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9. 승리의 깃발을 높이 들고 [1] >
감옥의 열악함은 수감자의 절망을 위해서였다.
바닥에선 한기가 오르고, 자리는 딱딱했다.
분리되지 않은 변소에 부러 뚜껑을 대충 놓는다.
불편한 몸에, 희미하게 코로 스미는 악취가 오히려 죄인을 더욱 비참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에.
야심한 새벽.
다른 죄수도 없는 지하 감옥에 선명한 발소리가 점차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지하에 돌로 밀폐된 장소.
또각또각 크게 울리는 발소리는 일부러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다.
누군가 온다.
어쩌면 이 비참함의 끝을 말할 수 있는 누군가가.
일말의 희망을 담으라고 커다란 발소리가 울린다.
그러나 감옥에 찾아오는 이가 대개는 불청객이다. 그러한 이가 찾아오는 불안함, 공포, 비참함.
마침내 철창 너머에 반갑지 않은 이가 나타났을 때 찾아오는 절망까지.
감옥이 그러한 곳이었다.
“충!”
“이상 없습니다!”
철창 앞을 지키던 기사들이 경례를 붙였다.
“자리를 좀 피해주실 수 있을까요.”
시엔이 감옥 안쪽을 흘낏 바라보았다.
“죄인과 할 이야기가 있어서요. 다른 이가 듣지 않았으면 하는데.”
“알겠습니다. 지상의 입구를 닫고 지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간수 노릇을 하던 기사들이 자리를 떴다.
쿵쿵쿵.
철제 그리브가 돌바닥에 부딪혀 아주 요란한 소리로 멀어져갔다.
끼이익. 쿵……!
철문 닫히는 육중한 소리가 들렸다. 그 먼, 계단 위 지상에서 이 아래까지 선명히 울렸다.
정적이 찾아왔다.
수감된 죄수는 한 명뿐이었다.
간수마저 자리를 뜨니 밤의 지하는 그저 고요하기만 했다.
시엔이 의자를 하나 끌어다 앉으며 말했다.
“각하, 침소는 좀 어떠신지요?”
철창 안 흐레이그 공작이 삐뚜름히 웃었다.
“네놈이 제정신이 아닌 것은 잘 알겠더군.”
“어떤 부분에서 그렇게 느끼셨는지 모르겠네요.”
“나는 왕국의 공작이다. 감히 이러한 처사를 자행하고서도 묻는 것이냐?”
패배한 귀족이라 한들 지하 감옥에 가두는 법은 없었다. 감옥은 비천한 이의 것이었기에.
오죽하면 높은 신분을 가두기 위한 유폐실을 따로 준비해둘까.
평상시에는 후계 다툼에 밀려난 후계자나, 그 식솔을 가두곤 했다.
혹은 어린 귀족의 체벌방으로 쓰기도 한다.
그러니 아무리 패배했다 한들 한 왕국의 공작을 감옥에 가두는 일은 무도한 처사였다.
하지만 그게 왜?
시엔이 생각하기엔 문제가 없다.
“그러게 왜 파문을 당하고 그러셨어요.”
시엔이 말을 이었다.
“제가 비록 세속에 속한다 해도 명예 성자인데, 파문당한 자를 귀히 모실 수는 없는 노릇이잖아요? 아니면 전통대로 축사에 넣어드릴 걸 그랬나요?”
파문은 교단의 최고형이다.
사형은 인간으로 죽는다.
집행 전에 사제가 생의 마지막 기도를 올려주며, 시체야 죄악에 따라 거둘 수도 있고 놔둘 수도 있었다.
그러나 파문은 선고의 때로부터 인간미만의 가축으로 취급하겠다는 뜻이었다.
천신께서 세상에 사람을 이롭게 하라 하셨으니, 만물이 지성을 가진 생명을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파문자에겐 그렇지 않은 것이니.
물론, 교단에서 그러하겠다는 것이라 대륙 왕국들의 법도와는 별개의 이었지마는.
