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게이머, 그만두고 싶습니다-76화 (77/326)

76화. 영웅 출현

- FWXvs빅스 1세트 르블란 라아아아아아아아오오오오오오오오오온! 펜타킬!

쪄왔습니다 (영상)

ㄴ 그저 빛.. 드디어 봉인 풀린 라온..

ㄴ 리싱이 입에 펜타킬 넣어줬어···

ㄴㄴ ??? : 또 이러신다.. 펜타킬이나 드세요

ㄴㄴ 초반에 라온 존나 버벅거렸는데 저걸 살려주네

ㄴㄴ 우린 그걸 정글러라고 부르기로 했어요

ㄴㄴ ??? : 미드가 지는 건 정글 탓입니다

ㄴ2세트 보고 있음?

ㄴㄴ ㅇㅇ 이것도 스윕각 날카롭다

ㄴㄴ 이러다 진짜 갑자기 PO가는 거 아님?

ㄴㄴ 그건.. 기도해봐야지

ㄴㄴ 빅스 애들 오늘 좀 이상해보이는데ㅋㅋㅋ 컨디션 나쁜가

ㄴㄴ 참지마라 리벤지!! 미드 타워는 언제나 널 기다리고 있다!!

ㄴ 시이발 존나 열받네 접시닦이 라온새기 왜 얘 타 팀 가서 잘하는데

ㄴㄴ 니들이 원챔장인 만들었잖아ㅋㅋㅋㅋ 맨날 ‘해 줘’ ㅇㅈㄹ

ㄴㄴ 그래봤자 니들도 2세트때 똑같이 갈레오 시킴

ㄴㄴ 아니? 다른데?

ㄴㄴ 뭐가 다름?

#

LOS에는 많은 챔피언이 있다.

모든 선수들이 그렇 듯, 김예성도 무수한 챔피언들을 연습했다.

그렇지만 한 게임에서 사용할 수 있는 챔프는 하나 뿐.

“라온, 라온, 라온! 정글에서 친 짜오를 밀어내버립니다! 이거 마음 급해집니다! 갈레오가 또 엄청 잘 붙거든요! 아, 궁극기 빠집니다! 이거 메이킹 해야 하는데 핵심 스킬이 빠졌어요!”

길어봐야 1시간을 넘지 않을 한 세트.

그리고 그 시간 동안 손에 쥐여진 나의 픽.

그 짧은 시간에.

한 챔피언에 대한 몇 백 시간의 내 노력을, 내 땀을.

똑똑하게 보여줘야한다.

프로니까.

“이제 짜오도 내 뿌우 앞에서 쓰러질 일만 남았구먼?”

“예성이 아주 나이스!”

하지만.

그 옆에 함께 연습하던 내 동료.

혹은 다른 시간을 걸었지만 가고자 하는 곳이 같은 친구.

“나이스.”

“유어 웰컴.”

그들의 존재를 알아차린 순간, 챔피언에서 벗어나 하나의 역할을 맡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

“FWX가 요즘 승기를 한 번 잡으면 절대 미끄러지는 팀이 아니에요. 일단 초반만 무사히 넘긴다면 예술같은 오더로 움직임이 하나가 되어간다는 느낌이 많거든요.”

“확실히 그런 부분이 있죠.”

“물론 여전히 탑이나 바텀에서 조금씩 실수가 나오긴 하지만, 처음에는 이런 불협 화음으로 시작했다가도..”

“잠깐만요, 잠깐만요! 아, 지금? 지금 바론 쪽 보나요?”

“네 번째 용 앞둔 타이밍! 갈레오 궁은 아직입니다! 빅스, 잘 노렸어요!”

“너네 진짜 영혼 먹으러갈거야? 그럼 우리는 바론 가버린다!”

“아아. 바론을 막으려면 FWX도 가야겠죠. 빅스가 FWX를 부르고 있어요. 우리 싸우자. 그냥 싸우자, 이리 와 줘! 이거 사실 좀 강짜 부리는 거거든요?”

“지금 빅스는 뭐라도 해야해요. 사실, 친 짜오는 이미 좀 많이 갔어요. 약간 냄새나요. 지금 이거 킬이 많이 나온 경기는 아닌데, 그게 바로 그 냄새의 이유입니다.”

“치나요? 치나요?”

“칩니다!”

상대는 급했다.

시야를 완벽하게 잡지 않고, 뭐에라도 쫓기듯이.

아니면 감정에 휘둘린 것처럼 바론을 치기 시작한다.

뭐, 우리의 연극이 그만큼 신나시는 거지.

한타에 자신이 있는걸지도 모른다.

어떻게든 우리를 불러내 싸우고자하는 그 마음.

팬심.

이해합니다.

“빅스, 바론이 그렇게 빠른 조합은 아니거든요? 게다가 상대 서폿은 바도입니다. 이거 싸움 볼 생각입니다. 혹시 안오면 좋구요.”

“하지만 선택은 FWX가 할 수 있습니다. 용 먹으면서 바도 궁으로 적당히 대응만 해줘도 되고, 가서 싸워 줄 수도 있어요! 어떤 선택을 하나요?”

