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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25화 (25/437)

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 25화

히든피스를 만족하기는 했지만 '첫' 판정 알림은 없었다.

'설마?'

나보다 먼저 이걸 클리어한 놈이 있다고?

'진짜 있다고?'

어떤 놈인지 궁금해졌다.

묘하게 자존심이 상하는…… 아, 이거 아니지.

나는 다시금 정신을 차렸다.

'스트리머답게 스트리밍에 집중하자.'

'첫' 판정 알림은 들리지 않았으나 히든 스테이지가 열리는 것은 확실했다.

이내, 지진이 일어난 것처럼 땅이 흔들리며 천장의 일부가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너무 평이한 효과라서 그리 놀라지 않았다.

"음, 천장이 무너지고 있네요."

이건 그냥 필드가 변하는 효과니까.

물론, 저 무너지는 천장에 얻어맞으면 죽긴 할 거다.

근데 그런 머저리들이 설마 있…… 네?

"차진솔?"

차진솔이 제일 먼저 사망했다.

이래서 기감을 갈고닦아야 하는 건데, 아직도 갈 길이 멀다.

"힐러가 죽었네요."

[부평역 던전의 보스몬스터, 청동골렘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혈사제가 있어도 상대가 될까 말까였는데, 혈사제의 도움 없이 애들이 청동골렘과 싸워 이긴다는 건 말도 안 됐다.

['찐따'님이(가) 사망하였습니다.]

.

.

['언니그림자'이(가) 사망하였습니다.]

[플레이어 전원이 사망하면 히든스테이지가 폐쇄됩니다.]

"역시 최악의 튜토리얼 던전은 너무 강하네요. 파티가 전멸했으니, 나중에 다시 방송 켜겠습니다."

방송을 종료했다.

* * *

죠셉은 차진혁 파티가 플레이하는 방식을 보고 문득 이상함을 느꼈다.

'다들 너무 자연스러워서 순간 잊었는데…….'

미국 정부는 저런 식으로 계속 죽음을 경험하는 것을 극도로 지양한다.

쇼크사의 위험이 지나치게 높았을뿐더러, 극심한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정신병 환자가 되는 경우가 너무 많았다.

'3일 내, 두 번 이상 죽음을 경험한 플레이어들의 약 1/3 정도가 극심한 부작용을 호소하고 있다던데.'

그런데 차진혁 파티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죽는 모습을 모두 보여주지는 않았으나 모르긴 몰라도 굉장히 많이 죽음을 경험했을 것이다.

'6명 파티면, 아무리 못해도 한 명 정도는 이상증세를 보여야 하는데?'

그게 보편이고 상식이었다.

그런데 저자들은 오히려 죽는 게 너무나 당연하고 익숙해 보였다.

심지어 이 짧은 시간 동안 엄청나게 강해져 있기까지 했다.

죠셉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스트리머(차진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음, 천장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영상으로 보면 굉장히 급박한 상황이 분명했다.

그런데 목소리는 거의 자장가 수준이었다.

실제로 자신의 친동생이 죽었으나 차진혁은 아무렇지도 않아 보였다.

정상인(?)의 시선으로 본 해당영상은 기이함을 넘어 기괴할 정도였다.

'전멸…… 했다?'

미국에도 청동골렘은 종종 목격되는 마물이었다.

아직까지 정확한 공략법은 알려지지 않아서, 어지간하면 피하는 마물이었다.

강한 대신 몸동작이 느려서 도망치기에는 그리 어렵지 않은 마물이었으니까.

'그럼 결국 혼자 남은 저자는 또 죽을 텐데?'

죠셉이 본 김철수(차진혁)는, 본인이 죽는 데에도 거리낌이 없는 인간이었다.

죠셉이 착각하고 있는 것이 하나 있었다.

차진혁은 죽지 않았다.

참고로 차진혁은 부평역 던전에서 단 한 번도 죽은 적이 없었다.

'방송이 또 종료됐군.'

아마 저자 또한 죽음을 직감했겠지.

아마 지금쯤 죽었을 거다.

