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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3장. 신 길동전(4). (1,057/1,284)

1073장. 신 길동전(4).

‘야훼여. 돈을 이제 내놓으시오! 크크크.’

마가 장로가 흐뭇한 시선으로 난장판을 바라봤다.

지극한 신앙으로 야훼를 섬겼지만 마가 장로의 속내는 신보다 돈이 먼저였다.

차일드 가문을 대대로 따르며 살아왔다.

그 덕분에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난 자금을 굴렸다.

연방 준비은행 지분을 비롯해 세계 금융 자산 상당수와 기업, 국가 채권들을 손아귀에 쥐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그 모든 게 자신의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한때는 그도 온 마음을 다해 야훼를 섬기고 맡은 일에 미친 듯이 매진했다.

천국 입성을 보장받는 선택받은 신민이 된 줄 믿었다.

하지만 세상살이를 하며 나이를 먹다 보니 자신의 신앙에 의심이 들었다.

진정 야훼가 유일한 세상의 주인인가 하는 평범한 의문에서 그 의심은 시작됐다.

철없던 시절과 달리 사는 일에 노련해지다 보니 어린 시절처럼 야훼가 제 주인이라는 말이 쉬이 나오지 않았다.

믿음을 굳게 했던 기적과 이적은 다른 신들도 보였다.

역사서에 기록된 야훼의 엄청난 힘은 딱 거기까지였다.

고난과 핍박을 받던 이스라엘 민족에게 가혹한 형벌을 내렸던 야훼.

손에 쥐는 게 많아질수록 마가 장로는 의심과 함께 인간된 욕심이 생겼다.

열심히 굴려봐야 내 것이라 말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평범한 자들보다 조금 더 잘 사는 수준밖에 되지 않았다.

대신 야훼를 섬기는 장로 신분이라 하여 청렴을 강요받았다.

어디 가서 권력을 자랑하지도 못했다.

웬만한 국가보다 보유하고 있는 자본의 규모가 컸지만 현실은 야훼의 신실한 장로 신분이 전부였다.

그 또한 신분이 외부에 드러나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특히 이스라엘에서는 평범한 중산층 가정의 모습을 꾸리며 살았다.

마가 장로의 심장에서 그런 일련의 환경들로부터 시작된 배신의 싹이 올라왔다.

철저하게 냉소적 감정을 숨겼다.

야훼의 매서운 눈을 피하기 위해 여러 갈래의 마음을 분리하는 연습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들이 그에게 접근해 왔다.

해외 투자자로 위장한 아사신의 사자.

그들은 여러 갈래로 쪼개진 마음을 품은 마가 장로를 유혹했다.

야훼 바트를 제거하면 야훼는 한순간 인간보다 못한 신으로 전락하게 될 거라고 했다.

그들이 건네는 유혹은 달콤했다.

야훼 바트만 제거하면 수중에 소유하고 있는 모든 재산은 마가 장로 것이 될 수 있었다.

아사신의 사자는 마가에게 여러 귀한 선물을 안겼다.

그 품목 중에는 눈부신 미녀도 존재했다.

돈과 함께 미녀가 안기는 향락은 마가 장로를 완벽하게 타락시켰다.

한 번이 어렵지 두 번은 쉬웠다.

야훼 바트를 제거할 만한 기회를 노리고 또 노렸다.

야훼의 힘이 속속 미치는 이스라엘 땅에서는 그 일을 실행하기 어려웠다.

매일 기도하고 감시자의 눈으로 살아가는 야훼 바트가 해외로 움직이는 때를 노렸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끝에 찾아온 절호의 기회.

장로의 신분을 이용해 성전에 수작을 부렸다.

중요한 성물들을 보이지 않게 치우는 일과 훼손시키는 일이었다.

아사신과 함께 야훼의 성전에 저주를 뿌리는 데 일조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 기사단을 불렀다.

아사신에게는 눈엣가시 같은 성전 기사단.

그들도 아사신처럼 고대의 힘을 불러내 사용했다.

유럽에서는 기사단에 의해 아사신의 세력이 번번이 좌절을 맛봤다.

그래서 마가 장로가 야훼 바트의 저격을 빌미로 이스라엘로 초빙했다.

기사단에 지원은 하고 있었지만 탐탁지 않게 여겨온 야훼 바트.

