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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전쟁 이후 용사 파티-43화 (44/49)

제 43화

로키는 환영 뒤에서 웃는다. (4)

에리스는 [새벽의 화살]을 흩뿌리며 단테, 베아트리체, 버질의 '존재'를 탐해오는 섀도를 계속해서 견제해나갔다.

루시퍼가 내린 칠흑의 어둠 속에서도 밝게 빛났던 그녀의 화살은 섀도를 쓰러뜨릴 수는 없었지만, 그녀가 낸 기적의 빛은 어둠을 양식 삼는 섀도를 '몰아내는 데'는 충분했다.

문제가 있다면, 어둠만 있다면 끊임없이 기어오르는 섀도와는 달리 에리스의 마나는 한정되어있다는 점이다.

그녀가 대천사 미카에리스... 아니. 모종의 어떤 '영체'를 품고 있는 능력자라고 하더라도, 결국 그 영체의 힘을 온전하게 끌어 쓰기 위해서는 에리스 자신의 마나를 필요로 하니까 말이다.

에리스가 계속해서 섀도를 내쫓아주는 동안, 단테, 베아트리체, 버질. 이 세 명의 마법 능력자끼리 루시퍼를 무너뜨려야만 했지만, 절대적으로 화력이 부족했다.

상대는 서번트가 아니라 영체.

그것도 거의 신령급.

소환사라고 할 수 있는 카이네의 생명이 다 하는 순간, 루시퍼 또한 숙주를 잃어 소멸하겠지만 끊임없이 어둠 속에서 섀도가 몰려오는 상황에서 느긋하게 시간 끌기를 할 수는 없다.

거기다가, 루시퍼의 강력한 마법 하나하나를 받아내는 것도 힘들어죽겠는데, 장기전을 바라보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러나 이 순간, 버질은 자신에게 이 상황을 타파할 수 있는 방법이 딱 하나, 존재한다고 단언했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적어도 버질은 이런 급박한 상황에서, 자신이 품은 신념의 바탕이 되는 마그놀리아의 위기 앞에서 거짓말을 할 사내는 아니었다.

루시퍼가 받은 모종의 충격 때문에 마법을 쓰지 않고 있던 바로 그 찰나, 단테는 코트에서 마탄을 꺼내 소환기에 재장전하고 태세를 재정비하며 물었다.

"그래서 버질. 루시퍼를 없애버릴 좋은 생각이라는 게 대체 뭔데?"

단테가 묻자, 버질은 엄지손가락으로 자신의 뒤편을 가리키며 대답했다.

"너도 봤잖아. 우리 홀리의 연구 부서 안에는 '소환 고정기'가 있다. 우리는 그 소환 고정기를 통해 한 때, 마왕을 쓰러뜨린 위대한 용사가 사용했던 '서번트'의 데이터를 투입해 소환하려 했었지.

그 서번트는 무시무시하게 강력하다. 특히나 지금 우리가 상대하고 있는 저런... 악령형 서번트에 대해서 엄청난 위력을 발휘해. '영령'급의 서번트긴 하지만. 마법이 제대로만 들어간다면, 이길 수 있어."

버질이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내자, 옆에서 베아트리체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확실히 그게 있으면. 루시퍼를 잡을 수 있을 지도 모르긴 하지만. 그거... 소환을 거부했잖아. '영체 쪽에서. 마치 자기 자신의 의지를 가진 것처럼..."

"그건... 확실히 그렇지만. 마그놀리아의 위기를 앞두고서, 다시 한 번 소환을 거부하지 않을 거야. 베아트리체, 까마귀를 보내서 연구진들에게 소환 고정기를 가동하라고 해둬."

"그럼 우린 뭘 하면 되지?"

"그야 간단하지. 소환 고정기가 제대로 그 서번트를 소환해내기 전까지, 저 괴물딱지를 상대로 시간을 벌어야 해.