팀원들의 죽음만으로도 모자라, 본인의 죽음까지도 그냥 덤덤히 받아들이는 이 기이한 콘텐츠의 '좋아요' 숫자는 무려 4,000개.

참고로 최근 에건 폴의 실시간 영상의 좋아요 숫자가 400여 개 수준이었다.

'전부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

그런데 6명이나 되는 인원이 모두 저런 모습을 보인다는 건 아마 문화적인 특성도 있는 것 같았다.

심지어 통계를 완전히 무시하고 6명 모두가 지극히 정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 정도면 단순히 '이상하다'라고 표현할 것은 아니었다.

'한국인들의 민족 특성 같은 건가?'

한국인들에 대하여 조금 연구를 해봐야 할 것 같았다.

* * *

알림이 들려왔다.

[플레이어 전원이 사망하면 히든스테이지가 폐쇄됩니다.]

[히든 스테이지 폐쇄 시, 모든 플레이어는 부평역 던전 입구에서 부활하며 2시간 동안 재입장이 불가합니다.]

나는 청동골렘과 마주서서 중계자의 시선으로 살펴봤다.

[LV35(+3)/청동골렘/스킬]

본래 레벨은 35.

보스몬스터 보정을 받아 +3이 되어 38이다.

주황색으로 표기되는 걸 보니 지금 내 수준에서 상대하기에는 상당히 까다롭고 위험한 녀석이었다.

그래도 히든 스테이지의 보스몬스터답게 스킬을 가지고 있었는데, 스킬 이름이 '청동망치'였다.

──────────

[청동망치]

마력으로 감싼 주먹을 내리치는 기술.

일정 확률로 스턴 효과 적용.

상대의 레벨에 따라 효과 적용 확률이 달라진다.

저레벨 : 50%

고레벨 : 2%

동레벨 : 8%

──────────

저레벨 상대에게 50% 스턴 효과 적용.

다시 말해 저레벨을 상대로 했을 때 깡패인 스킬이다.

'다들 죽었는데…… 그냥 나가기는 아쉽지?'

그렇다고 굳이 일부러 죽을 필요도 없고.

죽음을 통해 배우는 것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싸움을 통해 배우는 게 더 많을 거 같다.

싸우다가 혹시 안 되면 죽지 뭐.

[업적, '튜토리얼의 제왕'을 업적, '올 클리어(사러가 던전)'으로 전환하여 적용합니다.]

[중계결계에 방어술이 적용됩니다.]

중계결계 상시 발동이라는 메리트를 버린 대신, +1 속성 방어술이 적용되었다.

레벨 50급 이하의 모든 타격, 체술계공격에 완전 면역이다.

'온다.'

청동골렘은 확실히 황동골렘보다 훨씬 빨랐다.

후웅!

'중계 결계.'

쿵!

적잖은 흔들림이 느껴지기는 했으나 내게 직접적인 데미지를 주지는 못했다.

재미있는 건 내가 업적을 적용시키자, 주황색 글자였던 청동골렘의 이름이 검은색으로 변했다는 것이었다.

'충격이 꽤 오네.'

아 이거.

약간 재미있는데.

'일단 관절 포인트들을 노려야 해.'

가슴팍의 보석만 공략하면 되는 황동골렘과는 달랐다.

발목과 손목.

총 네 군데의 관절 포인트를 미리 공략하여 일정 이상의 데미지를 쌓은 후, 가슴팍을 공격해야 한다.

참고로 해당 관절 포인트 부근에 파인 부분들이 존재했는데, 그곳에 황동골렘 사냥 시 주어지는 '황동 조각'을 끼워 넣으면 훨씬 더 완벽한 공략이 된다.

완벽한 공략.

그것만큼 플레이어의 가슴을 울리는 단어가 뭐가 있겠는가.

'이왕 이렇게 된 거 완벽하게 한번 해보자.'

공략대로.

내가 의도한 대로 딱딱 맞게 모든 것이 진행되어 마물을 성공적으로 사냥했을 때의 쾌감이란 이루 말할 수 없는 청량감을 선사해 준다.

이건 경험해 봐야 아는 거다.

피가 들끓었다.

'관절 포인트 스팟에 황동 조각 끼워넣고.'

