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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7장. 진짜 쓰레기는 재활용하는 거 아니다. (674/1,284)

677장. 진짜 쓰레기는 재활용하는 거 아니다.

“테스트! 테스트 결과 나왔어? 렉시! 렉시!”

이틀 동안 잠을 통 자지 못한 발론 머스크가 격앙된 목소리로 비서 렉시를 불러댔다.

눈이 붉게 충혈됐지만 머스크는 지친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진짜였어! 만약……. 테스트 결과가 일치한다면.’

머스크의 심장은 커피 스무 잔을 마신 것마냥 마구 뛰었다.

다니엘 장이 화물을 보내왔다.

과거 얘기했던 모듈의 에너지 밀도가 500Wh/L가 넘는 괴물 같은 배터리.

크기도 획기적으로 작았다.

놀랍게도 실리콘 전기 전도도 기술이 사용됐다.

충전 시간이 10분으로 줄었다.

너무나 엄청난 일이라 비밀서약을 한 책임 연구원들로만 테스트 진행에 참여했다.

“머스크. 정신 좀 차려요. 10분마다 테스트라고 외치는 소리에 멀미가 나요!”

머스크에 최적화된 렉시가 소리를 쳤다.

한번 몰두하면 다른 어떤 소리도 귀에 들리지 않는 머스크.

제대로 미쳤다.

다니엘 장이 보낸 호기심 가득한 물건이 그를 흥분하게 했다.

“렉시! 다니엘은 신이 보내주신 천재야. 모든 게 거짓말이 아니야!”

머스크는 다니엘에 대해 잠깐 의심도 품었다.

자신이 상상하는 미래에 관해서 다 알고 있었다.

다니엘이 돌아간 뒤 한동안 정신이 멍한 채 지냈다.

머스크는 귀가 얇거나 어리석은 바보가 아니었다.

다니엘이 남기고 간 말도 안 되는 파격적인 제안과 약속들.

지켜지기 쉬운 내용이 하나도 없었다.

그러나 그는 그 약속을 지켰다.

투자금을 왕창 넣어줬다.

월가의 사모펀드들이 아낌없이 자금을 투자했다.

아쉽게 주식이 넘어가긴 했지만 괜찮았다.

법적으로 머스크의 경영권을 보장해 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번에 말도 안 되는 배터리 세트를 보내온 다니엘 장.

“그러니까 기다려 봐요. 만약 테스트를 통과한다면……. 그때 샴페인을 터트려도 되잖아요.”

“샴페인은 싸구려 말고 좋은 녀석으로 준비해줘.”

“그렇게 좋아요?”

“물론이지! 획기적으로 주행 거리가 늘어나고 충전 시간이 단축된다면 전기차 대중화는 더 빨라질 거라고.”

“앞으로 돈 걱정은 없겠군요.”

“일을 하다보면 돈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거라고 할아버지가 말했어. 난 내 꿈의 가치를 믿어.”

“다니엘도 많이 벌겠네요.”

“어차피 재투자할 거라고 했어. 다니엘은 나와 비슷해. 전혀 입에서 구린 돈 냄새 같은 건 안 풍겨.”

“너무 믿는 거 아닌가요?”

“여자라면 열렬하게 사랑해 주고 싶은 친구야.”

“그건…… 부럽군요.”

렉시는 진심으로 부러웠다.

이 세상에서 머스크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렉시.

그럼에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뜨거운 밤을 함께해 보지 못했다.

몇 번 기회가 있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머스크가 주저했다.

렉시와 틀어지면 유능한 비서를 잃게 될지도 모른다는 이기적(?) 계산.

그때 화성 이주 얘기가 나왔다.

화성에 이주하는 순간 청혼하겠다고 말한 머스크.

물론 머스크는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 농담으로 한 말이었다.

다만 렉시는 그 말을 철석같이 믿었을 뿐.

다소 똘기가 있지만 천재 곁에 있다 보니 평범한 남자들은 눈에 차지 않았다.

어차피 기대 수명도 100살을 넘는 시대.

머스크는 노화 방지 연구 재단도 만들었다.

앞으로 20년 뒤에는 인간 기대 수명이 150세까지 가능하다고 머스크는 말했다.

살아갈 날이 아직도 길게 남았고 렉시는 누구보다 머스크에 대한 기대가 컸던 만큼 일에 매진했다.

티디딕 티디디디딕.