“FWX, 바로 갑니다. 빅스의 도전장에 응해줍니다!”

바론 둥지는 무대처럼 생겼다.

동그란 원형의 무대.

“지금 냐르 분노 관리 잘 되어있어요. 성장도 나쁘지 않습니다. 토이 선수의 냐르가 또 기가 막히거든요.”

“아까보다 그림을 예쁘게 그려봐야겠죠, 빅스?”

하지만 이제는.

우리도 준비가 됐다.

“집중합시다.”

“오케이.”

“예성이 돌고. 지운이 형 언덕 방향. 짜오 궁 10초, 플 있어요.”

“나 궁 25초.”

먼저 자리를 잡았다고 생각하겠지만, 어차피 진심이 아니었던 이상 이 곳은 우리의 무대다.

“봉구 형, 먼저 안 걸어도 돼요. 아라 매혹 조심. 여기 와드.”

“옛썰.”

“거리 조절만 해요. 앞라인부터. 은호 형 궁 아끼고.”

“알겠어, 졔리 노플. 우리 이즈도 노플. 같이 돈다. 다들 확인.”

다가온다.

요동치는 상대의 감정이 느껴지는 것 같다.

불과 지난 달까지만 해도 약팀에 불과했던 이 팀 FWX를.

당장이라도 찢어발기고 싶어서 어쩔 줄 몰라 하는 철없는 빅스의 숨결이.

“바로 돌아섭니다! 두 팀의 눈이 마주칩니다!”

일촉즉발.

무대 위에서 스포트라이트가 주연을 결정하기 위해 정신 없이 흔들린다.

“매혹! 요른! 요른이 맞았어요!”

“친 짜오가 빠르게 들이닥칩니다! 궁극기 11시 59분! 바도, 바도에게 붙습니다!”

잠시.

우리 배우들의 미스로 스포트라이트는 빅스를 비추는 듯 했다가.

“하지만! 시야 뒤에서, 뒤에서! 라온 갈레오 플!”

“갈레오가! 발을 묶으면서! 도오오오..발!”

“그 위로 요른의 뿌우우! 박치기! 뜹니다! 3인!”

상대의 발목을 잡아놓은 두 사람으로 인해 우리 쪽으로 넘어오고.

“짜오, 이즈 쪽, 이즈 쪽! 점멸로 붙었어요, 미스터 선수! 현월수호!”

“이쪽은 인파이팅! 인파이팅 권건! 짜오 앞이 안보여요! 합류! 합류 언제와! 미안해, 우리 공중에 떴어!”

가장 먼저 무대 한 가운데로 찾아 온 적 정글러를.

“순식간에 짜오가 끊깁니다!”

“요른도 쓰러집니다! 탑과 정글 교환!”

충분히 제 역할을 해준 문봉구와 함께 퇴장시킨다.

“빅스는 목적을 이뤘어요. 일단 용은 막았습니다! FWX도 정비해야 해요!”

“천천히 물러납니다, 빅스!”

여기서 끝날까?

아니, 그렇지 않다.

상대는 열혈 팬이다.

“놓아주지 않나요, FWX? 이야, 이즈의 호기로운 앞 비전!”

천천히.

“은호 형, 궁 준비.”

마지막 사인과 함께.

아직 끝나지 않은 이 극의 하이라이트를 준비한다.

“퇴각..”

“퇴각하는.. 척 하다가아아아!”

“비이이이이익스!”

“일제히 돌아섭니다! 이즈가 매혹은 피했지만!”

“대단원! 졔리, 졔리! 번개 방출! 역시 빅스! 세자 선수의 위기!”

자.

“빅스가 의표를 찔렀어요! 대단한 연기였죠..!?”

숨을 크게 들이쉬고.

“어..!”

“아..!”

잠시.

시간을 멈추자.

“바도의 운명의 소용돌이..!”

그리고 천방지축 빅스에게.

“아.. 이거.”

“설마.”

우리가 준비한 무대를 강제관람 시켜주자.

“궁.. 돌았네요. 돌았어요.”

FWX의 거대한 날개가 하늘을 가린다.

“영웅..”

여러분.

오늘 공연의 이름은.

“출..혀어어어어어어언!”

영웅 출현입니다.

#

“안녕하세요, 라온 선수.”

오늘 단독 POM을 받은 김예성은 팬들을 향해 깊이 인사했다.

깍듯한 90도 인사였다.

“안녕하세요.”

FWX 팬들을 비롯해 일부 빅스 팬들도 자리에 남아있었다.

이제는 ‘우리 선수’가 아니지만 작년까지 김예성을 응원했던 사람들이다.

“오늘 단독 POM을 받게 되셨는데요. 소감 부탁드립니다.”

“제가 POM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받을 줄 몰랐어요.”

“플레이 정말 멋졌는데요! 그럼, 라온 선수가 POM을 준다면 어떤 선수에게 주고 싶으신가요?”

“건이, 그리고 나머지 팀원들 전부 다요.”

“그 이유는요?”

“사실 제가 한 게 없어요. 그냥 팀원들이 다 잘해줘서.. 그리고 건이가 하라는대로 하니까 킬이 들어왔어요.”

