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후작가의 망령재림-190화 (186/268)

< 38. 대단원 [3] >

본래는 도시를 점령했으니 군대를 풀어 도와야 할 일이었지만, 당장 적의 큰 군대가 다가오는 때에 그럴 여유가 없다.

시엔의 군대는 바빴다.

흐레이그의 영주성은 견고한 만큼이나 복잡했고, 또한 구조를 제대로 알지 못했다. 생소한 요새에서 방어를 치러야 하는 판이었다.

집무실을 뒤엎어 방어 계획을 찾는 동시에, 당장 모든 군대가 발로 뛰며 적습에 대비한 훈련을 개시했다.

그래도 촉박한 시간이었다.

개중에 여유로운 인물도 몇 있었다. 가령 흐레이그의 전 대공자라든가.

“이때쯤 여기에 서 있는 걸 좋아했다.”

강스트프레에는 아직도 잔불이 남아 내내 연기가 피어올랐다.

한때는 북부 제일의 도시였으나, 더는 그렇지 않으리라.

높은 곳에 올라 바라보면 그저 온통 타고 남은 잔해가 성벽 안쪽으로 무성할 뿐이었으니까.

“낮과 밤의 도시가 다른 모양이었으니까. 해가 저물어 하늘의 불빛이 지면, 그제야 지상에 불이 피어 도시가 밝았으니까. 그제야 도시가 살아나 숨을 쉬는 기분이 들었다.”

“얼씨구. 시인 나셨네.”

시엔이 피식 웃으며 보루 성곽에 몸을 기댔다.

페시번이 못 들은 척 도시를 바라보았다.

어둠이 밀려옴에도 도시에 불은 밝지 않았다.

횃불이 도로를 달리고 등이 켜져야 할 시간이다.

그때 오히려 사람이 내는 소리가 크니 마차가 굴러가고 영민의 소리가 한데 뭉쳐 자글자글 울려 퍼져야 했다.

그러나 저 바깥은 오직 어둡고 또 조용했다.

“도시를 다시 쌓으려면 시간이 걸리겠군.”

“금방이야. 단층으로 쌓으면 그만일 테니까.”

“도시의 시민이 얼마인데 단층으로 쌓아?”

“올겨울만 따뜻하게 나면 되니까.”

“그러니까 그게……. 아니지. 빌어먹을.”

전쟁으로 영민이 줄었으니 그만하면 충분했다.

시엔이 키득거렸다.

“……빌어먹을 티란디스 자식. 네 도시가 불타도 그딴 소리나 할 테냐.”

“내 도시가 불타면? 가만히 안 있지. 게다가 내가 불에는 좀 민감해서.”

“그렇겠지. 네놈 영지는 온통 숲이니까. 잘못 붙으면 도시뿐만 아니라 영지 전체가 불탈 테니.”

“음?”

시엔이 눈썹을 찌그러뜨렸다.

그런 뜻으로 한 말은 아니었는데, 또 듣고 보니 그랬다.

그런 식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탓이었다. 사실 무의식적으로 생각하고 싶지 않았던 게 아닐까.

내가 불을 지르는 일이야 어차피 내 것 아니라서 상관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영지가 불타는 건 아무래도 생각조차 싫은 일이었다. 특히 불은.

겨울과 그 전후로 마른 숲에 적이 들어와 불이라도 지르면? 산불이 쉬이 잡히는 것이 아니다.

요행히 빨리 진화하더라도 그로 인해 입는 피해가 얼마겠는가. 나무 팔아서 먹고살아야 하는데.

좀 안일했네. 시엔이 반성했다.

머릿속에 여러 방안이 스쳤다.

숲에 도로 사업을 벌이면서 방화선을 좀 짜 두고, 그리고 계절에 한 번씩 영민을 모아 훈련이라도 해야 하나.

“남의 도시를 태워 먹곤 네놈 영지는 안 되겠다?”

“내 거 아니니까 뭐. 적의 도시를 뭐하러 챙겨? 그리고 왜 네가 열을 내? 네 도시야?”

“……그렇지. 아직은 아니지.”

시엔이 피식 웃었다.

길길이 날뛸 줄 알았더니, 이 얼간이도 나름대로 고생 좀 했다고 사람이 된 모양이었다.

“목재나 사 가. 특별히 정가에 넘겨주지.”

“정가라고?”

“전쟁이 끝나면 재건 물자가 비싸. 정가에 넘기면 오히려 싼 거지.”

본래는 비싼 값에 떠넘길 예정이었는데, 생각을 바꿨다.

이제 생각을 좀 할 줄 아는 녀석인 것 같으니 빚을 지워두는 편이 좋았다.

전쟁을 한 번 치러보니 두 번 치를 일은 아니다. 앞으로는 그냥 두루두루 친하게 지내면 얼마나 좋아.

