅋㅋ 한국맵 폼 미친듯 ㅋㅋㅋ 레전드네

-위기상황에서 단합력 개미쳤눜ㅋㅋㅋㅋ

외신들은 한국의 위기 대응 능력에 크게 집중했다.

외세를 상대하는 한국맵 특유의 기질, 그것을 연구하는 것이 각국에 큰 이익이 있으리라는 얘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어느새 수많은 팀원들을 거느리게 된 김잘알TV의 왕유미는 이번에 새로 영입한 안지원 팀장에게 한 가지를 부탁했다.

“국뽕 좋거든요. 근데 너무 과해지지는 않게 조절 좀 부탁드려요. 이게 너무 과해지면 오히려 반발심을 유도할 수 있으니까요.”

“알겠습니다. 언론에도 적당히 얘기해두겠습니다. 분위기가 지나치게 과열되지 않도록 여론도 특별히 신경 쓰겠습니다.”

“내 마음을 너무 잘 안다니까.”

그런데 지나친 국뽕 분위기를 경계하던 왕유미조차 이번에는 입을 쩍- 벌릴 수밖에 없었다.

“와…… 저게 바빌론 캐논?”

김철수가 바빌론 캐논을 발사했다.

그것은 한 줄기 거대한 빛기둥이었고, 수백 명에 달하던 침략자들의 절반 이상을 녹여 버렸다.

빛기둥이 지나간 그 자리에는 거대한 구덩이가 남았다.

마치 엄청나게 거대한 구렁이가 모든 것을 파괴하며 지나간 것만 같았다.

김철수가 말했다.

“생각보다 약했습니다.”

위력은 강했으나 그 위력을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했다.

차진혁의 기준에서 가진바 힘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면 그건 약한 것이었다.

-ㅋㅋㅋㅋㅋㅋ치열버스에서 이 정도면 약함

-매우 약함(절반 사망)

-치열좌 진지한 거 보솤ㅋㅋㅋㅋㅋ개킹받네ㅋㅋㅋㅋ

차진혁은 자신의 능력에 실망도 했고 감탄도 했다.

능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것에는 실망했으나, 자신의 성장에는 감탄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곧바로 사용할 수 있겠어.’

빌런들의 제왕이었던 신유리만큼은 아니어도, 그에 거의 근접한 수준의 함포 운용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여왕개미를 상대할 때의 자신보다 눈에 띄게 성장한 것이 그에게는 큰 기쁨이었다.

“그리고 저런 소수 무리를 상대할 때에는 그리 효율이 좋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역시 뭐든지 직접 해봐야 아는 법이다.

머리로 생각하는 것과 몸으로 직접 해보는 건 완전히 다른 영역이었다.

-치열버스에서 수백 명은 소수 무리지 암ㅋㅋㅋ

-치열맨에게 일대일이나 일대백이나 체감은 비슷하닼ㅋㅋㅋㅋ

-어차피 똑같이 치열하니까♡

아직 새로운 시대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사람들은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아무리 침략자들이라도 사람이 죽었잖아. 이렇게 방송으로 보면서 낄낄대도 되는 거냐?

-이건 선 넘은 것 같음. 우리는 지금 영화를 보고 있는 게 아님.

그 사이, 차진혁이 말을 이었다.

“방어신비를 선보일 때가 됐군요.”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 바빌론 캐논과 환상검희를 융합하여 사용했다.

반투명, 유령 형상이었던 환상검희가 물질화를 시작하며 풍성한 금발을 길게 늘어뜨린 여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하얗다 못해 창백한 피부를 가진 여인.

그녀의 등 뒤로, 여섯 장의 찢겨진 백색 날개가 펼쳐졌다.

“오랜만에 저 모습을 보는군요. 두 눈에서는 여전히 핏물이 흘러내리고 있고요.”

한마갤에서는 타락천사와도 같은 환상검희의 모습에 매료된 사람들이 팬계정을 만들어 덕질을 시작했을 정도였다.

차진혁은 속으로 하나, 둘, 셋을 센 뒤 입을 열었다.

환상검희의 대사를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기에, 똑같은 타이밍에 함께 입을 열 수 있었다.

“복수의 칼날을 손에 쥐어라.”

