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후작가의 망령재림-189화 (185/268)

< 38. 대단원 [2] >

셀시는 침울했다.

시엔을 본 파도등대의 부탑주는, 뱃사람다운 시원함은 온데간데없이 실수를 자책하는 여인만이 남아 있었다.

“그건 어릴 때였어요. 철없는 꼬맹이 시절이었단 말이에요. 도련님, 본래 형제자매란 태어날 때부터 ‘서로 죽여라!’라는 사명을 받은 것처럼 굴잖아요.”

“그런 농담을 들어본 적도 있는 것 같네요. 뭐, 농담이 그냥 생기지는 않는 일이겠지만요.”

“생각해 보면, 그러면 안 되는 거였는데. 저는, 전 잘 모르겠어요. 제 기억 속에 알리아는 게으르고, 그저 내숭으로 사람을 속여 이간질이나 시키고 부려먹는 그런 애였는데. 제가 한 일에 대해선 왜 잊고 있었을까요.”

“사람의 기억이라는 것이 본디 정확한 것이 아니라 그렇겠죠. 셀시도 마법사이니 알고 있을 테고.”

기억은 절대적이지 않았다. 사람이 자신의 기억을 마주할 때 저도 모르게 조작해 뒤바뀌게 마련이다.

본디 절대적인 기억으로 동토 세계와 같은 과거를 기억하는 이는 천신 단 한 분이시라.

인간이 그에 미치지 않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

천신께서 보아 세계가 있으나, 인간이 보고 믿어 기적을 일으킨들 그 한계는 흑마법사에게 신성을 틔워주는 정도가 고작이었으니.

“알리아가 삐뚤어진 것도 결국 제 잘못이었던 거네요. 인제 와서 떠올려보면, 난 참 모질기도 했어요.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였는데도.”

“아이가 하는 일이 본래 그렇습니다. 셀시가 너무 자책할 필요는 없어요.”

시엔이 순진무구를 떠올렸다. 죄악 중에서도 가장 끔찍한 죄악이었다.

죄는 있으나 그 죗값을 물을 수 없어 죄인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므로.

거기에, 아니다, 생각하질 말아야지……

시엔이 급히 생각을 틀었다. 생각으로도 끔찍한 대죄인을 굳이 다시 되짚어 보고 싶지 않았다.

“감사합니다, 도련님. 위로해 주셔서. 참 자상하신 분이세요. 잘못하면 반하겠는데요?”

“위로까진 아니고. 그냥 사실을 말한 거죠.”

“그래서 더욱 말씀이세요. 사실보다 더한 위로가 있던가요?”

셀시가 과격한 미소를 되찾아 기지개를 켰다.

“차라리 잘 되었네요. 없던 일이 되어버린 건 저나 알리아에게나 치사한 일이겠지만, 그래도 이제라도 좋은 자매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시엔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제라도 좋은 자매가 되겠다라.

지나간 시간이 이미 역사가 되어 동토 세계에 얼어붙었는데, 그저 한 사람이 잊었다 한들 없었던 일이 될 수 있을까.

물론 시도는 해볼 수 있겠지마는.

하지만, 셀시에게는 어려운 일이 될 터였다.

“셀시?”

“예, 도련님.”

“잘못 알고 있는 것 같은데요. 알리아는 주요한 용의자로 구금 중인 상태입니다. 보호가 아니라.”

“잠깐만요, 그럴 순 없어요. 루우트다렌의 전황이 참혹했다는 것도 듣긴 했고, 알리아의 마법이 큰 몫을 했다는 건 알고 있어요. 하지만 알리아는 한 사람의 마법사로 그저 참전했을 뿐이에요. 군대에 소속되었다고요.”

“그건 맞죠. 참전한 마법사에게 전쟁 범죄 이외의 전투 행위로 죄를 물어서는 안 되는 일이니까.”

전쟁이 끝났다 해서 남은 모든 적병에게 죄를 물을 수는 없었다.

전쟁이란 서로를 죽이는 일이다.

그 속에서 군인이 군인의 숨통을 끊는 일은 살인이 아니다. 그저 전공으로 평가할 뿐이기에.

참전한 마법사 역시 마찬가지였다.

전쟁의 승패로 마법사의 유무죄를 판단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따지자면 시엔의 지시로 적을 태운 화염탑의 부탑주 및 휘하 방화광들 역시 마찬가지가 아니겠는가.

“하시면, 어째서죠?”

“알리아는 교단의 주적으로 선포된 집단에 속해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교단을 공격했으며 공공연히 적대를 표시하기까지 한 녀석들이지요.”

“하지만, 알리아는 기억이 없잖아요. 지금은 그냥 어린애에 불과해요.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애!”

“아직은 그렇죠.”