전열은 내가 맡지. 내가 녀석의 공격을 유도해서 받아낼게. 갑주의 상태가 별로 좋지 않긴 하지만, 탈로스도 회복되었고, 몇 턴 정도는 버틸 수 있을 거야.

단테, 너는 중열에서 에리스랑 베아트리체를 살펴. 베아트리체, 너는 스카디를 이용해 빙결 마법을 사용. 최대한 루시퍼의 마법 사용을 저지해."

단테가 고개를 끄덕이며 성검을 치켜들자, 뒤늦게 정신을 차린 루시퍼는 자신의 손을 에리스를 향해 뻗으며, 무조건적인 '인간에 대한 살의'외에, 처음으로 '감정 다운 감정'을 내비쳤다.

루시퍼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아아. 내... 나의... 나의 반쪽 날개... 찾았다. 나의 반쪽 날개... 나의... 나의 잃어버린... 부러진... 내 날개. 내 날개애애애!!!]

"저... 저거 갑자기 왜 저래?"

단테가 당황하며 물어보자, 버질은 그딴 건 모르겠다면서 에너지 실드를 전개하며 에리스를 향해 뛰어가며 그녀를 지켰다.

"내가 알겠냐? 루시퍼가 마법을 안 쓰는 지금이 기회야! 빨리!"

[스카디 : 니블하임의 한기.]

[로키 : 변신술=터보 파이어.]

[탈로스 : 헤파이스토스의 가호.]

세 개의 서번트가 거의 동시에 세 명의 마법 능력자의 나타나 마법을 쏟아붓기 시작했다.

겨울의 여신의 손에서 차가운 냉기가 쏟아져 나오고, '레인저'로 변신한 로키가 중화기의 포탄을 쏟아냈으며, 헤파이스토스 신의 손 끝에서 탄생한 청동의 거인은 대장장이의 가호를 받아 몸을 더욱 단단하게 굳혔다.

그러자 로키도 감상에 젖어있을 시간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는지, 스카디와 로키가 쏘아낸 마법들을 단순히 한 손만 가볍게 들어 틀어막았다.

로키가 쏜 탄환은 땅에 떨어졌고, 스카디의 냉기는 대악마의 깃털 하나 얼리지 못 한 채, 가볍게 튕겨져 나왔다.

[특성 : 지고의 타락천사.

일정 위력 이하의 공격을 받았을 경우, '회피' 및 '방어'를 포기하는 대신, 취하지 않고 해당 공격을 무효화시킬 수 있다.]

"뭐 이딴 성가신 특성이 다 있어?"

"상황 대처의 유연함 하나는 끝내주게 좋은 서번트인 로키를 가진 네가 할 말은 아닌 거 같은데? 단테. 일정 위력 이하의 공격을 받았을 경우, 라면. 화력을 높이면 돼!

로키에서 잭 오 랜턴으로 바꿔.

잭 오 랜턴에게는 화염계 랭크 업 기술 인 화염 마스터리가 있을 거 아니야. 로키의 변신술은 유용하지만, 결국 변신술을 통해 사용하는 마법은 복사된 것. 어느 정도 열화가 될 수밖에 없어."

베아트리체는 침착하게 단테에게 지시하며 버질에게 외쳤다.

"루시퍼의 마법이 올 거야! 에리스를 지켜! 요정의 힘이 없으면 섀도로부터 우리 몸을 지킬 수 없어!"

[루시퍼 : 어둠 속에서 빛나는 반역의 칼날.]

루시퍼는 이번에도 자신이 만들어낸 어둠 속으로 숨어 들어간 다음, 날카롭게 기회를 노리기 시작했다.

아슬아슬하게 성검이 위험을 '감지'하고 자동으로 방어해주지 않았더라면, 죽었을 수도 있었던 위험한 마법.

칼날이 보일 때는 이미 늦어있다. 그걸 알고 있던 단테는 주변을 둘러보다가, '에리스가 사용하는 마법의 빛'이 루시퍼가 내린 어둠을 걷어줄 수 있다는 걸 떠올리고 에리스에게 지시했다.

