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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53화 (53/437)

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 53화

벨라루프 목걸이는 여러 가지 방향으로 강화가 가능한데, 내가 강화하고자 하는 방향은 '반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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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사]

즉사에 해당하는 공격을 공격대상에게 반사하는 능력(확률: 70%)

단, 치명상에 해당하는 공격이 오히려 즉사 공격으로 전환될 수 있다.(확률: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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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사'는 말 그대로 공격을 받자마자 사망할 수 있을 정도의 공격.

'치명상'은 공격을 받은 이후, 곧바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면 사망할 수 있을 정도의 공격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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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즉사와 치명상은 시스템이 알아서 구별하는데 이것도 죽을 뻔한 위기를 여러 번 겪다 보면 대충 감이 온다.

'내가 죽을 만한 공격은 반사 시키는 효과가 있는 대신, 죽지 않을 공격을 맞아도 죽게 만드는 능력.'

반사 확률이 무려 70퍼센트다.

내가 레벨 240이 넘도록 이 목걸이를 착용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 서버를 아무리 뒤지고 다녀도 무려 70퍼센트 확률로, 즉사에 해당하는 공격을 반사해 주는 아이템은 없다.

'안 죽는 공격이 즉사로 전환되는 게 아주 사소한 문제이기는 한데.'

근데 솔직히 전투 중에 치명상을 입으면 죽는다고 봐야 한다.

그 정도로 급박한 상황이면 힐러에게 적절한 치료를 받기에도 이미 글러먹은 상태니까.

어차피 치명상 입을 거면 깔끔하게 빨리 죽는 게 동료들에게 도움이 되기도 한다.

실제로 레벨 240이 넘을 때까지 내가 살아 있던 걸 보면 좋은 아이템이 틀림없다.

'게다가 좋은 점이 또 있지.'

이렇게 훌륭한 옵션을 가진 목걸이인데도, 이상하리만치 사용률은 극히 낮았다.

그 사실 또한 나한테는 아주 이로운 것이었다.

세상에 만능은 없다.

이 목걸이의 카운터 격이 되는 아이템들도 분명히 존재한다.

'이 목걸이를 착용하는 사람의 숫자 자체가 적으니까, 카운터 아이템을 착용하는 애들도 잘 없었지.'

겨우 30프로 확률로 즉사할 가능성?

이 정도도 감수할 배짱이 없으면 플레이를 할 기본이 안 되어 있는 거다.

근데 차진솔의 표정이 이상했다.

'표정이 영 구리네.'

요즘 나는 사람을 대할 때 '중계자의 시야'를 사용하는 것을 자제하는 편이다.

왠지 모르게 나는 사회성이 아주 약간 떨어져 있는 것 같은 기분이고, 이 사회성을 원래대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상대의 마음과 감정을 더 잘 살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중계자의 시야는 너무 많은 것들을 알려줘서 내 성장을 좀 방해하는 감이 있다.

'얘가 왜 저럴까?'

나는 이내 답을 찾아낼 수 있었다.

"옵션이 너무 사기적이지?"

"이 미친놈아."

욕할 정도로 사기적인가.

"이거 끼면, 안 죽어도 되는데 죽을 수도 있다는 거잖아."

이상한 소리를 해댔다.

"치사율이 30프로인 아이템을 어떤 미친놈이 끼는데?"

"반사율이 70프로인 건 안보이냐?"

"전 세계를 마비시켰던 전염병의 치사율이 2프로가 안 된다는 거, 알고는 있는 거지?"

왜 이렇게 열을 내는 건지.

나는 얘 마음을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워서 결국 중계자의 시야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치명상은 안 죽는 거잖아 #내가 치료해주면 되는데 #미친놈인가]

치료해 주면 된다고?

가만 보면 얘는 플레이를 너무 만만히 보는 경향이 있다.

다시 말하지만 치명상을 입을 정도면 엄청나게 급박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나는 너른 마음으로 이해했다.

'아, 얘는 그 정도로 급박한 전투를 못 겪어봤지. 그럴 수 있겠다.'

힐러가 제대로 힐을 해줄 수도 없을 정도로 치열하고 박진감 넘치는 전투.

그 짜릿한, 아니, 그 위험한 전투를 경험해 본 적이 없어서 나를 이해 못 하는 것 같기도 했다.

차진혁 기준에서, 차진솔은 단 한 번도 촌각을 다투는 짜릿한 전투를 해본 적이 없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차진혁의 기준이었다.

차진솔은 이미 튜토리얼 던전에서 셀 수도 없이 많이 죽었다.

죽음이 아니고서는 그 상황을 벗어날 수 없을 만큼 급박한 전투상황을 많이 경험했다는 뜻이다.

레벨 100 플레이어가 레벨 110 마물을 상대할 때도 급박하지만, 레벨 10 플레이어가 레벨 20 마물을 상대할 때도 그에 못지않게 급박하다.

고레벨이나 저레벨이나 체감은 비슷한 법이다.

참고로, 차진혁을 제외한 다른 랭커들은 반사 계열로 강화시킨 베라클라프 목걸이를 어지간해서는 사용하지 않았다.