사람의 머리가 아직 알려진 바가 없다 보니, 기억을 되찾을 수 있을지는 누구도 모를 일이었다.

어쩌면 벌써 기억이 돌아왔을 수도 있고, 아니면 시간이 흘러 숨이 다하는 그 순간까지도 그저 잃어버려 되살리지 못한 것으로 남을 수도 있고.

“그렇기에 기억을 되찾을 때까지 알리아는 용의자로 간주합니다. 파도등대로 돌아갈 수는 없어요.”

“그런…….”

셀시가 털썩 주저앉았다.

“너무 걱정하진 마세요. 교단은 기본적으로 자비로운 이들이고, 참회 앞에 용서하는 미덕을 아는 이들이기도 하니까요.”

“어떻게 걱정을 안 하겠어요? 주적이라니, 알리아 이 년은 대체 무얼 하고 다녔는지…….”

“그럼 이건 어떤가요. 알리아의 정신이 지금은 어린아이라고 해도 한 사람의 물길잡이니, 능력을 살려 제 아래 두겠습니다. 기억을 되찾고 나선, 그때의 태도를 보아 교단에 감형을 청하는 거로.”

결국, 아래에 두고 부려먹겠다는 뜻이었다.

울컥한 셀시가 그럼 무슨 자격으로 교단의 죄인을 개인적으로 쓰려 하느냐 따지려다가, 문득 눈앞의 도련님이 명예 성자의 신분 또한 가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호의에 감사드립니다, 도련님.”

“면회는 언제라도 환영이니, 셀시가 자주 찾아와 친해지는 것도 괜찮겠네요.”

시엔이 웃으며 말했다.

그러나 속으로는 궁금하기도 하고.

파도등대의 차석 등대지기가 그리 한가한 직책이 아니고, 뒤이어 수석의 자리를 이어야 할 터였다.

이제부터라도 좋은 자매가 되겠다는 셀시의 생각이 진심으로 그렇게 하고 싶다는 뜻이었는지, 아니면 이렇게 된 바에야 겸사겸사 잘 되었다고 한 말이었는지는 지켜봐야 알 일이었다.

* * *

“후우우.”

세올이 포개어 모은 손바닥 위로 조심조심 바람을 불어넣었다. 까맣고 자잘한 것들이 여인의 내뿜는 숨에 날아 흩날렸다.

뒤이어 손바닥을 살살 흔들어 그 위에 담긴 것을 뒤섞고는, 또다시 숨을 불어넣기를 반복했다.

몇 번이나 반복하고 나선, 남은 것들을 잘 모아 입안에 털어 넣었다.

양 볼따구 가득 구운 쌀알을 머금은 세올의 눈이 초승달처럼 휘었다.

입에 들어간 쌀알들을 다 씹지도 않고서는, 의자에서 부지깽이를 뻗어 벽난로를 뒤적거린다.

바닥을 긁어 시커먼 쌀알들이 부지런히 모았다.

그렇게 모은 쌀알을 한 줌 집어 양 손바닥 사이에 두고 비빈다. 검댕과 탄 쌀겨가 우수수 떨어져 내렸다.

입안에 든 것을 꿀꺽 삼키더니, 다시 후우 후우.

트리예가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멍하니 든 펜에서 뚝뚝 떨어지는 잉크가 논문 위로 떨어지는 것도 모르는 채였다.

아니, 점점 먹는 것도 이상해지네.

새에 깃들어 날아다니는 걸 슬슬 말려야 하는 거 아닌가? 아니, 무슨 새가 쌀알을 익혀 먹어? 그냥 취향이 됐나?

불에 그슬린 쌀알을 비벼 쌀겨를 벗기고 후 불어 날려 보내고 남은 알갱이는 홀랑 삼키고.

계속해서 그 반복이었다.

그러니 두 손 모두 검댕으로 시커멓다. 그 손으로 또 입에 연신 털어 넣으니 입 주변이며 코끝, 뺨에 이르기까지 온통 시커먼 손자국이 찍혔다.

게다가 잔해들은 고스란히 카펫 위에 내려앉았다.

본인도 그리 깔끔하지는 않지만, 남이 지저분한 꼴은 또 못 보는 트리예였다.

트리예가 결국 한마디 툭 던지고 말았다.

“아니, 선배. 그걸 꼭 실내에서 해야겠어요?”

“치우면 될 거 아냐.”

“칫. 누가 치우는 꼴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

“꼴? 꼬올? 너 지금 하늘.”

“네네, 선배. 하늘 같은 선배. 거, 귀도 밝지.”

“야! 선배님이 말씀하시는데 말 끊게 되어 있냐?”

“네네. 선배. 잘못했어요.”

“대답은 한 번만 해!”

“네? 네. 네, 알겠어요. 네.”

“야! 요게 보자 보자 했더니.”