"에리스! 네 마력으로 주변을 밝혀! 빨리!"

"네... 네에!"

[에리스 : 새벽의 광명.]

멀리서 파티원을 집어삼키는 섀도를 저격할 필요도 없었으니, 에리스는 그냥 주변을 마력의 빛으로 밝힐 뿐인 단순한 마법으로 어둠을 걷어냈다.

그러자, 그 순간.

'베아트리체'의 배후에서 루시퍼의 마력이 흔들리는 걸, 단테는 짧은 순간 파악해낼 수 있었다.

루시퍼가 에리스를 노려올 것이라고 예측한 버질은 이미 에리스 앞에서 실드를 치고 있으니, 지금 와서 베아트리체에게 다시 다가와 지켜줄 틈은 없다.

그렇다면.

"미안 베아체."

단테는 있는 힘껏 옆에 있던 베아트리체를 팔로 밀쳐냈다. 어떻게든 소환 고정기가 버질이 언급했던 '비장의 수'를 꺼내 줄 때까지는 베아트리체의, 정확히는 '스카디'의 빙결 능력이 어떻게 해서든 필요했다.

베아체를 밀쳐내자, 루시퍼의 새벽의 칼날은 단테의 거의 코 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이번에는 성검의 자동 방어 기능이 아닌, 오로지 자신의 힘으로 성검을 잡아 루시퍼의 칼날을 받아낸 단테는 '신령' 서번트의 차원을 달리하는 마력이 담긴 마법을 정통으로 막아낸 충격으로 옆으로 나가떨어졌다.

키이이이잉!!!!

"단테!!!"

"주... 주인님!!!"

"끄어... 흙! 커헉!!!"

로키가 내구형 서번트가 아니었기에, '방어'에는 성공했지만 로키는 박살이 나 흩어져 전투 불능 상태로 전환. 단테는 순간 아무 능력 없는 민간인이 되어 무시무시한 속도로 지면을 나뒹굴었다.

조금이라도 잘못 착지했더라면 목뼈가 그대로 부러져서 즉사했었을 수도 있었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침착을 유지하지 않았더라면 진짜로 말 그대로. 속된 말로 좆될 뻔했다.

회심의 일격이 막힌 루시퍼는 에리스를 힐긋 노려보며 외쳤다.

[나의... 반쪼오오오옥!!!! 용사여... 용서하지 않겠다! 박살 난 네놈의 서번트처럼. 네놈 역시 이 세상에서 그 존재를 멸해주겠다!]

"흥. 어차피 서번트는 바꾸려고 했거든! 와라...! 잭!"

[단테, 소환 : 잭 오 랜턴.]

[스카디 : 얼음 창.]

[탈로스 : 강철의 주먹.]

버질은 '지켜야할 상대'를 잘못 골랐다는 자신의 실수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단테에게 약간 미안한 마음이 들기는 했지만, 지금 중요한 건 빈틈을 드러낸 상대를 공략하는 것이다.

탈로스의 내구 스탯이라면, 단테가 받은 피해를 통해 계산해봤을 때, 제대로 방어만 할 수 있다면 한 번 정도는 어렵지 않게 버틸 수 있다.

지금은 내구를 믿고 버티기보다는,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루시퍼를 몰아세울 때다.

상공에서 스카디가 소환한 수십 자루의 고드름의 얼음 창이 루시퍼를 꿰뚫자, [니블하임의 한기] 버프를 받은 덕에 아까까지는 전혀 통하지 않았던 빙결 기술이 제대로 먹혀 들어가기 시작했다.

검게 물든 날개에는 서리가 끼어들어가기 시작했고, 천하의 루시퍼조차도 떨쳐낼 수 없는 한기가 그를 잠식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 '완전한 빙결'까지는 이어지지 못 했다. 그저 '민첩' 스탯이 몇 랭크 정도 떨어졌을 뿐. 아직 얼어붙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 사이, 청동의 거인이 세차게 루시퍼의 안면에 대고 강렬하게 주먹을 날렸다.