성공했다.

청동골렘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느려졌다.

그리고 관절 부근을 중심으로 급속도로 부식되기 시작했다.

'여기서 한 번 피하면 빈틈이 생기겠지.'

이후 놈에게 접근.

'내가 이렇게 접근하면 청동망치를 사용.'

패턴은 이미 익혔다.

아니나 다를까.

청동골렘은 스킬 '청동망치'를 사용했다.

'정확하게 예측했어.'

마물의 움직임을 정확히 예측하는 것.

그를 통해 차근차근 공략해 나가는 성취감.

이 모든 것이 나를 흥분시켰다.

청동골렘의 주먹에 푸르스름한 마력이 깃들었다.

그걸 위에서 아래로 내리찍었다.

나는 위험지점을 미리 벗어난 상태였다.

'이러면 큰 빈틈.'

빈틈을 파고들어 청동골렘의 마석을 찔렀다.

여러 차례, 같은 작업을 반복하며 청동골렘과 싸웠다.

몇 번인가 놈의 주먹이 내 관자놀이에 닿았는데 중계결계 사용이 조금만 늦었어도 두개골이 부서졌을 거다.

저레벨 구간의 마물이라서 습득 능력은 없었다는 게 조금 아쉬웠다.

얘가 학습능력이 있었으면 좀 더 다채롭게 싸울 수 있었을 텐데.

"헉…… 헉."

숨이 차올랐다.

"단도가 역시 약하긴 하네."

만약 더 제대로 된 무기를 썼다면 훨씬 더 수월하게 청동골렘을 처치했을 것이다.

급격히 달아올랐던 감정이 식으면서 이성이 조금씩 돌아왔다.

나 너무 흥분했던 거 같다.

흥분을 가라앉히자 객관적인 상황이 눈에 들어왔다.

'내가 이렇게 숨을 헐떡댄다고?'

겨우 얘 상대하면서 이렇게 숨 차는 건 좀 자존심 상하는데.

아, 아니다.

나는 스트리머니까 그럴 수 있지.

자꾸 정체성 혼란이 와서 미치겠네.

[청동골렘을 처치하였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부평역 던전의 히든 스테이지를 처음으로 클리어하였습니다.]

나는 순간 움찔했다.

'첫 판정'이 여기서 들어왔다.

아, 그러니까 히든 스테이지를 개방하는 게 아니라 히든 스테이지를 클리어해야 '첫' 판정 적용이 되는가 보다.

'아, 내가 처음이 맞네.'

자존심 상할 뻔했다.

다행히 내가 처음이 맞았다.

[업적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합니다.]

'응?'

[완벽한 솔로잉 플레이로 인정되었습니다.]

[업적, '첫 청동골렘 처치'가 '첫 청동골렘 솔로잉'으로 상향조정됩니다.]

원래 '첫 청동골렘 처치'로 인정되면 시스템 보상으로 '청동마석'이 주어진다.

참고로 청담동의 연금술사, 최갑수 영감님에게 갖다주면 3억 이상을 준다.

가진 건 돈밖에 없는 양반이라 어쩌면 3억보다 더 줄 수도 있었다.

'설마 보상 자체가 막 바뀌고 그러지는 않겠지?'

다행히 그런 불상사는 벌어지지 않았다.

['상급 청동마석'이 주어집니다.]

[클리어 보상 1 : 10,000,000 다이아가 주어집니다.]

[클리어 보상 2 : '황금골렘 성의 지도']

내 생각보다 보상이 훨씬 괜찮았다.

'상급 청동마석!'

예전에 최갑수 할아범이 7억에 상급 청동마석을 모조리 사들였다는 걸 생각이 나서 기분이 좋아졌다.

게다가 무려 1,000만 다이아와 황금골렘 성의 지도까지 획득했다.

솔직히 나는 '황금골렘 성의 지도'가 제일 마음에 들었다.

'오! 내가 모르는 맵이네?'

심장이 두근거렸다.

이런 희귀맵이 또 플레이어의 가슴에 불을 지핀…… 이 아니라, 이런 희귀맵은 내게 좋은 콘텐츠가 되어줄 거다.