관계 개선을 노렸던 기사단 입장에서는 초대를 거절할 리 없었다.

판은 기대한 대로 완벽하게 짜졌다.

물론 생각지 못한 변수가 존재했지만 크게 개의치 않았다.

다니엘이라는 불리는 한국 사업가.

장로들 사이에서도 그의 이름이 회자됐다.

특히 야훼 바트와 은밀한 사이라는 불경한 소문이 나돌았다.

아사신을 통해 마법을 사용한다는 사실을 입수했다.

만만하게 볼 자가 아니었다.

‘아무리 네놈이 강하다 해도 이곳에서 벗어나지는 못한다. 크크크.’

마가 장로는 그동안 감춰왔던 본성을 드러냈다.

아사신은 야훼 바트와 기사단을 제거하기 위해 상당한 전력을 투입했다.

어느 누구도 이곳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야훼의 힘이 봉인된 바트는 더는 아사신의 상대가 아니다.

기사단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괴물들이 준비됐다.

찌릿.

그때 다니엘이 마가 장로를 조용히 바라봤다.

어이없게도 놈이 상황 파악조차 못 한 채 씨익 웃었다.

“건방진 놈…….”

마가 장로는 기분이 상했다.

이 상황에서도 한껏 여유를 부리는 놈.

스윽.

놈이 마가 장로를 향해 손을 들었다.

그리고.

가운데손가락을 펴서 내밀었다.

“개새끼.”

마가 장로의 귀에만 들리는 한 마디.

“!!!”

마가 장로의 정신이 번쩍 들었다.

다니엘은 자신과 아사신의 사자가 준비한 판을 직접 보고도 전혀 긴장감을 보이지 않았다.

‘설마…… 기다린 거야?’

***

비밀 대화방?

신들의 세상도 변화가 빨랐다.

인간들이 사는 세상과 별반 다를 게 없었다.

- 길동 형님. 뭐 하십니까! 지구의 평화를 위해 출동하셔야죠!

장립은 날 슈퍼맨으로 안다.

마가이자 빠가에게 빅 엿을 날려줬다.

명색이 장로라는 자가 야훼 바트 로리아나를 배신했다.

다른 건 용서해줘도 절대 배신은 용납되지 않았다.

로리아나에게뿐만 아니라 애꿎은 나한테까지 그 피해가 고스란히 몰아쳤다.

“저, 전투 대형으로!”

차자자작.

기사단 인물들이 루이스를 중심으로 원형 대형을 이뤘다.

도움을 주기 위해 왔다면서 로리아나에 대한 배려가 없었다.

위기가 몰아치자 자신들의 보스부터 챙겼다.

“다니엘…….”

사라가 뒤쪽에서 떨며 나를 불렀다.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아사신 전사들의 수는 수십 명을 넘어갔다.

어둠과 편을 먹고 사방을 포위했다.

“크크크크크.”

“케케케케케…….”

비릿한 음색이 서라운드로 들렸다.

아사신, 짐작했던 것보다 제법이다.

물리적으로 신전을 훼손해 직간접적으로 야훼의 힘을 봉인했다.

고대와 달리 인간계에 직접적인 힘의 투사가 불가능한 신들.

그 점에서 답답해 미칠 것이다.

날 이렇게 살려 이 생에 다시 회귀시킨 조상신도 꼼수를 부렸다고 했다.

야훼도 로리아나를 통해 간접적인 방식으로 세상을 통치해왔다.

아사신은 달랐다.

악신이 하사한 흑마법을 통해 단시간에 힘을 길렀다.

교과서적으로 마법을 배우지 않았다.

속성 과외로 마법을 습득하거나 활용하는 아사신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만큼 그에 따른 부작용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

지금 눈앞에 보이는 아사신 전사들의 모습만 봐도 기괴하기 짝이 없었다.

눈동자가 온전한 놈이 하나도 없었다.

입가에 침을 질질 흘렸다.

하급 마수들처럼 이지가 온전하지 않았다.

뾰족하고 새카만 손톱은 달빛 아래서 더 더럽게 빛났다.

- 야훼가 재촉합니다. 응답하시겠습니까?

야훼의 마음이 급했다.

힘이 밀리고 있는 상황에서 비밀 채팅을 요구해 왔다.

한 귀로 흘렸다.

