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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3장. 원 플러스 원. (991/1,284)

1003장. 원 플러스 원.

“도대체 굼벵이 같은 녀석은 언제 연락이 온단 말이야!”

팰트론 왕국과 인접한 하데인 공작령의 영주성.

당대 가주인 아스마트 드 하데인 공작이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집무실을 서성거렸다.

심장이 심하게 두근거렸다.

암살을 실행한다는 마지막 보고 뒤 곧 전해져야 할 연락이 없었다.

평소라면 위엄 있게 행동했겠지만 오늘은 그렇지 못했다.

하데인 가문은 황족이 아님에도 대대로 공작 호칭을 받아왔다.

제국 시절 합병되기 전에는 하데인 왕국으로도 불렸다.

영지 규모가 왕국처럼 크고 넓었다.

일찍이 제국에 항복했고 이후 황가와 몇 번의 혼사를 거치면서 지금의 권력을 유지했다.

또 영지와 산맥이 가까워 몬스터들과의 전쟁도 빈번했다.

그로 인해 강력한 무력을 바탕으로 굳건하게 가문을 지켜온 하데인 공작령.

당대 가주인 아스마트 드 하데인은 여전히 집무실을 서성이며 반가운 소식이 오기를 기다렸다.

왕국연합군이 가동됐지만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빠르다고 해도 1년 정도 소요될 연합군 결성.

가능하다면 그전에 위험요소를 제거하고 싶었다.

팰트론 왕국과 영지가 겹치지 않은 다른 왕국이나 귀족가와 입장이 달랐다.

국경 지대는 다소 조용했지만 언제 제국 군대가 공작령까지 밀어닥칠지 몰랐다.

사기가 충천한 제국 부흥군.

영지 방비에 최선을 다하고 있었지만 매일매일이 불안한 날들의 연속이었다.

제국부흥군과는 일체 연락을 주고받지 않았다.

아스마트 드 하데인 공작은 독단적인 결단을 내렸다.

최소한의 안전을 위해 청부 길드에 암살을 의뢰했다.

잘 알고 있던 정보 길드장에게 헐값으로 7서클 마법 스크롤까지 내줬다.

끝내 제거할 수 없다면 타격만 입혀도 괜찮았다.

1년 동안 시간을 벌 수 있다면 돈은 얼마가 들어도 상관없었다.

문제는 계속 마음이 불안하다는 것이다.

“실패하더라도 흔적은 남기지 않겠지?”

청부 길드는 대부분 입이 무거웠다.

일이 실패한다 해도 끝까지 의뢰자를 보호함이 그들의 의무였다.

“각하. 소신 도베른입니다.”

“들어오시오.”

끼리릭.

문이 열리며 안으로 들어서는 중년의 마법사.

80세를 훌쩍 넘은 7서클 마법사임에도 마나샤워를 통해 외모를 유지해 언뜻 중년으로 보였다.

“소신을 급히 찾으셨다 들었사옵니다.”

“도베른 경. 보호 마법은 최대로 가동 중인 게 맞소?”

“그렇사옵니다. 준 전시상황으로 운영 중입니다.”

“내 마음이 불안하오.”

“무슨 일이 있사옵니까?”

“그게…….”

측근들에게도 청부 의뢰를 비밀로 부쳐놓은 상태였다.

여럿이 알면 알수록 소문이 밖으로 새어나갈 확률이 높았다.

청부가 실패하더라도 조용히 묻혀야 함을 감안한 것이다.

“각하. 걱정 마십시오. 베커라는 자가 강하다 하나 우리는 팰트론 국왕처럼 당하지 않을 것이옵니다. 직접 쳐들어가는 것과 수비하는 입장은 다릅니다. 아무리 그자의 능력이 출중하다 하나 혼자서는 무리입니다. 영지 외곽 방어도 철저히 하고 있습니다. 기습 공격 같은 건 있을 수 없습니다.”

마법사 도베른이 믿음직한 목소리로 확언했다.

자신 모르게 주군이 무언가를 꾸민 듯했지만 굳이 묻지 않았다.

본래 영주들 속은 알 수가 없는 법이다.

“다행이오. 내 경의 말을 믿겠소.”

영지에서 가장 강력한 조력자인 도베른의 말에 아스마트 공작이 활짝 웃었다.

답답했던 심장이 좀 개운해지는 것을 느꼈다.

“각하. 휘하의 마법사들이 수십 명입니다. 기사들 숫자 또한 왕국과 다를 바 없습니다. 이웃한 자론 공작과는 혼약으로 동맹이 맺어진 사이입니다. 평안하게 일상을…….”

쿠우우우우웅!

도베른이 말하는 사이 갑자기 들려온 강력한 폭음.

“이, 이게 무슨!”

콰아아앙! 콰아아아아아아앙!

연이어 강력한 폭발음이 들렸다.

“적이다!”

“마법 공격이다! 모두 전투 위치로!!!”

밖에서 기사들의 다급한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졌다.

