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게이머, 그만두고 싶습니다-220화 (220/326)

220화. 영웅이 난세를 만든다

남동현 해설의 라이브 방송은 불타고 있었다.

이제 본론이다.

상위권 이야기.

“1위 대전 FWX, 2위 인천 트릭스터.”

“그리고 3위 성남 스톰과 4위 대구 유니버스. 유니버스는 우리 승수님이 말씀해주실까요? 요즘 어떻습니까?”

“아, 생각보다 괜찮아요.”

“?”

“?”

“그게 다예요?”

“네. 뭐.. 이적한 선수들 잘 적응한 것 같고. FWX랑 관계도 좋고. 근데 정인이, 아, 써머 선수. 네네, 정인이가 써머예요. 써머 선수가 말하길 권건 선수도 유니버스 온다나?”

- ??????????????

- 그걸 믿어???????

- 프로게이머계 최고의 허언증이잖아 걔

- 형 승수 형까지 그러면 어떡해?

- 그거 근데 진짜 오피셜이야???????

- 혹시 이승수 부계가 써머임?

- 쉽 프로게이머와 분석 데스크 이중생활 지리고

한바탕 난리가 일고.

“그럴. 리가. 없잖아요. 계약. 기간. 못 보셨어요?”

잘 숨겨지지 않는 FWX의 극성팬 남동현이 이를 갈았다.

“2년이잖아요?”

“그러니까요!”

“2년 뒤면 온다는 거잖아요? 계약을 2년만 한 게 그 말이지.”

- 존나 남의 말 하나도 안 들어..

- 미친럼들ㅋㅋㅋㅋㅋㅋㅋ

- 아냐 잘 생각해봐 그럼 문백산은 왜 거기 코치로 갔겠어?

- 왜긴 왜야 면접 붙어서 갔겠지;

- ㄹㅇ 취업난 심각한데 운 좋았다

- ㄴㄴ 사실 걘 볼모고 프락치야..

- ㅁㅊ 존나 얼탱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선수나 팬이나 해설이나ㅋㅋ

- 유니버스가^^ 상상력이^^; 뛰어나네ㅋㅋㅋㅋㅋㅋㅋ

- 아~ 부계가 아니라 하이브 클러스터구나~

- 아아ㅡ 유니버스는 초월체를 중심으로 한 [완전체]였던 것이다

- 고것이 유니버스의 유니버스.. 대구 분지의 위력..?

- 유니버스는 까도 되지만 대구는 까지 마라

- ㅈㅅ 따뜻하고 좋은 곳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요즘은 광주가 더 더움 더위부심 사절

- 5위 미라쥬는 빠져

- 힝; 광쥬..

“그전까지 자리 잘 닦아 놓으면 되고. 그리고 뭐, 전에 천하삼분지계니 뭐니 말했잖아요. 그런 걸로 따지면 이뤄진 거 아닌가?”

“뭐가 이뤄져요?”

“이번에 트릭스터랑 스톰 동률 되면서 2, 3위로. 4위 유니버스랑 1승 차이에다가 득실 차도 별로 안 나는데.”

“그렇긴 하죠.”

“이러면 뭐 2, 3, 4위 셋이 나눠먹기 한 거죠? 사실상 유니버스가 통합? 2위인 거나 마찬가지지. 그럼 유니버스 성적 좋은 거 맞잖아요.”

- 형.. 그렇게 대충 따질 거면 대체 순위는 왜 있어?

- 정신 승리 뒤져;

- [진짜]다

- 이 형 진심이야

- ;; 전에 브론즈 1이 챌이랑 동등하다던 새기 유니버스 팬이었어?

- 여태까지 왜 방송을 안 했어?

- 형 친구 없구나

“제가 뭐 틀린 말 했어요?”

“어디서부터 지적을 해야 할지.”

“완전 틀린 말은 아닌 것 같긴 한 게..”

황당한 표정을 짓고 있던 나머지 두 사람이 고개를 흔들어 정신을 차린다.

“사실 그렇긴.. 해요. 뭐, 삼분지계다 뭐 이렇게 말하기는 어려운 상황이 되긴 했는데.”

