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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군의 애완동물이 되었다-40화 (40/193)

40화

지금 아딜로트가 ‘꼭 자기 닮은 거랑 친구네’하고 생각 중인 것을 전혀 모르는 미아는 마냥 흐뭇하게 웃었다.

‘시작은 좀 달라졌지만 제대로 진행되고 있구나! 그럼 내가 렌한테 아딜에 대해 잘만 얘기해 주면 되겠네!’

미아가 양 주먹을 꽉 쥐고 방실방실 웃으며 외쳤다.

“응원할게요, 아딜!”

“뭘?”

“뭐든!”

“기분 나빠. 하지 마.”

“인생이 그렇게 마음대로 될까!?”

“너 아주 간이 너무 커서 배 밖으로 나왔지?”

“헤헤헹!”

아딜로트는 미아의 웃음에 멈칫하더니, 이내 한숨을 쉬며 코트를 벗었다.

“……앞으로는 그 여자가 불러도 가지 마. 내 핑계 대고.”

“와! 나 황제가 뒷배네요!?”

방싯방싯 웃는 미아의 모습에 아딜로트가 미간을 찌푸렸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긴 해?”

“아뇨!”

“자랑이다…….”

“그치만 아딜은 공명정대하니까! 사심에 휘둘리지 않으니까!”

그렇게 말한 미아가 아차 하고 덧붙였다.

“어차피 휘둘릴 사심도 없겠지만!”

그러니까 대체 왜 그렇게 단언하는 거냐고 아딜로트는 묻고 싶어졌다. 그는 조금 답답한 마음으로 셔츠를 벗기 시작했다.

미아는 얌전히 시선을 피하며 아주 즐겁다는 듯이, 노래하듯 말했다.

“그러니까 나중 가면 모두가 아딜로트가 좋은 사람이라는 걸 알아줄 거예요!”

네가 알아주니까 상관없잖아.

그 말이 아딜로트의 목구멍까지 올라왔다 내려갔다.

미아는 늘 이상하다. 모든 게.

가장 이상한 건, 미아가 말하는 자신의 행복한 미래에 미아는 없다는 점이었다. 그녀는 늘 자신이 곧 행복해질 거라고 말하지만, 그건 마치 네가 행복해지면 떠나겠다는 말처럼 들렸다.

혹은, 그 행복을 함께할 생각은 없다는 것처럼.

무시해 왔던 사소한 것들이 점점 더 의미를 갖고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 * *

미아는 일주일 정도를 침대에서 얌전히 보냈다. 더는 크리소르 황태후의 눈을 끌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따로 방을 배정받게 되었다. 아무래도 세레니티를 말벗으로 두게 되었기 때문에, 황제의 침실에서 지내는 것에는 무리가 있었다.

미아 덕에 살아난 엠브라가 종종 방에 찾아오긴 했지만, 미아는 대체로 세레니티와 지냈다. 그동안 미아는 세레니티에게 몇 번 잭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 보았다. 슬프게도 그리 좋은 대답은 나오지 않았다.

‘아무래도 내가 아딜로트의 명령으로 조사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야.’

그렇게 한숨을 내쉬고 있던 찰나였다.

똑똑.

노크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페르디안이 침실로 들어왔다.

“페르 님? 웬일이세요?”

옆에 앉아 있던 세레니티도 황급히 일어나 인사했다.

“세레니티 듀레인입니다.”

페르디안은 세레니티를 흘낏하고는 곧장 미아에게 말을 걸었다.

“폐하께서 너를 부르신다.”

“저를요? 집무실로 가면 되나요?”

“아니. 침실로.”

“헉……!”

세레니티가 입을 틀어막았다. 미아는 그저 눈을 깜빡였다.

“멀쩡한 집무실 놔두고 왜요? 그리고 이 시간이면 집무실에 있을 때 아녜요?”

“폐하께 여쭤봐라.”

“앗, 맞는 말…….”

“그리고…….”

페르디안이 머뭇거리더니 손을 내밀었다. 그제야 그가 들고 있던 것이 보였다.

“와! 코코니의 딸기 크림 케이크! 저 주시는 거예요?”

“……그래.”

페르디안은 세레니티를 흘끗거리며 말을 아꼈다.

‘그냥 줄 리는 없고, 병문안 선물인가? 이제 거의 다 나았는데.’

뭐가 됐건 갑작스러운 선물에 감동받은 미아는 케이크 상자를 들고 헤헤 웃었다.

