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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24화 (24/437)

회귀자는 그만 강해지고 싶다 24화

차진혁은 말하고 싶었다.

'나는 진짜 셀 수도 없이 많이 죽었어.'

오죽하면 레벨 5 때 튜토리얼 던전 들어가서 12번도 넘게 죽었다.

애초에 그의 머릿속에 '어떻게 하면 안 죽을까?'는 고려대상이 아니었다.

죽기는 죽을 건데, 어떻게 죽어야 덜 아프게 죽을 수 있을지가 그의 연구대상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미친놈이었던 거 같기는 하네.'

어쨌든 당시 많은 죽음을 경험하면서 또 많은 걸 배웠다.

고통에도 익숙해졌고 '죽음 면역'이라는 특성까지도 획득했다.

참고로 죽음 면역은 오픈 베타 기간, 튜토리얼 필드에서만 얻을 수 있는 특성이었다.

"나는 말이야. 지금 시기에만 배울 수 있는 것들이 있다고 생각해. 정말로 위험한 공격을 감지하고, 실패해서 죽어도 보고,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봐야 해, 맨몸으로 말이야. 방어구에 의존하는 게 언제까지 통할 것 같아?"

좋아요 숫자가 계속해서 빠르게 올라갔다.

유례없이 빠른 속도였다.

시스템 커뮤니티 네르버에서 '김철수'를 계속 언급하기 시작했다.

- 본질을 꿰뚫어벌임.

└ 이제야 속이 편-안 해지네.

└ 안 그래도 지구에서 말 같지도 않은 공략 퍼지고 있던데.

└ 김철수 복사 좀여.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속이 시원해지는 영상이었다.

- 뉴비가 무슨 고인물같은 말을 하고 있누?

└ 그러니까 통찰력이 미쳐버린거짘ㅋㅋ

└ 근데 진짜 회귀자 아님? 회귀는 버그잖아.

└ 네, 예전 방송 안보고 헛소리하는 ㅂㅅ새기 추가여.

└ 이새기는 왜 시비질임? 찐따새기가 ㅈㄹ이누.

└ 응, 니 얼굴.

└ 싸우지들 마셈. 예전 방송에서 회귀자 아닌 거 공증받았음.

김철수는 뛰어난 통찰력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속을 시원하게 만들어주었다.

김철수가 겨우 저레벨 구간의 오픈베타 플레이어라는 사실이 커뮤니티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저레벨이 보여줄 수 없는 통찰이었으니까.

차진솔이 말했다.

"그럼 오빠는?"

"나?"

"같은 논리라면, 오빠도 맨몸으로 개고생하면서 성장해야 하는 거 아냐?"

차진혁은 뜨끔했다.

'어? 그러고 보니?'

원래 공부도 예습이 있고 복습이 있다.

그러고 보니 다시 한번 그때의 경험을 반복하면 새로운 깨달음 같은 걸 얻을 수도 있을 거 같았다.

그건 좀 설레는…….

'아니, 안 돼.'

시작하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담배도 그렇지 않은가.

일단 시작하면 끊기 어렵다.

'시작 자체를 말아야지.'

마음을 정한 그는 나름의 이유를 댔다.

"나는 스트리머잖아. 그런 배움 필요 없어."

"오빠 방금 움찔했는데?"

"내가? 전혀."

"아니? 방금 움찔했잖아. 허를 찔린 사람처럼."

움찔한 게 맞다.

차진솔이 생각하는 이유와는 전혀 다른 이유로.

"스트리머는 달라. 안 죽어도 돼."

"뭐가 달라? 오빠도 죽다 보면 뭔가 많이 배우지 않아?"

나도 그럴 거 같아서 무서워.

차진혁은 그 말은 하지 못했다.

"힐러는 어쨌든 직접 전투에 참여하는 거고, 스트리머는 구경만 하잖아."

"왠지 납득하기 어려워."

"상관없어. 네가 납득하든 말든 별로 신경은 안 쓸 거니까."

남매는 한동안 투닥대다가 다시 본론으로 돌아왔다.

차진솔이 다시 물었다.

"그러면 방어구를 착용하지 말라고?"

