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판타지 세상에서 작가로 살아가는 법 (754)화 (755/763)

 그쪽은 그쪽이 알아서 하라고 하고, 나는 나대로 일하면 끝이다. 물론 궁금한 부분이 없는 건 아니다."

 건강해 보여서 다행이네요. 살이 급격히 빠져서 걱정했는데.""

 허허. 괜찮습니다. 도리어 살을 빼면서 운동까지 하니 몸이 튼튼해지더라고요.""

 그렇군요. 그러면 칼즈 씨는······""

 나는 말을 흐리며 칼즈에 대해 언급했다. 피와 강철 만화화로 거장으로 도약한 그."

 그의 만화는 상업적으로나, 예술적으로나 크게 성공했다. 새로운 분야를 개척했으니 선지자로 평가받는 건 덤."

 하지만 칼즈에게 가장 큰 문제가 덮쳐왔다. 다른 무엇도 아닌 현대의 지구인에게나 발생할 법한 문제가."

 신전에서도 거의 다 완치됐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이 일을 계속하면 결국 다시 터질 거라고 했습니다.""

 저런······ 현재 어느 파트까지 도달했죠?""

 슬슬 완결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독자들도 쉬엄쉬엄하라고 하더군요.""

 칼즈는 연재 시작 1년 후, 디스크가 심하게 터져버렸으며."

 휴재를 너무 오래 하지 않았나요? 제가 보기에는 핑계 같은데······""

 제가 어떻게 하겠습니까? 본인이 아프다고 하면 어쩔 수 없습니다.""

 토가시해버렸다."

 허리디스크는 현대 지구인에게 있어서 고질병 중 하나다."

 허리디스크는 자세가 불편하거나 특정 이유로 발생하는데, 저 말은 현대 지구인에게 일하지 말라는 거나 마찬가지다."

 나도 군대에 있을 때 선후임 중 한 명은 무조건 허리디스크가 발생했으며, 너무 심해진 바람에 전역한 사람도 있었다."

 아니면 허리가 망가질대로 망가진 채 전역하던가. 괜히 건강히 전역해야 된다는 소리가 나오는 게 아니다."

 '다른 건 몰라도 허리가 안 좋아지면 답이 없지.'"

 허리디스크가 얼마나 골때리냐면, 겉으로는 괜찮아도 디스크가 파열된 사람이 있다."

 반면 죽을 듯이 아파서 찾아갔는데 경미한 경우도 있고. 이런 경우는 코어 근육이 문제인 걸로 안다."

 허리가 박살나는 대신 코어 근육을 준 게 아닐까 싶다. 인류에게 있어서 허리 통증은 평생동안 이어질 테니."

 칼즈는 운동도 거의 하지 않고 앉으면서 작업을 하니 자연스럽다면 자연스럽다."

 '주의해야 된다고 알려줘도 의미가 없겠지.'"

 이 세상도 문명이 발전하면 발전할수록 각종 고질병들이 터질 거다. 허리디스크가 대표적인 예시다."

 그런 병들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여러 예방 및 치료가 필요한데, 솔직히 다 안 하더라."

 나도 한때 허리디스크로 고생했는데 의사의 소견은 무시하고 글을 썼다."

 그나마 조금이라도 방지하려고 침대에 엎드려 폰으로 쓰긴 했다."

 완결 직전이라 다행이네요. 안 그랬으면 집 앞에 몰려왔을 텐데.""

 그때는 허리를 너무 심하게 다친데다가 아이작 님께서도 변호해줬으니까요.""

 칼즈의 상태가 심각해져서 휴재를 했을 때는 많은 사람들이 걱정해줬다."

 가끔 반장난식으로 건강보다는 연재가 우선이다라는 기사가 있었는데, 그것이 현실이 돼 버렸으니까."

 하지만 휴재 기간이 오래 가고, 연재를 하다가 말다가를 반복하다 보니 민심도 험악해졌다."