그때 머스크 사무실에 놓인 연구소와 연결된 팩스 장치에서 테스트 보고서들이 출력됐다.

꿀꺽.

마른침을 삼키는 머스크.

팩스 옆에 있던 렉시가 조심스럽게 따끈따끈한 보고서들을 추렸다.

“어……서!”

약물에 중독된 약쟁이처럼 손을 떠는 머스크.

“당신의 사랑과 관심을 한몸에 받는 이 서류가 오늘은 더 부럽네요.”

렉시가 고개를 절래절래 저으며 서류를 내밀었다.

스스슥.

테스트 보고서를 받아들기 무섭게 빠르게 스캔하며 넘기기 바쁜 머스크.

“오…… 신이시여!”

머스크가 감탄을 터트렸다.

요즘 들어 머스크는 주변 사람들에게 허풍쟁이로 불렸다.

처음 약속했던 것보다 전기차는 개발 시간이 늘어났고 출하량은 부족했다.

산재한 문제들을 뒤에서 다니엘 장이 해결해 주고 있었다.

“통과됐어요? 정말 10분 완충이 가능해요?”

렉시가 궁금한 듯 다가서며 물었다.

그녀에게도 배터리 성능은 중요했다.

배터리와 충전 장치 같은 하드웨어가 전기차 발전의 발목을 잡았다.

구매자들을 확 끌어들이려면 완충 시간 단축과 한 번 충전으로도 이동 거리가 320마일은 넘겨야 했다.

미국처럼 넓은 땅에서는 운행 거리가 더욱 중요했다.

렉시가 머스크 옆에 서서 보고서를 곁눈질했다.

“와우! 정말 대단해요!”

최종 수치가 확인됐다.

놀랍게도 10분 완충에 400마일의 주행거리가 숫자로 기록되어 있다.

“그렇지! 움하하하하하하. 이제 모두 다 나를 경배할 거야! 나 발론 머스크를 조롱하던 기자 놈들의 코를 아주 눌러놓을 거야!”

와락!

말과 함께 렉시를 격하게 껴안는 머스크.

“저기…… 머스크.”

“고마워. 렉시. 이 모든 행운은 당신 덕분이야.”

품에 안은 렉시의 눈을 뜨겁게 바라보는 머스크.

이글거리는 열렬한 머스크의 시선에 렉시는 그만 얼굴이 붉어졌다.

그리고.

머스크의 두툼한 입술이 느닷없이 렉시의 입술을 덮쳤다.

“으음…….”

갑작스러운 머스크의 행동에 신음을 흘리는 렉시.

그녀의 손이 자연스럽게 머스크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고마워요. 다니엘~.

예상치 못한 격한 머스크의 애정 표현에 렉시는 다니엘 장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

- 사랑으로 달달해진 연인의 뜨거운 카르마 포인트를 획득했습니다.

응? 이게 무슨 소리야?

갑자기 들려오는 카르마 포인트 알림음.

요즘 세상 곳곳에 벌려놓은 사업 덕에 생각지 못한 포인트가 사방에서 터졌다.

따로 지정해 중요하지 않은 일들에 대한 알림음은 꺼놓고 싶을 정도였다.

브라질 방문이 대박이었다.

지구를 수호하는 최상급 정령 아마존 여왕과의 조우.

뜻하지 않은 신물까지 받았다.

거기에 올려 함께 받은 카르마 포인트도 만만치 않았다.

할인 같은 거 받지 않고 상급신이 될 정도의 포인트.

아마존을 좀 먹고 있던 쓰레기 청소가 대박을 쳤다.

마리아님에게 받은 포인트도 적지 않았다.

“무슨 일 있어요?”

“아닙니다.”

“그런데 표정이…….”

“갑자기 이상한 소리가 들린 것 같아서 말입니다. 선배도 그럴 때 있지 않습니까? 일상생활 중에 갑자기 확하고 떠오르는 기막힌 소스 코딩~.”

“맞아요. 으흐흐. 그럴 때가 가장 짜릿해요. 막혔던 일주일 변비가 싹 내려가는 느낌이랄까? 어머! 식사 중에 제가 무슨 소리를…….”

IT분야를 누구보다 사랑하는 공대 누나.

아무 생각 없이 웃다가 얼굴을 붉혔다.

공대 누나 온시은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했다.

그녀의 신변을 위해 경호원들을 붙여줬다.

온시은은 중요한 인재다.

내가 믿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인물.

온시은의 일상생활 패턴은 언제나 단순했다.