게다가 덕분에 영지의 약점을 알았으니.

영지의 재무관, 로우드가 반대하겠지만 제가 뭐 어쩌겠어. 대공자가 하라면 그렇게 하는 거지 뭐.

그때 기척 없이 다가온 이가 시엔을 불렀다.

“시엔 님!”

시엔이야 으레 그러려니 해도, 페시번은 깜짝 놀랐다.

누가 바로 등 뒤에 닿았는데 전혀 눈치채지 못했던 까닭이었다.

게다가 돌아보니 일개 시녀에 지나지 않았다. 페시번이 신음을 흘렸다.

수련을 게을리했다곤 해도 이 정도로 녹슬다니.

사실, 업계 최고 중 하나로 꼽히는 암살자의 접근을 알아챌 정도의 실력자는 많지 않았다.

시엔이 표정을 보고 바로 눈치챘으나 그냥 고민하라고 놔두었다.

“나비? 왜?”

“성녀님께서 곧 떠나시려는 모양이셔서요.”

* * *

성녀는 죄인을 데리고 일단 서쪽으로 향한 후에, 흐레이그 영지를 넘어서 북으로 국경을 넘을 예정이었다.

본래 시엔이 호위로 기사를 좀 붙일 생각이었다.

그러나 일단 죄인이 탈주할 염려가 없었다. 악령을 거뒀으니 더이상 악몽에 시달리지 않았다.

그것이 성녀의 덕분이라 믿은 죄인은 이제야 독실한 신도가 된 것처럼 굴었다.

무엇보다 뷔아가 극구 사양했다

큰 전투를 앞두고 한 사람이 아쉬울 터에 기사를 빼어 호위해 주겠다는데 고맙기는 해도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었으니까.

“그럼, 살펴 가십시오.”

“명예 성자님께서도 보중하시지요.”

라이뱅 경이 고개를 숙여 예를 표했다.

그 옆에 뷔아가 서서 미적거렸다.

“그…… 시엔.”

“말씀하십시오.”

뷔아의 후광이 깜박거렸다.

부드러운 신성으로 발하는 빛은 은은한 것이나, 해가 지고 나서 그러니 눈이 시려 해로운 기분이 들었다.

기분뿐인지 아닌지는 몰랐다. 빠르게 점멸하는 불빛을 마주해 본 적이 있어야지.

“……됐어요.”

“뭡니까? 싱겁게.”

“됐어요. 나중에 얘기해요.”

“나중에 말씀이십니까?”

“그래요. 나중에.”

그렇게 대충 인사를 마치고 뷔아가 말을 몰았다.

야음을 틈타 몰래 빠져나가, 늦은 밤까지 말을 달려 멀어지는 계획이었다.

그리고 외진 곳에서 야숙 후에 내일 저녁 전까지 흐레이그 영지를 벗어나야 했으므로.

덕분에 성벽이 등 뒤에 엄지손가락만큼 키가 줄어들고 나서야 속도를 줄일 수 있었다.

“성녀님. 명예 성자님께 전할 말씀이 있었던 것이 아니었습니까?”

“예? 아니, 아니거든요?”

“자고로 솔직한 것이 으뜸이 아니겠습니까?”

“아니. 아직은 말고…….”

뷔아가 파닥파닥 손부채질을 했다.

라이뱅 경이야 그 이후로 매번 부추기며 은근히 마음을 밝히라 종용하는 중이었지만, 내심 억울한 바가 있어서 도저히 안 되겠다.

원래 연인이 서로 좋아해야 하는 거 아냐? 나만 이래? 어쩜 사람이 그래.

뷔아가 칫, 바람 새는 소리를 냈다.

“성녀님? 무슨 일이 있으셨습니까? 설마…….”

“아니, 그런 거 아녜요. 그냥. 흠.”

뷔아가 문득 라이뱅 경을 아래위로 훑었다.

성황청이, 나아가 교단의 모두가 알고 있는 공식 비공식 사랑꾼이 바로 앞에 있지 않았던가.

애처가라고도 하고.

라이뱅 경도 경이지만, 대체 메이 언니는 어떻게? 분명 사내를 휘어잡는 마성의 비법을 가지고 있는 것이 틀림없으리라.

“성녀님?”

“본단에 돌아가면, 메이 언니를 찾아봬야겠어요. 괜찮겠지요?”

“그렇게 나오시는 겁니까.”

라이뱅 경이 애매한 미소를 지었다. 성녀의 속이 훤히 들여다보인 탓이었다.

세상 어떤 연인이 서로 사랑함이 견주어 같은 것이겠는가.

본디 한편이 더욱 마음이 크니 진심으로 부딪쳐 상대를 감동을 줘야 하는 법인데.

그러나 성기사가 굳이 입 밖으로 소리를 내 말하지는 않았다.