“각하! 걱정 마십시오! 7서클 마법 공격 따위로는 절대 방어 마법진을 깰 수 없습니다!”

당황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도베른은 주군을 안심시켰다.

“만약 8서클 마법이라면…….”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습니다. 마탑의 탑주들이나 하이 엘프들이나 가능한 일입니다. 그들 모두 함부로…….”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도베른의 말이 다 끝나기 전에 또 다시 울리는 강렬한 폭발음.

쩌저저저저저저적.

무언가 부서지는 굉음이 뒤를 이었다.

“마, 마법진이 뚫렸다!”

“으아아아아아아!”

타다다닥.

비명에 가까운 외침에 화들짝 놀란 두 사람이 창가로 달려가 밖을 내다봤다.

마법을 통해 자동으로 가동되는 내성 방어 마법진.

몇 번의 마법 공격에 허무하리만치 단숨에 무너져 내렸다.

“헛!”

아스마트 공작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이…… 무슨!”

도베른 마법사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방어 마법진에 조예가 깊은 도베른이었다.

절대 파괴되지 않을 거라 굳게 믿었던 마법진이 눈앞에서 깨져버렸다.

그 순간.

“아스마트 드 하데인 공작은 어디 있는가! 크로얀 제국 황실의 명을 받들라!!!”

귀를 의심케 하는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울렸다.

“으허어어업!”

공작이 그 소리에 기겁했다.

“베커…… 공작!”

***

진짜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8서클 마법사 대단하다.

나도 어쩌지 못할 방어 마법진을 저서클 마법으로 단숨에 부숴버렸다.

“고서클 마법진을 파괴할 때는 말이야. 공격한 곳을 빠르고 강하게 또 정확하게 치고 또 쳐야 한다네. 그래야 힘이 덜 들어.”

투명화 마법을 시전하며 옆에서 가르침을 하사하는 자르반 마탑주.

대법사라고 해서 꼬장꼬장한 꼰대가 아닐까 의심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겨울에 먹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호빵이나 배고플 때 찾는 가성비 갑인 찐빵과 쌍벽을 이루는 선빵.

나와 손잡은 기념으로 선빵을 날리자고 제안했다.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크게 나쁘지 않은 방법이었다.

연합군에 심리적 타격을 가하기 위해서는 이만한 방법이 없었다.

나도 실행해 보고 싶었지만 방법이 마땅치 않았다.

장거리 이동 마법진은 아직 무리였다.

동시에 그곳까지 날아가 각 왕성이나 성에 펼쳐져 있는 방어 마법진을 해제하기에는 절대적인 마법 능력이 부족했다.

중요한 입지적 조건을 가진 왕성이나 요새 등은 대부분 7서클 방어 마법진이 가동되고 있었다.

그걸 파괴할 수 있는 자는 마탑주나 엘프들 정도였다.

하지만 엘프들은 절대 인간들의 전쟁에 개입하지 않았다.

반 정도는 포기하고 있었던 일인데 운 좋게 자르반 탑주가 먼저 제안을 했다.

그렇게 일궈낸 쾌거.

마법 몇 방에 이웃한 하데인 공작성의 방어 마법진이 개운하게 사라졌다.

환하게 눈에 들어오는 내성.

씨익.

손에 피도 묻히지 않고 이뤄낸 성과에 입이 찢어지려 했다.

껍질이 다 벗겨낸 수박 속살을 마주하고 있는 기분이었다.

그냥 수저만 들고 양껏 퍼먹기만 하면 됐다.

“도베른이 똥줄 탔겠군.”

“아는 자입니까?”

나도 정보를 통해 파악해 놓은 이곳 공작가의 7서클 마법사.

실력이 상당하다고 정평이 나 있었다.

“옛날 제자야.”

“네?”

“뭘 그렇게 놀라나. 마법사들은 머물던 집 나가면 다 개자식이야.”

“…….”

참으로 입이 걸다.

외모와 전혀 어울리지 않게 쌍욕과 막말을 입에 달고 산다.

“조금 키워줬더니 지 잘난 줄 알고 인사도 안 와. 내가 많은 걸 바라는 것도 아니고 때가 되면 질 좋은 마력석 좀 보내주고, 괜찮은 마법재료 나눠주면 얼마나 좋아. 그런 기본 예의도 모르는 놈들은 마법계에서 퇴출해야 돼. 스승의 은혜는 하늘같다는 말 공작은 알지?”

“그……럼요.”

돌려 말하고 있지만 은근한 협박처럼 들렸다.

나중에 잘되면 입 싹 씻으면 안 될 거 같다.

뒤끝까지 작렬인 마탑주.

꼭 신경 써야 할 요주의 인물로 등록해 놓아야겠다.

그건 그렇고.

내 경고에도 반응을 보이지 않는 공작.

스윽.

손을 들었다.

“파이어 볼!”

시각과 음향효과에서 탑을 달리는 화염계 마법을 펼쳤다.

