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17화 (417/500)

417화

종수는 마요네즈와 케첩을 섞지 않고 쭈욱 짠다는 약속하에 드디어 케첩을 뿌려서 먹을 수 있었다.

아이들이 핫도그를 참 맛있게 먹는다.

하나는 아쉬우니까 먹고 있는 동안 2개째를 만들어서 아이들에게 가져다주었다.

“또 먹고 싶은 사람은 먹어요.”

2개째는 자유롭게 뿌려 먹었다.

음료도 야무지게 빨대로 쪽쪽 빨아 마시며 간식 시간을 종료했다.

아이들이 가진 검들은 어느새 성장해서 뿅망치가 되었다.

“???”

“자. 여러분. 굉장히 중요한 시간이 왔어요. 이제 한 번만 이기면 뿅망치에서 여러분이 원하는 검이 될 수 있어요.”

“!!!”

“이번 게임은 참참참 게임입니다!”

참참참 게임.

가위바위보를 한다. 이긴 사람이 참참참을 말하며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가리키는 공격권을 갖는다.

수비하는 쪽은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고개를 피해야 한다.

만약 손이 가는 방향으로 고개가 돌아가면 뿅망치를 맞는다.

세 번 맞으면 패배. 세 번 때리면 승리.

이러한 규칙이었다.

어떻게 보면 운도 있어야 하는 게임이지만 심리적으로 흔들리면 안 되는 게임이기도 했다.

“그럼 2명씩 짝지어 주세요. 서로 싸우는 겁니다. 아쉽게도 지는 사람은 검으로 변신 못 하겠네요.”

4명만이 좋은 검으로 진화시킬 수 있다.

그런 룰이다.

아이들이 누구와 싸울지 선택하지 못하고 있자 선생님이 그럴 줄 알고 제비뽑기를 했다.

같은 숫자를 나오는 사람끼리 붙는다.

1번 승준 vs 윤동.

2번 연주 vs 재휘.

3번 시하 vs 종수.

4번 하나 vs 은우.

이렇게 정해졌다.

먼저 승준과 윤동이 서로 마주 보았다.

피지컬 아이들의 대결이라고 할 수 있었다.

가위바위보를 한다.

“아싸! 이겼다!”

“흠.”

가위바위보를 이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여기서 참참참을 성공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

실패하면 공격권이 상대에게 넘어가니까.

승준이 뿅망치로 참참참! 하고 말하면서 왼쪽을 가리켰다.

윤동의 목이 뿅망치가 있는 쪽으로 휙 바라본다.

“아싸! 얍!”

빡!

윤동이 머리를 세게 맞았다.

거침없는 세기였다.

보고 있는 아이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재휘는 그 파워에 몸을 오들오들 떨었다.

“승준이랑 안 붙어서 다행이다.”

윤동은 고요히 주먹을 내민다.

무표정이지만 승부욕이 활활 불탄 것을 눈동자로 알 수 있었다.

조용히 화내서 무서운 타입.

승준은 큰 소리로 화내는 타입.

둘은 피지컬이 상당한 아이들이지만 서로 다른 부분이 있다.

“가위바위보!”

“후우.”

이번 선공은 윤동이었다.

승준의 고개가 윤동의 뿅망치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돌아갔다.

빡!

“으악!”

윤동 역시 세게 때린다.

하지만 뿅망치라서 막 그렇게 아픈 건 아니었다.

기분 나쁠 정도의 아픔.

이제는 세 번 이기는 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누가 먼저 한 대라도 더 때리냐의 싸움.

그렇기에 이 게임은 승리해야 했다.

“가위바위보!”

승부는 윤동의 손을 들어주었다.

2 대 2까지 갔지만 윤동이 더 운이 좋았다.

이런 부분은 어쩔 수 없는 거였다.

그렇게 윤동은 원하는 검으로 진화시킬 수 있었다.

“자. 다음은 연주랑 재휘!”

이번은 서로 호감 있는 아이들의 싸움이다.

재휘랑 연주랑 가위바위보를 하는데 재휘가 이겼다.

“헉!”

“빨리 참참참 해.”

“으응. 참참참! 헉!”

“빨리 때려.”

재휘는 이걸 어떻게 때릴지 고민하는데 연주는 아주 쿨하게 빨리 때리라고 머리를 들이민다.

“으음. 연주야. 때릴 때가 없어.”

“에이. 여기 때리면 되잖아.”

“으응. 그럼 살살 때릴게. 알았지?”

“응. 알았어.”

선생님은 빨리 게임 진행해 줬으면 좋겠다는 얼굴을 했다.

아까 활활 타오르던 경기와는 전혀 분위기가 다르다.

아까는 불향이 났다면 이번 경기는 꽃향기가 났다.

톡!

재휘가 아주 살짝 때렸다.

“아, 뭐야~ 너무 살살이잖아.”

“헤헤헤.”

“얘들아. 게임 진행하자.”

선생님이 말하자 둘은 다시 게임을 진행했다.

이번에는 연주가 이겼다.

싱긋 웃으면 때린다.

빡!

재휘가 연주에게 배신당하는 표정을 지었다.