힘 스탯이 리바이어던 못지 않은 10, 서번트로서는 최고 수치에 달해 있었기에 탈로스의 단순한 일격은 루시퍼를 지면에 나자 빠뜨렸다.

[이... 같잖은. 미물들이...!]

루시퍼가 순간 치명상을 입어 바로 다음 마법을 준비할 수 없는 지금, 베아트리체는 이 틈을 이용해 '자기자신'의 마법까지 이용하면서 루시퍼를 몰아붙였다.

[베아트리체 : 까마귀 폭풍.]

[스카디 : 빙결의 원뿔.]

[단테 : 버스트 스팅어.]

[잭 오 랜턴 : 화염 마스터리.]

[버질 : 치유의 기적.]

[탈로스 : 거신의 분노.]

[에리스 : 새벽의 광명.]

용사의 갑주에 탑재된 '파티원 회복' 기능으로 지친 파티원들의 기력을 한 순간에 마탄을 소비해 회복시켰다.

버질의 회복 주문 덕에 기운을 얻은 단테가 바로 성검의 부스트 기능을 이용해 치고 들어가 루시퍼의 가슴에 성검의 칼 끝을 꽂았고, 그 사이에 베아트리체가 마력으로 소환한 까마귀들을 불러내어 루시퍼를 향해 돌진. 동시에, [빙결의 원뿔]로 빙결 상태 이상을 이어나갔다.

다른 파티원들이 루시퍼를 향해 모든 마법을 쏟아붓고 있었을 때, 그들의 텅 빈 배후를 지켜준 건 에리스였다. 끊임없이 용사 파티를 포식하기 위해 그 뒤를 호시탐탐 노리는 섀도를 새벽의 빛으로 내쫓아낸 에리스는 단테를 올려다보았다.

"신령? 최초의 타천사? 잘 모르겠고. 그냥 좀 죽어!"

[잭 오 랜턴 : 소각.]

콰아아아아앙!!!

성검을 뽑는 것과 동시에, 잭 오 랜턴의 소각 마법으로 성검으로 찢어버린 루시퍼의 가슴팍 안에 화염을 때려 넣은 단테는 뒤로 백 텀블링하며 지면에 착지.

바로 거리가 벌어지자마자, 성검을 버리고 양 손에 총기를 들고 마구 루시퍼를 향해 난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바로 그때, 지금까지 이어져온 승기를 굳히는 듯이, 베아트리체는 자신이 날려 보낸 까마귀로부터의 보고를 받고 버질에게 외쳤다.

"버질! 소환 고정기가 준비되었어! [영령형 아서]의 소환 준비. 지금 바로 이쪽으로 전송한대!"

"뭘 꾸물거려! 빨리 전송하라그래! 저 미친 타천사가 다시 정신 차리고 일어나기 전에!!"

"주인... 님... 저 슬슬... 한계가..."

그때, 너무 많은 마법의 사용 때문에 한계가 온 건지, 에리스는 계속해서 밝게 비추던 새벽의 광명을 거두고, 한쪽 무릎을 꿇고 말았다.

"에리스!! 씨발... 예상은 하고 있었는데... 한계가 너무 빨리 왔어. 에리스의 빛이 없으면, 루시퍼를 뭘 어쩌기 전에 전부 섀도에게 먹혀버릴 거야. 버질. 그 아서인지 뭔지 모르겠는데. 빨리 좀 해봐!"

"좀... 기다려봐! 싱크로 중이야...!"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늦은 이유 : 학업.

그거와는 별도로. 최대한 '파티의 전투' 같은 느낌이 나게 하려고 많이 노력했습니다. 누구 한 명이 특별하게 돋보이진 않지만, 각자 할 일을 하는... 그런 그림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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