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 피 흘리는 계절, 봄이 오다 [3] >
목림생산길드의 길드원들은 조림 사업의 베테랑들이다. 그네들이 조장을 맡았으니 나무들이 가지런히 들어서기 시작한다.
용병들은 돈이 되면 아무 일이나 한다.
대개는 마물들의 처리 혹은 방위 계약으로 치안을 지키거나 하는 일이 대부분이었다.
허나 그도 실력이 있어야 할 수 있는 일이다. 실력이 모자라거나, 그런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 않은 용병들은 다른 일을 찾아야 했다.
예를 들면 목림 생산 노동자라던가.
원래 그런 법이다. 광산이 풍부한 영지에선 광부가 되고, 임업이 발달한 도시에선 목수나 벌목꾼이 되기 마련이었으니.
용병들은 이미 반쯤 목림생산길드의 속했다 할 수 있는 베테랑이었다. 땅을 파고, 뿌리를 대어 나무를 세워 흙을 덮는 일련의 작업이 능숙하다.
거기에 조림 전문가들이 조장으로 붙었으니 순식간에 나무들이 척척 자리를 잡았다.
현장을 둘러보는 시엔에게, 카레네가 다급히 따라붙었다.
“시엔, 대답을 들어야겠어. 이게 대체 뭐야? 저긴 또 뭐고. 울타리라도 세울 참이야?”
조림에 유난히 공을 들이는 부분이 있다.
탑클라우드 구릉의 끝 부분, 티란디스의 점유 진지와 살베지 연합 훈련대의 접경 지역이었다.
그 경계선을 따라 어린 묘목들이 일렬로 쭉 늘어섰다. 카레네의 말따나마, 저 묘목들을 밧줄로 엮으면 어설프나마 울타리가 만들어 질 것 같기도 하다.
“눈치가 빠르네? 목책이야.”
“목책?”
카레네가 인상을 찌푸렸다.
아직 어린 묘목이다. 기사가 아니라, 덜 자란 아이에게 도끼 한 자루만 쥐어주어도 금새 꺾어버릴 그런 묘목.
대저 목책이란 무엇인가.
튼튼한 나무를 땅 깊숙이 박아 만든 방벽을 이르는 말이 아니던가.
“날 놀리는 거야?”
“놀리다니. 나는 진지한데.”
“하아. 시엔. 지금 상황을 모르겠어? 당장이라도 저들이 쳐들어 올 지도 모르는 상황이야. 이런 장난질이나 할 시간은 없어.”
“장난질이라.”
“전쟁은 장난이 아냐. 시엔.”
“카레네도 전쟁은 처음 아냐? 해 본 적도 없으면서 마치 잘 아는 것처럼 말하네.”
카레네가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시엔의 말이 맞았다.
마물을 토벌한 적이 여럿이고, 죄인의 처형 역시 병무관의 역할이었다. 허나 전쟁은 아직 경험해 본 적이 없었다.
이내 입술을 깨물며 대답을 토했다.
“꼭 해 봐야 아는 건 아니지. 적어도 네게 듣고 싶은 말은 아니잖아? 시엔.”
“뭐. 그렇게 생각한다면야.”
시엔이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싸워 이기는 것은 차선이고, 싸우지 않고 이길 수 있다면 그게 최선 아닌가?”
“딱 책상물림이나 할 소리네.”
“적어도 피를 보고 싶어서 몸이 달아있지는 않으니까. 카레네. 전쟁은 그렇게 유쾌한 일이 아닐 거야.”
“누가 몸이 달아있다는 거야?”
“아닌가? 아님 말고.”
시엔이 느물거리며 웃었다.
카레네가 눈썹을 치켜올렸다. 아니라곤 해도 마음 속 한 구석이 시큰하다. 속이 훤히 들여다보인 기분이었다.
용맹한 기사들을 이끌고 적군의 대열을 돌파한다면 그 얼마나 통쾌한 일일 것인가. 적의 피와 살이 허공에 뿌려지고 시체로 산을 쌓아 가문의 승리를 전달하리라.
문득 남동생의 시선이 낯설다. 한심하니 한 때는 동생으로 여기지도 않았던, 그래서 지금도 그리 익숙하지 않은 작은 청년.
어쩐지 지는 것만 같아 마음이 상했다.
“됐어. 어울려 주기 힘드네.”
“나쁜 뜻으로 한 이야긴 아닌데.”
“난 기사단 훈련이나 준비해야겠어. 가문을 지키는 힘은 창칼에서 나오는 거니까.”
“음. 삐진 건 아니지?”
“그냥 계속 이런 장난질이나 해.”
그렇게 말하는 카레네의 얼굴이 불퉁하다.
시엔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용맹함은 기사의 미덕이고, 그걸 증명하고 싶은 게 뭐가 문제겠어? 그러니 기사단들이 하나같이 카레네를 지지하겠지. 나는 대단하다고 생각해.”
