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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81화 (81/437)

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 81화

"레벨 90에 익히는 스트리머 전용 스킬이야. 이름은 미리보기."

"9, 90레벨 스킬? 그걸 벌써 쓴다고?"

한세린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입이 벌어졌고 침이 살짝 흘러내렸다.

90레벨을 미리 경험할 수 있다니, 하아, 하고 달뜬 호흡을 내뱉었다.

"던전에 들어가지 않고도 미리 살펴볼 수 있는 능력? 그, 그런 게 가능하다고?"

"그래. 대략적인 보상이라든가 진행 방향을 얼추 읽어낼 수 있는 힘이지. 이걸 같은 팀의 길잡이 한 명과 공유할 수도 있고."

"공유해 주세요, 제발."

목재현은 반쯤 미쳐 버린 것만 같은 한세린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저, 저 누나는 왜 저러는 거야?"

차진솔이 대신 대답해 주었다.

"저런 거야말로 길잡이들의 이상향 아니겠어?"

"길잡이들의 이상향?"

"이걸 굳이 설명해야 한단 말이야?"

차진솔은 목재현을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이 이상한 건가 싶어 서지아와 서지수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너네도 이해 안 돼?"

"잘 돼요."

"당연히 이해되죠! 길잡이 입장에서 얼마나 애가 타는 기회겠어요?"

차진솔은 거 보라는 듯 목재현을 쳐다봤다.

목재현은 자신이 진짜 이상한 건가 싶어서 조금 혼란스러워졌다.

"정현이 형. 형도 그렇게 생각해요?"

"보다 높은 곳에…… 닿는다는 건…… 모든 플레이어의…… 이상향."

김정현의 눈도 약간 풀려 있었다.

부러워 죽겠다는 눈치였다.

목재현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아냐. 내가 이상한 거 아냐. 이 사람들이 이상한 거지.'

그렇게 자꾸 생각하기는 했는데, 내가 아무리 확신이 있어도 주변에서 다 다른 말을 하면 헷갈리기 마련이었다.

'내가…… 이상한 건가?'

목재현의 상식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을 무렵.

한세린은 차진혁으로부터 '미리보기'를 공유받았다.

'보, 보인다!'

방금 클리어했던 던전을 '미리보기'로 재차 살펴보았다.

직접 경험한 내용과 '미리보기'로 살펴본 내용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세린이 보고 있는 '미리보기'의 능력은 그야말로 대단했다.

차진혁이 말했다.

"이미 한 번 클리어했던 곳은 더 정확히 보이는 것 같아."

"……하아."

한세린은 달뜬 숨을 내뱉었다.

너무나 흥분하여 차진혁의 말이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다른 곳도 보여줘."

"……."

"제발요."

한세린은 간절하다 못해 애절해 보이기까지 했다.

차진혁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역시 최상위 랭커가 되려면 저 정도는 미쳐야 하는 법이다.

오랜만에 진짜 한세린의 모습을 본 것 같아서 뿌듯했다.

양평 주변을 돌아다니며 던전들을 살펴보았다.

한세린은 잔뜩 흥분한 모양새로 자신의 몸을 끌어안았다.

미친 사람처럼 재빨리 중얼거렸다.

"검은 색깔의 소 떼가 등장해. 레벨은 40대 중반 정도 되지만 간간이 광폭화가 가능한 개체들이 있어서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해. 여기서 길은 세 갈래로 갈라지고, 몇몇 트랩들을 통과하면 결국 클리어 스팟까지 이동하게 되지. 그리고 중간중간 모아온 단서들을 가지고 마지막 비밀번호를 해제하면 출구가 생성되는 곳인데…… 실수하면 보스몹이 생성돼서 전멸할 거야."

던전 안을 직접 경험한 것도 아닌데 마치 직접 경험하고 있는 것만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물론 보이지 않는 개체들도 존재했다.

몇몇 트랩들이 있다는 건 인식이 되지만 그게 어떤 트랩인지까지는 보이지 않았다.

보스몹이 나온다는 사실은 읽히는데 그게 어떤 보스몹인지까지는 알 수 없었다.

말 그대로 '미리보기'였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도 한세린에게는 신세계였다.