죽지 않아도 될 공격이 즉사로 전환되는 건 너무 치명적이고 위험한 단점이었으니까.

"목걸이 강화 재료 얻는 건 월요일부터 할 거야. 너는 애들이랑 같이 파주 헤이리마을로 가."

"내일 토요일이잖아. 좀 쉬려고 했는데?"

"플레이어한테 주말이 어디 있냐? 회사까지 때려치웠으면 그만큼 더 열심히 해야지 벌써 쉴 생각을 하면 써? 강해져야지?"

"……."

"거기서 플레이하면서 실력을 좀 쌓아. 거기는 마침 부활 설정도 걸려 있는 필드니까 열심히 하면 좋은 결과가 있겠지."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조언이었다.

거기는 레벨 30~50 사이의 다양한 마물들이 많이 나와서 수련하기 좋았다.

다양한 패턴과 공격 형태를 익힐 수 있었으니까.

가끔 필드 보스몹들이 등장해서 죽임을 당할 때도 있기는 했지만, 무려 3분 후 부활 설정이 걸린 필드여서 레벨업에는 아주 좋은 곳이었다.

(다른 말로 하면 3분 만에 재죽음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뜻이며, 각국 정부에서는 3일 내 연속 죽음을 지양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오빠는 같이 안 가?"

"나는 주말에는 방송 쉴 건데?"

"플레이어한테 주말이 어디 있냐며? 강해져야 한다며?"

"스트리머가 어떻게 강해지냐?"

차진솔은 약간 억울했다.

우리 중에 제일 강한 사람이 오빠잖아!

그 말을 해봤자, '아직 저레벨이라서 그래.'라는 속 긁는 대답만 돌아올 것이 뻔했다.

토요일 아침이 밝았다.

나도 모르게 눈을 번쩍 떴다.

'와, 토요일!'

나는 내 플레이 방향을 이제 확실하게 잡았다.

주중에는 내 본업인 스트리밍에 집중한다.

주말에는 건전한 취미를 통해 생활에 활력을 얻고 재충전하는 시간을 갖는다.

건전한 취미라 함은 역시 검을 휘두르는 거다.

'이 정도면 정신 차린 거지.'

주 5일 근무하고, 주말에 쉬고.

이 보편적이고 평범한 삶을 보다 오래 유지하기 위해서는 역시 천사소녀가 가지고 있던 신비, '두 번째 신분'이 꼭 필요할 거 같다.

"아침 6시에 사람을 부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송하영은 어딘지 모르게 불만인 듯했다.

"도둑이 무슨 시간을 따져?"

"나는 이제 잘 시간이라고요."

아, 맞다.

얘는 해 뜨면 자고 해 지면 움직이는 직업이다.

하지만 크게 상관은 없었다.

내가 피곤한 건 아니니까.

"오늘은 대학로의 던전들을 탐사해 볼 거야. 거기 던전들이 굉장히 많이 생겼더라고."

대학로에는 소극장들이 상당히 많다.

그 소극장들 하나하나에 던전들이 생성되었다.

"거기는 왜 가는데요?"

"신비로운 보물들이 많이 숨겨져 있을 거 같은 냄새가 풀풀 나서. 도둑 전용 던전들도 있대. 흥미롭지 않아?"

"전혀요."

아니라고?

그럴 리가 없는데.

나 이제 눈치 많이 빨라졌는데.

혹시 몰라서 확인해 봤다.

[……#어떡해 #개설레 #기연도 있을까?]

역시 나는 틀리지 않았다.

사회성이 거의 다 돌아온 거 같다.

"배고파요. 빵 먼저 먹어요."

"보통은 밥 먹자고 하지 않아?"

"빵, 빵, 빵, 빵."

송하영은 콧노래를 불렀다.

[……#빵 주세요 #빵 또 주세요 #빵아_사랑해]

내 말이 안 들리는 것 같았다.

"여기에 엄청 유명한 빵집 있거든요."

송하영은 나를 반쯤 질질 끌다시피 하며 걸어갔다.

발걸음이 무척 가벼웠는데 역시 도둑이라 그런 거 같다.

얘는 무슨 자기 몸의 절반쯤 되는 바게트와 크림이 들어간 이름 모를 빵들 몇 개, 아니, 아무튼 빵을 여러 개 샀다.

"그걸 다 먹는다고?"

놀랍게도 얘는 그걸 다 먹었다.

저 작은 체구에 저게 다 들어가나 싶었는데 진짜로 다 먹을 줄이야.

"그쪽은 왜 이렇게 조금 먹어요?"

"몸이 가벼워야 잘 싸우지."

"스트리밍하는 거 아니었어요?"

"아냐. 나도 너랑 플레이할 거야."

"도둑 전용이라면서요?"

"정확하게는 비전투 계열 전용."

이 시기의 비전투 계열 플레이어들은 이해할 수 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사실상 이 정도 레벨 구간에서, 전투계열과 비전투계열의 능력 차이는 거의 없다.

