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 피 흘리는 계절, 봄이 오다 [4] >
일주일 전 세계수 아래 한별의 거처.
시엔이 지도를 펼쳤다.
탑클라우드 산맥 어귀의 구릉지. 드워프 광산에서 일정 거리에 둥근 선을 그었다.
“이 선을 따라 방벽을 쳐야 하거든. 한별의 도움이 필요해. 서리바람 숲의 거목을 딱 붙여 세웠으면 하거든.”
“그게 불가능하다는 건 알고 있지요?”
한별이 고개를 저었다.
수목을 순식간에 키우는 기적은 한별에게 속한 땅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애초에 아무렇게나 나무를 키워 숲을 확장할 수 있었다면, 세상은 진작에 숲에 뒤덮여 엘프의 땅이 되었을 것이다.
숲속의 엘프는 이종족이 대적할 상대가 아니니 대륙의 주인은 그들이 되었을 터.
“아냐. 할 수 있어.”
“그런 식으로 띄워 주셔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예요. 능력 밖의 일인걸요. 설마 정신력이나 근성 같은 소리를 하시진 않으시겠죠?”
“그건 아니고. 티란디스는 이 안쪽을 엘프에게 추가 대여하기로 했거든. 그러니까 여기까지도 한별의 땅이야.”
“어머나.”
한별이 기꺼운 표정으로 지도를 들여다본다.
“동족의 땅이 넓어지는 건 기쁜 소식이지요. 허나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랍니다. 티란디스에겐 이 땅을 대여할 권한이 없잖아요?”
“뭐. 아직은 그렇지.”
“그렇다면 저 역시 힘을 쓸 수가 없어요.”
지성을 가진 생명의 의식 역시 역사의 일부로 남았다. 동토 세계는 안과 밖을 하나로 초월하여 절대적인 역사가 얼어붙는 곳이니.
인간이 언제부터 땅을 소유했는지는 모르나, 그 의식들이 모여 세계로부터 인정받은 지 오래였으니.
“시엔이 알고 제가 알고 또 인간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요. 여기는 아직 티란디스의 땅이 아니에요. 그렇다면 제게 대여할 수 없다는 건 알고 계실 텐데요?”
“아직은 그렇다니까?”
시엔이 웃으며 마법 지팡이를 꺼내들었다. 손바닥만 한 세계수의 잔가지. 거기에 달린 두 개의 새순은 아직도 파릇하니 생기가 돌았다.
“[티란디스는 살베지의 비열한 불의에 의해 정당한 복수의 권리를 가지고 있노라. 탑클라우드 구릉지는 그에 받아야 할 배상이며, 이는 절대적 정의에 따른 것이니.]”
새순 두 개가 툭 떨어져내렸다. 생기 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누렇게 떠 버린 모양새였다.
동시에 시엔이 입을 틀어막았다. 왈칵 치미는 무언가를 억지로 삼키고 나니 입안이 온통 비릿한 쇠 맛으로 가득하다.
입을 틀어막은 손바닥에 새빨간 선혈이 묻어나왔다. 아직 인간에게 허락되지 않은 절대적이고 강대한 힘을 다룬 결과였다.
그러나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어느새 창백해진 안색으로, 시엔이 바닥을 응시했다.
아까워 죽겠다. 천금을 줘도 못 사는 세계수의 나뭇잎. 겨우 두 개뿐이었던 전부가 날아가 버리고 말았으니.
“맙소사. 시엔.”
한별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한별은 세상의 확장을 느꼈다.
오랜 시간 전 초대 티란디스와의 언약. 그 가문이 미치는 땅에 세계수가 가호를 뻗으리라. 넓지 않은 대지나마 새로이 그 영역이 잡혀 영력이 땅을 어우른다.
허나 세상 가장 오랜 삶을 산 엘프가 그에 놀란 것은 아니다.
“언령을 다루시는군요.”
한별의 목소리가 떨렸다.
인지 너머, 불가해의 영역에 속한 힘. 관념을 현실로, 현실을 관념으로 이끄는 진리를 비트는 명령.
그 어떤 지성 생명도 이루지 못하리라 단언했던 초월적인 격의 경지였다.
“젠장. 이파리 한 장이면 충분할 줄 알았는데. 아까워서 어째.”
시엔이 입가를 훔치며 중얼거렸다.
언령이라 해도 그 단계로 따지자면 초입에도 들지 못할 간단한 한 수였다. 얼어붙은 역사를 건드린 것도 아니고, 그저 정의에 기대 살짝 비튼 것에 불과했으니.
그럼에도 거대한 반동이 신체를 덮쳤다. 세계수의 나뭇잎 두 개를 소모하고도 남은 반동에 피를 볼 정도였으니.
