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2장. 신 길동전(3).
“감히 신성한 이스라엘 내 땅에서 테러라니!!!”
이스라엘 총리실 관저.
쾅쾅!
베냐민 총리가 얼굴이 시뻘겋게 상기된 채 책상을 주먹으로 내리치며 분노했다.
그의 앞에 선 카츠 정보장관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쩔쩔맸다.
다른 곳도 아니고 텔아비브를 시작해 예루살렘에서 테러가 발생했다.
정보 송출을 통제했지만 테러 소식은 시민들의 SNS를 타고 빠르게 전파됐다.
총격이 난무하고 오토바이와 차량이 불탔다.
언제나 전쟁에 대한 준비를 해온 이스라엘 국민들이었지만 이 정도 급의 큰 테러는 오랜만의 일이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테러 대상이 야훼 바트라는 사실이다.
다른 곳도 아니고 이스라엘 핵심 도시에서 연달아 사건이 터졌다.
보고를 받은 베냐민은 정신줄을 놓을 뻔했다.
자신이 이스라엘의 현 총리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야훼 바트의 허락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역대 이스라엘 총리는 모두 야훼 바트에 의해 지명돼 왔다.
국민 참여 선거는 요식 행위에 불과했다.
야훼 바트의 명령이 곧 야훼의 명과 같았다.
이스라엘 민족에게 신앙은 목숨과 같다.
야훼를 의심하고 신앙을 저버린 순간 당했던 길고 긴 방황의 시간.
그 세월이 수천 년에 달했다.
헤아릴 수 없는 피의 속죄와 눈물의 참회가 세계 곳곳에서 번져나갔다.
그럼에도 야훼는 냉정했다.
자신을 저버리고 다른 신을 섬긴 자식들에게 혹독한 형벌을 가했다.
2차 세계대전이 그 증거였다.
전쟁을 진두지휘한 악마의 손아귀에 유대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수십만이 학살당했다.
그 가혹한 전쟁을 치르고서야 끝난 야훼의 분노.
1948년에나 작은 땅에 건국을 선포했다.
야훼 바트를 야훼가 직접 내세웠다.
총리를 비롯해 이스라엘 핵심 관료들은 야훼 바트를 야훼와 동급으로 섬겼다.
누구도 야훼 바트를 부정하지 못했다.
긴 세월 지속되었던 신의 분노는 DNA 깊숙이 지울 수 없는 공포로 각인됐다.
그런 역사를 갖고 있는 자신의 주인이 지금 테러를 당했다.
마음 같아서는 전차 부대를 끌고 가 모두 갈아 날려 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아사신의 흑마법사들이 확실히 개입된 것 같습니다.”
카츠 장관의 보고가 이어졌다.
“젠장! 지독한 바퀴벌레 새끼들 같으니라고!”
베냐민 눈동자에 얼핏 두려움이 스쳤다.
중동에서 독하게 위명을 떨쳤던 아사신의 행태도 현대에서도 계속됐다.
그들이 직간접적으로 개입한 테러가 한두 건이 아니었다.
결코 쉽게 잡히지 않았다.
도리어 제압을 하려다 반격을 당하거나 생각지 못한 곳에서 공격을 받기도 했다.
고위급만이 알 수 있는 아사신이 사용하는 공포의 흑마법.
세계적으로 명성을 갖고 있는 모사드 요원과 해당 팀 몇 파트가 그들에게 당했다.
실력을 갖춘 모사드 요원들을 키워내는 일이 보통 힘든 일이 아니었다.
그들의 희생으로 얻은 정보가 바로 흑마법에 관한 내용이었다.
그 부분은 야훼 바트에게도 보고했다.
때를 기다리라는 통보를 받았을 뿐이다.
일반 조직을 투입해 제압할 수 있는 성질의 조직이 아니었다.
놈들은 보통 총기로 죽일 수 없었다.
도리어 반격으로 전 조직이 몰살당할 염려가 있었다.
총리실 관저에도 흑마법을 배제할 야훼의 성물이 존재했다.
누구도 믿지 말라는 비밀 명이 얼마 전에 하달됐다.