카레네는 복잡한 표정이었다.
“난 기사가 아냐. 시엔.”
“그건 아까운 일이지. 훌륭한 기사 한 명을 놓치는 거나 마찬가지 아냐?”
“너는······”
카레네는 뭐라 할 말이 있는 듯 입술을 달싹거리다, 이내 한숨이나 푹 내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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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누구에게나 찾아오나, 안온한 휴식을 모두가 누리지는 못하는 법. 특히나 야지에선 군대건 모험가건 누군가 깨어있어야 하기 마련이다.
살베지 연합 훈련단 진지 서측 3번 초소.
여기에도 타의로 잠들지 못한 불쌍한 두 병사가 있었다. 아직 앳된 얼굴의 청년이 어렵사리 고참병에게 말을 붙였다.
“상등장님,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정말 전투가 벌어질까요?”
“내가 어떻게 알아? 싸울 때 되면 싸우고 아니면 마는 거지 뭐 있냐? 그러냐 안 그러냐.”
“그렇습니다.”
대답하는 청년의 얼굴은 불안하기만 하다.
고참병이 피식 웃었다.
“하긴 새신부 두고 여길 끌려왔으니 불안할만도 하지. 메리라고 했던가? 내가 봤을 땐 너 집에 가면 벌써 딴 놈팽이가 침실을 차지하고 있을 거다.”
“그, 그럴 리 없습니다.”
“없긴 뭘 없냐. 남편이라는 놈이 결혼하자마자 신혼도 못 보고 여기에 와 있는데. 아마 지금쯤 괜히 결혼했다 땅을 치겠지.”
“그래도 메리는 기다려 줄 겁니다!”
“어쭈? 목소리 높인다?”
“아, 아닙니다.”
“그렇게 신부가 예쁘다며? 혼자 남았는데 사내놈들이 가만히 두겠어? 한 번 넘어뜨리겠다 치근대는 놈들이 또 질기긴 어지간히 질기다, 너. 매일같이 얼굴 들이밀고 꼬셔대면 결국 침실 내 주고 배 맞고 하는 거야.”
신병을 놀리는 건 고참의 특권이다. 특히나 이렇게 심심한 밤에는 할 일이 그 외에 또 뭐가 있지도 않았다.
신병이 고개를 떨군 채 대답이 없다.
고참병이 아차 싶었다. 얘 우나? 내가 너무 심했나?
허나 고개를 드는 신병의 표정이 평온하다.
“뭐야?”
“생각해보니 그걸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뭐? 왜?”
“사실 메리는 못생겼습니다. 저 아니었음 누가 데려갈 놈이 없습니다.”
“하. 예쁘다며?”
“마음씨가 예쁩니다. 예전에 잠시 정신이 나가서 용병질 하겠다고 집을 나간 적이 있지 말입니다. 그 때 어머니가 크게 앓으셨는데, 메리가 돌봐준 거 아닙니까.”
“쯧. 그래서 코 꿰였구만.”
“그리고 요리 실력이 마을 제일입니다. 특히 양고기 스튜가 기가 막히는데, 아. 그거 먹어 보면 아실 겁니다만.”
“이번엔 지 아내 자랑이냐? 덜떨어진 놈.”
“상등장님은 집이 그립지 않으십니까?”
“빌어먹을 여편네에, 말은 또 죽어라 안듣는 애새끼들 봐서 뭐 하게? 차라리 집 밖에 나와 있는 게 마음 편하지.”
그렇게 말하면서도 고참병의 눈빛은 아련하기만 하다.
그러고 보니 여편네가 지붕서 물이 샌다 했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고쳐 놓고 올 걸. 아들놈이라곤 손재주가 없으니 괜히 손대다 다치는 거 아냐? 이 여편네는 내 생각이나 하나 몰라. 나 없다고 히히덕거릴 게 뻔하지. 수당 받아다 주면 그거나 신난다고 얼굴이 활짝 펴겠지.
늙고 뚱뚱한 아내의 환한 얼굴이 떠오른다.
어느새 고참병의 얼굴에도 슬그머니 미소가 번진다. 그리고 뒷통수엔 화살이 돋았다.
털썩. 고참병이 바닥에 쓰러진다. 상등장님? 신병이 고참병의 어깨를 잡으려다 무언가 제 얼굴을 찌르니 대체 무언가 손으로 더듬어 본다.
화살. 시체. 습격. 신병이 고함을 질렀다.
“습격이다악! 습겨어억! 습겨어어억!”
이럴 때 불어라 지급받은 뿔피리조차 잊었다. 다급하고 놀란 마음에 그저 고성을 지른다.
쐐액. 화살이 대기를 가르는 소리. 고참병의 시체 위로 신병의 시체가 포개졌다.
