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16화 (315/1,284)

 # 316

회귀의 전설

316장. Dog Fighting! (2)

“아우……. 삭신이야.”

조국일보 인터넷 뉴스팀 야간 담당자인 마준호 대리는 창가로 비쳐오는 아침 햇살을 보며 기지개를 켰다.

몇 달 동안 야근 뉴스를 담당했기에 남들 출근 시간에 퇴근하는 일상을 살았다.

아침 8시 20분.

밤새 세계 각국에서 올라온 인터넷 뉴스를 정리해서 분류했다.

생각보다 일이 많았다.

2008년도 11월은 미국발 금융위기로 사방에서 신음 소리가 들렸다.

어제 저녁에만 해도 연준의 각종 대책이 쏟아져 나왔다.

새로 대통령에 선출된 오바마도 메인 뉴스 소재였다.

사람들이 흥미를 가질 만한 뉴스를 뽑아내는 게 기술이었다.

대학생들의 배낭여행이 보편화되고 일반인들도 겁 없이 세계 여행을 했기에 과거처럼 대충 조작하지 못했다.

“변화가 너무 빨라……. 이러다 뉴스까지 개인들이 만들어 내는 시대가 올 거야.”

한국대 신방과 출신인 마준호는 인터넷의 변화를 실감하는 세대였다.

95학번이었던 그는 재학 중 군대를 다녀왔다.

2년이 조금 넘는 시간에 불과했지만 돌아왔을 때 학교는 많이 변했다.

손으로 작성하던 리포트가 모두 컴퓨터 작업 문서로 바뀌었다.

그사이 PC방이 대중화 됐다.

친구들과 당구 한 게임이 게임 한 판으로 바뀌었다.

한국대라는 간판 덕분에 취업을 위해 그렇게 노력하지 않았지만 피부로 느껴지는 변화는 실감했다.

아는 선배 인맥으로 조국 일보에 어렵지 않게 입사했다.

수습기자 시절 조국 일보의 무서움을 맛봤다.

관공서를 비롯해 어느 단체에 가더라도 조국 일보 기자 신분이라면 덮어놓고 대우를 받았다.

선배를 따라 다니면서 술을 비롯해 여러 종류의 접대를 받았다.

직접 돈 내고 밥 먹은 기억이 없었다.

마음속에 남아 있던 기자로서의 의식도 점점 쇠퇴하고 무뎌졌다.

조국 일보 기자는 기사가 아닌 정치력과 로비로 살아남았다.

국회의원실만 가도 용돈이라고 챙겨주는 상품권 수십만 원을 받았다.

그 맛에 빠지다보니 살아 있던 양심은 점점 죽어갔다.

조직 상부에서도 대놓고 사실과 다른 편협 왜곡된 기사를 내려 보냈다.

기자가 아닌 타락한 직장인이나 마찬가지가 되어 버린 마준호.

가정도 얻게 되면서 그는 더더욱 조직에서 내쳐질까 두려웠다.

이만한 꿀보직에 완벽한 직장은 대한민국에 없었다.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조국 일보 기자라면 손가락질부터 했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펜도 밥 없이는 굴러갈 수 없는 법이다.

“슬슬 마무리 훑어볼까~.”

각 신문사 인터넷판 조간 기사들이 속속 올라왔다.

아침 뉴스를 읽고 퇴근하면 됐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제2의 IMF 터질 수도…… 미친놈. 외환이 얼마나 있는데 IMF는…….”

동지이자 라이벌인 동서 일보 메인 뉴스 워딩을 읽던 마준호는 혀를 찼다.

위기는 맞았지만 마준호는 미국의 위기 관리능력을 믿었다.

세계를 움직이는 미국은 쉽게 쓰러지지 않을 것이다.

무제한 발권기를 소유한 끝판 보스 연준이 버티고 있었다.

모든 전 세계국가가 미국 달러를 하루아침에 버리지 않는 한 불가능한 일이다.

미국발 금융위기지만 요 근래 달러는 더 강세가 됐다.

위기 속에서 피할 길은 미국 달러였다.

“J일보 오너 일가의 뜨거운 연예인 탐구정신……. J일보?”

마준호는 며칠 간 뜨겁게 끓어올랐던 FOB 멤버 이야기를 밀쳐내고 나이버 뉴스 실시간 검색어 상단을 차지한 뉴스를 클릭했다.

FOB 멤버를 타격한 찌라시급 뉴스를 연예부 동료 기자가 상부 지시를 받아 작성했다.