 그때 내가 직접 나서서 칼즈를 변호한 것이다. 지금 그림을 그리는 것도 기적이라는 식으로."

 독자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제 한 몸 갈고 있는데 비난을 해서 쓰냐는 말이었다."

 '이제는 내 눈치를 보면서 쉰다는 게 웃긴 점이지만.'"

 허리가 아픈 건 사실이라 나도 뭐라 할 수 없다. 신성력으로도 힘든 것이 척추다."

 케이트조차 통증을 완화시키고 상태를 호전시킬 뿐, 본래의 모습으로 회복하는 건 매우 힘들다."

 절단된 사지는 다시 붙일 수는 있어도 장기나 뼈 같은 건 어렵다. 이런 건 수술이 필요하다."

 '눈으로 볼 수 있다면 괜찮다고 하던가?'"

 신성력으로 신체를 회복시킬 때는 육안으로 확인해야 가능하다. 절단된 신체를 이어붙이는 것도 이런 원리다."

 그러나 수술을 하지 않는 이상 디스크가 터진 곳을 볼 수 없으니 힘들다는 것이다."

 그······ 아이작 님?""

 칼즈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머스크가 조심스레 내 이름을 불렀다."

 두 손을 맞잡으며 슬금슬금 눈치를 보는 것이, 무언가 할 말이 있는 모양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택으로 찾아오지 않았겠지. 나는 부드러이 웃어주며 손을 내밀었다."

 하실 말씀이 있으시다면 하셔도 됩니다.""

 감사합니다. 다름이 아니라, 이번에 주신 원고가 마지막인 걸로 압니다.""

 모두 알겠지만 머스크가 말하는 건 전쟁의 신이다. 루미너스의 일대기를 고스란히 담은 소설."

 전쟁의 신에서는 이 세상의 최고신과 다시 한번 싸우고, 세상을 지키는 것으로 끝이 난다. 세상이 다시 멸망하지 않는다."

 그 후로 어느 한 예언을 통해 자신이 최고신의 자리에 앉는 것으로 완결을 맺게 된다. 세상 모든 만물의 칭송과 숭배를 받으면서 말이다."

 네. 그렇죠. 그것이 끝입니다.""

 역시 그렇군요.""

 머스크는 내 확답에 고개를 끄덕이더니 한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 눈치만 살살 보고 있다."

 사실 그가 무슨 말을 할지는 이미 알고 있다. 매번 완결날 때마다 이랬으니까."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위상은 물론이거니와 나는 이미 하나의 '종교'가 되었으니."

 신이 될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 사람과 마주하는 것조차 힘들 텐데 질문을 하는 것도 부담스럽겠지."

 '그래도 편하게 대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이니.'"

 당장 영지 밖으로 나가기만 하면 엎드려 절하는 사람만 한 트럭이다. 대외적인 활동을 하는 게 정말 힘들다."

 축구 심판도 다른 사람에게 맡길 수밖에 없다. 스타비르크에서 제논교가 생긴 후부터 여러 제약이 생겼다."

 그나마 변장을 하고 가면 괜찮다는 걸까. 놀고 싶을 때는 변장을 하는 편이다."

 마이샬 영지는 관광객도 많이 방문하기에 여러모로 좋은 이점을 갖고 있다."

 아무튼 대답은 해야겠지. 나는 고민하고 있는 머스크를 바라보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차기작을 구상하고 있는지 물어보고 싶은 거죠?""

 ······하하. 네.""

 내 물음에 머스크가 머쓱한 웃음을 흘리며 긍정했다. 그로서는 차기작이 궁금하긴 할 거다."

 제논 일대기, 피와 강철, 전쟁의 신. 여기에 로만이 집필한 멸망기사까지."

 하나하나가 베스트셀러를 넘어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았다."

 머스크 입장에서는 황금알이 아닌 다이아몬드 덩어리겠지."

 그러나 나는 그의 기대와 달리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죄송하지만 당분간 휴식을 할 생각입니다. 그동안······ 너무 열심히 달려와서요.""