"보여! 보인다고! 보인드아아아아아아!!!"

한세린은 심지어 눈물을 흘리기까지 했다.

한세린은 눈에 불을 켜고 새로운 던전들을 찾았다.

'미리보기의 맛'에 중독되어 있는 건지, 엄청난 속도로 던전들을 찾아내거나 활성화시켰다.

"가자…… 가자…… 가자!"

그녀는 미친 사람처럼 양평을 활보하고 다녔다.

상대적으로 체력이 약한 차진솔이 거의 한계에 이를 정도로.

어느새 해 질 녘이 다 되었다.

정신없이 걷다 보니 야트막한 산 중턱이었다.

지친 차진솔이 말했다.

"언니. 이제 그만. 오늘은 좀 쉬면 안 돼요? 나 이제 한계야."

"딱 여기까지만."

배미산.

양평, 석불역으로부터 약 1㎞ 떨어진 곳에 위치한 작은 산이었다.

등산로로 이동하는 것도 아니고, 말 그대로 산을 타고 있기에 차진솔에게는 상당히 무리가 되는 일정이기는 했다.

"여기."

한세린은 미친 사람처럼 바닥을 파내기 시작했다.

손가락으로 땅을 파내는 모습이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아 보이기는 했으나, 그녀는 어엿한 길잡이 스킬을 사용해서 땅을 파내고 있는 것이었다.

일반인들이 삽을 사용해서 땅을 파는 것보다 훨씬 빨랐다.

얼마 지나지 않아 상당한 크기의 구덩이가 생겨났다.

그리고 그 밑에, 작은 게이트가 보였다.

──────────

[대검 라칸의 무덤]

──────────

차진혁이 씨익 웃었다.

'찾았다.'

차진혁의 애검의 이름이 '대검 라칸'이었다.

* * *

한마갤에서 한 가지 주제로 논쟁이 불타올랐다.

차진혁이 이번에 획득한 '미리보기' 능력이 사기냐 사기가 아니냐에 대한 논쟁이었다.

-그 어떤 레벨 90짜리 플레이어도 미리보기만으로 저 정도를 알아낼 수는 없음. 이 정도면 씹사기라 불러도 될 정도임. 스킬과 육체의 연동이 미쳐 버린 수준임.

그 반대되는 의견도 존재했다.

-저게 무슨 씹사기임? 저건 걍 시마 덕분이지.

시마는 '시간 마일리지'를 뜻하는 말이다.

한 필드에서 오래 플레이하면 쌓이는 시간.

시간 마일리지가 쌓이면 '미리보기'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고 알려져 있다.

-ㅇㅇ 시마 덕분임. 내가 아는 스트리머도 저 정도는 했음.

┗ 응, 시알못. 김철수 레벨 60임.

시알못은 '시스템알못'이란 뜻이다.

서로가 시알못이라며 싸웠다.

┗ 응, 니가 더 시알못. 어쨌든 90레벨 스킬 쓸 수 있다는 점에서 스킬의 능력 자체는 90레벨로 봐야 함. 시간마일리지 충분히 쌓은 90레벨 능력인데 왜 이렇게까지 띄워주는지 모르겠네.

┗ 니가 60레벨에 90레벨 능력 써봐라. 그게 맘대로 써지나. 방구석에서 키보드만 두드려대고 있으니 현실감각 개떨어지쥬?

의견은 대략적으로 7 대 3으로 갈렸다.

7은 김철수의 능력이 지나치게 월등하다고 봤다.

3은 김철수의 능력이 그냥 평범한 90레벨대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한마갤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을 무렵, 무려 백과사전이 등판했다.

[레벨 60에 레벨 90 능력을 사용했다는 것은 그리 놀랄 일은 아닙니다. 미래의 기술을 앞당겨서 사용하는 능력들은 얼마든지 있으니까요. 그러나 그 능력을 '진짜 레벨 90'처럼 다룰 수 있느냐는 다른 문제입니다. 심지어 김철수는 저 능력을 연달아서 사용했고.]

그는 네임드 유저답게 몇몇 캡처를 첨부해서 글 중간중간에 끼워 넣었다.

