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17화 (416/1,284)

 # 417

회귀의 전설

417장. 준비 (2)

“스톱! 거기 멈춰봐!”

거친 목소리가 터졌다.

캐나다 밴쿠버 국제공항과 연결된 미국 CIA 감시화면이 멈췄다.

“확대!”

CIA 아시아정보담당 3팀에서 최근 캐나다 동계올림픽 지원팀으로 합류한 루크가 화면을 주시했다.

“저놈 맞나요?”

“OK!”

손발이 척척 맞는 팀원 잭슨이 화면을 빠르게 확대했다.

“누군지 확인해 봐.”

아부다비 공항에서 날아온 30대 중반의 아랍 남자가 화면에 잡혔다.

타다닥.

빠르게 명령어를 입력하자 남자의 여권 사진과 그에 대한 신원이 떴다.

“이름은 마나르 알파리호. 나이 37세. 종교는 시아파. 최종학력은 아부다비 대학교 신학과. 미혼에……. 어? 이 자식 뭐죠? 지난 3년 동안의 흔적이 없네요?”

“그렇지? 뭔가 있다니까!”

미국 CIA가 사용하는 비밀안면인식 정보프로그램 ‘킹 스파이더’를 이용해 정보를 추리던 두 사람이 의문스러운 부분을 발견했다.

얼마 전 긴급하게 캐나다 정부로부터 비밀 협조 요청을 받았다.

미국과 같은 북아메리카 대륙에 있지만 국적이 다른 캐나다.

보기에는 타 국가지만 여러 가지로 두 국가는 친밀하게 묶여 있었다.

그중 하나가 국가 안보였다.

캐나다는 미국의 충실한 무기구매업자였으며 동시에 협력자였다.

국제사회에서 미국 정부를 적극 지지하는 1급 도우미였다.

이번 동계 올림픽에서도 캐나다는 도움을 요청했다.

물론 공짜는 아니었다.

그 대가로 캐나다는 이번에도 미국산 전투기를 구입하기로 약조했다.

힘 좋은 형과 말 잘 듣는 동생 같은 관계에 놓여 있는 두 나라.

“행동도 수상하고……. 코드 부여할까요?”

“일단 C-3 부여해 봐. 핸드폰 내용 도청하고.”

“알겠습니다.”

“뭔가 수상해……. 느낌이 좋지 않아.”

루크는 손가락으로 이마를 두드리며 촉을 세웠다.

이번 동계 올림픽이 순탄하게 끝날 것 같지 않았다.

세계 경제 위기 여파로 인해 올림픽에 대한 흥도 많이 식었다.

거기에다 뮌헨 올림픽 테러 같은 사건이 발생하면 세계는 걷잡을 수 없는 혼돈에 빠질 수 있었다.

나비효과처럼 모든 게 맞물려 연쇄 파장을 일으킬 것이다.

테러로 인해 다시 가열되기 시작하는 경제 엔진이 급속하게 식을 수 있었다.

“지금까지 코드 부여된 자들이 130여 명입니다. 생각보다 많습니다.”

코드가 부여되면 도청이 시작되고 B급부터는 감시요원이 따라 붙었다.

CIA 요원뿐만 아니라 캐나다 정보국이라 불리는 CSIS 요원들이 함께 움직였다.

장비나 정보에서 뒤떨어지는 CSIS는 CIA를 많이 의존했다.

“조용히 끝나면 좋겠어……. 괜히 시끄러워지면……. 어?”

“왜 그러십니까?”

“저기 화면 확대해 봐!”

대화를 나누던 루크가 다른 한 사람을 가리켰다.

“어라? 저 녀석이 왜 이곳에…….”

타다다닥.

빠르게 화면이 확대되고 인물이 지정됐다.

“노르딕 스키 대한민국 국가대표……. 와아! 별걸 다 하네요.”

“국가대표? 미치겠네.”

여권 이름에 ‘태산 장’이라 기록되어 있는 한국인.

두 사람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인물이었다.

한때 은밀히 정보를 수집했던 자였다.

그가 태연하게 밴쿠버 국제공항에 나타났다.

“로버트 라이언과 동행입니다.”

“젠장. 이거 뭔가 더 찝찝한데…….”

일주일이나 남아 있는 올림픽 개막식.

장태산의 등장에 그를 잘 알고 있는 CIA 요원 루크의 인상이 찌푸려졌다.

***

“여깁니다. 보스.”

“풍경이 좋군요.”

“마음에 드신다니 다행입니다.”

마음에 안 들면 그게 더 비정상적이었다.

겨울 바다가 시리게 눈에 들어오는 웨스트 밴쿠버의 구릉에 위치한 그림 같은 별장.

모던함이 숨 쉬는 3층짜리 대저택이었다.

한 겨울임에도 뒷산이 막아주고 있어 바람이 차갑지 않았다.

시원한 바다가 잡힐 듯 눈앞에 펼쳐져 보였다.