“감사해요, 페르 님!”

진심으로 기뻐하는 미아의 인사에 페르디안은 얼핏 미소 비슷한 것을 짓고는 방을 나섰다. 그가 떠난 뒤, 세레니티는 묘한 표정으로 문을 바라보았다.

“키토 후작 각하와 친하신가요?”

“그렇게 말하면 페르 님이 엄청 싫어하실걸요! 그냥 아딜을 만나느라 자주 마주쳐서 그래요!”

“아아, 폐하와…….”

세레니티의 얼굴에 다시 수심이 깊어졌다. 그녀는 미아에게서 케이크를 받아 정리하는 내내 침묵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말했다.

“미아, 차라리 키토 후작 각하를 잡으세요!”

“에?”

세레니티는 내뱉고 나서야 그게 좋은 생각이라는 걸 깨달은 사람처럼 환한 얼굴을 했다.

“그래요! 키토 후작 각하가 좋겠어요! 저분은 공명정대하기로 이름 높으시잖아요?”

“그, 그렇기야 한데…….”

미아가 어색하게 웃었다.

‘너 알고는 있는 거니? 페르 원래 네 섭남이란다?’

그러나 미아가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문이 열리고, 수석 시녀인 제인이 들어왔다.

“미아 님. 폐하께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아, 네!”

이 부분은 최근 달라진 부분이었다.

루비트 사건 이후, 아딜로트는 자신의 수석 시녀인 제인을 완전히 미아에게 붙였다. 그리고 뭘 하든 제인이 미아를 시중들게 했다.

‘황송할 일이지. 제인 씨, 엄청난 고급 인력인데.’

그때 세레니티가 뭔가 결심한 듯이 외쳤다.

“저도 갈게요, 미아!”

“응?”

“친구인 당신을 지키고 싶어요!”

또 무슨 오해를 하고 있는 거니, 너…….

세레니티가 보기보다 상상력이 풍부하다는 걸 알게 된 미아가 어색하게 웃었다.

“렌? 저 괜찮아요! 아딜로트의 침실은 익숙한걸요!”

“익숙……!”

세레니티가 흡 하고 숨을 들이켰다. 그러더니 얼굴이 홍당무처럼 빨개졌다.

“익숙……, 익숙하시군요! 어른이네요, 미아는!”

“예? 아니. 공간 말하는 건데요, 렌?”

“그렇네요! 그런…… 공간!”

너무 이상하게 들려!

“그러니까 그런, 그런 게 아니라! 그냥 같이 잠을 잤을 뿐이에요!”

“꺄악!”

“비명 지를 타이밍 아니야!”

미아가 외쳤으나, 세레니티에겐 들리지 않는 모양이었다.

“미아! 미아는 속고 있어요!”

“어째서!”

“남자는 다 늑대인 걸요!”

“보통 남자야 그렇겠지만 아딜은……!”

“오, 미아!”

세레니티가 갑자기 미아를 끌어안았다. 그리고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물었다.

“혹시 폐하가 미아에게 뭔가를…… 시키진 않았나요?”

“전혀요!?”

미아의 단호한 대답에 세레니티는 잠깐 멍한 표정을 지었다.

“정말인가요?”

“당연하죠!”

“그럴 리가 없는데…….”

“왜,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요!?”

당황한 미아가 되물었다.

세레니티는 얼굴을 붉히고 쩔쩔매다가 외쳤다.

“채, 책에서 남자는 다 늑대라고……!”

미아가 재빨리 세레니티의 입을 틀어막았다.

‘대체 듀레인 남작가에선 얘한테 무슨 책을 보여 준 거야!’

말도 안 되는 오해에 얼굴이 화끈거렸다.

홍당무 같은 얼굴의 두 여자는 쩔쩔매며 서로를 바라보다가 손을 놓고 헛기침했다.

“저, 저기, 렌! 그……, 의심되면! 그래요! 같이 가요!”

“괜찮을까요, 미아?”

“네! 혼자 오라고 한 것도 아니니까!”

이 오해는 어떻게든 풀어야 했다.

‘세레니티가 아딜을 완전 변태로 보고 있잖아!’

어쩔 수 없다. 세레니티에게 아딜로트가 아주 건전한 전체 연령가 로판 남주라는 걸 보여 주는 수밖에!

* * *

조금 안 왔다고 그새 낯설어진 침실은 전과 같았다. 아딜로트는 운동장만 한 침대에 누워서 서류를 보고 있었다. 그의 표정이 미아를 보고 느슨해졌다가, 뒤따라 들어오는 세레니티를 보곤 날카로워졌다.