베냐민은 오른팔인 카츠도 의심하고 있을 정도였다.
어느 순간 이스라엘의 중요 정보가 유출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하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자칫 섣불리 사실을 확인하려다 자신이 테러 대상이 될 수도 있었다.
야훼 바트가 곧 조치를 취한다고 했기 때문에 기다리는 중이었다.
그 틈에 이 같은 사건이 터졌다.
“주변 소개는 마쳤습니다.”
“정보는 무조건 차단해. SNS도!”
“넵! 각하!”
야훼 바트의 명을 받았다.
장로가 아닌 야훼 바트가 직접 지시한 명이었다.
오늘 무슨 일이 있어도 성전산에 누구도 출입하지 못하도록 금하라는 절대 명령이었다.
“그리고 대 테러부대 대기시켜! 마지막 쓰레기들은 내가 직접 바퀴로 갈아버리겠어!”
베냐민은 장기 집권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같은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총리 자리가 경각에 달렸다.
이럴 때일수록 충성을 증명해야만 했다.
“대기 중입니다!”
“그리고 내 명령 없이 움직이는 자들은……. 군법에 의거해 모조리 사살해. 설사 그게 장관이라고 해도 말이야.”
“……그대로 하달하겠습니다. 각하.”
베냐민의 명령에 카츠 정보장관이 바르르 몸을 떨었다.
인상 좋은 모습과 달리 베냐민은 냉혈한이었다.
하마스가 준동할 때마다 몇 배의 피를 대가로 보복을 벌였다.
그 대상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았다.
“야훼께서는 자비롭지만 분노하면 세상 누구보다 무서운 신! 아사신……. 너희들은 잘못 건들었어. 야훼께서 너희들을 지옥으로 인도할 것이다!”
***
- 어라? 저분들은 또 누굽니까?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10여 명의 남자.
찰그락 찰그락.
맑고 경쾌한 소리가 들렸다.
중세 시대 기사의 복장처럼 쇠와 가죽으로 만든 갑옷을 착용했다.
게다가 손에는 검과 방패를 들었다.
현대적으로 개량했지만 한눈에 봐도 범상치 않은 무기들이었다.
그리고.
“야훼 바트님을 뵙습니다.”
곧장 로리아나에게 다가와 정중하게 인사를 하는 루이스 발루아.
과거 보았던 모습과 달리 기세가 남달랐다.
휴가지 섬에서 보았던 얼치기 루이스의 모습이 아니었다.
그의 몸에서 특수한 기운이 감지됐다.
이계에서 신을 수호하는 신전기사들과 비슷한 기운을 뿌렸다.
“이 야심한 시각에 성전에는 무슨 일인가요.”
심각한 표정의 루이스와 달리 무심하게 묻는 로리아나.
“도움을 요청받았습니다만…….”
루이스가 살짝 당황하며 말끝을 흐렸다.
“누구에서 말입니까?”
“바트님이 아니셨습니까?”
“네.”
“그게 무슨…….”
루이스가 크게 당황했다.
당황하기는 로리아나도 마찬가지였다.
“LA에서 습격을 받았다고 들었습니다. 아사신의 습격이라며 급하게 도움을 요청해 이곳으로 왔습니다.”
루이스가 빠른 어조로 답했다.
말을 하는 그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난 기사단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습니다.”
‘않았습니다’도 아니고 ‘않습니다’다.
그만큼 지금 상황에 대해 강하게 부정하는 로리아나.
왠지 자존심이 상한 것 같았다.
“그럼 누가…….”
루이스가 말없이 바라보고 있던 나를 쳐다봤다.
- 장길동 형님이 초청했습니까?
귀신도 나를 보며 묻는다.
당연히 아니다.
고개를 저어 보였다.
알다시피 루이스와 난 사이좋은 관계가 아니다.
과거 속에 내 첫사랑으로 남아 있는 클라라의 남편이다.
지금은 원수가 된 리장창이 눈앞의 있는 루이스의 장인이다.
머리에 총을 맞지 않고서야 그를 내가 직접 이곳에 부르는 건 말이 안 됐다.