일, 회사, 집 세 곳을 중심으로만 움직이는 그녀.

미국에 보내놓고 크게 관심을 쏟지 못한 게 마음에 걸려 그녀를 찾아왔다.

일명 위문 공연.

“맛있어요?”

“네~ 정말 맛있어요. 헤헤.”

곧 30대에 진입하는 그녀는 여전히 아이처럼 해맑은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처음 본 그날처럼 귀여웠다.

내가 준 포션을 먹고 그녀도 뱀파이어 방부제 외모를 갖게 됐다.

“다행입니다.”

“불갈비 정말 죽여요. 회사에서 먹는 스테이크와 비교가 안 돼요~.”

실리콘벨리에 위치한 코리안 BBQ 맛집.

부유한 동네라 미슐랭 가이드 맛집도 여러 곳인데 온시은은 콕 찍어 이곳을 원했다.

푸짐하게 주문했다.

불판 갈비구이에 매콤한 제육볶음, 거기에 삼겹살도 구웠다.

작은 체구에 비해 온시은은 음식 앞에서 전투적이다.

믿지 않겠지만 혼자 10인분을 먹어 치웠다.

“배 안 불러요?”

“회장님이 주신 그 약 먹고 변비도 다 나았어요. 피부도 얼마나 좋아졌는지 화장도 안 하고요. 그리고 가장 좋은 점이……. 뭘 먹어도 소화가 엄청 빨리 되고 살도 안 찐다는 거! 아빠에게 말했더니 안 믿더라고요.”

포션 효과가 엄청 났다.

외모뿐만 아니라 여러 신체 능력까지 탁월하게 만들었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약빨은 떨어진다.

걱정할 부분은 아니다.

귀족들은 포션으로 목욕도 한다고 했다.

나도 그 정도는 됐다.

굳이 밝히자면 영지에 신전을 개업한 사제들이 포션을 공물로 보내왔다.

“약 한 병 더 줘요?”

“있어요?”

“선물로 가져왔어요.”

“고마워요!!!”

공대 누나, 온시은도 여자였다.

미모를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포션을 가장 좋아하는…….

“그거 몇 방울 커피에 타서 마시면 코딩 작성할 때 막히는 게 없어요. 천재가 된 것 같다니까요. 마침 딱 떨어졌는데~ 으흐흐.”

여자, 아니다.

그냥 공대 누나가 맞다.

“유출 금지입니다.”

“물론이죠. 열띤 자랑에 우리 아빠가 호기심을 강하게 보였지만 차단했어요. 공적인 일에서는 부모 자식 간에도 거리가 있어야 되는 법이랍니다. 마법의 성수는 회장님 거잖아요.”

성분을 물어왔을 때 마법의 성수라고 대답했던 걸 온시은은 기억 했다.

“알죠? 마법의 성수라 여기저기 소문나면 약빨 떨어집니다.”

거짓말을 쳤다.

“네! 걱정 마세요. 저도 그 사실을 알고 있답니다. 마법 소녀 치루치루에 나오는 내용이잖아요~. 마법은 감춰져야 힘을 발휘한다!”

온시은은 만화 대사를 읊으며 아이처럼 웃었다.

그녀 아버지 온정석 회장이 이 사실을 알면 팔짝 뛸 것이다.

시은 바이오텍은 신약 개발에 목숨을 거는 업체.

만병통치약 수준인 포션을 연구하기 시작하면서 얻을 것들이 엄청났다.

비밀은 당분간 유지될 것이다.

이것저것 개발해야 할 약이 많았다.

그에 비해 시간이 부족했다.

마법에 관한 연구도 심도 있게 더 진행이 되어야만 했다.

엘프들이 소유한 약초 지식이 방대했다.

제일 먼저 개발할 약 이름도 이미 생각해 놨다.

약 이름은 ‘싹 뿌려. 다 난다.’

아직도 제대로 된 약이 없는 탈모 치료제다.

내놓는 순간 초대박이 날 것이다.

흐흐흐.

“회장님…….”

흐뭇하게 미소 짓는 나를 보며 온시은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필요한 건 없습니까?”

“전혀요~. 슈퍼컴퓨터 업그레이드는 알아서 착착 되고, 다 행복해요. 운용 소프트웨어도 마음에 들어요. 그런데 그거 누가 만들었어요? 리눅스 체계와 비슷한 거 같으면서도 엄청나게 달라요. 성능이 몇 배나 차이가 나요.”