마법 시동도 간편하고 복잡하지 않아 자주 쓰는 마법사들의 최애 마법.

화르르르르르르르르.

지름 5미터 정도 되는 대형 파이어 볼이 두둥실 나타났다.

“그놈 참 실하다. 감자 구워 먹으면 딱이겠어.”

저기……. 마탑주님. 이게 감자구이용은 아니지 말입니다.

오랜만에 마법계의 을이 되었다.

큰소리 빵빵 치다 한순간에 입조심 하는 저서클 마법사가 됐다.

“태워라!”

의지를 곁들여 파이어 볼을 날렸다.

불덩이가 똥꼬춤을 추며 지상으로 떨어졌다.

그렇게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낙하하는 파이어 볼의 자태.

마음 같아서는 공작의 목을 따고 싶지만 그럴 수는 없다.

괜히 일을 키워 왕국 연합군이 전력을 다해 박차를 가할지도 모른다.

적당한 선에서 협박을 해 잔뜩 쫄리게 만들어 놓는 게 목적.

“으아아아아아아아!”

“마, 마법사다!!!”

성벽 아래서 난리가 났다.

누구나 눈이 있으면 확인할 수 있는 마법이다.

병사들뿐만 아니라 기사들도 허둥대기는 마찬가지였다.

하늘 위에서 보니 불벼락을 보고 놀란 개미떼의 움직임 같았다.

그사이 보호막이 제거된 내성 위로 떨어지는 파이어볼.

퍼어어어엉! 퍼버버버버벙!

하지만 공격이 완성되기 전 누군가에 의해 커다란 파이어 볼은 수십 개의 불덩이로 쪼개버렸다.

그리고 빠르게 공중에서 잔화를 남기며 소멸했다.

마법 충돌로 인한 간섭 작용이었다.

“개자식 출동이다.”

몸을 숨긴 채 상황을 즐기고 있는 마탑주.

“멈춰라!!!”

일갈과 함께 새하얀 로브를 착용한 마법사 하나가 내성벽 위에서 날 노려봤다.

그리고 그 옆에는 화려한 마력 갑옷을 착용한 남자도 보였다.

이곳 영주의 공식적인 등장.

주변으로 기사와 마법사들이 그를 물샐틈없이 보호하고 있었다.

“이스마트 공작은 지엄한 황명을 받들라!”

마력을 담아 빵빵한 음성으로 외쳤다.

쩌렁쩌렁 목소리가 에코 효과를 일으키며 외성까지 퍼졌다.

“다, 닥쳐라! 제국과 황실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공작이 제법 깡다구 넘치게 맞받아쳤다.

“녹여줄까?”

옆에서 들려오는 짧은 한마디.

요청하지 않은 서비스가 과했다.

“아닙니다.”

마탑주를 보호해야만 했다.

보는 눈이 너무 많은 상황.

라든 마탑은 히든카드로 써먹어야 할 때가 있을 터였다.

그러니 지금은 아쉬워도 아껴야 할 때.

“자네는 똑똑한 친구야.”

그 짧은 순간에 또 날 시험했다.

마법사들 잔머리는 따라올 자가 없다더니 사실인 것 같다.

“무엄하다! 진정 역적으로 죽고 싶단 말인가!”

“…….”

물러서지 않고 큰소리를 빵빵 쳤다.

‘역적’이라는 말에 순간 입을 다무는 이곳의 영주.

“황명을 전하겠노라!”

내친김에 분위기를 쫙 깔았다.

“아스마트 드 하데인 공작은 제국과 황실이 부활했음을 알고도 충성을 표하지 않았다. 이에 본 황실수호공작의 이름으로 명하노라! 황제폐하와 제국을 위해 사절단을 보내 대대로 변치 않을 충정을 증명토록 하라! 만약 이를 어길 시에는…….”

들고 있던 검에 내공을 담아 빠르게 한 차례 그었다.

쇄애애애애애앳.

그대로 공간을 가르며 날아가는 마력 기운.

콰아아아아아앙!

내성벽의 망루 하나를 보기 좋게 부숴버렸다.

“!!!”

공작을 비롯해 마법사들이 움찔 쪼는 게 보였다.

이 정도면 충분히 목적을 달성한 셈이다.

“봄이 오기 전까지 찾아오도록 하라!”

기한도 넉넉하게 깔았다.

“다 끝났습니다. 가시죠.”

“가? 어디를?”

가자는 말에 반문하는 마탑주.

“어디기는 어딥니까. 한 곳 더 좌표 찍어서 선빵 날려야죠.”

“……자네. 장거리 공간 이동 마법을 하려면 마력석이 얼마나 필요한지는 알고 이러는가?”

“탑주님. 이거 동맹 개업 선물 아닙니까?”

“맞네.”

“그럼 하나 더 주셔야죠. 제가 살던 동네에서는 개업할 때 보통 원 플러스 원으로 마음을 대신합니다.”

“뭐라고? 원 플러스 원???”

회귀의 전설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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