그걸 마준호가 새벽 일찍 조국 일보 특종으로 올렸다.

만만한 연예인들이 가끔 윗대가리들에게 서비스를 제대로 하지 못해 받게 되는 벌 중 하나였다.

하루에도 몇 번씩 그런 기사를 쏟아내는 조국 일보였기에 마준호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타인을 신경 쓰기에는 마준호 자신의 인생 살기도 바빴다.

주말에 연예부 기자가 접대 술자리를 잡아 놨다.

임신한 마누라가 친정에 가 있는 지금이 이런 바깥 생활을 즐기기에 딱 좋은 적기였다.

그러나 지금 막 문장 하나가 확 눈길을 끌었다.

상당수 직장인이 출근해 책상에서 아침 뉴스를 보고 있을 시간.

실시간 검색어 순위 1위를 찍었다.

마준호이 눈동자가 빠르게 뉴스를 읽어 내려갔다.

『한국의 대표신문인 J일보 사주 일가의 파렴치한 연예 기획사에 대한 횡포가 취재로 밝혀졌습니다.

소속 기자들을 동원해 사주인 B씨는 국내의 대규모 연예기획사 여자 연예인들이나 연습생들을 술집 접대부처럼 이용할 뿐만 아니라 성적 착취도 가했다고 합니다. 이런 사주의 횡포는 하루 이틀이 아니었으며 각종 접대에도 거침없이 이용했습니다.

수도권 검사장급 검사와 여당의 다선 국회의원 C, 재벌3세인 J를 비롯해 다수의 정치, 경제인이 이번 사건에 연루되었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그 성접대에는 미성년자도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세상이 아무리 타락해도 한 줄기 빛처럼 살고 싶은 본 기자는…….』

“헉!”

뉴스 내용을 읽어가던 마준호 입에서 비명이 터졌다.

J일보가 자신이 소속된 조국 일보라는 건 누가 봐도 뻔히 알 수 있는 내용이었다.

마준호조차 동료 연예부 기자를 통해 걸그룹 연습생으로 접대 받은 적이 있었다.

다른 신문사들보다 유독 지저분한 접대 자리가 많은 조국 일보.

댓글도 다르지 않았다.

- 미친 개새끼들……. 역시 믿음을 저버리지 않는다 조국 일보!

- 시바, 이게 나라냐? 국회의원하고 재벌 3세? 니미…….

- 사회 암적 존재들 박멸 좀 해라! 이 씨바라XX!

- 지망생들 중에는 미성년자도 있다니. 나라 망조다!

- 저런 악질 범죄자들은 돌메로 쳐 죽여야 한다!!!

- 반가 집안은 모두 다 색마냐? 어떻게 회장하고 아들이 여자만 보면 환장하냐?

- 쥐가 이 댓글을 싫어라 합니다.

- 빨갱이들 광분하고 있네! 증거 있어? 민족 수호 조국 일보 파이팅!

- 야~! 머저리 같은 놈아! 이 기사 조국 일보 아침 기사야!

- 와아……. 지렸다. 조국 일보에도 양심 있는 기자가 있었나?

- 마준호 기자님! 파이팅! 당신이 짤려도 영원히 응원합니다!

- 흐흐흐. 내란이다!

- 세상에 조국 일보 사주를 조국 일보에서 까다니……. 오늘 아침 해가 서쪽에서 떴습니까?

- 이 시대 마지막 남은 마준호 기자님을 국회로!!!

“마, 마준호? 내, 내가?”

마준호는 정신없이 댓글을 읽다가 자신의 이름을 보고 깜짝 놀랐다.

놀랍게도 조국 일보 사주 저격하는 뉴스는 조국 일보 뉴스 란에 올라가 있었다.

기자 이름은 마준호.

귀신에 홀린 것처럼 마준호는 자신의 이름을 멀뚱멀뚱 바라봤다.

“야! 마준호! 이 개새X 어딨어!!!”

그때 사무실에 울리는 편집국장의 포효.

덜컹 문을 열고 편집국장이 뛰어들 듯 들어왔다.

마준호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쫘아아아아앗.

눈이 시뻘겋게 달아오른 편집국장이 달려들어 그대로 마준호 뺨을 후려쳤다.

콰다다다당.

대책 없이 바닥에 쓰러지는 마준호.

얼마나 세게 쳤는지 마준호 입술에 피가 터졌다.

“너 미쳤어 이 개자식아! 니가 감히 회장님을 저격해? 배은망덕도 유분수가 있지! 당장 짐 싸서 꺼져! 이 빌어먹을 놈아! 넌 해고야! 명예훼손에 민사소송도 준비해둬! 이 미친놈아!!!”