“상위권에서 1황을 빼놓고 삼파전이 벌어지고 있는 건 맞죠.”

2위 트릭스터와 4위 유니버스의 승수 차이는 하나.

득실 차는 3.

실제로 2라운드 중 언제든지 뒤집힐 수 있는 상태다.

“근데 그렇다고 해서 이게 뭐라고 해야 하나..”

“뭐.. 그래요. 그렇습니다. 일단 그렇다고 합시다. 아, 물론 2년 뒤에 어쩌고 이야기는 빼고요. 우리가 이야기할 건 아니잖아요. 안 그래?”

“넵.”

“알겠습니다.”

혼란 속에서 자리를 잡은 트릭스터와 스톰, 유니버스.

세 팀은 각각 색이 달랐다.

트릭스터는 리빌딩 후 미드 중심 전략 구성 중.

스톰은 정글러 영입 후 원래 스타일대로 호흡 맞추는 중.

유니버스는 규모가 큰 분석팀을 중심으로 팔방미인 라이너들을 적극 활용하며 전략 찾기 중.

다만, 이 팀들이 모두 무언가를 ‘하는 중’인 상태에서.

“그럼 FWX.”

“1위.”

이미 완성된 팀이 있었다.

“LKL 역사에 라운드 전승은 있었지만, 지금까지 무패는 없었거든요.”

“세트 패도 없다는 얘깁니다!”

“천원돌파 FWX!”

- 이천원돌파!

- 만원돌파!

- 천만 돌파!

- 백엔돌파 환율라간!

“네. 이게 쉽지가 않아요. 강팀이면 무조건 이길 것 같은데, 그렇다고 정말 한 팀만 독주할 수 있는 장르는 아니거든요. 그래서 게임이 되는 거죠. 무조건이 어딨습니까?”

“근데 그걸 하네.”

“이게 되네.”

“어캐 함.”

“나는 왜 그걸 못했지?”

“왜 그랬겠어? 너는 승급전이나 제대로 좀 해봐.”

“형님?”

해설진은 마지막 주제가 던져지자마자 보이스가 서로 물리기 시작했다.

“시기적으로 그런 것도 있어요. 확실히 다른 팀들은 팀원 변동이 있다 보니, FWX가 유리한 위치에서 시작한 건 맞거든요?”

- 순위 호로록

- 이것도 너프해보시지

- 무패? 전승도 아이고 무패가 말이가?

- 그럼 솔직히 너무 쉬운 상황이었던 거 아님? 이거 얼마나 갈 것 같음?

- 적게 잡아도 손익 분기점은 넘기지 않을까?

- ? 얼마나 / 가냐고

채팅창도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또 이거 하나 믿고, 팀웍이니 오리지널 시그니처 삼신기니 들이대면서 그냥 너무 쉽게 이겼다? 그것도 전혀 아닌 게!”

“우리는 원툴 아니다. 이렇게 다양한 픽들을 할 수 있고 실전에서 실제로 성취가 있다, 뭐 이런 것들을 계속 보여주고 있잖아요!”

- 싯파 정글이 제일 파격적이야

- 다 똑같아 지난번에 레넥 돌리는 거 못 봄? 시발 난 그거 서폿 가는 줄 알고 식겁했네

- 결국 어디 감?

- 미드

- 요즘 서폿 걔도 괜찮던데

- 시다바리

- 걔 레넥 서폿 하지 않냐?

- ㅇㅇ 솔랭에서 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상상만 해도 너무 끔찍해서 행복하네

- 불도저 같은 팀

- 나는야 흙덩어리@@@ 그대에게 밀려보고 싶어요@@@

“이건 말해도 말해도 끝이 없는데. FWX의 이번 시즌 주가가 너무 뛰어서 무서울 정도예요. 정말 무서운 상승세입니다. 불장이야. 진짜 불장.”

“불장? 더위? 대구가 유니버스합니다.”

“주식도 안 하는 게 까불어. 넌 불장이 뭔지도 모르니?”

“알죠? 따장. 따지고 보면 장외 주식이 최고다.”

“응, 그거 아니야.”