젊은 과부와 늙은 과부, 그리고 애비 없는 자식 둘이 세상에 탄생하는 순간이다.
막사에 횃불이 번졌다.
누군가 뿔피리를 불고, 소란은 전달되어 땡땡땡 비상종이 울렸다. 진지가 일순간에 잠에서 깨어난다.
한밤 중의 기습이었다.
갑옷조차 제대로 걸치지 못한 병사들이 창칼을 들고 뛰쳐나왔다.
벌써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칼날이 번뜩이고 피가 흩뿌려졌다. 누군가 살려달라 외치는 가운데 습격자들은 그저 묵묵히 입을 다물고 있을 뿐이다.
일렁이는 횃불에, 습격자들의 무장이 번뜩인다. 어깨에 매인 피아식별용 무명천에 고목 한 그루가 비친다. 티란디스의 문장이다.
“적의 습격이다! 당장 요격하라!”
“적을 포위하라!”
베테랑 병사들이 분주히 날뛰었다. 허나 전쟁을 경험해 보지 못한 병사들은 그저 패닉에 빠져 날뛴다.
찌르고 찔리고 자르고 잘린다. 허나 누가 아군인지 누가 습격자인지 확인할 틈이 없다.
밤은 어둡고 횃불이 날뛰어 수많은 그림자가 점멸하니 그저 앞에 보이는 이가 적이라.
상잔이 이어졌다. 어울려 농담을 나눈 이나 얼굴을 모르니 창을 내민다. 적이 아닌 이에게 찔린 이가 처참히 운다. 그 울음이 분기를 일으키니 전우들은 눈에 보이는 것이 없어 또 창을 내지른다.
실상 습격자들의 수는 많지 않으나, 창에 찔려 죽는 이가 수두룩했다.
그 때였다.
“베일 판 티리운! 카 사드 세라!”
낭랑한 목소리가 사위를 꿰뚤는다. 묘한 울림을 주는 주문이었다.
그리고 빛이 있었다.
온기 없는 푸른 청광이 참혹한 밤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그러자 이제서야 군대가 군대처럼 돌아가기 시작했다.
“저쪽이다!”
“1,2,3조 나를 따른다! 4,5조 우회하라!”
“적을 포위한다! 가릉비의 전사는 창을 들고 북서로 향하라!”
그러자 습격자들이 수세에 몰렸다. 일부는 크게 돌고 일부는 창을 내세워 뒤로 몰아세우니 더 이상 습격은 의미가 없었다.
“후퇴, 후퇴! 울프조 길을 뚫어!”
“후퇴한다, 후퇴한다!”
습격자들이 진형을 뒤집었다. 아직 포위망이 옅은 후방에 길을 내기 시작했다. 그 판단이 빠르고 정확하니 진지의 바깥으로 가는 길이 뻥 뚤렸다.
“아밀 헤 데라 에인즈 헤인트!”
세상이 편애하는 언어가 울려 퍼졌다. 그리하여 이 말들은 그 자체로 법칙을 뒤틀어 기적을 부렸다.
땅에 불길이 치솟아 퇴로를 막았다.
원초 세계의 지하에는 불이 흐른다. 그 어떤 불순물도 허용하지 않는 순수한 화염이니 그 이름을 심화라 했다.
영혼은 불꽃이요, 신체를 움직이는 것이 그 열이라 하는 화염탑의 마법사들. 그들은 스스로를 심화의 구도자라 칭했다.
습격자들이 수세에 몰렸다.
앞에는 이글거리는 화염의 벽이, 뒤에는 창을 앞세운 채 증오에 불타는 병사들이 있었다.
차라리 창에 찔려 죽는 이가 평온하리라. 다른 세계의 불꽃에 산 채로 불타는 이에 비한다면.
“잠깐, 이건 아니야! 말이 다르다고······!”
“퇴각만 하면 된다고 했는데! 잠깐, 나는.”
무어라 말하려던 습격자 하나가 왈칵 피를 토했다. 떨리는 시선이 제 배를 살핀다. 깊숙이 파고든 창날에 이내 쓰러지고 만다.
그 위로 분노에 찬 칼날이 쏟아졌다.
“다 죽여! 다 죽여버리라고!”
전투가 끝나고 처형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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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이 다르지 않소!”
“머리 울리니까 소리 지르지 마······.”
헤인트가 머리카락을 쥐어뜯으며 말했다.
그 기세가 사뭇 사나운지라, 버럭 소리를 질렀던 살베지 백작이 오히려 한 걸음 물러나고 만다.
헤인트가 한참이나 머리를 쌔맸다. 역량을 뛰어넘은 마법의 사용 때문이었다.
아르케스의 태양과 화염의 벽. 능히 다룰 수 있는 마법이었으나, 동시에 사용하기에는 아직 역량이 모자란 탓이다.