말로 해 들을 것 같지도 않거니와, 안사람 역시 같은 조언을 해 주리라 믿었으니까.

라이뱅 경이 결국 사내라서 하는 순진하기 짝이 없는 생각이었다.

* * *

북부 귀족군이 도착한 것이 사흘 후 애매한 오후쯤이었다.

강스트프레의 함락 소식이 전해졌지고 나선 오히려 진군 속도를 늦췄다.

군의 피로도를 낮추고 충분히 전력을 갖춘 후에 상대하기 위해서였다.

무엇보다, 북부 귀족군을 여유로웠다.

왕성 전투가 생각보다 더 치열하며 또한 결판이 쉽사리 나지 않을 판이었다.

서부와 남부 두 귀족 세력이 연합해 왕성을 함락시키고 북진해 뒤를 쫓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왕가가 대대로 수백 년간 방어 계획을 보완해 왔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지 않은 모양이었으니까.

마침내 북부 귀족군이 평원에 진영을 쳤다.

자그마치 삼만. 삼만의 군대였다.

진을 치면, 자체의 숫자만으로도 적을 압도하는 위용이 있었다. 특히 평원이라 사방이 트인 땅이 아니던가.

한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넓게 펼쳐진 천막, 저녁이라 밥 짓는 연기가 수백 줄기나 피어올랐다.

적의 사기를 꺾기 위해 더욱 성대하게 피웠다.

그리고 나선 전령을 보내 최후통첩을 전했다.

적의 군대로 도시 전체를 방어할 수는 없을 테니, 영주성에서 막아내고자 할 터.

흐레이그 영주성이 보통의 요새이던가. 숫자만으로 비교하면 영주성을 끼고 충분히 막아낼 수 있다고 여기는지도 몰랐다.

“모르는 요새에서, 원주인을 상대하려 드는군.”

“전략에 밝다 하더니, 역시 요행으로 얻은 허명에 불과한 모양입니다.”

“이것으로 지긋한 내전도 막을 내리겠군요.”

지휘 막사의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본래 복잡한 구조의 요새일수록 숙련도가 요구되는 법이었다.

특히 미로와 같은 구조를 가진 흐레이그 영주성에서는 잘 모르는 이가 병력을 제 자리에 배치하는 일조가 쉽지 않았다.

임시 통로를 개설해 길을 만들고 또 치우며 병력이 이동하고 지휘관의 명령이 닿게 설계되었으니.

거기에 더해, 공격자가 오히려 요새의 취약점을 전부 알았다.

그러니 북부 귀족들이 이미 승리했다 여기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남은 것은, 내일 날이 밝는 대로 치를 결전뿐이었다.

그런데, 되돌아온 전령이 엉뚱한 소식을 전했다.

“대화를 원한다고?”

“예. 티란디스의 대공자가 직접 찾아뵙겠다는 전달을 받았습니다.”

“티란디스의 애송이가 직접?”

“각하께서 일시를 정하면 그때 찾아뵐 것이라고.”

흐레이그 공작이 인상을 찌푸렸다.

그 빌어먹을 티란디스 놈이.

“항복하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일시까지 정해달라 하니, 다른 속셈이 없다면서 읍소하는 꼴이 아닙니까.”

“제 영민은 끔찍이 아낀다고 하니 직접 나서 무릎이라도 꿇겠다는 속셈이겠지요.”

“하긴. 놈도 왕성이 그리 견고하게 버틸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하였을 테니.”

반대로 귀족들의 얼굴이 활짝 폈다.

어차피 끝날 내전이라면, 군대를 보전해야 했다.

적이 알아서 항복한다면야 군을 소모하지 않고서 승리할 수 있지 않겠는가.

공작이 간이 책상을 쿵 내리쳤다.

그 서슬에 귀족들이 곧장 입을 다물었다.

시선이 모이자, 공작이 선언했다.

“항복은 받아들이지 않겠소.”

“하지만 각하, 공성에 적지 않은 병력이 소모될 것이 분명하지 않겠습니까.”

“아니, 피해를 감수하더라도 전부 쓸어버려야지. 이번 전쟁에서 티란디스가 피해를 본 바가 얼마나 있던가? 고작해야 병력 몇천이 전부. 그런 주제에 제 한 몸 던져 가문을 보전하겠다고?”

내전을 일으킨 주제에, 왕족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군대 대부분을 제 영지에 주둔시켰다.

해봐야 대공자가 직접 지휘에 나서며 동원한 소수 군대와 기사단 정도였으니.

정말이지 가증스러운 놈이었다.

제 손에 쥔 것은 숨기고 남을 부려 전쟁을 벌이고 있으니 지건 이기건 크게 잃는 것이 없었다.

인제 와서 직접 나타나 항복을 하겠다고?