어차피 몸뚱이는 놔두면 낫는 것이다. 허나 세계수의 이파리는 만년을 놔둬도 자라지 않는다.
“저기, 미안한데 이파리 한 장만 더 주면 안 될까?”
“안 돼요.”
“한 장만. 저번처럼 손톱만한 새순도 괜찮으니까. 응?”
“안 돼요. 지금 보니 더 안 되겠어요.”
한별이 이태까지 보아 온 모든 정신 세계의 수양자들, 그러니까 마법사 중 가장 강대한 이는 천 년 전 잠깐 스쳤던 흑마법사였다.
멀리나마 잠깐 스친 그 눈빛, 그 짧은 마주침에서 느껴지는 격의 차이에 얼마나 큰 충격을 받았던가.
허나 지금 그 순위가 바뀌었다.
천 년 전 흑마법사조차 언령을 다루지는 못했으리라. 가진 바 마력이야 그 수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정신 세계의 확장 하나 만큼은 이미 인류를 초월한 이. 세상에 어찌 이런 이가 존재할까.
강대한 이에게 더 강대한 힘을 쥐어주는 것은 현명한 일이 아니다.
“에이, 그러지 말고. 나 혼자 잘 살자고 이래? 따지고 보면 3장 다 나 좋자고 쓴 거 아니잖아. 응?”
“그래서, 한 장은 시엔 좋자고 쓰실 건가요?”
“아니 꼭 뭐 그렇다는 건 아니고······”
시엔이 진땀을 뺐다.
한별이 풉 웃음을 터뜨렸다.
가진 힘과 별개로 시엔은 한별에겐 선량한 이였다. 인간이란 앞과 뒤가 달라 누군가에겐 좋은 친구요 달리 누군가에겐 잔혹한 이라.
“좋아요. 시엔.”
“어, 진짜? 고마워!”
세계수의 가지란 그 본체에서 떨어져도 결국 이어져 사는 신물이다. 언제고 그 회수가 가능한 것이 아니던가.
그러니 지금은 베품이 현명하리라.
한별이 묘한 미소를 띄웠다.
“뭐. 시엔은 친구니까요.”
시엔이 환하게 웃으며 되물었다.
“그럼 이제부턴 절친한 친구로 하고 한 장 더 안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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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이 끼어 사위가 온통 새카만 밤이었다.
세계수가 그 영기를 뻗어 탑클라우드 구릉지에 이르렀다. 한별이 지팡이를 들어 올리자 깜깜한 땅 위에 기적이 일어난다.
줄지어 심은 밤나무가 순식간에 자라, 오직 엘프의 숲에서만 볼 수 있는 정체불명의 거목으로 화했다.
일렬로 심은 묘목들이 거대한 방벽을 형성한다. 저마다 성인 열 명이 손에 손을 잡고 둘러도 모자랄 거대한 나무가 아닌가. 틈 없이 몸통을 맞대니 세상에 이리 튼튼한 방벽이 또 있을까.
천 년 묵은 엘프 숲지기의 실력은 솔직히 대단하다는 말로 모자랐다.
물론 그에 실력에 비해 속이 좁고 인색하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세계수의 정수이자 그 자체인 한별의 지팡이를 보면, 자신이 쥔 잔가지 하나는 얼마나 초라해 보이는지.
한 장 주는 김에 한 장만 더 달라니까 그걸 결국 안 주더라.
자기는 저 멋진 걸 가지고 있으면서.
치사하기 짝이 없는 엘프다.
”왜 그렇게 보나요? 시엔.“
”아냐. 대단하다 싶어서.“
시엔이 말을 돌렸다.
세계수 지팡이는 아무리 멀리 떨어져도 세계수에 속한 것이었다. 한별이 회수하고자 하면 그 순간 평범한 나뭇가지로 변해버리고 말 터.
그나마 지금 한 장이라도 고마운 일이다.
그러자 한별이 미소지었다.
”이건 온전히 제 힘이 아니니까요. 대단하기로야 시엔이 더 대단하지 않겠어요?“
면전에서 칭찬을 들을 줄은 몰랐기에, 멋쩍어진 시엔이 하늘이나 올려다보았다. 어쩜 하늘이 이리 흐려 별 하나 보이지가 않는 밤이람.
파앙······.
”어?“
”음?“
생각이 끝나기가 무섭게 온기 없는 푸른 빛이 밤하늘을 뒤덮었다. 방벽 너머의 거대한 조명에 짙은 그림자가 시엔과 한별을 집어삼켰다.
”아르케스의 태양이네.“
밤을 비추는 마법. 천 년 전에도 일상처럼 보아온 것이다. 그와 함께 밤공기를 타고 묘한 소음이 귓가를 맴돌았다.