"그래. 힐러가 힐을 줘야지 방어하면 쓰냐? 힐량 늘려주는 아이템으로 맞춰. 너는 체력도 중요한 직업이니까 체력템을 맞춰도 되고."

차진솔은 약간 불만인 듯 말했다.

"전 세계 추세가 그게 아닌데……."

"전 세계가 다 X밥들이라서 그래."

"……뭐?"

"X밥들끼리 쑥덕거려서 잘도 좋은 팁이 나오겠다."

'좋아요'가 또 급증했다.

좋아요 숫자가 시청자 숫자에 거의 근접할 정도였다.

* * *

죠셉의 핸드폰에 알람이 울렸다.

[부평역 던전, 입장할게요.]

곧바로 차진혁의 방송에 접속했다.

'어? 바로 이렇게 시작한다고?'

죠셉입장에서는 여전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보통 스트리머들은 본격적인 스트리밍 전에 예열의 시간을 가진다.

방송을 진행하기에 적당한 숫자의 시청자들이 접속할 수 있도록 적당히 시간을 끄는 것이 보통이다.

'초반 광고도 없고 썸네일 어그로도 없고.'

하다못해 TV방송도 예고편으로 관심을 끄는데 말이다.

'여전히 시청자 소통도 없고.'

죠셉의 눈에 보인 건 이미 차진혁 일행이 부평역 던전에 입장한 이후였다.

어떻게 모였는지, 어떤 식으로 진행할 건지, 이곳에서 어떻게 할 건지 알려주지 않았다.

일단 냅다 시작부터 했다.

이런 식의 방송은 아무리 봐도 적응이 안 됐다.

'이미 전투가 어느 정도 진행됐잖아?'

만신창이가 된 김철수의 동료들이 보였다.

다들 굉장히 지쳐보였다.

김철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마도 첫 번째 죽음이 되겠네요."

쿵!

커다란 마물의 주먹이 서지수의 관자놀이를 강타했다.

"그림자 살수가 죽었네요."

덩치가 2미터가 넘는 거대한 마물이었다.

이름은 황동골렘.

"서지아도 죽었고."

이내,

"차진솔도 죽었습니다. 김정현과 목재현이 좀 버티고는 있으나 힘들어 보이네요."

결국 김정현과 목재현도 사망했다.

"이로써 저 빼고 모두 전멸입니다. 황동골렘이 생각보다 강하네요. 이곳은 난이도가 무척 높은 대신 리젠이 30분만에 이루어지는 설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잠시 방송 쉬었다가 30분 후에 뵙겠습니다."

기승전결의 기승전을 빼고, 결만 보여주는 방송이었다.

죠셉은 황당해서 핸드폰을 여러 번 다시 살펴봤으나 방송은 정말로 꺼진 상태였다.

'뭐하는 거지?'

그가 본 거라곤 '황동골렘'이라는 거대한 마물이 등장했고 차진혁 파티가 몰살당하는 것 뿐이었다.

방송시간은 끽해야 10여 분 남짓.

'방송시간과 유입시청자, 그리고 화제성이 곧 돈이고 경험치일 텐데.'

에건 폴은 그 모든 것들을 철저히 연구하여 방송을 진행한다.

빅데이터와 수많은 심리이론들을 동원하기까지 한다.

그런데 차진혁은 그런 것에는 전혀 관심이 없어 보였다.

'혼자 남으면? 그다음은 어쩌려고?'

차진혁이 '올 클리어' 업적효과를 적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기에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30분 후 방송이 다시 켜졌다.

죠셉 입장에서는 기이하게도, 차진혁은 아무렇지도 않아 보였다.

"네 번째 도전입니다. 똑같은 장면 계속 보시면 지루할 거 같아서 조심스럽긴 합니다만, 파티원들이 너무 약해서 어쩔 수가 없네요. 보시다시피 이번 콘텐츠는 약골들의 성장기 정도로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 *

나도 이건 예상 못했다.

'애들이 너무 약해. 적당히 상대하다가 힘겨운 척 히든피스 찾아서 3억 날름 먹으려고 했는데.'

황동골렘은 평균 레벨 29의 튜토리얼급 마물이다.

다만 방어력이 굉장히 높고 지치지 않는다는 특성이 있었다.