“이번에 인터뷰 보셨어요? 권건 선수가 ‘하나의 팀’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걔 목소리 진짜 너무 좋지 않냐?”

“나는 어깨가 좋아.”

“좋으면 어쩔 건데요.”

“남자도 게임 잘하는 사람 좋아하고 잘생긴 남자 좋아한다. 누가 사귄다던? 당연한 거 아니냐고.”

“납득되는 커밍아웃.”

“근데 나는 왜 목소리가 이렇게 높지? 이것만 어떻게 됐어도 내가 지금쯤 결혼을..”

“형님, 그게 문제가 아닌 것 같은데요. 아마 얼굴 키 몸매..”

- 형들 그 정도가 아니라 건신은 눈깔부터 멜로눈깔이라고!!!!!!!

- 건신 커플 예능 나와주면 좋겠다 나는솔로천국 이런 거

- 쉽ㅋㅋㅋㅋㅋ 직업 말하는데 사실 전.. LOS 프로게이머입니다.

- 헤으응 상상만 해도 대리만족 테에엥

- 그전에 알아보지 않을까? 요즘 짤 돌더라ㅋㅋㅋ 내 여친도 그거 보고 나한테 물어봄

- 여친이라니? 너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우리 영원히 솔로 하기로 했잖아

- 감히 듀오를 해?

- 나는 되고 싶다 그의 오른쪽 마우스 버튼

- 난 왼쪽 할게 그럼

- 그럼 내가 R키 한다

- 권건 여친 있음 ㅇㅅㅇ

- 억측 노ㅋㅋ

- 근데 있든 말든 상관없는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아 너네랑 안 사귈 거라고 미친놈들아 예쁜 여자 만나야지 우리 누나같은.. 시발 사죄합니다

- 울 딸은 어떨까

- 아재요 따님이 몇 살인데요

- 지금 햇살 유치원 돌고래 반

- 보고 있니? 이게 너희 아빠다

- 지나야 미안하다 아빠가 잘못했어 하지만 직접 보면 생각이 달라질 거야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착한 부성애 인정합니다

“저도 인터뷰 봤습니다. 어쩌면 유니버스 출신의 문백산 코치가..”

“1, 2, 3위는 지배계층! 로열층! 상류층!”

“유니버스는?”

“기생충!”

“님 신고.”

“그만큼 명작이시라는 거지.”

마이크는 끝도 없이 겹치는 대화에 소음에 가깝다.

결국 방장이 강제로 마이크를 꺼버린 뒤에야 평화를 되찾을 수 있었다.

“앞으로는 어떻게 보십니까? 진짜 뭐, 무패 우승 정말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요?”

“글쎄요. 2라운드는 그래도 좀 다르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쨌든 그래서 라운드 구분이 있는 거기도 하고. 한번 맞아본 거랑 안 맞아본 건 정말 다르거든요.”

- LOS 파크에 권건 포토월 닳았더라

- ?

- 그거 만지면 랭크 올라간다는 소문이 있어서

- 어맛 꿀팁 감사 순례 간다

- 이교도지만.. 출첵하러 가겠습니다

- 앞에서 이단심문관 대기 중 즉결 처분 예정

- 이단심문관 : FWX 최대 암흑기는?

- ;; 그건 팬이라도 모르겠는데 너무 길어서;;;

- ? [ 해가 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 ].. 정답은 작년 스프링 4주차입니다.

- 건신 1군 데뷔 1주년 축하..

- 헤엑;

결국 최근 방송이 늘 이렇다.

무슨 이야기를 하다가도, 결국 FWX만 나오면 주접투성이가 되어버리는 방송.

하지만 그리 싫지는 않아서 남동현은 피식 웃었다.

이게 다 권건 탓이니까.

여전히 자주 연락하지는 않지만 어딘지 권건은 자신에 대해 많은 걸 알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팬 미팅을 가본 팬들에게도 그렇다.

도대체 어떻게 한 건지, 눈을 마주 보면서 한 번에 팬의 이름을 외우는 선수.

극한의 팬서비스.