“넌 왜 왔어?”

“말벗이니까요.”

“나가.”

“제가 데리고 왔어요!”

미아가 애써 웃으며 사이를 가로막았다.

“사이 좋게 지내면 좋잖아요!”

“왜? 셋이 손잡고 춤이라도 추자고?”

“셋이……!”

다시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 세레니티를 무시하고 미아가 앞으로 나섰다.

“그런데 왜 부른 거예요?”

“꼭 이유가 있을 때 불러야 해?”

“하지만 폐하, 일하고 계신 거 아니에요? 용건이 있으신 줄 알았는데!”

“용건은…….”

아딜로트가 눈썹을 찡그렸다. 그때 정신을 차린 세레니티가 끼어들었다.

“저는 신경 쓰지 마세요. 숨죽이고 있는 건 익숙하답니다.”

“신경 쓰여.”

“그럼 폐하의 용무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겠습니다.”

두 사람의 눈빛이 맞부딪쳤다. 세레니티가 생긋 웃었고, 아딜로트는 침대 위에서 내려와 나른하게 팔짱을 꼈다.

‘살려 줘!’

사이에 낀 미아만 죽을 맛이었다.

“대체 내가 얘랑 뭘 하든 네가 뭔 상관인데?”

“그래서 뭔갈 하시겠다고요?”

“한다고는 안 했어.”

“그럼 용무는 끝인가요? 미아, 돌아가요.”

물론 좀 과한 건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세레니티의 이런 반응이 잘못된 건 아니었다.

‘평범한 좋은 사람은 여자를 자기 침실에서 재우지 않으니까……. 알지. 아는데!’

일순 아딜로트의 이마에 핏줄이 돋아났다. 그러더니 순식간에 아직 의자에 앉아 있던 미아의 몸을 들쳐 안았다.

“놓고 너만 가지? 얘는 내 애완동물인데.”

“사람입니다, 폐하.”

“그래?”

아딜로트가 스산하게 눈을 빛냈다.

“그럼 그 사람이랑 이상한 거 할 거니까 넌 빠져.”

“억.”

미아의 고개가 휙 돌아갔다. 아딜로트는 태연했다.

“이상한 거 많이 할 거야. 그래서 네가 어쩔 건데? 지켜볼 거야?”

미아가 입을 막으려 들었으나 아딜로트는 기가 막히게 그것을 피하고서, 오히려 슬쩍 미아의 손을 잡아당겼다. 덕분에 미아는 사뿐 안기듯이 아딜로트의 품으로 끌려 들어갔다.

세레니티의 얼굴이 순식간에 달아올랐다.

“버, 벌써 그런 것까지!”

“그래. 그런 것까지.”

“설마 이런 거 저런 거 그런 것도……!?”

“어. 이런 거 저런 거 그런 거 다 할 건데?”

뭔데 그게! 당황한 미아와 달리 세레니티가 비틀거렸다.

“어, 어떻게 저렇게 귀엽고 순진한 분에게 그런……!”

“네가 사람이라며? 사람이면 사람답게 다양성을 존중해 줘야 하지 않나?”

“다, 다양성은 존중하지만 미아는……!”

“얘도 좋아할 거야.”

“꺄악!”

그러니까 대체 뭘!?

뜨거운 주전자처럼 달아오른 세레니티의 얼굴에서는 이제 김이 날 것 같았다.

“미, 미, 미아……! 미아도 좋아했던 건가요? 제, 제가 눈치 없이……!”

“잠깐! 둘 다 자꾸 대명사로만 대화하니까 대화가 이상해지잖아! 대체 이런 거 저런 거 그런 게 뭔데!?”

“꺄악!”

“비명 지를 타이밍 아니라니까!?”

“네 친구 머리가 좀 이상한 거 아냐?”

아딜로트는 그렇게 말한 뒤 설렁줄을 흔들었다. 그러자 시종들이 우르르 들어와 세레니티의 팔을 잡았다.

이미 혼절 직전까지 가게 된 세레니티는 반항할 생각조차 없어 보였다. 그런 그녀를 향해 아딜로트가 으스대듯 말했다.

“알겠지? 나는 얘랑 둘이서, 이런 거, 저런 거, 그런 거, 나쁜 거, 좋은 거, 종류별로 다 할 거니까, 이제 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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