한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 밤중에 뭘 하는 걸까요? 야간 훈련일까요?“
”아니. 쯧.“
시엔이 혀를 찼다.
전장의 소리다. 분노와 절망과 공포와 슬픔이 한데 뒤엉킨 전쟁만이 만들어내는 그런 아우성.
”전쟁을 치르는 모양인데.“
”전쟁이요? 누가 누구와 전쟁을요?“
”나도 모르지. 설마 카레네가 그새를 못 참고 야습을······ 그건 아닌 것 같네.“
시엔이 뒤편을 가리켰다.
방벽이 만들어낸 거대한 음영 속, 하늘을 밝히는 이변에 급히 뛰쳐나온 카레네가 보였다.
허나 푸른 밤하늘 따위보다 갑자기 공간을 단절하는 거대한 벽에 더 놀란 모양이다.
이내 저를 바라보는 시엔을 발견하고는 급히 뛰어 다가왔다.
”시엔, 이게 대체 뭐야?“
”방벽. 이전에 말했잖아.“
”나한테 언제 그런 소리를 했는데? 난 그런 이야기 들은 적이. 음. 있었지.“
카레네가 입을 다물었다. 문득 스쳐가는 기억이 하나. 그러고 보니 묘목을 일렬로 심어놓곤 목책을 세운다 했었다.
카레네가 시엔의 옆에 선 아름다운 엘프를 바라보았다. 한별이라고 하는 이상한 이름이었던가.
이해할 순 없지만, 어떻게 된 일인 줄은 알았다. 아마 저 엘프가 한 일이겠지.
”그럼 이 소동은 대체 뭐야? 하늘은 왜 저래? 이 소리는 뭐고?“
”그건 나도 잘 모르겠는데. 이제 저쪽하고는 완전히 단절된 상황이라.“
”완전히 단절되었다고?“
”완전히.“
굳이 여기로 넘어오려면 남쪽으로 영지를 접한 경계선을 살짝 침범해야 할 터다. 허나 거기는 엘프의 숲이다.
엘프의 숲에 함부로 발을 들일 얼간이가 있을까.
심지어 저편엔 제법 실력이 있는 마법사가 있지 않은가. 숲 속의 엘프가 얼마나 두려운 존재인지는 잘 알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카레네가 발끈했다.
”그런 식으로 넘어가려 하지 마. 제대로 설명을 해. 내가 알아들을 수 있게.“
”그냥 이제 다 끝난 거지. 물리적으로 완벽하게 단절된 땅에 살베지라고 딱히 무슨 수가 있겠어? 이제 후작님이 알아서 하실 테고.“
대충 어떤 식으로 이야기가 오가게 될지도 뻔한 일이다.
살베지가 삼킨 미스릴은 없던 일로 할 테니, 광산은 티란디스가 가져가겠다. 싫어? 싫으면 힘으로 빼앗아 보시던가. 가능하다면 말이지.
감정의 골은 깊어지겠지만, 애초에 티란디스만한 제후가 적이 없었을까. 또한, 귀족 파벌이란 어찌 될지 모르는 것이라 영원한 적도 아군도 없는 바가 아닌가.
그러니 뒷정리는 후작이 알아서 해야지.
”······벌써 다 끝났다고? 칼 한 번 안 휘두르고?“
카레네가 믿을 수 없다는 듯 되물어오자, 시엔이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대답했다.
그나저나 어깨가 참 높기도 하지.
”말했잖아.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게 최선이라고. 별일 없으면 이대로 끝이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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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별일이 있었다.
다음 날에야 모두 알게 되었고, 시엔은 그보다 좀 더 일찍 알았다.
죽으면 누구나 시체가 되나, 그 과정은 각기 다른 법이었다. 죽어가는 과정이 고통스럽기는 두 가지의 사인이 단연 독보적이었다.
질식사와 분사.
시엔이 직접 겪어보지는 못했다. 허나 망령의 반응을 보면 아는 일이 아닌가. 저 둘이 가장 고통스러운 죽음이었으니.
시엔의 천막 안, 땅 위로 돌연 발자국이 찍혔다. 불타고 난 그을음으로 만들어진 발자국.
발자국들이 시엔의 침상을 두고 둥글게 모여들었다.
”뭐야?“
시엔이 익숙한 기운에 눈을 부비며 일어났다. 시엔의 앞에 검은 형체들이 꾸물거리며 원망을 토해냈다.
-억울하다, 억울해!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인데!
-고통스럽다! 고통스럽다! 으아악!
뭐야. 망령이잖아. 시엔이 눈을 끔벅거렸다.
그런데 웬 망령이람. 이거 봐라? 게다가 산채로 불탔네? 어이쿠, 많이 아팠겠는데. 햐. 밤중에 망령이 다 굴러들어오네?