그래서 설렌다며 난리를 치는 팬들의 마음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근데 전 이런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이번 생에 볼 수 있을까 했던 언더독의 반란을 결국 일으키고야 만 선수니까.

“?”

“난세가 영웅을 만드는 게 아니라, 영웅이 난세를 만들었다고.”

“지금 FWX가 그래요. 완전 그래요..”

“그리고 지금 모든 팀이 FWX가 만든 판 위에서 놀고 있고. 결국 그래서 우리 모두가 FWX가 1위를 한다는 데에 이견조차 없는 거. 유일한 논쟁거리는, 그냥 세트 패 없이 모두 이기는 무패냐, 세트 패는 있어도 경기는 모두 승리하는 전승이냐 정도.”

“아. 그거는..”

“나는 그럼 전승.”

“나도.. 전승.”

남동현은 제3의 답안이 없는 이 상황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그럼 전.. 무패.”

“말이 돼?”

“말 안되는 거 알죠. 그래도. 응원.”

이번에야말로 이 팀이 이 서사의 마무리를 향해 달려 나갈 것이라는 확신과 함께.

#

FWX의 사옥.

1라운드가 종결되고 연달아 하위권 경기를 앞두면서 다소 넉넉해진 일정.

우리는 원탁에 둥그렇게 둘러앉아 있었다.

어딘가 얕고 불온한 분위기의 조명.

“내가 그런 식으로 플레이하지 말라고 했지?”

“언제? 언제 그런 말을 했지? 기억이 안 나는데.”

“너 그렇게 말하는 거 진짜 재수 없어.”

“맞아. 인정할게.”

“인정하면 다야?”

“아니면 뭐? 춤이라도 춰드려요? 춘다? 나 제로투 갈겨?”

“어. 춰, 춰 봐.”

“춘다, 진짜 발사해? 발사한다?”

다투는 것 같은 말들.

“어.”

“미친! 이유찬 저거 제로투 아니잖아! 그거 트월킹이야! 너 어디서 배웠어? 어? 당장 바닥에서 일어나! 당장!”

그리고 극단적인 급발진.

“엄마가 가르쳐줬는데? 트웍! 트웍트웍! 호우! 메우!”

“거짓말하지 마 진짜! 뭐만 하면 탈룰라야!”

“진짠데.. 우리 엄마 진짜 힙한데..”

“춤부터 멈춰!”

“허리 잡아!”

“그게 더 이상해! 쟤한테 손대지 마! 편집! 편집! 편집점 잡아! 디즈X, 디즈X, 디즈X!”

“아아.. 그는 방송 전문가.. 말할 수 없는 그 이름.. 세번 부르면 잡혀간다고 했다.”

“저승사자야 뭐야?”

“오우야. 디X니는 인정이지.”

물론 평소처럼 유치하기 짝이 없는 방식이지만.

어쨌든 분위기는 평소보다 확실히 거칠다.

“은호. 형. 탈주자. 채금.”

싸늘한 눈빛과.

“탈주? 탈주? 내가 언제 탈주했어?”

“그럼. 루저.”

냉혹한 평가.

“형한테 말버릇이 그게 뭐냐? 니가 뭔데?”

“나? 서포터.”

“나도 서포터야. 그리고 내가 형이야. 내가 선배고 내가 주전이거든?”

그리고 치열한 자리다툼.

“루저. 외톨이. 센 척하는 겁쟁이.”

“못된 양아치. 거울 속의 난.”

“자기소개. 잘 들었습니다. 다시. 고.”

“아니, 그냥 노래 이어 부른 거잖아! 형 말하는 중이다, 유 상 준!”

“죄송. 저. 답만 하는 로봇. 아니에요.”

이 모든 게 수상쩍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은호 형, 애한테 너무 그러지 마.”

“내리 갈굼 너무 심하네. 사람을 로봇 취급하고. 서포터들의 기강이 이런 거냐? 뭐 동료네 뭐니 잘해줄 거라고 해놓고..”

“인격이 덜 됐어.”

평소에 쌓여있던 것들을 풀어내기라도 하는 것처럼 까칠한 언사가 오간다.

“그만하고 게임합시다.”

놀랍지만, 우리는 게임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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