분노가 풀리지 않는 편집국장이 길길이 날뛰며 마준호에게 해고 통지를 내렸다.

“제, 제가 안 그랬습니다. 국장님……. 제가 안 그랬다고요!!!”

마준호는 억울함에 눈물을 애처럼 터트리며 소리쳤다.

“미친 새끼야! 니가 아니면 누가 올려! 귀신이 올렸어!!!”

뉴스에 오르기 전에 편집국장이나 편집차장에게 먼저 허락을 받아야 했다.

월권을 넘어 이건 반역 수준이었다.

“다들 뭣들 해! 당장 뉴스 내려!”

조간신문 출간 뒤에 느긋하게 사우나를 다녀왔던 편집국장은 느닷없는 날벼락에 미치기 일보직전이었다.

조국 일보에서 조국 일보 사주의 만행을 고발했다.

없는 일이라면 문제가 안 되겠지만 모두 다 사실이었다.

사우나에 있는데 국회의원을 비롯해 여러 정관계 인사들이 아침부터 불나게 전화를 걸어왔다.

늦잠을 자는 회장에게는 아직 들어가지 않았겠지만 조금 후면 회사는 발칵 뒤집어질 것이다.

“구, 국장님! 뉴스가 삭제되지 않습니다!”

“뭐라고? 왜 못 내려? 니들 컴맹이야!”

“그게 아니라……. 해킹을 당한 것 같습니다!”

“뭐라고 해, 해킹???”

***

- 보스, 성능은 만족하십니까?

“생각보다 쓸 만합니다.”

- 급하게 준비하느라 보완할 점이 많습니다. 계속 성능을 업그레이드 하겠습니다.

“고마워요~ 로버트.”

- 보스만이 마스터로 설정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제 마음도 보스만이 마스터입니다.

로버트의 닭살 돋는 아부가 역시 싫지 않았다.

한국에 있었다면 각종 제약에 제대로 뭘 해보지도 못했을 것이다.

개싸움이 진행 중이다.

감히 겁도 없이 나에게 도전장을 내민 조국 일보.

그들의 방식으로 상대해 줬다.

좋은 싸움은 언제나 이기는 싸움일 뿐이다.

조국 일보를 이용해 조국 일보를 휘둘러 팼다.

블라드미르에게 배운 해킹 기술로 조국 일보 서버를 해킹했다.

쓸 만한 직원들 자료를 모조리 다운 받았다.

그리고 내가 직접 작성한 미래 기사를 조국일보 인터넷 뉴스룸에 올렸다.

반응이 핫 했다.

올리자마자 30분 만에 검색어 1위가 됐다.

조국 일보에 세뇌당한 이들만 빼고 깨어 있는 유저들은 그들의 행태를 이미 알고 있었다.

오대강 반대 시위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던 조국, 중부, 동서 일보에 대한 분노.

아직은 그 불씨가 작았지만 2018년에는 걷잡을 수 없는 큰 불로 활활 타오르게 된다.

더 이상 신문쪼가리에 의지하지 않는 시대가 찾아온다.

스마트폰 시대가 멀지 않았다.

1인 매스컴과 SNS를 통해 똑똑한 대한민국 국민들은 각성하게 된다.

세계 문맹률 최하위 민족다웠다.

세종대왕님이 흐뭇하게 이 순간을 지켜보고 계실 것이다.

한글만이 갖고 있는 위대함은 21세기에 유감없이 발휘됐다.

“성능 업그레이드에 자본을 아끼지 마십시오.”

- 최고의 슈퍼컴퓨터를 준비하겠습니다!

장주시에 건설하려던 슈퍼컴퓨터 연구실은 미뤄졌다.

그 대신 실리콘밸리에 슈퍼컴퓨터를 설치했다.

슈퍼컴을 연구하던 IT 기업을 인수했다.

미국이라 이런저런 제약이 없었다.

자유롭게 연구가 가능한 미국.

마스터 권한을 넘겨받았다.

한국에서도 슈퍼컴퓨터를 조종할 수 있게 되었다.

계산과 연산능력에 슈퍼컴을 사용하지 않았다.

해킹에는 슈퍼컴보다 뛰어난 놈은 없었다.

몇 가지 특별한 프로그램이 필요했지만 블라드미르가 세상에 남긴 자료 창고에는 그 같은 프로그램이 넘쳤다.