“조롱을 하러 왔나?”
“뭐.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크흐, 능구렁이처럼 굴더니. 영락없는 아이로군. 유치하기 짝이 없어. 그래 봐야 어떤 이득이 있나? 네 녀석 기분이야 좀 나아지겠지만.”
“그거면 충분하지 않을까요?”
시엔이 여유롭게 의자에 기댔다.
“얼마 전, 아니, 당장 어제 새벽이었던가? 그제 밤이었나요. 그때만 해도 꽤 불편한 자리에서 말씀을 드렸는데. 이젠 반대로군요.”
“그때 곧바로 참했어야 하는데.”
“그러게요. 왜 안 그러셨을까. 어리석으셨죠.”
공작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이거 재미있네.
시엔이 계속 놀렸다.
“각하의 뻔뻔함에는 정말로 감탄했습니다. 천신께서 지켜보시는 가운데 거짓말을 하시던데.”
“네 녀석만 할까.”
“제가요?”
“내가 아무리 얼굴이 두껍다 한들, 전쟁을 일으킨 장본인이 명예 성자랍시고 교단을 끌어들인 치만 할까.”
“아, 그건 좀 아픈데요.”
전쟁을 누가 일으켰냐 하면 시엔 자신이었다.
물론 티란디스 가문에 대한 국왕의 부당한 압박이 있었다.
세필리아 공주가 팔려 갈 뻔하기도 했다.
더 이전엔 델피르 왕세자의 폐위가 있었다.
시엔의 입장에선 가만히 당할 수 없는 처사였다.
타개책으로 전쟁을 일으켰다고 하나, 그 결정이 온전히 자신의 몫이라고.
시엔은 그렇게 생각했다.
원인이야 어쨌건 간에 국왕은 왕의 권한을 행사했을 뿐, 전쟁의 원인을 미룰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리고 그 만행이 왕을 위해서였다.
그러니 델피르 전하께서 선정으로 갚으셔야지.
이렇게 생각하니 왕을 모시는 것도 참 괜찮은 일이다 싶네.
“한낱 반역자에 불과한 줄을 알아야지.”
“성공한 반역은 반역이라 안 해요. 아시죠?”
“왕국의 귀족이 그 주인 된 왕을 배신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폐하께선 제 왕이 아니셨으니까요. 델피르 전하께서 마땅히 가지실 왕좌를 빼앗기셨으니, 충신이 그저 해결해야 할 일이었죠.”
“웃기는군. 델피르는 왕의 소생이 아니다. 왕가의 피가 흐르지 않는 이에게 왕좌를 넘긴다고? 그게 반역이 아니면 무엇인가?”
시엔이 고개를 저었다.
“전하께서 그러한 누명을 쓰고 계십니다만.”
“누명이라고?”
“좋은 명분이 아닌가요? 왕세자를 폐하기엔.”
“순진하긴. 명분 따위가 아니다.”
“글쎄요. 그렇다기엔 전하께서 오랫동안 왕세자 위에 올라 계셨는데요. 마음이 편찮으실 때 계속해서 말이에요.”
델피르는 오랫동안 광증에 걸린 왕세자였다.
핏줄에 문제가 있었다면 진작 폐위되지 않고 어째서 광증이 낫고 난 이후에야 그러한 소문이 나냐는 뜻이었다.
공작이 입을 다물었다.
그야 광증에 걸린 왕세자가 왕위를 물려받을 수 없는 일이기에 놔둔 것이 아닌가.
어차피 알아서 폐위될 왕세자였으니.
왕비의 부정이 낳은 결과라고 발표하기엔 국왕의 체면을 단단히 구기는 일이었다.
심지어 지금조차 소문이 퍼졌다 뿐, 왕가의 공식 발표가 아니니.
광증이 나을 줄 알았다면 진작에 폐위를 시켰을 것이다. 공작이 이렇게 대꾸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았다.
시엔이 왕자의 정통성을 지지한다며 하는 말이 아니었다.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뜻이었으니까.