가면 아래 드러난 입술이 파리하다.
그에 용기를 얻은 살베지 백작이 다시 따졌다.
“습격대는 적당히 치고 빠지기로 하지 않았소. 구태여 전멸시킬 이유가 없었단 말이오.”
“백작님. 비밀이란 아는 이가 적을수록 좋은 법이랍니다. 특히나 그 비밀이 품은 독이 지독할수록 말이지요.”
티란디스의 습격대. 허나 사실은 살베지 백작이 추려 뽑은 정예 병사들이었다.
용맹하고 충성심이 깊으며 입이 무거운 정예 중 정예들. 그들을 몽땅 잃었으니 살베지 백작이 분노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충직한 자들이었소! 절대로 비밀을 지킬 만한······”
“백작님. 절대라는 건 없답니다. 인간은 나약해요. 술과 여자, 금화 앞에서 그들이 과연 얼마나 비밀을 지킬 수 있었을까요?”
“그건.”
“게다가 생각보다 피해가 무척이나 커졌어요. 제가 개입하지 않았더라면, 제대로 된 전쟁도 전에 진지가 박살날 판이었답니다.”
“크흠······.”
그 말 그대로였다. 어둠을 틈탄 자작 습격에, 병사들은 놀라 장님처럼 날뛰었다.
피아가 없는 아수라장. 심지어 습격대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진지의 반대편에서도 사상자가 제법 있었을 정도니 그 혼란이란 보통 일이 아니었다.
“자. 이제 전령을 보내 공식적으로 비난하고 전쟁을 선포하세요. 저들의 선제공격이었으니 답변은 들을 필요는 없겠지요.”
헤인트가 머리를 감싸쥐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전령이 돌아오는 즉시 공격에 나서면 되시어요. 저들에게 준비할 시간을 주는 건 어리석은 일 아니겠어요?”
“······크흠.”
살베지 백작은 불만이 가득한 표정이었지만, 헤인트의 말이 틀리지 않았기에 별 말은 하지 않았다.
대신 신경질적으로 펜을 휘두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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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란디스는 보라.
무고하고 선량한 살베지 가문에게 어처구니없는 모함을 앞세워 핍박을 한 것도 모자라, 도리를 어기고 참혹한 습격을 강행하였으니 남은 것은 정녕 피를 보는 것뿐이라.
무도한 이에겐 신의 자비조차 닿지 못하니 그 죄의 값은 피로서 치를 것을 알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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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령이 출발하고, 살베지 연합 훈련단은 살베지 연합군으로 재편되었다. 사상자를 간략히 조치하고 남은 병력을 재배치해 진격 준비가 착착 이루어졌다.
이제 남은 것은, 선전 포고를 전한 전령이 돌아오길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전령이 되돌아왔다.
“수고했네. 귀관의 이름은? 내 자네의 충정을 잊지 않겠어. 무언가 원하는 바가 있으냐?”
선전 포고를 전하는 전령은 대개는 극히 일부만 돌아오곤 했다.
열 명의 전령을 보내면, 열 개의 머리가 되돌아온다.
이러한 전령이니 그 임무를 기꺼이 수행하는 용맹과 충정은 어떠하랴. 살아 돌아온 전령에겐 큰 포상을 줄 일이었다.
허나 포상을 물어오는 이 상황에서 전령의 표정은 어둡기 그지없었다.
“그, 백작님. 그것이 말입니다.”
“왜 그러느냐?”
털썩. 전령이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죄송합니다, 백작님! 도저히 선전 포고를 전할 수 없었습니다!”
“뭐?”
살베지 백작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이 겁쟁이 같은 놈이 제 목숨이 아까워 전서를 전달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네놈, 목숨이 그리 아깝다면 이리로 돌아오지 말았어야 했다! 어찌 두려워 도망치고는 여기에 얼굴을 들이민단 말이냐!”
살베지 백작이 분노하며 검을 뽑아들었다.
그러자 전령이 급히 변명을 토했다.
“그게 아닙니다! 백작님! 어떻게 해도 전서를 전달할 수가 없습니다!”
“그게 대체 무슨 소리란 말이냐?”
그러자 전령이 다시 소리쳤다.
“전서를 전달한 길이 없습니다! 티란디스에게 가는 길이 완전히 막혀 닿지 못합니다!”
그게 대체 무슨 소리야? 길이 완전히 막혀?
애초에 탁 트인 구릉지에 뭘 하면 길이 막힐 수가 있어?
이해할 수 없는 말에 일동이 침묵했다. 서로를 돌아보는 눈빛에 의구심이 가득하다.
참모 천막 안에 싸늘한 정적만이 맴돌았다.
< 9. 피 흘리는 계절, 봄이 오다 [3] > 끝
ⓒ Lab.No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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