“복수의 칼날을 손에 쥐어라.”

환상검희와 함께 말을 하는 것은 꽤 멋들어진 연출이 되었다.

“알게 하라. 어리석은 자들의 말로가 무엇인지.”

“알게 하라. 어리석은 자들의 말로가 무엇인지.”

환상검희가 물었다.

“말살의 대상은 무엇인가, 나의 주인이여.”

그와 동시에 비장한 음악이 흘러나왔다.

차진혁은 과거, 같은 장면에서 크게 후회했었다.

그때는 BGM을 못 깔았었으니까.

‘BGM을 까는 것에 성공했다.’

물론 안지원의 ‘도움이 될 수도 있어서 첨부하는 BGM파일 목록’ 덕분이기는 했지만, 어쨌든 과거의 자신보다 확실히 성장했음을 체감할 수 있었다.

‘나는 더 성장했으니까. 전보다 더 멋있는 대사를 내뱉어야 해. 그래야 시청자들이 감동하지.’

그저 강해지는 것보다 이게 훨씬 어려운 일이었다.

이건 단련의 영역이 아니라 창조의 영역이었으니까.

“나의 터전을 잠식하려는 어리석은 자들에게 가르쳐라.”

왕유미의 찰떡같은 조언도 전해졌다.

[보호한다, 지킨다 등의 말을 써주시면 효과가 좋을 것 같아요 >_<]

차진혁도 그에 동의했다.

음, 환상검희는 방어신비니까.

그에 걸맞은 대사를 외쳐야겠지?

“지킨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를.”

방어신비인 환상검희가 하늘을 날았다.

바빌론 캐논과 결합된 환상검희는 신위를 선보이며 살아남은 침략자들을 모조리 도륙했다.

‘컥.’

환상검희를 이렇게 오래 운용하는 것은 차진혁에게도 상당한 무리가 되었다.

의도했던 건 아닌데 울컥! 피를 토했다.

‘언제 이렇게 무리했어?’

이건 차진혁이 늘 한계까지 자신을 몰아붙이는 데에 익숙했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조금만 무리해도 이런 부작용이 벌어지곤 했다.

신유리가 깜짝 놀라 차진혁을 부축했다.

“괘, 괜찮으세요, 스승님?”

“지키려는 자는 그만한 무게를 견뎌야 하는 법입니다.”

“하, 하지만 너무 무리하셨어요.”

“지킨다는 것에는 큰 비용이 따릅니다.”

차진혁은 잠시 고민했다.

기절할까? 말까?

사실 기절할 정도는 아니었다.

근데 기절하는 척하는 건 주작이잖아?

‘에건 폴도 주작방송 잘만 하는데.’

그렇지만 스트리머로서 마지막 남은 자존심이 주작을 거부했다.

조작은 할 수 없었다.

‘아! 숨을 참으면 되겠네.’

진짜로 기절하면 되지 뭐.

차진혁은 숨을 억지로 참았고, 결국 정말로 기절했다.

차진혁의 영웅적인 모습이 영상에 모두 담겼고, 의식을 잃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방송은 끊어지지 않고 계속 송출되었다.

그리고 약간의 시간이 흐른 뒤, 차진혁에게 목소리가 들려왔다.

-근데 주인, 대피 못한 사람도 있었도다. 지켜주려고 했는데 나도 바빠서 못 지켜주셨도다.

노원구에 사망자가 한 명 발생했다.

바빌론 캐논의 무시무시한 위력에 휩쓸려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었다.

신원 미상, 대피 명령을 무시하고 건물에 숨어 있던 영국인 여자였다.

-근데 주인, 이거 약간 위험할지도 모르시겠도다.

수호수의 말이 빨라졌다.

-쌍도끼를 든 미친놈이 나타나셨도다! 이거, 위험한 냄새가 폴폴 나시도다!

급박해졌는지 사극톤의 말투 사용도 잊고서 소리쳤다.

-저, 저 새끼 뭐야! 나, 나를 찍으려고 해!

차진혁을 비롯한 한국의 전력이 분산된 틈에, 시나리오 벌목꾼인 럼볼이 연희동에 도착했다.

미국맵 스트리머 계열 랭킹 1위, 에건 폴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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