시엔이 마저 약을 올렸다.
“반역자 대 파문자라. 그러게 마물은 왜 제조하셨어요? 사악한 짓을 벌이니 천벌을 받지.”
“천벌? 크흐흐…….”
“뭐가 웃기죠?”
이게 아닌데.
시엔이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자 공작이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세상에 천벌이 어디에 있느냐? 하늘이 하는 것이 무엇이더냐? 땅 위에 오직 욕심이 사람을 움직일 뿐이지.”
“어떻게 그런 불경한…….”
시엔이 쌍심지를 켰다.
뒤이어 나온 목소리가 거칠었다.
“그런 불경한 마음으로 사악한 마물을 제조했습니까? 그런 악행이 결국 이러한 끝을 맞이하리라 생각하지 않고?”
“무엇이 사악하고 무엇이 마물이지? 그저 주인의 명령만을 얌전히 수행하는 이들이다. 이것이 사악한가? 기사와 군대가 역시 사악한 것들인가?”
“죄 없는 이를 마물로 만들었잖습니까!”
“흐흐, 내가 억지로 만들었다 생각하나? 흐레이그 나이트 전원, 자신의 뜻으로 그렇게 되었다.”
“그럼 그 재료들, 수없이 희생된 가엾은 이들은!”
시엔이 바락 소리 질렀다.
공작이 태연히 대꾸했다.
“어차피 내 영민이 아니더냐? 도구의 쓰임새는 그 주인이 결정하는 것이지.”
“그걸 지금 말이라고……!”
“이제 보니 순진하기 짝이 없구나. 크큭, 티란디스도 오래 가진 못하겠어.”
“어떻게 그런 말을……!”
상황이 뒤바뀌었다.
시엔의 눈에 분노와 증오가 선명히 서렸다.
공작이 그 시선을 즐기며 생각했다.
이제는 누가 조롱하고 있지? 애송이 같으니.
공작이 말했다.
“영민이 무엇이냐. 죽을 때까지 제 주인을 위해 사는 것들이다. 늙어 묻힐 때까지 땅을 파먹으며 세금을 내는 것들. 그렇다면 더 일찍 죽어 요긴하게 쓰는 편이 그들에게도 기쁨일 테지.”
“당신은 베스탄티의 영민들을 학살했어!”
“그건 꽤 유감이군. 애송이가 운만 좋아서는 잘도 피해갔구나.”
본래는 시엔에게 큰 타격을 줄 함정이었다.
가족을 잃은 유민들이 인간 폭탄이 되어 달려들고, 영주성의 병사들은 필사적으로 수비에 나섰을 것이다.
거기에 소식이 퍼지면 명분과 도덕에서도 1왕자파에게 지대한 손실을 줄 함정이었다.
“네가 피해간 덕분에 그 죽음이 헛수고가 되고 말았어. 너 때문이다. 네가 그것들의 죽음을 헛되게 만들었어.”
“웃기지 마.”
시엔이 으르렁거렸다.
“멍청하긴. 그게 군대와 다를 것이 무어냐? 그래. 네놈이 방어할 때, 통로 가장 앞을 막은 병사들을 떠올려 보게.”
공작은 웃는 표정이었다.
“거긴 죽을 자리였어. 이기든 지든 살아남을 수 없는 선봉. 네가 그들을 죽으라 보내지 않았던가?”
“군대와 영민은 다른…….”
“뭐가 다르지?”
시엔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공작은 만족스러웠다. 이제야 기분이 좀 낫다.
한참 후에야, 시엔의 입에서 목소리가 샜다.
반쯤 잠긴 목소리였다.
“……그럼 팔퓌유 참사는? 당신은 당신을 따르는 귀족들을 참살했어. 네 영민이 아니었는데도.”
“말했잖나. 전쟁이라고. 누군가는 죽을 자리에서 죽음으로 유리함을 끌어내야 하지. 자네가 한 일과 다르지 않아.”