아직 협상할 때가 아니다.

만날 때마다 대가에 미치지 못한 쥐꼬리만큼의 포인트가 지불했다.

갑질 전문가 기질은 신이라 해도 어디 가지 않았다.

이런 급박한 상황에서 협상에 응하면 야훼 기질상 단가를 후려칠 게 뻔했다.

그리고 난 아직 기억하고 있다.

로리아나와 뽀뽀 좀 했다고 번개로 얼마나 패악질을 부렸던가.

내가 원한 것도 아니고 로리아나의 자발적 애정 표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런데 짜증이 난다고…….

- 형님! 옵니다!!!

사방을 포위한 아사신의 저급 전사들이 포위망을 좁히며 압박해왔다.

“세상에 홀로 영광을 받으실 그분을 위하여!”

“위하여!!!”

성전 기사단이 파이팅을 다졌다.

- 길동이 형님을 위하여! 흐흐흐.

귀신도 물러서지 않았다.

허공에 둥둥 떠서 관람하고 있는 얄미운 잡귀.

“다니엘……. 이제 우리…….”

사라가 정말 무서운지 벌벌 떨었다.

좀비 영화에 등장하는 놈들과 거의 비슷한 수준의 비주얼을 갖고 있는 아사신들.

일반인의 사고를 가진 사라에게는 지금 눈앞의 상황이 공포 그 자체일 것이다.

으득.

반면 조용히 이를 가는 로리아나.

매서운 눈빛으로 마가 장로를 노려봤다.

“둘 다 여기에 있어요. 저 믿죠?”

“???”

“알겠습니다.”

실드! 실드! 실드!

3중 중첩으로 실드를 펼쳤다.

더없이 소중한 인연들이었다.

- 오! 형님 이 반짝이는 기운들이 실드입니까?

귀신이 다가와 투명한 실드 보호막을 콕콕 찔렀다.

귀신의 손가락도 통과되지 않았다.

물리적 힘뿐만 아니라 영적인 힘까지 가미됐다.

레벨업하고 신의 영역에 도달한 나였다.

그만큼 특수한 능력이 부여됐다.

“다 부셔라! 저것들을 찢어 죽여라!!!”

마가 장로가 명령을 내렸다.

“쿠에에에에에!”

“카카카카카!”

악귀에 빙의된 좀비들이 한꺼번에 달려왔다.

어설퍼 보였지만 프랑스에서 처음 마주쳤던 그놈들보다 기운이 셌다.

“성령의 힘이여!!!”

대기하고 있던 성기사들이 주문을 외웠다.

파아아아아아앗!

그 순간 그들의 갑옷과 방패, 검에서 푸른 빛이 뿜어져 나왔다.

- 오오오오! 뭔가 있어 보입니다!

이계에서나 볼 법한 장면을 지구에서 생생하게 보게 됐다.

세상에서 사라졌던 마법들이 다시 부활했다.

이는 신들도 본격적으로 판에 개입했다는 뜻이었다.

스으윽.

허공으로 손을 뻗었다.

아공간을 열었다.

자연스럽게 손에 잡히는 단단하고 묵직한 물체.

마음에 들었다.

오늘은 이놈이 당첨이다.

- 길동 형님 그걸로 패시게요?

드워프들이 즐겨 사용하는 창끝이 달려 있는 전투 도끼.

살풀이 판이 벌어졌는데 뒤로 빠져있기에는 섭했다.

그렇다고 마법을 사용해 단박에 날리기에도 아쉬웠다.

달빛도 환한 이 밤.

도끼 춤추기에 완벽한 환경이었다.

“케에에에에에!”

그사이 우리를 향해 돌격해 오는 용감한 아사신 좀비들.

쇄애애앳.

도끼가 번개처럼 공간을 갈랐다.

파각!

단숨에 깔끔하게 잘리며 떨어져 나간 좀비의 머리통.

- 길동이 형 하나요!

신이 난 귀신이 카운트를 셌다.

손은 멈추지 않았다.

쩌억!

도끼의 방향을 바꿔 아사신 좀비 몸통을 두 쪽 냈다.

마치 시원하게 장작을 패는 맛이다.

손맛이 짜릿했다.

그런데…… 손맛과 달리 이 찝찝한 기분은 뭐지?

회귀의 전설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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