세올이 도끼눈을 건방진 후배를 노려보았다.

안 되겠다. 오늘이야말로 선배 무서운 꼴을 제대로 보여줘야지.

정작 제 꼴은 생각조차 않고 세올이 씩씩거렸다.

“오냐, 오늘 이 세올이 기강 한번 제대로…….”

“앗…….”

시녀 둘의 표정이 동시에 찌그러졌다.

“야, 이쪽으로 오는 것 같지?”

“그러게요.”

빠르게 가까워지는 막대한 신성이었다.

영주성 내에서 그러한 인물이야 안 봐도 뻔했다.

벌써부터 속이 메슥거리는 것이 트리예의 얼굴에 금세 핏기가 가셨다.

세올이야 얼굴이 지저분해 티가 나지는 않았지만, 인간의 껍데기를 뒤집어쓴 리치 역시 마찬가지였다.

둘이 숨을 죽이고 성녀가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그런 노력이 무색하게도, 문이 발칵 열리며 후광을 단 성녀가 모습을 드러냈다.

옆에 존경해 마지않는 업계의 대선배님을 대동한 채로.

“시엔, 이분들은…….”

“제 전속 시녀들입니다. 대외적으로는 그렇습니다만, 저와 같은 마법사들이고, 후배이자 제자이기도 합니다.”

“시엔이 선배라구요? 스승에다가?”

세올과 트리예가 서로를 마주 보았다.

신성으로 그 속이 요동쳐 어지러운 와중에서도, 감격스러운 눈빛을 교환했다.

들었어요? 제자래요. 제자.

나도 들었어.

시엔이 연구를 돌봐주기는 했다.

그러나 제 입으로 제자라 말한 적은 없어 선배 이상 스승 미만의 미묘한 위치쯤이었다. 그리고 지금 공인이 되었고.

“시엔과 같은…….”

뷔아가 중얼거리며 두 여인을 살폈다.

개중 펜을 쥔 여인이 참 아름다웠다. 눈이 좌우로 길어 사나운 인상이기는 해도, 창백함에 가까운 흰 피부에 새빨간 입술이 도드라졌다.

그리고 또 한 명은, 뭔가 좀 지저분하시네.

시엔이 아름다운 시녀를 여럿 끌고 다닌다더니.

시녀로 위장한 마법사들, 그것도 세상에 여태껏 숨어 드러나지 않았던 이들이었던 모양이었다.

다만, 자신을 보는 시선이 기이했다.

어쩐지 불쾌한 듯한, 저를 바라보는 어떤 혐오감 비슷한 감정에 뷔아가 당황해 어쩔 줄을 몰랐다.

“뷔아?”

“아.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뷔아가 급히 인사를 건넸다. 어색한 인사였다.

그러자 두 시녀가 인사를 받았다.

불편하기 짝이 없는 태도였다. 그러고 나니 서로 눈치를 보았다. 덕분에 침묵이 내려앉았다.

“됐어. 하던 일들 해. 잠깐 들렀으니까.”

시엔이 키득거리며 손을 내저었다.

시엔처럼 용과 섞인 신체를 가지지도 않았고, 또 신성을 품지도 못했다.

그러니 둘이 성녀를 맞아 얼마나 끔찍한 심정인지 알았다. 시엔이 뷔아를 몰아 방에서 빠져나왔다.

괴롭히고자 하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성녀가 저 둘의 얼굴을 한 번은 보아 알아둘 필요가 있었다.

흑마법사가 결국 세상에 드러나고 말 이들이고, 교단과도 피치 못하게 얽히고 말 터다.

그러니 교단의 제일 성녀가 얼굴을 보아 아는 것과 모르고 있는 상태의 차이는 꽤 컸다.

그런데 세올 녀석은 꼴이 그게 뭐야? 굳이 안면을 틔웠더니 나중에 마주쳐도 못 알아보겠네.

시엔이 인상을 찌푸렸다.

“시엔. 혹시 내가 뭔가 잘못한 거라도 있나요?”

뷔아가 물었다.

시엔이 두 시녀를 소개한 것이 비단 그네들을 위해서만은 아니었다.

교단도 유의해야 할 일이 있었다.

“그냥 뷔아 자체가 싫어서 그럴 겁니다만.”

“아니, 왜요? 내가 뭘 했다고…….”

“글쎄. 가까이에 있으니까?”

“아니, 그러니까 왜요? 사람 억울하게.”

본래 흑마법사가 부정한 힘을 다루고, 신성과는 충돌해 불안정하게 날뛰는 성질이 있었다.

뷔아가 신성을 감추지 않았으니, 그저 가까이에 있는 것만으로 속이 쓰려고, 뒤집히고, 쓴물까지 올라와 정신을 차리기 어려운 상태이니.

시엔이 설명했다.