그러자 시엔이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이해가 좀 되네요.”
“뭐?”
“각하께서 왜 그러셨나 궁금했었거든요. 그래서 화가 난 척을 좀 해 봤죠.”
여태까지 보여준 감정이 사라졌다.
시엔은 그저 태연한 모습이었다.
오히려 입술을 끌어당겨 미소를 지었다.
“뭐. 각하께서도 즐거우셨죠? 전쟁에는 졌지만, 본인을 패배시킨 당사자를 오히려 조롱하며 분노케 한다. 공작님 기분은 좀 나아지셨죠?”
“너……!”
“각하 기분 좀 맞춰 드렸어요.”
처음에 공작이 한 말이었다.
공작의 얼굴이 시뻘겋게 물들었다.
“네놈이 나를 능멸하고…….”
“됐고. 각하께서 하나 착각하시고 계시던데.”
시엔이 손가락을 들어 흔들었다. 아주 얄밉게.
“각하께서 스스로 영민을 참살하실 때에 죽으라 명령하셨나요? 아니면 죽이라 하셨나요?”
“둘이 다르다는 건가?”
“다르죠. 전자는 귀족의 의무니까요.”
내 영민 중에 죽이고 살 자를 정하는 일이었다.
그 책임이 보통의 것이랴.
귀한 피를 타고난 이가 어깨에 져야 할 숙명이었다.
아주 무거운 책임.
“죽이라 한들 다를까.”
“죽여야 할 이는 적이 전부입니다. 아군을 죽이라 하면 그저 살인자에 지나지 않죠.”
“궤변이로군.”
“글쎄요. 각하께서만 그렇게 생각하시겠죠.”
시엔이 손을 들어 한 편을 가리켰다.
철창 너머로부터 없던 인기척이 갑자기 나타났다. 사발디 백작을 선두로 한 북부 귀족들이었다.
“사발디 백작님. 더 증명이 필요하세요?”
“충분하오. 대공자를 의심했음을 사과해야겠군.”
흐레이그 공작의 표정이 굳었다.
그제야 제가 속았음을 알아차린 표정이었다.
“노옴!”
“제가 혼자 왔다 말씀드린 적은 없었는데.”
시엔이 키득거렸다.
마법으로 닫힌 공간의 소리를 막는 것이야 마력을 다룰 줄만 알면 할 줄 알았다.
열린 공간에서는 더 난이도가 붙어 어지간한 수준으로 마력을 다룰 수 있어야 가능했다.
그리고 열린 공간에서 대상이 움직이기까지 하면, 그 난이도는 더욱 어려워 고위 마법사가 집중해서 해야 할 일이었다.
하지만 백 년 넘게 산 리치라면, 신경을 대신에 마력을 다루는 그 특성상 제법 할 만한 일이었다.
그뿐이랴 신발 아래에 솜을 잔뜩 붙여 혹여 진동이 새어나가지 않게 막기까지 했으니.
그렇다 해도 사발디 백작을 위시한 귀족들이 도둑처럼 살금살금 걷고, 숨을 죽여 기다리기는 했다. 이는 결코 귀족이 할 만한 일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사발디 백작 외 귀족들이 체면을 감수한 것이 제 원수가 누구인지 확실히 하고 싶다는 이유였다.
여러모로 공을 들인 속임수였다.
한 사람 분의 발자국 소리. 대놓고 물린 기사들.
지상의 철문을 닫아 단둘이라 여기게 했다.
거기에 사뭇 분노한 척 흥을 돋워주었다. 어차피 진 전쟁, 승리자가 분노하는 모습을 보고 신이 나 공작 스스로 떠들 수 있도록.
“진정 각하가, 아니, 당신이었군. 어떻게 당신이.”
“잠깐, 이건 모두 저 애송이의 계략, 하!”
“가문의 역사가 흐레이그와 함께했는데, 그 보답이 이러할 줄은 몰랐지.”
공작은 담담하게, 시엔을 바라보며 말했다.