“저도 아닙니다.”
루이스에게 정확하게 의사를 밝혔다.
그 와중에 인연이 있는 에두아르가 눈으로 인사를 해왔다.
그도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에두아르 경. 예루살렘의 도움 요청이 맞습니까?”
“그렇습니다.”
“누가 요청했습니까?”
“장로회 이름으로 왔습니다.”
“야곱 수석 장로인가요?”
로리아나가 살짝 언짢은 목소리로 끼어들었다.
“아닙니다.”
“그럼 어떤 장로인가요?”
“마가 장로입니다.”
“마가 장로요? 그분은 그럴 권한이 없습니다.”
로리아나가 강하게 부정했다.
“영상 통화로 얼굴을 확인했습니다. 비공식 루트로 도착한 요청서에 차일드 가문의 장로 직인이 찍혔습니다.”
그 정도라면 증거가 빼박이다.
“마가 장로를 만나봐야 할 것 같군요.”
로리아나의 안색이 굳어졌다.
차일드 가문 장로들의 기강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분명 닥치고 기도하라고 명령을 내렸는데 마가인지 빠가인지가 사고를 쳤다.
- 분위기가 영 쎄합니다.
귀신도 이상 기류를 눈치챘다.
마가 장로라는 자가 아무래도 도장으로 장난을 친 것 같다.
“…….”
갑자기 주변 공기가 착 가라앉았다.
다들 합리적 의심에 빠졌다는 증거였다.
- 설마 이거…… 배신?
귀신이 제대로 초를 쳤다.
그 순간.
“바트시여. 굳이 그러실 필요까지 없습니다.”
황금 사원 쪽에서 다가오는 한 남자.
중세시대 때 쓰던 로브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마가 장로.”
로리아나가 상대의 신분을 확인하고 이름을 불렀다.
“무사한 모습을 뵈어 다행입니다. 바트시여.”
50여 미터 떨어진 곳에서 로브 모자를 벗으며 웃는 얼굴을 내보이는 마가 장로.
공손한 말투와 달리 입가에는 다소 비웃음이 섞인 미소가 물려 있었다.
“……야훼를 두려워하지 않는군요.”
로리아나가 바로 그의 변절을 간파했다.
눈빛에서 레이저가 뿜어져 나갔다.
“아마도 그런 것 같습니다.”
“야훼께서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
“이제 야훼께서도 물러설 때가 되지 않았습니까?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신이 세상을 지배하는 게 이치입니다.”
마가 장로는 아예 야훼를 뒷방 노인네 취급했다.
“가, 감히! 그 더러운 입으로!”
로리아나가 강한 분노를 표출했다.
파바밧.
순간적으로 분출되는 그녀의 기운.
내가 불어 넣은 포인트가 제 역할을 하며 사용됐다.
“남아 있는 성력이 있습니까? 서서 버티기도 벅차지 않습니까?”
“닥쳐라! 뱀의 자식아!”
“하하하하. 아직 힘이 남아 있으십니다.”
마가 장로는 전혀 기죽지 않고 호탕하게 웃었다.
- 저자가 이 판을 준비한 진범입니까?
아니다.
마가 장로라는 자의 기세는 그렇게 강하지 않았다.
그리고 악신의 힘이 그 정도로 강했다면 로리아나 측근에 있을 수 없었다.
- 그럼 뭡니까?
스윽.
내 손가락이 황금사원의 어두운 측면을 가리켰다.
사락사락.
기다렸다는 듯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일단의 무리들.
“헛!”
“아……사신!”
루이스를 비롯한 기사단원들의 입에서 경악에 찬 음성이 튀어나왔다.
“감히 신성한 성전에 더러운 무리들이…….”
으드득.
로리아나가 실체를 확인하고 이를 갈았다.
그러나 불과 몇 시간 전처럼 성력을 발산하지는 못했다.
야훼의 힘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신성 저주에 제대로 당했다.
다만.
- 야훼께서 비밀 대화방 개설을 원하십니다. 응낙하시겠습니까?
회귀의 전설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