그런데도 비전투계열 플레이어들은 비전투계열 전용 던전에 출입하는 일이 별로 없었다.

꼭 전투계열 플레이어들이랑 파티를 이뤄서 들어가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아무튼 우리는 대학로 소극장들을 하나하나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비전투계열 전용 소던전, '콘텐츠박스'에 입장하시겠습니까?]

들어가 보니 난쟁이 마물과 고블린들이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검을 들면 손맛도 안 느껴질 거 같아서 단도를 들었다.

푹!

[고블린을 처치하였습니다.]

푹!

[난쟁이 마물을 처치하였습니다.]

원래 이렇게 약한 마물을 때려잡는 건 그다지 즐거운 일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오늘만큼은 달랐다.

'손맛은 이래야지!'

중계자의 시야를 통해 구체적으로 보이는 검결이 나를 흥분시켰다.

손만 뻗으면 크리티컬 샷이 족족 떴다.

'이거지!'

이 짜릿한 감각이 나를 전율시켰다.

확실했다.

검을 쥔 손의 감각이 내게 또렷하게 알려주고 있었다.

'만능잡캐 안에 검제가 녹아져 있어. 사라지지 않았다고!'

그것이 느껴졌다.

일부러 조금 거칠게 움직여보고, 급소를 안 찌르면서 비효율적으로 사냥도 해봤는데, 호흡도 훨씬 정돈되어 있었다.

발걸음이 가볍고 온몸에 에너지가 충만했다.

'이게 플레이어의 몸이지!'

고레벨이 되면 못 느낄 이 감각.

검과 하나가 되어 움직이는 이 경쾌함.

아직 신검합일 경지에 이르지는 못했으나 검제를 얻기 전보다는 훨씬 더 검을 다루는 게 자연스러워졌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대단히 만족스러운 몸이라고 볼 수는 없었다.

내 기준에서는, 이제 간신히 약골을 벗어난 수준이다.

그래도 이게 어디냐 싶다.

미친 듯이 마물을 때려잡다 보니 소던전이 클리어되었다.

[비전투계열 전용 소던전, '콘텐츠박스'를 클리어하였습니다.]

좋아.

이번에는 다른 곳이다.

센 놈이 있으면 좋겠다.

[비전투계열 전용 소던전, '유니플렉스'에 입장하시겠습니까?]

신비, '두 번째 신분'이 소던전 어딘가에 있다는 건 아는데 정확히 어디 있는지는 모른다.

중계자의 시야를 사용하면 쉽게 파악할 수 있겠지만 사용하지는 않기로 했다.

비효율적인 짓이다.

'근데 취미는 원래 비효율적인 거잖아?'

재밌으려고 하는 취미에 효율을 뭣하러 따진단 말인가.

이렇게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것만 봐도, 내가 확실히 정신을 차렸다는 증거가 틀림없다.

"저기…… 괜찮죠?"

"뭐가?"

"약간 광인 같아서……."

"그러니까 뭐가?"

"아, 아니에요."

빨리 다음 던전 들어가고 싶다.

손맛.

이 짜릿한 손맛!

이 손맛의 여운이 가시기 전에, 다른 던전에 들어가야 한다.

부디 더 센 놈이 있어야 할 텐데.

"저기 들어가자."

"아, 알았어요."

천사소녀는 얼굴이 핼쑥하게 질려 있었다.

자기가 활약할 기회가 없어서 너무 아쉬운가 보다.

얘가 활약할 기회는 나중에 줄 거니까 일단은 무시하기로 했다.

근방의 여러 소던전을 돌며 마물들의 씨를 말렸다.

[업적, 고블린 학살자를 획득하였습니다.]

[업적, 적색 늑대 학살자를 획득하였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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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적, 난폭한 사슴 학살자를 획득하였습니다.]

별 쓸모없는 업적들을 많이 얻었지만 상관없었다.

재미있었으니까.

이내 오후 1시가 되었다.

"빵 먹자요."

"또?"

"또라니요? 빵에 대한 모욕이야."

"……."

나야 칼로리만 채우면 되니까 별 상관은 없었다.

"맛있다."

천사소녀는 창가에 앉아 빵을 오물거렸다.

체구가 무척 작은 편이어서 누가 보면 학생인 줄 알겠다.

"맛있다요!"

말투는 왜 저런지 모르겠다.

확실히 제정신이 아니다.

[#빵아, 사랑해 #밀가루 채고 #빵 먹고 싶다]

얘는 빵을 먹고 있으면서 빵을 먹고 싶다는 기적 같은 상태를 보여주었다.

빵이 마물이었다면 시스템은 쟤한테 빵 학살자업적을 줬을 거다.

아무튼 우리는 점심도 여러 던전들을 돌아다녔다.

[비전투계열 전용 소던전, '라온아트홀'에 입장하시겠습니까?]

[비전투계열 전용 소던전, '아르코예술극장'에 입장하시겠습니까?]

주변 던전을 모조리 클리어하다 보니, 이내 저녁이 되었다.

이제 슬슬 신비를 찾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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