“애송아. 제법 애를 썼으나 그게 전부다. 어차피 저들은 북부의 배신자들. 증인으로 참석해 내 자백을 떠든다 한들 누가 믿을 성싶더냐? 편을 갈아탄 치가 떠들어봐야.”
“저런 뻔뻔한!”
“개자식 같으니!”
귀족들이 욕설을 내뱉었다.
시엔이 공작의 시선을 받으며 물었다.
“증인이요?”
“뭐라고?”
“아. 혹시 재판을 생각하고 계시나요? 에이, 순진하기도 하셔라. 각하야말로 순진하시네요.”
“무슨 소리를…….”
“각하께서는 옥중에 치욕을 이기지 못하고 자결하시는 겁니다. 물론 감옥에 가둔 제 잘못이니 겸허히 받아들일 거지만요.”
공작이 죽을 마음은 없었으니 시엔의 말이 뜻하는 바는 명확했다.
“너, 명예 성자라는 이가…….”
“가축을 속이는 건 죄가 아니니까요. 여기 원수를 둔 아비와 자식께서 계시니 오히려 정의를 집행하는 일이라 하겠습니다만.”
북부 귀족들이 품에서 쇠붙이를 꺼내 들었다.
장검을 버리고 짧은 단도를 들었다.
편히 죽이지 않겠다는 심산이리라.
“각하께서 궁금해하실 것 같아 이후의 일을 말씀드리자면요, 흐레이그 가문은 끝났습니다. 반역자의 피는 하나도 남지 않을 겁니다.”
그제야 공작의 표정에 공포가 서렸다.
멸문.
멸문을 생각한 적이 없었다.
시엔이 페시번, 흐레이그의 버린 자식을 보호 중이었다.
페시번을 앞세워 흐레이그 가문을 잇게 하고 뒤에서 조종하리라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어떻게든 가문이 살았다면 될 일이다.
덜떨어지긴 했으나 페시번 역시 흐레이그의 피를 이었으니, 당대에 크게 지더라도 이후에 다시 일어날 것이라 믿으며.
그래서 이 치욕을 견디며 재판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던가.
어떻게든 그 참사들을 티란디스에게 돌리기 위해.
새로이 왕국의 실세가 될 것이 뻔한 이다.
귀족들이 견제하려 들 테니 재판도 불분명한 결론을 남겨 그 불씨를 남길 수 있을 터였다.
그로 인해 가문에 숨통이 조금이나마 더 트이도록 만들기 위해서.
“페시번 녀석은 전하께서 하사하신 새로운 가문의 초대 가주가 되기로 했습니다. 흐레이그가 그 녀석을 버렸듯이, 녀석도 흐레이그를 버렸죠, 뭐.”
“안 돼! 그럴 수는 없다!”
“안 될 게 뭐가 있겠어요.”
시엔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여기 정당한 복수가 기다리고 계시네요. 누렁아. 이분들 잘 도와드리고.”
“예. 도련님.”
귀족의 인솔을 맡았던 늙은 집사의 배웅을 뒤로하고, 시엔이 일어나 감옥 밖으로 향했다.
잠깐, 잠깐만. 내가 잘못했다. 자비를.
등 뒤로 그런 말이 들린 것도 같았는데.
공작의 목소리는 맞는데, 어쩐지 매치가 되지 않기도 하고.
지상으로 오르는 계단에 닿을 때쯤에는, 고통에 찬 비명만이 시엔의 뒤를 따랐다.
누렁이도 꼴에 사제이기는 했다.
사이비이나 신성을 능숙히 다루는 이라, 귀족들의 화풀이를 최대한 도우라 했으니 그렇게 할 테고.
시엔이 생각하기에 공작이 아마 편히 죽지는 못할 것이다.
뭐. 그게 내 알 바인가.
시엔이 지상에 올라 철문을 닫았다.
뒤를 쫓던 지하의 비명이 뚝 끊겼다.
< 39. 승리의 깃발을 높이 들고 [1]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