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17화 (316/1,284)

 # 317

회귀의 전설

317장. Dog Fighting! (3)

- 세상에……. 그 많던 뉴스들이 다 내려갔네요? 이게 조국 일보의 능력이겠죠? 지린다…….

- 조국 일보 진짜 무섭네요.

- 현직 대통령이 고개 숙여 인사한 분입니다. 반 회장님이 이 나라의 주인입니다! 니미!

- 검찰은 조사 한답니까? 안 한답니까?

- 해킹으로 조국 일보 10일째 인터넷 뉴스 먹통입니다. 북쪽에서 해킹했다고 국정원이 발표했습니다~

- 우리 은이가 그런 일로 해킹을? 돈도 안 되는데?

- 해킹이라고 하기에는 까발려진 내용이 너무 자세한데…….

- 조국 일보의 진실을 요구합니다! 조진요 카페에 모두 가입해 주세요!

- 우리 용감한 마 기자 짤렸나요? 국회로!

- 조국 일보 망하는 날 제가 강남 사거리에서 나체로 뛰어다니겠습니다!

- 조국에 이어 연예 지망생도 팔아먹는 조국 일보라니…….

“새끼 꼴좋다~ 좋은 건 혼자만 먹더니 탈나지. 흐흐흐.”

KBC 장광훈 피디는 인터넷에 올라오는 뉴스와 댓글을 보며 회심의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타인의 불행은 장광훈의 맛있는 술안주가 됐다.

손에는 평소 즐겨 마시는 30년산 위스키가 들려 있었다.

선물로 받은 고급 위스크와 와인이 수백 병이 넘었다.

홀로 사용하는 널찍한 국장 대우 사무실.

책상에 발을 올려놓은 채 장광훈은 뉴스를 안주 삼아 목을 축였다.

자신보다 나이도 어린 반종오 TV조국 대표를 비롯해 반 씨 일가가 연속 네티즌들에게 털렸다.

“아오~ 좀 더 조져야 하는데…….”

장광훈은 반종오와 어울리며 함께 자리를 하기도 했지만 그를 좋아하지 않았다.

반종오는 모임에 가면 꼭 상석에 앉고 제일 예쁜 계집을 첫 번째로 선택했다.

누구도 거부하지 않고 순순히 양보했다.

KBC에서 왕 못지않은 노릇을 하던 장광훈은 자존심이 상했다.

얼마 전에 자신이 찍었던 귀엽고 깜찍한 연습생을 보란 듯이 품고 사라진 반종오.

그러면서 날리던 재수 없는 그놈의 웃음 띤 얼굴이 아직도 생생했다.

다른 수컷들을 다 누르고 그 위에 앉아 있다는 승리자의 미소였다.

“당분간 조용하겠네. 개새끼.”

작은 아버지가 반드시 반종오 옆에 붙어 있으라고 명했기에 하는 수 없이 그와 어울렸다.

기획사에서 신입들을 인사차 데려오면 면접을 봐서 날짜를 잡았다.

여자를 특히 좋아하는 장광훈은 자신과 조국 일보 이름을 잘도 팔았다.

거절하는 기획사는 거의 없었다.

국영방송 피디와 대형 언론사 사장 이름은 대한민국에서 완벽한 협박 조합이었다.

장광훈은 능력도 있었다.

주연은 아니더라도 조연급은 아무 곳에나 꽂아줄 수 있었다.

외주업체도 장광훈의 눈치를 봤다.

국회의원인 작은 아버지가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여당 간사였다.

문방위는 막강한 권력을 넘치도록 소유했다.

정권이 바뀐 뒤 새로 임명된 사장도 작은 아버지 입김이 들어갔다.

KBC 정규직들이 낙하산이라고 데모했지만 최병박 정권이 불도저처럼 밀어붙여 정리했다.

국장 대우가 된 장광훈은 사내 여론을 싹 무시하고 자기 사람들을 메인에 꽂았다.