 음. 역시 그렇군요. 확실히 휴식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머스크도 내 대답에 아쉬워할지언정 놀라지는 않았다. 내 곁에서 지낸만큼 내가 얼마나 달렸는지 알고 있을 것이다."

 나도 슬슬 육아에 집중해야 될 때고, 앞으로 수많은 아이들이 마이샬 저택에 돌아다닐 예정이다."

 당장 그레이스, 릴리만 해도 진이 쪽 빠지는데 엘리스까지 태어나면 대환장 파티겠지."

 '제논은 그나마 평범하게 태어나서 다행이네.'"

 참고로 마이샬 가문의 차녀, 릴리 다음에 태어난 삼남은 제논이라 지었다. 당연히 어머니의 의견이다."

 내 자식들과 다르게 정말 평범하게 크고 있는 막둥이. 이제 슬슬 걸음마를 떼고 있다."

 '마이샬 영지도 출산율이 대폭 올라갔다고 하던가?'"

 마이샬 영지는 미래를 위한 제도도 펼치고 있다. 축구를 퍼뜨린 이후 아이들이 너무 많이 태어났기 때문이다."

 나는 속으로 잠깐 잡생각을 하다가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잡생각이라 해봤자 1초도 걸리지 않았다."

 그래도 완전한 절필은 아닙니다. 제 손이 근질근질할 것 같거든요.""

 하하. 그거 다행이네요. 저는 언제든지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당분간 저도 내실에 집중해야겠군요.""

 타이밍이 잘 맞은 모양이네요. 돈은 많이 버셨나요?""

 세금으로 다 뜯기고 있습니다.""

 머스크는 웃으면서 답했지만 전혀 웃는 모습이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미네르바 제국이 시시각각 머스크를 견제하고 있다."

 원래 견제는커녕 눈치만 보고 있었지만, 리나가 나와 이어진 이후로 상황이 180도 뒤집어졌다."

 현재까지도 미네르바 제국은 머스크로부터 세금을 뜯어내려 하는 중이고, 반대로 머스크는 법의 허점을 공략했다."

 '이 인간 하나 때문에 세법이 개편됐다고 했나?'"

 리나는 쓸데없는 세법을 전부 폐기하고 모두가 납득할 수 있도록 새로운 세법을 개편했다."

 그중에 대표적인 것이 '소득세'다. 세상의 흐름이 슬슬 '자본주의'로 흘러감에 따라 리나가 발빠르게 바꾼 것이다."

 당연하지만 어떻게든 머스크로부터 세금을 뜯어내기 위함인 것도 있다. 머스크도 서둘러 헛점을 노려 탈세 아닌 절세를 노렸고."

 물론 세법이 깐깐해지면 평민들도 피해를 볼 수 있어서 규정을 철저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평민들은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도리어 세금이 이상한 곳에 나가지 않으니 황실을 더욱 칭송했다. 공장 덕분에 생산력이 올라간 건 덤이다."

 그건 제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네요. 국가가 해야 할 일을 할 뿐이니까.""

 네. 뭐······ 그렇죠.""

 대신 초고를 드렸으니 머스크 씨네 집안은 절대 망하지 않을 겁니다.""

 내기 직접 집필한 제논 일대기, 피와 강철, 마지막으로 전쟁의 신."

 이 책들의 초판본은 마이샬 저택에 고이 보관하고 있다. 절대 뚫을 수 없도록 금고 및 경비경까지 세웠다."

 그러나 제논 일대기 1권의 초고는 머스크에게 맡긴 상황이다. 세상의 분기점이자 역사의 시작 그 자체인 초고."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부자는 망해도 3년은 간다지만 이거는······""

 괜찮습니다. 다른 나라에 맡기는 순간 명분으로 변질될 수도 있거든요.""

 다른 건 몰라도 제논 일대기 1권 초고를 머스크에 맡긴 이유는 간단하다."