약점인 핵을 제대로 공략하지 않으면 상대하기가 무척 까다로운 녀석인 건 사실이었다.

반대로, 핵만 제대로 공략한다면 상대하기 쉬운 개체였다.

'아니, 그래도 내가 저 가슴팍에 빛나는 작은 돌이 약점이라고 가르쳐줬는데.'

이걸 가르쳐줬는데도 이렇게 약할 줄이야.

뭐 애들에게도 나름대로의 핑계는 있었다.

황동골렘은 꼭 대여섯 마리가 몰려다닌다.

한꺼번에 저 정도 수준의 마물을 상대해 본 경험이 없는 애들이라 쉽게 적응하지 못했다.

'벌써 3번이나 죽었네.'

근 2시간 동안 제대로 된 엘튜브 각을 못 뽑았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못하는 약골들이 강해져서 멋있게 싸우는 거.

그렇게 열심히 하다가 히든피스를 발견해서 첫 업적을 이루고 커다란 보상을 받아내는 것.

그게 내가 생각했던 콘텐츠의 흐름이었다.

근데 거기까지 가려면 너무 오래 걸릴 거 같아서 방송을 계속 종료할 수밖에 없었다.

'망했네.'

그나마 김정현이 활약해 주고는 있으나 혼자서는 무리가 있었다.

'안 되겠다.'

대여섯 마리가 한꺼번에 몰려다니는 게 문제였다.

저게 두어 마리 정도로 줄어든다면 좀 나아지겠지.

내가 직접 나서는 건 진짜 안 하려고 했는데, 이건 정말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정말 어쩔 수 없이 나서게 됐다.

'애들이 다시 살아나려면 15분 정도 남았나.'

나는 놈들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놈들의 몸이 가까워졌다.

후웅!

공격이 느껴졌다.

강맹한 파괴력이 담겨져 있었다.

그러나 쫄깃한 맛은 없었다.

공격이 너무 느려서 맞아주기도 힘들 지경이었다.

"아니, 이렇게 살짝 피해주면 이렇게 틈이 많이 생기는데."

나는 곧바로 거리를 좁혔다.

단도에 중계결계를 씌워 내핵에 찔러 넣었다.

'생각보다는 단단하네?'

그래도 상관없었다.

적당히 임팩트 있게 잘 찌르면 톡! 하고 부서진다.

한 번에 안 되면, 같은 타점을 여러 번 찌르면 된다.

이렇게 말이다.

['황동골렘'을 처치하였습니다.]

처치하고 보니 좀 황당했다.

"아니, 이걸 왜 못하지?"

김정현이 한 번 성공했을 뿐 다른 애들은 제대로 못 했다.

뒤쪽에서 황동골렘이 주먹을 휘둘렀다.

"이걸 진짜 못 피한다고?"

나 공격합니다!

이제 공격해요!

하나! 둘! 셋! 수준이었다.

이렇게 말을 하면서 상대해도 될 정도였다.

"위에서 아래, 아니면 오른쪽에서 왼쪽."

패턴도 단순했다.

공격 방향이 딱 두 개밖에 없었다.

그러니까 그 두 방향 중 하나만 파악해서 피하면 된다는 뜻이다.

나는 굳이 맞아주지 않고 슬쩍 피했다.

한 걸음 뒤로 움직이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아니, 진짜 이게 안 되나? 내 기준이 높은 거야?"

혹시 내 생각보다 훨씬 파괴력이 센가 하고 한 번 맞아봤다.

중계결계 덕분에 충격은 전혀 없었다.

"내 기준이 그렇게 높지는 않은데 이상하네."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아무튼 숫자는 좀 줄여놓았다.

['황동 조각'을 획득했습니다.]

['황동 조각'을 획득했습니다.]

처치하는 것도 쉽고 아이템 루팅도 쉬웠다.

한 마리만 남았다.

마침 애들도 하나하나 일어나기 시작했다.

"안 되겠다. 일단 한 마리로 연습부터 하자."

"오, 오빠?"

"왜?"

"이,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어떻게 된 거긴. 방송 진행이 안 될 거 같아서 일단 한 마리로 줄여놨지. 보면 몰라?"