미친놈 시절의 나는 신규맵이라면 그저 물불 안 가리고 뛰어들어서 몸으로 부딪쳤었지만 지금의 나는 다르다.

나는 어엿한 스트리머로서 희귀맵을 콘텐츠로서 접근할 거다.

나는 별로 안 신난다.

히죽,

웃음이 새어 나왔다.

* * *

나는 히든 스테이지를 여러 번 오픈했다.

오픈 과정 자체는 딱 한 번 보여줬다.

이미 여러 번 보여주었던, '황동골렘' 처치 영상은 딱히 재미없을 테니까.

이전 영상들은 과감하게 버리고, 바로 히든 스테이지부터 방송을 시작했다.

며칠 뒤, 드디어 청동골렘을 사냥하는 것에 성공했다.

"드디어 팀원들이 청동골렘 사냥에 성공했습니다!"

이걸 이제야 잡네.

답답해서 죽는 줄 알았다.

그렇지만 겉으로는 나름 기뻐하는 척했다.

"무려 '첫 처치 업적'이 적용되었군요!"

솔직히 나한테도 또 '첫 처치 업적' 줄 거라 기대했는데 나한테는 업적을 주지 않았다.

[첫 처치 업적의 상위호환, 첫 솔로잉 업적을 획득한 상태입니다.]

[중복 보상은 불가합니다.]

'째째하게.'

대신 애들에게 청동마석 하나와 플레이 보상 300만 다이아가 주어졌다.

애들은 그 정도 보상도 꽤 좋아하는 것 같았다.

[조연보상 비율을 산정하여야 합니다.]

나는 당연히 내가 획득했던 1,000만 다이아를 기준으로 책정하는 줄 알았다.

그게 너무나 상식적인 거니까.

[산정기준 : 300,000,000 다이아]

[출연료 산정기준의 회당 최대 한도는 300,000,000 다이아입니다.]

'3억? 왜?'

여기서 최저비율인 10프로를 설정한다고 해도, 무려 3,000만 다이아를 조연들에게 제공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애초에 왜 산정기준이 3억인 건데?'

내가 많이 벌었으면 많이 줘도 된다.

근데 이건 좀 아니지.

보상을 1,000만 다이아 받았는데 3,000만 나눠주면 너무 불합리하지 않은가!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날강도 같은 처사였다.

'내가 후원을 무슨 3억이나 받았을 리도 없고.'

혹시 몰라 후원창을 살펴봤다.

최근 계속된 레이드 도전 반복으로 별로 재미가 없을 것이 분명했고, 후원창은 살펴보지 않았었다.

'이게 뭐냐?'

후원창에 이상한 글자들이 써 있었다.

'일, 십, 백, 천, 만…… 억?'

나한테 3억 다이아를 선물한 미친 사람이 있었다.

그 외에 자잘한(?) 후원금들이 며칠간 쌓여 있었는데, 그게 3,000만 다이아쯤 됐다.

30,000,000도 큰 거지만 300,000,000을 보다 보니 감흥이 적었다.

'나한테 3억을 왜 선물했어?'

딱히 한 건 없는 것 같은데 무려 3억이 넘는 후원이라니?

하도 함정에 당한 적이 많아서, 이러면 약간 의심스럽다.

'아무리 오픈 빨이라도 너무 이상하잖아.'

그런데 더 이상한 일이 벌어져 있었다.

후원자 이름에 '연금술사 최갑수'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최갑수 영감님?'

청담동의 연금술사?

'이 영감님이 어떻게 후원자야? 지금 시점에서 SSF방송을 볼 수 있는 건 죠셉 정도뿐일 텐데?'

내가 기억하는 최갑수 영감님은 그냥 돈 많고 시간 많은 플레이어였다.

나는 지구인으로 알고 있었다.

이 시점에 내 방송을 보고 후원을 했다고?

죠셉처럼 신문명 속도전을 달성한 건가?

'일단 만나 봐야겠다.'

이상하고 기묘한 상황을 맞닥뜨리자 약간 설렜다.

마치 위험 던전을 공략하기 전날 같은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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