 머스크만큼 철저히 '중립'을 지킬 수 있는 곳이 몇 없기 때문이다."

 시간이 흘러 나를 비롯한 주변인들이 모두 사라졌을 때, 세상은 또다른 혼란기를 맞이할 게 분명하다."

 그것이 인류의 역사다. 원래 이 시대라면 전쟁이 판을 쳐야 하는데 악마 숭배자에 몰려버렸다."

 하지만 이제는 악마 숭배자마저도 없으니 각 국가마다 갈등이 쌓이고 쌓일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터지겠지."

 제논 일대기 1권의 초고는 아주 훌륭한 명분으로 잡힐 수 있다. 어느 나라에 맡기던지 말이다."

 '성지 하나를 지배하려고 100년 동안 전쟁한 케이스가 지구에서도 있었으니.'"

 그런 의미에서 제논 일대기 초고를 머스크에게 맡긴 것이다. 대신 반드시 비밀로 보장해달라 부탁했다."

 어쩌다 보니 머스크네 집안이 '성유물'을 보호하는 가문으로 바뀐 것 같다만 크게 상관없겠지."

 머스크도 보관만 하면 된다는 입장이어서 손쉽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허면 다른 초고는 어떻게 하실 겁니까?""

 그건 아직 정한 바가 없습니다.""

 초고본은 신중하게 다뤄야 된다. 아니면 갈등의 원인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가장 좋은 건 마이샬 영지가 직접 보관하는 거지만, 그리 된다면 어떤 미친놈들이 훔쳐갈 수도 있다."

 물론 당장 그런 일은 없겠지. 하지만 내가 우려하는 건 나와 지인들이 모두 사라진 세상이다."

 '천벌'을 직접 내릴 사람도 없겠다, 분명 누군가 훔쳐가기 위해 저택을 침입할 것이다."

 사람을 안 믿는 게 아니라 원래 사람이 그렇다. 선과 악이 모호하면서도 선명한 존재."

 그건 차차 생각해볼 문제겠죠. 1권의 초고를 준 것과 다르게.""

 음. 알겠습니다. 신중히 고려해야겠군요.""

 그렇죠. 그리고······""

 나는 뒷말을 흐리며 천천히 손을 내밀었다. 머스크도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엉겹결에 일어났다."

 스윽-"

 뒤이어 손을 살며시 내밀었다. 머스크는 내 얼굴과 손을 번갈아보며 어리둥절한 표정이다."

 나는 그 표정에 피식 웃고는 진심이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그동안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머스크 씨.""

 ··· ···""

 쉬는 동안에도 간간이 연락하면서 지내요.""

 그 말에 머스크가 빙그레 웃었다. 속물적인 미소가 아니라 진심이 우러러 담긴 미소다."

 저야말로 영광이었습니다, 아이작 님.""

 누가 들으면 영영 절필하는 걸로 들리겠어요.""

 하하. 오래 쉰다고 하셨으면 어쩌면 제 아들이 경영할 때 올 수도 있지 않습니까?""

 에이. 그정도까지는 아니죠.""

 나와 머스크는 서로 농담을 따먹으면서 만남을 끝냈다."

 [전쟁의 신 완결 파트. 내일 공개.]"

 마무리를 지을 시간이 왔으며. "

 [제논. 제가 처음으로 내리는 '예언'이 책에 담겨있습니다.]"

 루미너스에게 복수할 때가 다가왔다."

 갓 오브······ 아니. 전쟁의 신은 설명했듯이 루미너스가 전쟁의 신이었던 시절을 다루고 있다."

 사람들은 망나니 그 자체였던 루미너스의 과거를 보며 경악하고 있었지만, 그를 '역사'에 대입하면 매우 흥미롭다."

 과거의 인류는 망나니 시절 루미너스처럼 야만적이고 원시적이었으며 틈만 나면 전쟁을 일으키고 다녔으니까."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야만'에서 벗어나 '문명'을 건립하고, 그 후로부터는 서서히 '지혜'가 생겨나 자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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