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20화 〉 교육(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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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작의 정체 공개 이후로 아르웬의 일정은 전보다 바빠지면 바빠졌지, 결코 덜하지 않았다.
제논의 정체를 알고 있는 사람들 중 한 명. 이 타이틀은 사라져도 제논과 친분이 있다는 건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르웬은 간이 사교회 당시 아이작과의 친분을 모두가 보는 앞에서 드러냈다.
공식적인 자리였기에 서로 예의를 차리고 있었지만 그 자리에 누가 있었는지 생각해보자. 눈치와 관찰력은 물론 사람의 심리까지 세세히 파악하고 있는 정치 고단수들밖에 없었다.
반면 아이작은 사실상 그때가 첫 사교회 데뷔여서 표정 관리조차 버거워했다. 곁에서 마리가 최대한 보조했지만 남들보다 경험이 부족하니 여러모로 티가 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아이작은 아르웬을 정말 친한 친구처럼 대했다. 중간에 막힘없이 대화하는 건 물론이고 농담까지 주고 받았으니.
무엇보다 원로원의 수장, 피렌이 최후의 발악으로 외쳤던 발언이 있다. 제논 즉, 아이작은 아르웬의 연인이며 연설문까지 작성했다고.
여기서 연인인 건 제쳐두고 아이작이 아르웬에게 연설문을 작성해줬다는 점이 포인트다. 제논 일대기가 아니라 아이작 본인이 직접적인 도움을 준 케이스였으니.
마족도 제논 일대기를 통해 구원받았으나 이것으로 아이작이 직접 도움을 주었다기에는 모호한 면이 있다.
사람 대 사람
다시 말해 아이작은 아르웬에게 본인의 지혜를 빌려줄 정도로 가까운 사이라는 뜻으로 연결된다. 마리가 있어서 망정이지, 약혼녀가 없었더라면 서로 연인이라는 추문이 흘렀을 것이리라.
물론 아르웬이 아이작에게 이성적인 호감을 갖고 있다는 건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괜스레 혼란이 생길까봐 쉬쉬하고 있을 뿐이지.
아무튼 아르웬은 아이작의 고백 이후로 하루가 멀다하고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물 밀듯이 쏟아지는 업무는 익숙했으나 그 놈의 '선물'이 문제였다.
마음 같아서는 알븐하임이 원하는대로 자기자신을 선물로 대령하고 싶다. 그러나 시간이 가면 갈수록 점점 늦어지고 있다.
타이밍도 타이밍이지만 결정적으로 부끄러웠으니까. 사실상 모두가 보는 앞에서 펼치는 공개 고백이나 다름없다.
약혼녀가 있는 남자에게 고백하는 셈인데 후폭풍은 감당할 수 있겠냐. 다른 사람도 아니고 제논인데.
할 수 있다. 오히려 바라던 바다. 알븐하임은 은인을 위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니.
그러면 왕위가 공백으로 바뀌지 않겠냐고? 그것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막강한 마법력을 이용해 왕래를 하면 그만이다. 근무는 알븐하임에서, 알콩달콩한 부부의 생활은 아이작의 저택에서.
지금은 하루가 멀다 하고 야근 중이지만, 내실을 차분히 다스린다면 그런 생활도 마냥 불가능하지 않다.
아르웬이 고백을 계속 미루어서 그렇지. 그녀에게 제안했던 대표단도 왜 미루냐고 재촉했다.
이대로 가다간 마족에게 뒤쳐지는 것이 아닌가. 날개를 단 헬리움을 견제해야 되는데 왜 망설이느냐.
하지만 아르웬의 심정을 파악한 후에는 알아서 하라며 그녀에게 선택권을 쥐어줬다. 1000년에 가까운 수명을 지닌 엘프 특유의 느긋한 성정도 한몫했다.
그로부터 시간이 하염없이 흐르고, 아르웬은 눈치를 보면서 타이밍을 재고 있었으나 여전히 망설였다.
이러다가 아이작에게 피해가 가면 어쩌지. 그가 괜히 부담스러워하지 않을까. 자신에게 관심이 아예 없는 건 아닐까.
그의 곁에는 자신만큼, 어쩌면 자신보다 아름다운 여인들이 있는데 끼어들어도 되는 것일까.
원로원의 견제에도 꿋꿋이 본인의 철학을 앞세워 정책을 펼친 여왕.
종족 전쟁 이후 알븐하임을 다시 한 번 패권국으로 끌어올린 성군.
제논 일대기가 든든하게 받쳐추고 있다지만 다크 엘프와의 통합을 실시 중인 엘프.