힘들어하는 차진솔의 얼굴-기만자의 가면 덕분에 실제 얼굴은 아니지만-이 캡처되어 있었다.

[힐을 전혀 사용하지 않은 힐러보다, 미리보기를 수없이 사용한 김철수가 체력적으로 훨씬 안정되어 있다는 것은 분명 주목할 만한 점이지요. 1인칭 시점이기에 상태를 정확히 살펴볼 수는 없었으나 발걸음과 숨소리, 스킬 사용빈도 등을 미루어 보았을 때, 김철수는 전혀 지치지 않은 상태라 짐작할 수 있습니다.]

백과사전은 한참 동안 고민했다.

이 뒷내용을 쓸지 말지에 대해서.

자신의 글에는 공신력이 있어야 하니까.

한 플레이어를 너무 성급하게 판단하는 것이 아닌가 고민하다가, 이내 손가락을 놀렸다.

[그리고 저는 수많은 스트리머의 경우를 연구해 왔고 그에 대한 방대한 데이터를 가지고 있습니다. 비단 스트리머뿐만 아니라 상당히 많은 직업에 대해 그렇습니다. 그런 제가 감히 판단하기에, 김철수의 미리보기 능력은 겨우 레벨 90 수준이 아닙니다. 그 이상, 어쩌면 100레벨 이상의 능력일지도 모릅니다.]

현재 실제 레벨은 60.

그런데 진짜 레벨 90짜리 스트리머의 '미리보기'보다 훨씬 더 뛰어난 효과를 보여주고 있었다.

[감히 단언하건대, 스트리머로서의 김철수의 재능은 여지껏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수준입니다.]

같은 스킬을 사용하더라도 누가 사용하느냐에 따라 그 효과가 달라진다.

그걸 시스템에서는 보통 재능이라 표현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김철수 본인은 자신이 얼마나 뛰어난 재능을 가졌는지에 대해 감흥이 없다는 점이겠지.'

김철수의 저런 안온한 태도가 사람들로 하여금 논쟁을 일으키는 요소이기도 했다.

온갖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 백과사전이 보기에는 '지나치게 뛰어날 정도의 재능'이었는데, 막상 당사자인 김철수가 별 것 아니란 듯이 사용하고 있다.

그걸 보는 사람들도 마치 별 거 아닌 것 같은 느낌을 받고 있다는 것이었다.

[현지구 서버의 랭킹 1위라 알려진 에건 폴과도 압도적인 차이가 있을 것이 분명합니다. 제 분석은, 에건 폴의 레벨이 90이 되면 확인할 수 있겠지요. 서로 비교해 볼 수 있을 테니까요. - 작성자 : 백과사전]

백과사전은 SSF 단말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또 새로운 던전을 발견했군.'

* * *

미리보기로 살펴본 후 방송을 이어갔다.

"마물이 단 한 마리만 등장하는 특별한 형태의 던전 같습니다."

몸집이 굉장히 거대한 마물 하나가 보였다.

금색 투구에 가려져 얼굴이 보이지는 않았으나 인간의 형상이었다.

아주 거대한 검을 들고 있었는데 그림자처럼 보여서 제대로 확인할 수는 없었다.

"전체적으로 네모난 공간인데, 불길과 용암이 가득한 공간이군요."

찌릿,

눈이 아파왔다.

"네모난 공간의 가장자리 쪽으로 시선을 옮기니 미리보기가 저절로 종료되었습니다."

한세린이 말을 보탰다.

"공간에서 밀려나면 용암에 타죽는 형태의 필드야."

"위험천만한 곳이군요. 그렇다면 길잡이의 의견을 물어보겠습니다. 저기 들어가는 게 맞겠습니까?"

한세린은 턱을 잠시 매만졌다.

나는 이 건에 대해서는 한세린의 말을 전적으로 신뢰할 생각이다.

"당연히 들어가야지."

이럴 줄 알았다.

한세린이 애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길잡이가 그렇다고 하네요. 다들 체력을 좀 회복한 다음, 던전에 진입하겠습니다."

애들 중에서도 반대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애들도 던전 클리어가 고팠나 보다.