따뜻한 오후의 태양이 쏟아지는 발코니에 서서 로버트와 대화를 나눴다.

집안 온도는 컴퓨터로 자동 조절 됐다.

밖에는 겨울에도 사용할 수 있는 자동 유리 개폐형 대형 풀장도 마련되어 있었다.

누가 봐도 값이 나가는 별장이었다.

올림픽 동안 캐나다에 머물게 됐다고 하니 밴쿠버에 아예 별장을 구입했다고 한다.

선수촌이 답답하면 나와서 쉬라고 했다.

필요한 곳에 쓰지 않으면 어딘가로 흘러가게 될 돈 묵혀놔 뭐하겠는가.

그리고 앞으로 세계 곳곳의 부동산이 전체적으로 오르는 시기기 온다.

손해 볼 일이 아니어서 굳이 말리지 않았다.

“제 친구들은 잘 있습니까?”

룸메이트의 안부를 물었다.

“로키 산맥 쪽에 괜찮은 연습 시설에서 땀을 흘리고 있습니다.”

로버트가 괜찮다고 말할 정도면 진짜 좋은 곳이다.

월가에서 굴리는 자본금이 이제는 첫 번째 안에 들 만큼 스케일이 커졌다.

그사이 로버트의 분위기는 또 달라졌다.

이제는 진짜 월가의 슈퍼 투자자 같아 보였다.

굴리는 자산의 규모가 주는 무게감이 그를 이 정도로 포장했다.

홍콩에서 처음 만났을 때와 지금의 모습은 비교 자체가 불가능했다.

관상도 바뀌었다.

관상이 환경에 따라, 심상에 따라 변한다는 것을 사람들은 잘 몰랐다.

살다가 어느 순간 깨달음을 얻어 그것을 행위로 실천하면 굳어 있던 관상도 변한다.

막혔던 업이 녹아 사라지면서 인생이 잘 풀리는 것이 그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은 마음 자세가 중요하다고 선현들이 가르쳤던 것이다.

“주식 매입 현황은 어떻습니까?”

“착실히 이행 중입니다. 애플,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오정 등등. 자본을 이용해 끌어 모으고 있습니다.”

“잘하고 있습니다.”

로버트는 모르지만 지금 호명된 기업들 중에 사상 최대 시세 총액 1조 달러를 넘는 기업이 나왔다.

지금은 주식 시장이 바닥을 찍고 조금씩 상승하는 추세.

로버트 말고 나도 사모펀드 업체를 이용해 주식을 쓸어 모으고 있었다.

웬만한 투자자들은 언급된 기업들이 큰일을 칠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올인 하지는 못했다.

미래가 주는 불확실성이 사람들을 주저하게 만들었다.

그 주저함이 적절한 타이밍을 빼앗게 되는 것이다.

내 투자에는 갭 차이가 없었다.

남들보다 쌀 때 빠르게 쓸어 담았다.

무조건 남는 장사였다.

돈이 돈을 벌어주는 구조였다.

“특히 구글 주식은 시도 때도 없이 매입하십시오. 곧 중요한 이벤트가 벌어집니다.”

“어떤 이벤트 말입니까?”

스마트폰 시대가 활짝 열리는 계기가 된다.

스마트폰 기본 운영 프로그램인 안드레이드는 전 세계 표준이 된다.

다음 달 3월 말일 출시되는 갤루시 S1.

아이펀과 다른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된다.

그 이후로 구글의 주식은 하늘 끝까지 치솟는다.

“이벤트가 뭐가 있겠습니까~ 우리가 돈 버는 이벤트죠.”

“구글 주식 15%를 매집했습니다.”

“많이 모았네요.”

“생각보다 빠르게 쓸어 담는 자들이 있었습니다.”

“그래요?”

놀란 듯 물었지만 그게 나였다.

로버트도 모르는 나의 개인 투자.

개인 자격으로 바닥을 치기 전부터 20%쯤 쓸어 담았다.

물론 매집 티를 내지 않기 위해 전자거래를 통해 시장에 주식을 풀었다 쓸어 담았다는 반복했다.

누가 봐도 구글 주식은 시장에서 활기를 띠었다.

때를 기다렸다.

돈 몇 푼 잃은 것에는 동요하지 않았다.

곧 구글 창업자들과 협상이 필요한 때가 찾아온다.

알파벳으로 주식이 분할 될 때 구글 창업자들은 내 앞에 무릎을 꿇어야 할 것이다.

“보스…….”

“로버트, 목소리 깔지 말고 편하게 말하세요.”

로버트가 목소리를 깔면 다음 대사는 뻔했다.

“보스의 앞을 내다보는 혜안에 존경을 아끼고 싶지 않습니다.”

“아껴도 됩니다.”

“드론, 자율주행차, 빅데이터, 인공지능, 맞춤형 헬스케어……. 가상증강현실, 각종 융합 서비스를 요즘 공부했습니다. 그때마다 보스의 미래를 보는 눈에 두려움까지 느꼈습니다. 도저히 일개 개인이 짐작할 수 있는 규모가 아닙니다.”