온시은의 눈동자가 반짝였다.

IT 관련 분야에 있어서 사족을 못 쓰는 그녀.

“비밀 능력자가 있습니다.”

“소개해 줘요! 만나보고 싶어요!!!”

안 된다.

그를 만나기 위해서는 죽어야 한다.

그것도 신급은 되어서야 가능한 일.

“세상에 존재하나 존재하지 않는 그런 능력자입니다.”

“귀신만 아니면 상관없어요.”

맞다 귀신.

“지시한 일들은 잘 처리하고 있습니까?”

“네~. 보고서 올려놨어요. 공작소에 가입해서 악질 행동하는 놈들 명단 모두 다 업그레이드 해놨어요. 세상 변태와 쓰레기들은 다 그곳에 있더라고요.”

공작소 애들 얘기를 하며 온시은이 인상을 썼다.

명단이 확보됐다면 활용할 데가 한두 곳이 아니다.

“그놈들은요?”

“해킹해놨어요. 낙랑 경제 연구소와 연결된 인맥들 다 털어놨어요. 교수라는 인간들이 왜 일본 자금을 받는 거죠? 한국대 교수님도 계시던데…….”

온시은이 일은 잘했다.

“더 먹고 싶은 거 없어요? 하고 싶은 거나.”

말을 돌렸다.

아직은 기밀 사항이다.

“저기……. 회장님 부탁 하나만 해도 돼요?”

부탁이라는 말과 함께 얼굴을 사르르 붉히는 온시은.

소주잔을 만지작거리며 내 눈치를 봤다.

설마…….

“오늘 밤에 그러니까…….”

말끝을 흐리는 그녀.

긴장됐다.

다음에 나올 말이 충분히 짐작됐다.

머리가 복잡하다.

귀여운 온시은과는 순수하게…….

“심야 영화 함께 봐요!”

“네? 여, 영화요?”

예상을 빗나간 온시은의 부탁.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싶은데 혼자 볼 용기가 안 나요. 여기 미국 아저씨들 덩치가 장난 아니에요. 총도 가지고 다니는 걸 봤어요.

미국에 와서 지금껏 영화관에 한 번도 못간 모양이었다.

“무슨 영홥니까?”

설마 19금…….

온시은과 함께 볼 만한 심야의 19금 영화 리스트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뜨거운 그녀요!!!”

“네?”

뜨거운 그녀!

제목부터 범상치 않다.

음흉한 공대 누나 같으니!

“AI와 사랑에 빠지는 천재 과학자 얘긴데요……. 둘이 너무 뜨겁게 사랑에 빠져 AI가 들어 있는 컴퓨터 장치들이 열 받는 바람에 그걸 식히기 위해 첨단 쿨링 시스템을 찾는 이야기인데……. 너무 감동이지 않아요? 스포를 보니까 쿨링을 위해 청정 심해를 이용하는 거 같아요! 아름답지 않아요? AI와 그렇게 뜨거운 사랑에 빠질 수 있다니…….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요. 아~.”

정신이 멍해졌다.

언제나 상상을 불허하는 공대 누나.

피식 웃음이 나왔다.

변하지 않는 온시은이 도리어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띠리리릿.

그때 스마트폰이 울렸다.

한국이다.

“장태산입니다.”

- 회장님. 하관우입니다.

“네, 무슨 일입니까?”

- 내일 그룹 신입사원 최종 면접이 실시됩니다. 합격자는 300명 수준이 될 것 같습니다.

인재 선발은 무척 중요한 일이다.

내가 직접 챙기는 부분이기도 했다.

“메일로 명단 보내 주십시오. 제가 최종 체크해서 보내놓겠습니다.”

- 알겠습니다.

통화는 짧게 끝났다.

“우리 영화 보러 가기 전에 간단하게 일 하나 할까요?”

“어떤 일요?”

“쓰레기 분리수거 게임요~.”

“게임요? 좋아요!!!”

게임이란 말에 화색을 띠는 온시은.

항상 들고 다니는 노트북을 펼쳤다.

타다닥.

그리고 프로그램을 돌렸다.

일명 쓰레기 분리 프로그램.

온라인 세상에서 익명의 탈을 쓰고 손가락만 놀리는 진짜 쓰레기들.

그들과 앞으로 도래할 새로운 세상을 함께 살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었다.

누군가 그랬다.

‘진짜 쓰레기는 재활용 하는 거 아니다.’

회귀의 전설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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