전쟁의 법도에 기대려는 모양인데, 가문 전체가 반역으로 휘말릴까 봐 저 혼자 벌인 일이다 주장하려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나면 어쨌거나 가문이 남을 테니까.

본디 부유하기로 유명한 가문이었다. 왕가의 힘을 빌려 억누르려 해도 그저 그뿐이었다.

“티란디스의 어린놈이 오면, 목을 베어 돌려보내겠소이다. 그러면 반역도들도 지휘관을 잃었으니 사기를 잃고 방어에 뜻을 잃어버리겠지.”

“각하, 직접 찾아온 상대를 베는 것은…….”

“명예에 어긋난다고? 웃기는군. 이건 전쟁이오. 그리고 이게 전쟁이라오. 죽고 죽이는 데에 명예 따위가 무슨 상관이라고.”

“각하께서 하신 말씀이 맞습니다! 여러분, 모르시겠습니까? 팔퓌유 참사를 일으킨 놈입니다!”

귀족 하나가 일어나 외쳤다. 팔퓌유 참사, 마물이 지휘부에 침입하여 벌인 학살에 아들을 잃은 이다.

그러자 동조하는 귀족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지지의 뜻을 밝혔다.

물론 이러한 상황이 탐탁지 않은 이도 있었으나, 분위기가 이러하니 그저 침묵을 지켰다.

* * *

그쪽에서 일시를 정하라 했더니, 곧장 답변으로 지금 당장 오라고 할 줄은 몰랐다.

덕분에 시엔이 곧장 영주성을 빠져나왔다.

“자네, 정말 이래도 되겠는가?”

“제가 간다고 하면 뜯어말릴 것이 뻔한데요. 그럼 몰래 가야죠.”

“내 그걸 물었겠나? 저들이 자네를 놔두려 하겠냐는 말이지. 내 공작이 벌인 일을 생각하면, 아주 단단히 미쳐버린 작자임을 알겠네만.”

“그러니 검위공께 함께 가 달라 부탁드렸지 않습니까. 검위공이야 일이 벌어져도 한 몸 빠져나오는 정도는 가능하실 테고.”

“그게 이 늙은이 하나라면 그렇겠다마는. 자넨?”

“저도 제 몸은 간수할 수단이 있으니까요. 그러니 둘이 가면 둘이 빠져나오기가 더 수월하지 않겠습니까?”

“에잉. 자네 말은 항상 번드르르하지.”

검위공이 혀를 찼으나, 내심으로는 각오를 다지는 중이었다. 어차피 살 만큼 산 늙은이라.

무슨 일이 있더라도 시엔 하나는 지켜 빼내리라고.

아직 정정하다 하나 세월 앞에 초인이라고 빗겨가는 일은 없었다.

하루하루 줄어드는 검력을 느끼는 와중이었다. 늙은 목숨으로 왕자의 충신을 살린다면 수지맞는 장사이리라.

게다가 그 충신이 젊고 유능하기까지 하다면야.

둘의 말이 적진에 당도했다.

무기를 달라 하니 순순히 맡기고 진입하니, 병사들의 적의어린 시선이 날아들었다.

개개인이 증오의 눈빛을 감추지 않는다.

검위공이 좋지 않음을 느끼며 긴장하는 와중에, 시엔이 오히려 키득거리며 웃었다.

“자네, 정신이 아예 나갔나?”

“안 웃기게 생겼습니까? 원수가 따로 있는데 애먼 이를 노려보지 않습니까. 공작이 저에 대해 어떻게 말하고 다녔는지 알만하네요.”

“에잉. 담대한 건지, 모자란 건지 모르겠구먼.”

검위공이 느끼기에는 참으로 긴 시간 끝에 북부 귀족군의 지휘 막사에 닿았다.

적이라 해도 이쪽에선 지휘관이 직접 찾아가 대화를 요청했음에도 어째 나서서 맞이하는 이가 한 명이 없다.

막사로 들어서니 중앙에 앉은 공작과 그 좌우로 펼쳐진 귀족들이 보였다.

전부 갑옷을 입고 무장한 상태로, 할 말이 있으면 해보라 하는 태도였다.

그래서 시엔도 할 말을 했다.

“손님맞이가 영 엉망이네요. 예의도 모르나?”

공작이 눈을 치떴다.

죽일 때 죽이더라도 무릎 꿇는 꼴을 한번 봐야겠다고 여겼는데, 오자마자 하는 소리는 상상조차 하지 못한 것이었다.

다른 귀족들도 얼이 빠져 대응을 하지 못했다.

그들이 정신이 들면 입을 열고 또 온갖 쓸모없는 성토가 터져 나올 것이 분명하기에, 시엔이 곧장 말을 이었다. 싱글생글 웃는 표정으로.

“흐레이그 공작 각하, 파문을 축하드립니다.”

< 38. 대단원 [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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