어차피 시엔이 망령을 보고 느끼는 감상이란 이 정도가 전부였다. 아는 이도, 제게 속한 이의 망령도 아니라면 그저 도구에 지나지 않는 것들. 도구가 상했다 하여 연민하는 이가 있겠는가.
시엔이 고개를 갸웃했다.
”너희들 마법에 죽었구나? 용케 이만큼이나 모였네? 방화광이 대충 구웠나 보다?“
망령에 남은 심화의 향이 짙다. 원초 세계의 심층에 흐르는 불꽃은 영혼마저 태우니 망령조차 불타 사라지고 만다.
허나 그건 순수한 심화일 때의 이야기. 화염 마법사가 그 경지가 낮으면 구현화 한 심화가 그에 미치지 못한다.
그러면 일부 강대한 영혼은 그에 살아남아 망령이 되었다. 원초 세계의 아케인 에너지를 품어 고위 악령이 될 수 있는 유망주들이다.
”아하 레 사난 시엔. 타크라 레하 샤샤 시나하, 아흐라 덴 카즈다.“
시엔의 입에서 어김없이 사악한 진언이 흘러나왔다. 내 이름으로 너희를 거두리라. 허나 너희 중 하나만이 끝내 살아남으리니.
망령들이 시엔의 반지 하나에 우르르 빨려 들어갔다. 사령석 안에서 망령들은 서로를 먹고 먹어 마침내 하나가 남으리라. 가장 강력한 하나가.
”재수가 좋으려면 이렇게도 되네?“
기분이 좋아진 시엔이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불타 죽은 망령이 아닌가. 게다가 심화를 품었으니. 음차원 에너지를 받아 각성하면 십중팔구 불을 다루는 악령이 되리라.
버닝 신. 희귀한 악령은 아니다. 허나 불이란 여기저기 요긴한 것이니 기꺼이 사역할 만한 녀석이 아닌가.
”그나저나 뭐야? 이 밤에.“
시엔이 중얼거렸다.
살베지 측에 화염 마법사가 있는 것이야 진즉에 느껴 알고 있었다. 그러니 망령은 그 치의 솜씨가 분명하고.
망령이 이렇게 많이 살아남았다?
아르케스의 태양과 심화를 동시에 운용할 정도는 아니었거나, 혹은 불타 죽은 이들이 생전에 강인한 영혼을 가진 정예병이었던지.
혹은 둘 다.
그런데 누가 누구랑 싸웠단 말인가.
이쪽의 병력은 넘어가지 못하니 저들끼리 싸웠다는 뜻인데. 연합 훈련 중에 갑자기 내홍이 일어날 이유가 없다.
그러니 대충 짐작이 가는 일이다.
선공을 하고자 하나 명분이 없으니 정예를 추려 자작극을 꾸몄겠지. 막상 습격이 있고 나니 의외로 피해도 크니 입을 막아버린 모양. 거기에 화염 마법사가 한 팔 거들었겠지.
제 충성을 다했으나 배신당하여 고통스럽게 죽었으니 그 원한이 어떠하랴. 보통이라면 그 땅에 매일 것을 가까이에 흑마법사가 있으니 이끌려 찾아온 것이리라.
”쯧. 살베지라. 덜떨어진 놈이었네.“
무릇 병사란 귀족이 가진 것 중 가장 귀히 여겨야 할 것이 아니던가.
제 목숨을 바쳐 의무를 다하니 살아 가장 큰 권리를 누려 마땅한 이들이라. 가장 귀애하여 아껴야 하니 그 피를 황금처럼 여겨 헛되이 흐르지 않도록 하라.
”좋은 선물을 받았으니 답례는 해야겠지.“
시엔의 앞으로 반투명한 여인의 형상이 모습을 드러냈다. 꿈과 허상을 부리는 악령 해피 드리머다. 단잠에서 깨어난 해피 드리머가 사나운 귀곡성을 내지른다.
”가서 날뛰고 오렴.“
자작극이라도 습격이 끝난 이후이니 진중의 분위기야 어떻겠는가. 침통하고 분노하며 참혹함에 두려워하는 이들이 잔뜩일 터니 악령이 날뛰기에 그보다 좋은 곳은 없다.
그리고 그 부정한 감정들을 먹고 악령은 더욱 강대해지는 법.
해피 드리머가 허공을 날았다.
거목의 방벽을 지나, 살베지의 진지로.
끔찍한 밤을 지낸 이들에게 더욱 끔찍한 악몽을 선사해주기 위해서.
< 9. 피 흘리는 계절, 봄이 오다 [4] > 끝
ⓒ Lab.No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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