한두 달 시끄러웠지만 금세 시들해졌다.

과거처럼 정의에 목숨 던질 용감한 자들은 갈수록 찾아보기 힘들었다.

언론인도 직장인들이었다.

직원 교체 공로를 인정받아 나이가 어림에도 불구하고 KBC 예능1국 국장 대우가 됐다.

방송에 얼굴을 내밀어야 하는 인사들은 모조리 장광훈의 입김이 누구보다 무섭다는 걸 알았다.

예능국을 떠나 모든 방송부서가 장광훈 손아귀에 들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모든 기획사가 벌벌 떨었다.

그러나 단 한 곳, M.T.S만 고개가 빳빳했다.

“강예서 그게 감히 내 요구를 거절해? 이게 다 황연태 그 자식이 애들 버릇을 잘못 가르쳐서 그런 거겠지…….”

소속사를 옮긴 강예서는 요즘 핫한 여배우가 됐다.

연기의 신이 강림했는지 연기빨이 장난 아니게 꽃을 피웠다.

조연으로 출현해 주연 같은 면모를 자랑하는 조연이 됐다.

엄청난 매력과 포텐이 터졌다.

성숙해 가는 여배우의 관능미에 장광훈의 몸은 뜨겁게 달아오르기 일쑤였다.

거절하는 여자에게 매력을 더 느끼는 변태 같은 취향을 소유한 장광훈.

그러나 강예서는 쉽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

조용히 드라마 막내 PD에게 의사를 전달했지만 거절의 대답을 돌려받았다.

방송국에서 직접 마주쳐 술 한잔하자고 청도 했지만 그것도 무시당했다.

화가 나면서도 더 몸이 달아오르는 장광훈 피디.

소속사를 공격해도 꿈적도 안 했다.

돈 많은 투자자가 달라붙었다는 M.T.S는 을임에도 불구하고 갑처럼 행동했다.

방송에 섭외하지 않아도 자체적으로 행사를 소화했다.

인터넷 방송을 통해 장광훈의 입김을 철저히 막았다.

돈이 궁하지 않아 소속사 연예인들을 함부로 굴리지 않았다.

오직 실력으로 승부를 봤다.

시청자들이 찾으니 당연히 방송사에서는 조심할 수밖에 없었다.

인터넷 여론이 대세가 됐다.

“FOB 소문을 막아낸 걸로 보아 소속사 실력이 장난 아닌 거 같은데…….”

악의적 소문이 났던 FOB에 대한 뉴스나 소식에 대규모 댓글이 달렸다.

악의적 소문을 내는 기자나 악플러들을 집중 공격해 초토화 시켰다.

순식간에 여론이 뒤집어졌다.

누군가 조작이라도 하는 듯 FOB에 대한 뉴스란에는 선플이 달렸다.

악플러들은 수많은 선플러들의 공격에 나가 떨어졌다.

전투력의 차원이 달랐다.

악플 하나에 선플 100여 개가 달릴 정도였다.

도리어 악플러들이 욕을 먹었다.

소속사도 공개적으로 고소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진짜 고소를 진행했다.

손가락 놀리던 악플러들이 쑥 들어갔다.

여론이 돌아섰다.

10일 만에 일어난 놀라운 변화였다.

그 대신 해외 한인 뉴스를 비롯해 곳곳에서 조국 일보 악성 기사들이 확대 재생산되었다.

긴급히 방통위에서 조국 일보 가짜뉴스 포털 사이트 차단조치를 내렸다.

조국 일보는 벌집 쑤셔놓은 듯 난리가 났다.

뭔지 모르지만 철저히 당했다는 걸 모두 짐작만 했다.

“슬슬 퇴근해 볼까~.”

위스키를 스트레이트로 다섯 잔을 털어 마시고 장광훈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장광훈은 피디지만 국장 대우라 맡고 있는 프로그램이 없었다.

그저 총괄적 개념으로 각 프로그램들을 관리하고 간섭했다.