김예성은 민망한 듯 웃었다.

“구체적으로 어떤 오더가 있었는지 살짝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여기에 서있으면 루시언이 들어올 것이라던가. 세 발자국 앞으로 가라던가.. 그러면 자동으로..”

- 그야말로 “M”이 떠오르는..

- 오프 더 레코드 안 봄?

- 리얼 다 알려주던데;; 유치원 선생님인 줄

- 프로뷰는 안봤냐? 정글은 오토로 돌리고 거의 다른 화면 생중계함

- 시발 신인한테 오더나 듣고 잘하는 짓이다 병신들

- 너는 왜 인터뷰까지 남아서 분탕이야

- 냅둬ㅋㅋㅋ 우리한테 정글이나 미드 준 애들인가보지ㅋㅋㅋ

- 압도적 감사^^7

“그리고 또 건이가..”

단독 인터뷰였기에 김예성에게 주어진 시간은 꽤 길었다.

“아. 이 때도 건이가..”

하지만 김예성의 모든 답변은 권건으로 귀결.

아나운서 류수정은 김예성이 그리 좋은 인터뷰이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와, 그렇군요. 다른 것도 여쭤보겠습니다. 오늘 상대하셨던 리벤지 선수가 굉장히 인장을 많이 띄우면서 화제가 됐었는데요. 라온 선수는 한 번도 응답을 하지 않으셨잖아요. 팬 분들께서는 이 부분을 궁금해하시더라구요.”

“아, 그랬었나요.”

“하하, 네.”

“아마.. 게임에 집중하느라 못 본 것 같아요. 그런 건 별로 중요한 게 아니니까요.”

- 와ㅋㅋㅋ 리벤지를 단숨에 병신으로 만들어버리는

- 오늘은 거니거니밖에 모르는 라온ㅋㅋㅋ 리벤지따위가 눈에 들어오겠냐?

- 어쩐지 트래시 토크도 안해준다 했더니ㅋㅋㅋㅋ

- 아아.. 이것이 [승자 독식] 이라는 것인가..

- 아니 바쁜데 인장질이나 쳐하고 있으니 게임이 되겠음?

- ㅇㄱㄹㅇ 인장질만 안했어도 분당 CS 1개는 더 먹었겠다

슬슬 인터뷰는 마지막을 향해 가고 있었다.

“오늘 친정팀이었던 빅스와 만났는데요. 분석 데스크에서는 라온 선수가 빅스를 의식했다기보다는, 도리어 빅스가 라온 선수를 의식한 것 같다. 이런 의견이 나왔거든요. 그리고 결국 두 세트를 모두 승리로 가져갔습니다. 기분은 어떠신가요?”

“음..”

김예성은 잠깐 고민하다가 웃어보였다.

“FWX가 좋습니다.”

#

- 야 라온 이제 완전히 우리 편 됐다

ㄴ ㄹㅇ 기분이 어떻냐니까 FWX가 좋댄다

ㄴㄴ FWX = 내 모든 것이라는 뜻

ㄴㄴ 최면술 완료

ㄴ 아니 언제는 남의 편이었냐고ㅋㅋㅋㅋ

ㄴㄴ 아니 그 느낌 있잖아ㅋㅋㅋㅋ 머지?

ㄴㄴ ㅇㅇ 세자는 원래 지네 팀 광팬이고 클래스는 팬의 광팬이고 팬시는 그냥 갈 데 없을 것 같고ㅋㅋㅋㅋ

ㄴㄴ 맞음 먼가.. 언제든지 떠날 것 같은 그런..

ㄴㄴ ㅋㅋ 자꾸 지게 만들어서 선녀옷 존나 숨겨둘려고 그랫는데

ㄴㄴ 아 계획이 다 있었구나ㅋㅋㅋ 씨X발 그래서 계속 졌던거임?

ㄴㄴ 진정해 X야 이제 우리는 최강이야

ㄴㄴ 아 맞다ㅎㅎ

- FWX 덕분에 코인 받았다

ㄴ ??

#

[ LKL의 난세에 ‘영웅 출현’. 판도를 엎을 팀, FWX ]

[ 빅스 감독 하상우(Double), “예성이는 좋은 선수. 동갑내기들과 있으면 개화할 줄 알고 있었다.” ]

[ FWX 감독 박진현(PerBe), “사실 대표적인 동갑내기 팀은 빅스.” ]

[ 친정팀 빅스 울린 ‘라온’ 김예성, “르블란은 쉬운 챔피언. 권건이 시키는대로만 하면 킬이 들어온다.” ]

[ 권건(GwonGun), “FWX는 팀.”, 무엇을 암시? ]

[ 지금까지 이런 정글러는 없었다. 정글인가 감독인가. ]

[ 박진현 감독, “직업 만족도 최상. S팀 사옥 방향으로 종종 인사를 올린다.” ]

[ 성남 스톰 2군 감독 하석준(CComS) 말소, 관계자 “내부적 이유, 말할 수 없다.” ]

[ (LKL) 이 팀을 상대로 전투는 이겨도 전쟁은 진다. FWX.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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