로버트가 또 존경의 시선을 보냈다.

미래에는 세상 공부 좀 하는 사람들 상당수가 낯설지 않게 듣게 되는 단어들이다.

그러나 지금은 다소 생소한 말들이다.

투자자들도 알음알음 알아가며 선투자를 진행 중이다.

성공한 자는 드물었다.

그래서 대기업에 투자하는 것이다.

그들이 기술을 선도해 갔다.

하루하루가 변하는 IT 세계다.

세계적 미래예견 석학들도 자신들의 발언을 뒤집을 때가 많았다.

산업혁명과 비교할 수 없는 격변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선점하는 자가 모든 걸 먹어치웠다.

한 번 도태된 자들은 다시 일어날 수 없을 정도로 경쟁이 치열해졌다.

국가까지 나서서 미래 선도기술을 선점하기 위해 혈안이 된다.

2018년 벌어졌던 미중 무역전쟁도 기술 경쟁의 표면화일 뿐이었다.

“로버트……. 나도 짐작하지 못하는 미래가 곧 다가옵니다. 그 때를 대비해야 합니다.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말하면 믿을 수 있겠습니까?”

“보스 말이라면……. 맞을 겁니다.”

빅 데이터를 이용해 인간의 모든 삶이 통제될 수도 있었다.

아직 가보지 않은 진화된 인류의 길.

인간성을 상실하지 않는 세상을 위해 나도 노력했다.

“중국 자본 시작 침투 작전은 잘 되고 있습니까?”

“텐센트를 비롯해 알리바바 주식 값이 생각보다 저렴했습니다.”

“신중하면서도 화끈하게 구매하십시오.”

“홍콩을 비롯해 여러 투자 법인을 이용해 처리하고 있습니다. 수익의 30%는 중국 쪽 몫입니다.”

“이번 금융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중국 정부는 빚을 많이 냈습니다. 허점이 많습니다. 모든 곳에 파고들어 잠복해야 합니다.”

“잊지 않고 있습니다.”

공산당 성공을 위해서는 인간 목숨 따위를 파리로 목숨 정도로 여기는 중국 정부다.

그들이 앞으로 보일 패악질을 다시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구역질이 났다.

그들을 한 방에 보내야 했다.

다수 대중들보다 권력화 된 중국 공산당은 세계적 병폐였다.

그들은 성공을 위해서라면 인류애나 인간성 정도는 하루아침에 변심해 개한테 던져줄 수도 있었다.

“다른 문제는 없습니까?”

“차일드 가의 내분이 점점 치열해져 가고 있습니다. 야훼 바트가 움직이는 것 같습니다.”

“야훼 바트요?”

“저도 요즘 알게 된 정보입니다. 차일드 가에서 야훼의 딸이라 불리는 이를 야훼 바트라고 한답니다.”

나도 처음 알게 된 사실이었다.

지난 생에도 들어본 적이 없던 존재였다.

이렇듯 세상은 넓고 천지간의 감춰진 비밀은 많았다.

“중요한 인물입니까?”

“차일드 가를 암중으로 지배하는 자입니다.”

“확실히 여자입니까?”

“정확히는 모르지만……. 여자일 가능성이 거의 확실합니다. 바트라는 단어가 딸을 의미합니다.”

“흐음.”

연방준비은행을 소유한 차일드 가와 야훼까지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주인이 여자라는 건 오늘 알았다.

“그래서 차일드 방계들이 움직이는 것 같습니다. 대대로 차일드 가는 남자가 지배했던 전통이 있습니다.”

“그렇군요…….”

로버트가 중요한 사실을 알려줬다.

- 야훼가…… 당신을 흥미롭게 주목합니다.

그 순간 예고 없이 들려온 경고.

야훼는 상급 신 이상의 신이 분명했다.

내가 귀를 열고 호기심을 보이자마자 그쪽에서도 나를 살피기 시작했다.

“접촉하지는 않았습니까?”

“행동이 은밀합니다. 그리고 표면적으로 리처드 요한슨 상원의원과 제가 관련이 깊다고 판단하는 것 같습니다.”

“몸조심 하십시오.”

“경호 인력을 확충했습니다.”

“한국 측에서도 보내주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차일드 가와는 하등 연관이 없는 한국 측 경호원.

로버트도 거절하지 않는 것이 뭔가 느끼는 게 있는 것 같았다.

“단명할 관상은 아닙니다. 하지만 위험을 대비해서 나쁠 건 없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럼~ 오늘도 동양의 신비를 한 번 맛보시겠습니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로버트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나의 손길이 닿을 때마다 느꼈을 회춘의 힘.

로버트가 나를 배신하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 중에 하나일 것이다.

돈과 권력을 소유한 남자에게 반드시 필요한 무기.

그건 바로…….

거시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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