역시 연주는 게임을 할 줄 알았다.

“자. 가위바위보!”

그렇게 승자는 3번 이긴 연주가 되었다.

재휘는 아직도 배신당한 얼굴이었다. 3번 연속 빡! 하고 맞은 충격이 컸다.

자신은 톡이었는데 연주는 빡! 3번이었다.

“재휘야. 많이 아팠어?”

“으응? 아니.”

“에이. 아프면 내가 머리 만져주고 호 해주려고 했는데.”

“어? 나 아팠어!”

“그래?”

연주가 재휘의 머리를 쓰담쓰담해 주었다. 호 하고 불면서 빨리 나으라고 말도 건네 주었다.

재휘의 얼굴에는 배신감이 날아가고 헤실거리는 표정만 남았다.

선생님은 연주를 보며 요망하네~ 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저런 스킬은 어디서 배웠을까?

한 번쯤은 써먹어 보고 싶었다.

“흠흠. 자 다음은 시하랑 종수!”

드디어 라이벌(?)의 대결이었다.

물론 종수만 라이벌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시하는 아무 생각이 없다.

“야. 이시하. 나 안 봐준다?”

“응. 시하는 바주께.”

“어? 이씨!”

시하가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어떻게 들으면 종수가 전력을 다해도 시하는 봐주면서 해도 될 수준이라고 해석된다.

물론 시하는 순수하게 살살 때릴 거라는 말이었다.

“야! 봐주지 마! 어! 나 막 봐줄 정도로 약하지 않아!”

“아라써.”

“뭔가 낚인 거 같은데?”

너무 순순히 대답하는 시하 때문에 종수는 혼란스러웠다.

어찌 되었든 뿅망치 대결이 중요한 거 아니겠는가.

“자! 가위바위보!”

“보!”

“내가 이겼다!”

종수는 신이 나서 뿅망치를 들고 흔들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후우. 자. 간다. 참참참 한다?”

“해.”

“나 왼쪽으로 갈 거야. 알았지?”

심리전.

어디 갈 거라고 말하면서 압박하는 하나의 형태였다.

“아라써. 시하도 왼쪽으로 가께.”

“뭐? 아니 왜?”

역으로 심리전 걸기.

이렇게 되면 저 말이 진짜인지 아닌지 모르게 된다.

굳이 걸려주겠다고 말하면서 과연 거기로 갈지 모르게 되었다.

“크흠. 참참참!”

실제로 종수가 왼쪽을 가리켰고 시하 역시 왼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시하는 살았다.

“쳇!”

“시하는 진짜 왼쪽 해써.”

“뭐? 아!”

이시하. 거짓말하지 않는 남자.

마주 보고 있으니 서로 왼쪽을 향했어도 엇갈릴 수밖에 없었다.

종수가 그 점을 간과했다.

“크흑. 치사하다!”

“아?”

시하는 뭔지 몰라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제 시하 차례야.”

뿅망치를 들고 종수의 얼굴을 가리켰다.

너무 가까이 들이밀어서 종수가 깜짝 놀아서 뒷걸음질 쳤다.

“야! 너무 가깝잖아!”

“구래? 몰라써.”

“일부러 그랬지?”

“아냐. 뿅망치 처음 써서 구래.”

“거짓말!”

“진짠데?”

시하가 다시 뿅망치를 들었다.

천천히 차암~ 차암~ 참! 하고 말하면서 뿅망치는 빨리 휙 움직였다.

엇갈리는 타이밍 공격에 종수는 저도 모르게 뿅망치를 따라가고 말았다.

“으악!”

“시하가 이겨써!”

시하 1승. 이제 뿅망치를 때릴 차례다.

“시하 안 바져.”

“야! 왜 뿅망치 거꾸로 드는데!”

“종수가 바주지 말라며?”

“아니! 봐주지 말고 세게 때리라는 말이지 뿅망치 거꾸로 들고 세게 때리라는 말이 아니었거든?!”

뿅망치를 맞으면 안 아프지만 손잡이인 플라스틱을 맞으면 아프다.

“군데 삼춘이 망치는 위험하니까 때리려면 손잡이로 때리라고 했눈데.”

“야! 너희 삼촌 이상해!”

선생님은 고개를 끄덕였다.

실제 망치로 때리면 머리가 깨지겠지만 손잡이로 때린다면 머리가 깨지지는 않을 것 같았다.

뭔가 맞는 말인데 굉장히 무서웠다.

근데 뿅망치는 손잡이로 때리면 더 아프다.

“아라써.”

시하가 뿅망치를 바로잡았다.

이제야 종수가 안심한 표정이 되었다.

“간다!”

“어! 와라!”

“하나! 둘! 서이!”

“으읍!”

종수가 눈을 질끈 감았다.

안 무섭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분명 풀파워로 때릴 테니까.

하지만 둔탁한 느낌은 오지 않고 귀에 시하의 말이 들렸다.

“넷! 다섯! 여섯! 일곱!”

“야! 하나, 둘, 셋! 하면 때리는 게 보통이잖아!”

“아? 시하는 열까지 셀 건데?”