자기를 따르는 피디들만 심었고, 반항심 높은 놈들은 지방이나 비제작부서로 발령을 냈다.

정권의 철저한 협조를 받고 있는 터라 장광훈은 무서울 게 없었다.

사무실 문을 열고 나섰다.

“장 피디님! 퇴근하십니까!”

“그래 수고들 해~.”

“국장님~ 내일 한 번 모시고 싶습니다. 이것저것 상의할 일이 있습니다.”

“그럴까?”

지하 주차장까지 내려오는 동안 장광훈은 부하 직원들의 환대를(?) 받았다.

늦은 밤이지만 방송국 직원들은 시간을 잊고 살았다.

그들은 호랑이 굴의 2인자 늑대에게 알아서 고개를 숙였다.

장광훈을 통하면 만사가 해결된다는 걸 모르는 이들이 없었다.

뒤에서 욕을 할지언정 앞에서는 모두 머리를 조아렸다.

부릉.

최근에 회사에서 지원받은 연대 그룹의 준대형 차에 시동을 걸었다.

본래 국장 대우에게 이런 게 지급되지는 않았지만 사장이 쏴줬다.

“오늘은…… 집에 한 번 가 볼까나.”

바쁘다는 핑계로 대부분 새벽을 넘기거나 접대를 받느라 집에 들어가지 않던 장광훈이었다.

웬일로 오늘은 집으로 가볼까 하는 마음을 냈다.

아내와 이혼 얘기가 오갈 정도로 사이가 좋지 않았지만 상관없었다.

물론 집에서도 폭군으로 군림했다.

뒤로 벌어놓은 돈이 상당했고 세컨드도 있었다.

애들도 고등학교에 진학했고 스스로 앞가림 할 정도는 됐다.

남자가 품고 있던 욕망을 모두 실현하며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장광훈.

세상 부러울 게 없었다.

“인생 별거 없어~ 그냥 꼴리는 대로 살다 가는 거지 뭐~ 크크크.”

장광훈의 차가 주차장을 나섰다.

시간은 밤 12시.

11월의 어느 늦은 밤, 도로는 한산했다.

차가운 한풍이 본격적으로 불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저녁 외출을 삼갔다.

집은 목동으로 회사에서 멀지 않았다.

부우우웅 부우우우웅.

평소처럼 액셀러레이터를 밟으며 난폭 운전을 즐겼다.

술을 마신 터라 속도감이 없었다.

음주단속에 걸려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서울경찰청장 직통 전화번호가 있었다.

목동 도로 특성상 일방통행 구간이 많았다.

“욕하지 마~♫ 뒷골목을 헤매도~♪.”

노래를 흥얼거리며 아파트로 들어가기 위해 잠깐의 역주행을 택했다.

100미터만 역주행하면 집으로 가는 지름길이 열렸다.

짧은 역주행으로 5분의 시간을 벌 수 있었다.

가끔 교통사고가 나는 곳이지만 장광훈에게는 지금껏 한 번도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내일은 시원하게 안마를 받고……!!!”

출근 후 계획을 세우고 있던 순간 갑자기 눈에 들어오는 한 장면.

부아아아아아앙.

단단하고 거대한 외제 차 한 대가 정면에서 시원하게 맞은편 쪽에서 달려왔다.

장광훈의 차를 발견하지 못한 듯 거침없이 라이트를 밝히고 가까워졌다.

멈추지 않고 내달리는 힘찬 흑곰.

“어…… 어어어!”

장광훈은 깜짝 놀랐다.

본능적으로 급하게 핸들을 틀었다.

끼이이이이이이.

브레이크를 밟자 가속도가 붙은 차가 반쯤 돌았다.

하지만 어떻게 해도 피할 수 없었다.

콰아아아아아아앙!

그 순간 엄청난 폭음과 함께 충격파가 장광훈을 덮쳤다.

“으아아아아아아악!”

차속에서 장광훈은 공포에 질려 비명을 질렀다.