"여왕님. 아이작 님께서 여왕님과 만나고······"
"지금 바로 가겠노라!!"
하지만 그녀도 연심을 품은 이성 앞에서는 평범한 여인에 불과했다.
"헌데 여왕님. 아직 업무가······"
"제논의 부름보다 중요한 게 어디 있겠나! 당장 가도록 하마!"
실제로 아르웬의 말은 하등 틀린 부분이 없었다. 제아무리 알븐하임의 여왕이라지만 아이작과 비비기에는 무리가 있다.
여태까지 아이작의 편지 한 통에 어떤 일들이 발생했는지 다시 한 번 상기해보자. 멀리 안 가도 테르스 왕국이 있다.
그러니 아르웬이 모든 업무를 뿌리치고 아이작의 저택으로 향하는 건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니다.
이건 업무를 보조하던 사람들도 이해해줄 수 있었다. 대놓고 불만을 표출하지 못할 뿐이지.
"뭘 입고 가야하지? 아니, 그전에 왜 불렀는지 알고 있느냐?"
아르웬은 호들갑을 떨면서도 아이작이 자신을 부른 이유에 대해 물었다.
자신이 바쁘다는 건 아이작도 알고 있다. 그래서 어지간해서는 부르지 않는데 무슨 일로 불렀을까.
그에 시리스는 기쁨에 상기되어 있는 아르웬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제논 일대기와 관련이 있는 사항이랍니다. 자세한 건 직접 말해주겠다고 하셨고요."
"제논 일대기와?"
"네."
사적인 부분이 아닌 제논 일대기와 연관돼 있다는 대답에 의아해진 아르웬. 아무래도 사적인 주제가 아닌 모양이다.
그래도 사적으로 만나는 건 오랜만이니 준비를 갖춰야 된다. 이에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아이작에게 곧 가겠다고 전해다오. 혹시 급한 일인 것이냐?"
"아닙니다. 천천히 오셔도 된다고 하셨습니다."
"알겠다. 곧 가겠다고 말해다오."
"예."
시리스는 그 말을 하며 은신을 통해 몸을 숨겼다. 머지않아 텔레포트로 아이작의 저택에 도착하겠지.
아르웬은 그 모습을 실시간으로 바라보다가 마법을 통해 그녀의 기척을 살펴봤다.
없다. 여러번 살펴봐도 시리스의 기척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어디 이상한 곳은 없겠지?"
시리스가 완전히 사라졌다는 걸 확신하자마자 아르웬은 자신의 옷을 체크했다.
옆구리가 시원하게 파여있는 은색의 드레스. 지난번 아이작이 잘 어울린다고 칭찬했을 때부터 꾸준히 입고 다니는 옷이다.
가녀린 허리와 그 아래로 이어지는 골반 라인으로 하여금 그의 눈을 즐겁게 만들어줄 터.
다른 남자가 음흉한 시선으로 보았다면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는데, 아이작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상상만 해도 짜릿하고 가슴이 콩닥콩닥 뛰는 느낌. 자신을 친구가 아닌 여자로 보고 있구나라는 생각.
'이제는 빼도박도 못 할 거야.'
아르웬은 아이작이 다른 세계에 왔다는 걸 확신하고 있다. 공개 고백 당시에도 그는 다른 세계에서 왔다는 말만 쏙 빼놓고 말했다.
이 하나가 그녀에게 특별함을 부여했다. 다른 세상에서 무슨 일을 겪었는지 몰라도 필멸자로서는 감히 상상조차 못 할 경험을 겪었겠지.
그리고 그 경험은 제논 일대기에 모두 녹여냈을 것이리라. 머릿속에 나왔다는 말도 추측으로만 맴돌던 '제약'이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후우. 이럴 때가 아니지."
아르웬은 정신 차리라는 의미로 세수하듯이 뺨을 툭툭 쳤다. 그가 진짜로 책 속의 제논이든, 카이르든 상관없다.
이제는 아이작이라는 사람에게 빠졌다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자신에게 보여준 호의와 더불어 배려가 넘치는 행동거지.
마지막으로 엘프가 보아도 잘생긴 얼굴까지. 물론 이건 부가 요소지만 그냥 넣은 것이다.
"이대로 가도 괜찮을 거야. 혹시 모르니 향수도 뿌릴까?"
이것저것 따지는 바람에 당초보다 좀 늦었지만, 아르웬은 기대감에 부푼 마음을 가진 채 아이작의 저택으로 향했다.
제논 일대기와 관련되었기에 사적인 이야기는 별로 하진 못 하겠지만, 그래도 얼굴을 본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하루하루 야근에 시달리는 인생을 살고 있는지라 이것만으로도 그녀에게는 큰 힐링이다.