핵무기도 해킹할 수 있는 블라드미르 기술을 조국 일보 서버나 방화벽 따위가 막을 수 없었다.

내가 알고 있던 2010년도 후반 컴퓨터 기술도 도움이 됐다.

증권전산실에서 정직원이 되기 위해 목숨을 다해 공부하고 일했다.

회사가 망하지 않았다면 내 인생은 평범한 증권전산직 정직원이 되었을 것이다.

“선물 시장 패턴이 곧 바뀔 겁니다. 준비해 주십시오.”

- 곳곳에서 신호가 잡히고 있습니다. 대비하겠습니다.

점점 로버트의 실력이 늘어났다.

월가에서 퇴출당한 인재들 중에 옥석을 구별해 직원으로 받았다.

인터넷을 통해 사진 면접을 봤다.

철저하게 해가 될 인간들은 처음부터 걸러냈다.

인재들이 몰렸다.

이제 자체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태가 됐다.

내 조언이 없어도 로버트가 담당하는 투자회사는 안전하게 굴러갈 것이다.

눈에 띄는 비중을 줄일 필요가 있었다.

자금이 커질수록 굴리기가 힘들었다.

한국 시장은 마음만 먹는다면 한 방에 다 정리할 수 있었다.

문제는 자금 출처를 밝힐 수 없다는 것.

합법적이고 안전한 자금으로 세탁하는 일이 점점 버거워졌다.

앞으로 미래에서는 각국의 안전 비밀 계좌들이 들통 난다.

이미 알고 있기에 최대한 피하겠지만 돈 굴리기가 쉽지 않다는 소리다.

그래서 기술이 필요했다.

한국 업체의 압도적이고 선도적인 기술을 통해 세상 적들을 찍어 눌러야 했다.

감히 조국 일보 같은 잡것들이 덤빌 수 없도록 말이다.

“방학 시즌에 미국에 갈 생각입니다.”

- 말씀만 하시면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그리고 유럽 쪽 여행도 추천 드리겠습니다. 보스께서 지시하신 성들과 와이너리들을 계속 매입 중입니다. 여행하시면서 둘러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휴가지로 좋겠군요.”

- 심심하시면 절 불러도 됩니다.

“로버트……. 애인에게 충실하세요.”

- ……보스 어떤 애인을 말씀하시는지…….

“네?”

- 보름 전에 새로운 사랑에 빠졌습니다. 교양 있고 지적인 여인입니다. 아주 사랑스럽기까지 합니다.

로버트 목소리에 애정이 뚝뚝 묻어났다.

“…….”

부러운 로버트.

돈은 내가 많지만 삶의 낭만은 로버트가 더 즐길 줄 알았다.

월가의 돈 많고 명성 넘치는 중년의 이혼남을 미국 여성들이 가만히 놔두지 않을 것이다.

“로버트가 오늘따라 부럽군요.”

- 하하하. 칭찬으로 듣겠습니다.

로버트와 그렇게 통화가 끝났다.

사실 세상에서 로버트를 가장 부러워하고 질투할 사람은 그의 전처였다.

고난을 함께했다면 로버트가 맛보고 누리는 호사를 같이 누렸을 것이다.

“이제 다음 개자식을 손 봐줄까나~.”

인터넷에서 FOB나 M.T.S에 관한 뉴스는 어느새 사라졌다.

매머드 급 폭탄이 떨어진 조국 일보는 다른 곳에 신경 쓸 틈이 없었다.

마음 같아서는 조국 일보 주식을 모조리 구입해 회사를 바꾸고 싶지만 늙은 여우가 주식을 내놓지 않았다.

조국 일보가 넘어가는 순간 자신과 가문의 모든 치부가 밝혀질 거라는 사실을 조국일보 회장은 잘 알고 있었다.

한국판 머독을 꿈꾸는 조국 일보 회장과 그 식솔들.

“조금만 기다려라……. 이번에는 맛만 보여줬을 뿐이다.”

마음 같아서는 지옥사자들에게 던져주고 싶었지만 그들도 역할이 있었다.

진흙 밭이 있어야 아름답게 피어나는 연꽃이 빛나는 법.

그들이 사회에 거짓 뉴스를 만들어 내고 패악질을 벌일수록 의심하고 깨어나는 사람들이 많아 질 것이다.

“다음은 장광훈 씨……. 당신 차례야~. 흐흐흐.”

저급한 악당 흉내를 내며 비릿한 웃음을 날렸다.

그놈은 좀 더 진한 복수로 응징을 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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