“야!”

뿅망치가 별거 아닌데 때릴 듯 안 때리는 그 시간이 괜히 긴장된다.

그런 의미로 종수는 완전 시하에게 주도권을 뺏겼다.

물론 시하는 의도하지 않았다는 점.

“한다!”

“빨리 좀 해! 이제 한 판이라고!”

“아라써!”

시하가 뿅망치를 휘둘렀다.

뿅!

생각보다 세게 휘두르지 않아서 종수는 괜히 허탈했다.

뭐를 위해 쫄았던 건지 생각하면서.

“너무 세게 하면 아프잖아.”

“이씨!”

맞는 순간까지 종수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했다.

“야! 빨리 해!”

제대로 열이 받았다.

꼭 한 대는 때려주겠다는 다짐을 했다.

“가위바위보!”

“시하가 이겨따!”

“크흑.”

“참참참!”

“으악!”

또 한 번 종수가 걸렸다.

시하는 다시 한번 뿅 하고 때렸다.

그리고 세 번째 승부에서 종수가 졌다.

3연속 패배. 결국, 시하를 때리지도 못하고 맞게만 생겼다.

“간다.”

“빨리 때려.”

빡!

“아!”

종수가 시하의 파워에 놀라서 맞은 곳을 잡으며 눈을 동그랗게 뜬다.

설마 이렇게 세게 때릴지 몰랐다는 얼굴이었다.

“이, 이. 무슨?”

“삼춘이 마지막에는 세게 때리는 거래.”

“너희 삼촌 이상해! 이상한 것만 가르쳐!”

“우리 삼춘 언래 이상해!”

“???”

시하가 자랑스럽게 배를 쭈욱 내민다.

삼촌이 이상한 건 당연한 일이다. 앙마 삼촌이니까.

근데 종수는 저게 왜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지 알 수가 없다.

그냥 시하에게 당했다는 생각만 들었다.

선생님이 상황 정리했다.

“우리 짠수… 가 아니라 종수야. 게임 끝이야. 시하 승!”

오늘도 종수는 짠수였다.

“다음은 하나랑 은우 차례!”

마지막 4라운드.

아티스트들의 대결이었다.

하나가 뿅망치를 들고 노래를 부른다.

“뿅! 뿅! 뿅! 망치! 때리면 아파요. 맞으면 아파요. 사실은 안 아파요. 아픈 척했어요. 왜? 그게 더 재밌으니까. 뿅! 뿅! 뿅! 망치!”

“오! 대박!”

은우가 옆에서 몸으로 비트를 탄다.

이미 그루브에 힙합이 장착되어 있다.

“척하면 척! 참참참! 뿅망치를 따라와. 참참참!”

“오오! 스웨그! 예에~”

하나가 열심히 노래를 불렀다.

따단! 하면서 엔딩 포즈도 취한다.

은우가 와아아아! 하면서 호응을 잘해준다. 거의 방청객 수준이다.

“이제 내 차례야?”

“응!”

은우가 한 번 리듬을 타더니 짧게 랩을 한다.

“망치로 내 헤어 망치고.”

두 주먹이 부딪치면서 한 주먹이 머리로 올라간다. 툭. 머리를 친다.

“헤머는 땅으로 꺼지고.”

주먹 쥔 팔을 아래로 내려간다.

그리고 머리를 살살 흔든다.

“내 해골은 지잉~지잉~ 헬로우!”

한 손을 다시 올려서 손을 펴며 인사를 한다.

망치를 맞아서 정신없는 상태에서 인사를 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 같다.

“우리 모두 함께! 망치를 들어! 뚜쉬뚜쉬!”

그대로 한 발을 들고 주먹 쥔 손으로 허공을 친다.

망치 춤.

“모두 함께 소리쳐! 뚜쉬뚜쉬!”

어느새 아이들도 은우를 따라 말한다.

“뚜쉬뚜쉬!”

“다시 한번 말해! 뚜쉬뚜쉬!”

“뚜쉬! 뚜쉬!”

“너도 한번 때려봐! 뚜쉬뚜쉬!”

“뚜쉬뚜쉬!”

신이 났다.

하나와 은우의 대결은 게임에 이긴다는 생각보다는 그저 자신을 한 번 더 보이는 데 사용한다.

마치 예능에서 이기기보다는 웃기기를 선택하는 것처럼 말이다.

어찌 보면 하나의 끼다.

이렇게 신나게 놀았으니 선생님이 진정시켰다.

“자. 자. 게임은 언제 시작할 거니? 어서 하자.”

“아, 맞다!”

“푸하하. 깜빡했다!”

하나와 은우는 둘 다 게임을 하고 있다는 걸 깜빡한 것 같다.

뭐 그럴 수 있다.

아이들의 관심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거니까.

이미 선생님에게는 익숙한 상황이다.

“자, 그럼 시작!”

하나와 은우의 대결.

승자는 1 대 3으로 은우였다.

두 사람 다 승리와 패배에 연연하지 않고 만족한 미소를 띤다.

이미 원하는 것을 했기에.

4번의 경기를 했는데 참으로 다양한 대결 양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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