그렇게 아이작의 저택에 도착하고, 짝사랑 상대를 만나게 된 아르웬은······
"엘프는 보통 첫날밤을 어떻게 치뤄?"
"······에?"
다소 선정적이면서도 예상 밖의 질문에 순간적으로 고장나버렸다. 방금 자신이 무엇을 들은 걸까.
"뭐, 뭐, 뭐라고 했느냐? 처, 첫날밤? 갑자기?"
아르웬은 은회색 눈동자를 동그랗게 뜨며 말을 더듬거렸다.
얼굴은 삽시간에 붉어지고, 엘프 특유의 기다란 귀가 정처없이 위아래로 까닥거린다.
아이작은 그 반응이 새삼 귀엽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녀의 심정을 이해했기에 머쓱한 미소를 지었다.
다짜고짜 첫날밤을 어떻게 치루냐는 질문부터가 잘못되었다. 어떻게 질문해야 될지 고민하다가 이런 참사가 나버렸다.
"미안. 내가 말을 조금 잘못했네. 오해하지 말았으면 좋겠어. 진짜 순수한 의미로 궁금한 부분이라서."
"맞아요, 여왕님. 얘가 두서없이 말해서 그렇지, 진짜로 제논 일대기와 연관돼 있는 부분이거든요."
곁에서 변호 아닌 변호를 하는 마리. 중간에 그를 째려보는 건 잊지 않았다.
그제서야 아르웬도 당황한 마음을 추스릴 수 있었다. 하마터면 이상한 쪽으로 해석할 뻔했다.
"그, 그렇구나. 난 또······ 정말인 것이냐?"
"진짜야. 제논 일대기 24권 막바지에 그런 장면을 넣을 예정이거든. 제논과 메리. 그리고 진과 릴리."
"아! 드디어 이어지는 것이냐?"
아이작의 부가 설명에 아르웬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라워했다. 얼굴은 여전히 붉었지만 이번에는 다른 의미의 놀람이었다.
그에 아이작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미리 준비했던 원고지를 그녀에게 건넸다.
물론 다 주는 건 아니고, 본방으로 들어가기 직전의 상황만 묘사한 원고다.
"정말이구나. 그럼 나에게 물은 이유가······"
"마족은 세실리에게 도움을 받으면 되지만 엘프는 잘 모르거든. 내가 아는 지인 중에 너만큼 편한 엘프도 없고."
너만큼 편한 엘프도 없다. 그 말은 아르웬의 귀에 들어오면서 다른 의미로 변질되었다.
너만큼 편한 사람도 없다, 라고. 그 말을 듣자마자 아르웬은 심장이 콩닥거림을 느끼며 아이작을 멍하니 바라봤다.
은회색 눈동자 또한 촉촉하게 젖으며 반짝거리기 시작한다. 마지막으로 두 손을 살포시 모으기까지.
누가 보아도 사랑에 빠진 여자의 표정. 그 표정을 재빠르게 체크한 세실리가 서둘러 견제에 나섰다.
"흠. 흠. 그러니 아르웬 님이 도와줬으면 해요. 사실 저도 엘프에 대해서 겉핥기 식으로나마 알고 있지, 자세한 건 잘 모르거든요."
"으, 응? 아, 알겠다. 그런데 이거는 알았으면 좋겠구나. 나는 순혈이 아니라 혼혈이다. 엘프의 문화가 깃들어 있지만 사고방식은 인간과 유사한 점이 많을 것이니라."
"그러면 더 좋지. 너도 알다시피 메리는 정체를 숨긴 채 인간 사회를 떠돌아다녔거든. 게다가 괴짜 같은 면모도 있어서 너랑 비슷할 거야."
너랑 비슷할 거다. 그 말은 아르웬에게 또다른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그것이 무엇인지 자세히 설명하지 않겠지만, 그녀의 심장이 순간적으로나마 두근거렸다는 사실만 알려줄 수 있다.
뒤이어 그녀는 긴장감을 어떻게든 억누르기 위해 침을 꿀꺽 삼켰다. 여러모로 머리가 팽팽 돌아가는 느낌이 들었지만 어떻게든 설명해야 된다.
그래야만 뒷일(?)이 편해질테니까. 아르웬은 빙글빙글 돌아갈 것 같은 눈으로 천천히 설명을 꺼냈다.
"그, 그러면 지금 하면 되겠느냐?"
"편한대로 해도 돼."
"알겠다. 흠. 흠."
아르웬은 다시 한 번 헛기침으로 두근거리는 심장을 억눌렀다. 이대로 말을 꺼냈다간 계속해서 더듬거릴 것 같았으니.