퍼버버버버벙.

에어백이 연달아 터졌다.

콰다다다다다당.

옆구리를 가격당한 자가용은 도로 위를 두 바퀴나 굴렀다.

끼이이이이이익.

불꽃을 튀기며 장광훈의 차가 멈춰 섰다.

다행히 조수석을 받쳐 운전석은 멀쩡했다.

충격파에 장광훈의 눈은 반쯤 풀려 흰자위가 보였다.

어질어질한 눈으로 정신을 차리려 노력했다.

물먹은 솜덩이처럼 온 몸이 무겁고 무기력했다.

‘이대로…… 죽을 수 없어…….’

억울해서 이대로 죽거나 병신이 되고 싶지 않았다.

얼마나 많은 것을 버리고 올라온 이 자리였다.

개처럼 기고 비비며 버텨서 겨우 권력의 한 귀퉁이를 차지했다.

좀 더 누리고 즐겨야 할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사, 사…… 살려줘요……. 여기 사람이…….”

장광훈은 사라져 가는 힘을 짜내 비명을 터트렸다.

차가워진 기온 때문에 거리에 오가는 사람들은 없었다.

장광훈의 집은 목동에서도 안쪽에 위치해 있어 번화한 상점들과 거리가 멀었다.

저벅저벅저벅.

그때 뒤집어진 장광훈의 차 쪽으로 누군가 다가왔다.

“여…… 여기 사람이…… 있어요……!”

젖 먹던 힘을 다해 장광훈은 인기척이 나는 쪽을 향해 구조를 요청했다.

끼리리리릭 끼릭.

찌그러진 운전석 차문이 강제로 열렸다.

“넌 사람이 아니라…… 짐승이지~.”

그리고 비릿하게 들려오는 소름 돋는 비아냥거림.

“!!!”

장광훈은 혼미한 상태에서도 그 차갑고 냉정한 목소리에 정신이 번뜩 들었다.

“끄으으으 끄으.”

고통이 사방에서 엄습했다.

장광훈은 비집고 나오는 비명을 참지 못했다.

차가 두 바퀴를 구를 정도로 강력한 충격을 받았다.

온몸의 뼈마디가 모조리 비명을 토했다.

에어백이 터졌지만 습관처럼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아 충격이 더 컸다.

“아프냐? 다른 사람들의 고통은 즐기면서 넌 그것도 못 참아? 너 때문에 눈물 흘리며 망가진 청춘들의 한은 무엇으로 갚을 수 있을까?”

다 죽어가는 사람을 구해주지 않고 알아들을 수 없는 말만 하는 발만 보이는 자는 장광훈에게 훈계를 날렸다.

‘미…… 미친놈이다…….’

장광훈은 고통 속에서도 상대방이 정상적인 인간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살려 달라는 말이 쏙 들어갔다.

“사, 사고가 났다!”

“어머머머. 어서 119에 신고해!”

큰 굉음에 아파트에서 몰려나온 일부 주민들이 다급히 신고를 하기 시작했다.

스으으윽.

그때 장광훈의 부서진 창문 밖으로 삐져나온 손을 따듯함이 느껴지는 손이 붙잡았다.

그리고…….

“넌 이제부터 남은 인생 남자 구실은 끝났다.”

갑자기 손에서 느껴지기 시작한 가늠할 수 없는 뜨거움.

장광훈의 팔을 타고 척추로 흐르더니 금세 생식기로 몰렸다.

“크아아아아악!”

절로 비명을 토하는 장광훈.

교통사고 때 받았던 충격은 충격도 아니었다.

그보다 더 큰 고통에 장광훈은 목이 터져라 비명을 질렀다.

“여기 사람이 다쳤습니다! 누가 좀 도와주십시오!”

그때 귀를 의심하게 만드는 미친놈의 가증스런 외침.

‘악마…….’

툭.

장광훈은 머릿속에 악마를 떠올리는 순간 기절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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