"……그게 되는 거였어?"

"어."

이게 안 되는 게 더 이상했다.

그렇지만 나는 인내심이 좋은 스트리머니까 좋게 말해주었다.

"너네도 연습하면 금방 돼."

마물 때려잡으면서 스트레스 풀려서 너그러워진 건 아니다, 절대로.

한 마리 남겨서 상대하자 이제야 할 만해졌다.

하나하나 가르쳐줘야 하는 번거로움은 조금 감수하기로 했다.

"그래. 서지수. 뭐해? 지금 네 타이밍이잖아. 지아 다음에 연타로 들어가야지. 야, 목재현. 거기서는 오른쪽 공격을 막아줘야지. 그래야 서지수가 움직이기 편하잖아. 두 수까지는 아니어도 한 수 정도는 읽고 탱킹해. 그래, 김정현 그거야. 타점을 정확히 맞춰서 정확히 공명시키면 파괴력이 훨씬 세져. 뭐라더라, 임팩트. 그래 임팩트를 줘. 그렇지. 거봐, 한 방에 깰 수 있잖아."

그나마 내 마음에 드는 건 역시 김정현밖에 없었다.

그 와중에 차진솔은 뒤이어 나타난 황동골렘의 공격에 얻어맞고 사망했다.

우와, 사제가 마물 리젠 타이밍과 포인트도 계산 안 하고 자리를 잡았네.

진짜 할 말이 없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가르쳐야 하는 건지 도무지 감도 안 온다.

힐러가 사망하자 나머지도 줄줄이 죽었다.

아무래도 갈 길이 멀었다.

애들이 황동골렘에게 익숙해지는 데까지는 대략 10시간 정도가 걸린 것 같았다.

'10시간 중에 영상으로 쓸 만한 건 10분도 안 되겠다.'

생각해 보니 에건 폴이 참 대단한 인간인 것 같다.

매일같이 그렇게 고퀄의 영상을 일정 분량 이상 뽑아낸 걸 보면 말이다.

'그러니까 탑이지. 난 그렇게는 못해.'

애들이 벌써 지쳐 보였다.

더 진행했다가는 탈진할 것만 같았다.

"내일 다시 오자."

하루가 지나 다시 부평역 던전에 들어갔다.

* * *

"방송 시작하겠습니다."

이번에는 아예 두 마리를 죽여놓고 시작했다.

세 마리를 상대로 하니 애들은 상당히 선전했다.

그리고 또 이틀이 지났다.

역시 최악의 난이도라고 해봐야 어차피 튜토리얼 던전이었다.

애들은 부평역 던전에 적응을 끝냈다.

하루면 할 줄 알았는데 3일이나 걸린 게 좀 의외이기는 했지만 말이다.

"처음에는 정말 죽기만 했는데 말입니다. 정말 눈부신 성장입니다. 대단하군요."

중계결계처럼 사기적인 능력을 가진 내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트레이닝 시켜줬다는 게 밝혀지면 카타르시스가 너무 적게 느껴질 것 같아서 약간 변명했다.

"역시 목숨을 건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 거 같습니다."

그 사이, 애들의 레벨이 몇 계단 올라가면서 상대하기가 조금 더 쉬워졌다.

2시간쯤 흐르자 다섯 마리를 상대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황동골렘 다섯 마리와 싸우는 것도 가능해졌습니다. 정말 대단한 성장이군요."

내 마음에는 썩 들지 않았지만 성장한 것은 사실이었다.

애들은 점점 강해졌고 어느덧 부평역 던전에 생성된 황동골렘을 모두 처치하기에 이르렀다.

'좋아. 리젠되기 전에 모두 죽였다.'

리젠되기 전에 모든 황동골렘을 처치하는 것.

그게 이곳의 히든피스다.

[황동골렘을 모두 처치하였습니다.]

[히든피스, '골렘 브레이커'를 만족하였습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알림이 떴다.

중요한 건 '첫' 판정을 받느냐 받지 못하느냐다.

'첫'이 중요하다.

'첫' 판정을 받아야 3억 다이아를 획득할 수 있을 테니까.

'설마 우리보다 빨리 이걸 깬 놈은 없겠지?'

조금 기다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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