이윽고 모두의 시선이 그녀에게로 향했을 때, 아르웬은 눈을 감더니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가 내쉬었다.
'만약 내가 첫날밤을 가진다면······'
머리가 너무 뜨거웠던 것일까. 인간 사회에 익숙해진 엘프가 아닌 자기자신의 첫날밤을 상상해버린 그녀.
이이서 그녀는 본인조차 인지하지 못한 미소를 지은 채 조용히 입을 열었다.
"모두 알고 있겠지만 엘프에게 가장 중요한 건 이 귀이니라. 기다란 귀는 엘프에게 목숨보다 소중한 것. 사랑하는 사람이 아닌 이상 다른 사람이 만져서는 절대 안 되는 것이다."
"그렇구나."
마족의 뿔과 비슷하면서 다른 개념이네. 아이작은 아르웬의 교육을 들으며 노트에 필기했다.
사실 이정도는 상식 수준이었기에 잘 알고 있다. 다만 '의식'이라는 부분이 제일 마음에 걸렸다.
"그럼 성관계를 의식으로 치부하는 건? 그것도 없이 행하는 게 가능할까?"
"가능하다. 의식이라 해도 결국 몸을 청결히 유지하는 것밖에 되지 않느리라. 알븐하임에서는 초야를 치루는 부부에게 '이슬'을 지급하니라. 말 그대로 세계수의 이슬을 희석시킨 액체지. 그걸 부부의 몸에 바르고 정을 나누는 것이다."
"흠······ 세계수는 파괴되었지만 메리가 몰래 가져왔다고 하면 상관없겠지. 그냥 평범한 물이야?"
아이작은 수첩에 필기를 하면서 물었다. 이건 전혀 몰랐던 사실이라 아르웬에게 묻길 잘한 것 같다.
"평범한 물이 아니라 약간의 점성을 지녔지. 그것을 어떻게 사용할지는······ 부부에 따라 다르겠지."
중간에 말이 막혔으나 아이작은 그녀가 무엇을 말하려는지 눈치챘다. 약간의 점성이 있다 했으니 젤과 비슷하겠지.
그렇게 차근차근 교육을 받으면서 플룻을 짜고 있을 때였다.
"그걸 서로의 몸에 바르고,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후 껴안으면 될 것이다. 그러면서 귀를 살살 만져주면서 사랑한다고 속삭이는 거지."
"음······ 주의해야 할 건 없어?"
"주의해야 할 부분이라······ 귀에 상처가 새겨지지 않는 게 제일 중요하겠구나. 간혹 몇몇 인간이 치아로 깨문다는데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 난 괜찮지만."
"··· ···"
난 괜찮지만? 아이작은 물론 다른 사람도 그 말에 위화감을 느꼈다. 정작 본인은 모르는지 눈을 감은 채 상상의 나래에 빠져있다.
약간 이상하긴 하지만 넘어가도록 하자. 아이작은 눈을 깜빡였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알았어. 이다음은? 신에게 기도해?"
"기도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구나. 제논처럼 멋지고 사랑스러운 남자와 초야를 치룬다는 건······ 정말 기쁜 일일테니까. 그 손으로 귀를 만져준다니 얼마나······"
"그······ 죄송한데 아르웬 님?"
"응?"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 세실리가 도중에 끼어들었다. 이에 아르웬은 감았던 눈을 뜨며 의문어린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세실리는 그런 아르웬과 마주하다가 볼을 긁적거렸다. 이걸 굳이 말해야 되냐 싶었지만,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어쩔 수 없다.
현재 아르웬의 마음은, 첫날밤을 치루기 직전의 자신의 마음과 유사한 점이 많았으니.
"혹시 메리에 본인을 투영시킨 건가요?"
"······어?"
"뭔가 그런 느낌이 들어서······ 혹시나 해서 말씀드리는 거예요."
그제서야 깨달았을까. 아르웬은 세실리의 말을 듣자마자 은회색 눈을 두어번 깜빡거렸다.
그리고 그 시선은 곧장 아이작으로 향했다. 아이작도 멀뚱멀뚱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
동시에 머릿속에서나 상상하던 장면이 빠르게 뒤바뀐다. 제논이었던 남자는 아이작으로, 메리였던 여자는 자기자신으로.
방금 말했던 것 전부 따지고 보면 자신이 원하는 첫날밤을 말하는 거나 다름없었다.
"······!!"
그것을 자각한 아르웬은 귀가 하늘 높이 솟구치더니.
"하으하아······"
아이스크림처럼 흐물거리며 녹아버렸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