“그럼 어떡하죠? 저분들과 계속 거리를 둘 수밖에는 없는 건가요?”

“신성을 안으로 묶어 감추면 될 일입니다.”

“어떻게요?”

“음. 잘?”

역사에 흑마법사가 사라진 지 오래고, 신관이 제 신성을 감추지 않은 기간이 그만큼이었다.

신성이 흑마법사를 제외하면 인간에게 해롭지 않았다.

긴 시간을 그렇게 드러내고 살았다. 신관이 신성을 감추는 법을 잊어 모르는 것도 당연하다.

시엔이 그리 말하자, 뷔아는 황당한 표정이었다.

“그러니까, 시엔도 모르고 나도 몰라, 아무도 그 방법을 모르는데 알아서 신성을 감추라구요?”

“신성을 좀 감춰주시라 예전에도 한 번 말씀드렸던 적이 있던 것도 같습니다만. 그 던전이 발견되었던 때였던가.”

“음. 기억은 안 나는데.”

던전이 발견되었을 때? 엘프의 술이 참 맛있기는 했었는데…… 아! 그러고 보니.

뷔아가 다급히 물었다.

“잠깐! 시엔도 그 흙? 마법사잖아요.”

“발음을 조금만 주의해 주시겠습니까? 땅지기처럼 들리지 않습니까.”

“아니, 어쨌든.”

뷔아가 기억을 더듬었다. 근래에 친근하니 잊고 있었는데, 생각해 보니 예전에는 그리 달갑게 굴지 않았더란다.

이제 설명을 듣고 나니 왜 그랬는지 알았다.

뷔아가 진지한 낮으로 다시 물었다.

“그러니까, 안으로 묶어 감춘다고요?”

“제가 해본 바로는 그랬습니다만.”

시엔이 직접 신성을 일깨워보고 나니, 마력을 감추는 요령과 다른 바가 없었다.

마법사야 으레 할 줄 아는 일이었지만, 그걸 입으로 설명하자니 결국 나온 말이 그러했다.

팔을 움직이는 방법을 묻는다 한들 어찌 대답하겠는가. 그냥 힘을 주고. 움직이라 해야지.

성녀가 잔뜩 인상을 썼다. 한참을 힘주어 끙끙거리더니, 문득 성녀의 신성이 대폭 줄어들었다.

“오. 방금.”

“됐나요? 된 거죠?”

동시에 신성이 다시 활짝 폈다. 후광 역시 화사한 빛을 사방에 뿌렸다.

거, 쓸데없이 눈부시기만 하고. 시엔이 생각했다.

“반쯤 성공했으니 더 연습해야겠습니다.”

“좋아요. 대충 감은 익혔으니까.”

“그러니 나머지는 교단에서 연습하시고.”

“좋아. 교단에서 마저. 응? 왜?”

“뷔아가 증인과 증거를 모았으니, 교단에 전달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파문과 관련된 일이니 뷔아가 직접 움직이는 편이 좋을 겁니다.”

“하지만, 전쟁이 아직 끝나지 않았잖아요?”

내전이 아직 끝난 것이 아니었다.

이 시간에도 왕성에선 공방전이 오가며 계속해서 삶이 소모되는 중이었다.

거기에, 무엇보다 아직 북부 귀족 연합의 본대가 북상 중이었다.

세올이 날아서 본 바로는 이제 고작 이틀 거리를 두고 있었다.

영주성 함락의 소식이 전해져 서두른다면 당장 내일 오후에 당도할 수도 있겠고.

그 숫자가 무려 삼만이었다.

“그러니 뷔아는 곤장 떠나십시오. 성녀가 도시에 있고, 거기에 증인과 증거까지 있으니 공격해 지우고자 하지 않겠습니까? 이미 한 번 그러하였으니, 두 번 역시 거리낌이 없을 테지요.”

흐레이그가 교구장을 살해하고 구호소를 습격했다.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으니, 이참에 몰살시키려 들 것이 뻔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그럼 시엔은요?”

“인제 와서 이러기엔 궁색하긴 한데, 속세의 일은 속세에서 마쳐야 하지 않겠습니까.”

거기에 전쟁의 끝은 전투여야 하는 법이다.

인간을 초월한 어떤 기적이나 재앙이 아닌.

그리고 나서야 비로소 승리가 오롯이 군대의 것이 되는 법이었다.

병사 개개인의 승리였다. 전쟁은 상처를 남기고, 그나마 그 째진 속을 달래 아물게 하는 것이 승리의 달콤함이나니.

이후의 백성들을 위해, 티란디스의 영민과 나의 어린 왕을 위해서도. 전쟁은 허망한 끝이 아니라 치열한 결전으로 완성되어야 했으니까.

그렇다고 손 놓고 지켜보겠다는 뜻은 아니지만.

< 38. 대단원 [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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