하긴, 오늘 하루 미리보기만 내내 쓰고 다녔으니 애들 입장에서는 좀이 쑤실 법도 하지.

특히 목재현의 얼굴이 거무죽죽하게 질려 있는 것이 어지간히도 재미없었나 보다.

이제 재미있을 테니까 곧 생기가 돌지 않을까 싶다.

한세린이 말을 이었다.

"아, 잠깐만요. 던전 진입에 앞서서 몇 가지 작업을 선행할게요. 보니까 탈출구를 생성해놓을 수 있을 거 같네요."

아, 탈출구가 생긴다고?

이러면 박진감이 좀 떨어지는데.

'그래도 안전이 우선이기는 하지.'

나는 예전 같은 미친놈이 아니므로, 한세린이 탈출구를 만들어놓는 것에 반대하지 않았다.

힐끗 보니 목재현의 얼굴에도 다시 생기가 돌고 있다.

조만간 던전 들어갈 생각에 신난 거 같다.

"진입할게요."

[던전, '대검 라칸의 무덤'에 진입하시겠습니까?]

우리는 던전 안에 진입했다.

"상당히 무더운 공간이네요."

전체적으로 붉은 공간이었다.

미리보기로 보았듯 네모난 공간이었다.

용암 위에 떠 있는 어떤 무대 같기도 했다.

"중간중간 불길이 치솟아 오르고 있는데 일종의 트랩같습니다. 손 한 번 가볍게 넣어보겠습니다. 아무 데나 치솟는 건 아니고 작은 구멍이 나있는 곳들에서 랜덤으로 불길이 치솟아 오르고 있습니다. 자, 목재현. 불 나오면 손 대봐."

"제, 제가요?"

자기가 재밌는 거 독점할까 봐 걱정하는 것이 틀림없다.

"네가 탱커잖아. 당연히 너한테 양보해야지."

"……제가 손 넣을게요?"

"그래."

얘는 나한테 미안한 건지 굉장히 떨떠름해하며 구멍 앞에 섰다.

화악! 불길이 치솟아 올랐다.

목재현이 손을 넣어 봤다.

"억!"

"음, 저 정도 화상을 입는군요. 즉사나 치명상까지는 아니어도 당하면 움직임에 상당한 제약이 생기겠습니다."

그리고 필드에는 몇몇 장치들이 더 존재했다.

"필드의 중앙은 안전지대입니다. 아까 미리보기로 봤던 마물이 진입할 수 없도록 설정된 거 같습니다."

안전지대가 있다는 사실이 나를 조금 더 설레게 했다.

던전 내에 이렇게 대놓고 안전지대가 있는 경우는 거의 하나다.

안전지대가 없으면 클리어가 불가능할 정도로 고난이도의 던전이라는 것.

'게다가 필드를 파악할 충분한 시간마저 주고 있어.'

모든 단서들이 이곳의 난이도를 대변해 주고 있었다.

심장이 자꾸 두근거렸다.

"필드의 각 꼭지점에 해당하는 부분에는 특별한 장치가 마련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사각형 모양의 필드의 가장자리 네 부분.

그쪽으로 움직여보았다.

"오, 이곳에 진입하면 중앙의 안전지대로 진입하는군요. 횟수제한 같은 것도 없습니다. 혹여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면 이곳으로 도망치면 되겠군요. 다만 조심해야할 건……."

이곳은 용암 위에 둥둥 떠 있는 섬 형태의 필드다.

옆을 힐끗 봤다.

굳이 빠져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실수로 삐끗해서 밖으로 떨어지면 사망하겠군요."

이내 던전의 보스 마물, '대검 라칸'이 생성된다는 알림이 들려왔다.

[10]

[9]

우리는 모두 안전지대에 진입했다.

저만치 멀리, 용암이 펄펄 끓기 시작하는가 싶더니 무언가가 솟구쳤다.

쿵!

거대한 몸체가 떨어져 내렸다.

아까 미리보기로 보았던 마물이었다.

[LV83/대검 라칸/스킬]

"어마어마하게 커다란 놈입니다. 크기가 5미터는 되어 보이는군요. 거대한 검을 들고 있는 인간 형상의 괴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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