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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 미발견 지역에서 꿀 빱니다-54화 (54/69)

< 맛집(2) >

맛집(2)

이번에 균열을 막으면서 자신감도, 전투의 감도 올랐겠다, 이 기세를 몰아쳐 아카식 트레이닝 4단계 트레이닝을 해보려고 했는데······.

“어서 오세요! 몇 분이세요? 네네, 잠시만요! 아, 어서 오세요! 지금 자리가 없어서 조금 기다리셔야 할 것 같은데······.”

왜 이렇게 장사가 잘되는 건데!

장착한 자본주의 미소는 이제 장착 해제가 불가능해졌다.

온종일 광대를 올리고 있으니, 그대로 근육이 굳어버려서.

눈물이 날 것같이 힘든데도 웃어야 한다니······.

물론, 그런 내 속마음과는 관계없이 손님은 계속 밀어닥쳤다.

딸랑, 딸랑.

“이야, 오픈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손님으로 북적북적하구만.”

“아, 잭 아저씨! 꿀 납품하러 오신 거예요?”

“그래. 그 김에 들렀지. 자리 있나?”

“아, 네. 한 자리 있어요. 들어오세요.”

양봉업자 잭을 비롯해 드워프 장인 다르곤 등 지인들도 방문하는 걸 넘어, 어디서 듣고 온 건지 어마어마한 손님이 몰려, 말 그대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중세 놈들, 어디에 인스타그램이라도 숨겨놨나? 대체 어디서 소문을 듣고 오는 거야?

그 의문에 대한 답은, 한 테이블에 앉은 손님들의 대화를 듣고 알 수 있었다.

“이야, 윈터우드가 상업 도시다 보니까 우리 같은 상인들 등쳐먹으려고 맛도 없는 걸 바가지 씌워 파는 식당들이 잔뜩이었는데, 이런 가게가 생겨 다행이구만.“

“그러게 말이야. 설마, 우리 라이벌인 포롬 상단주까지 나서서 추천해줄 줄이야.”

“이런 곳을 돈으로 혼내줘야, 다른 식당들이 정신을 차리지 않겠어?”

“으하하! 맞는 말이야! 아주 돈에 파묻혀서 죽게 만들어주자고!”

상인들은 마치 건배라도 하듯이 라면 그릇을 부딪치고는 국물을 삼켰다.

오픈한 지 얼마 안 됐는데도 손님이 너무 몰린다 싶었는데, 이런 사정이 있었구나?

물론 입소문을 타고 장사가 잘되는 건 좋은 일이다.

하지만 도저히 안 되겠어.

잘 먹고 잘살자고 하는 장사인데, 이러다간 일하다 죽겠다.

알바 좀 뽑아야겠어.

일이 끝난 후.

나는 벽에 눕듯이 기대앉으며, 주방을 향해서, 토니에게 말했다.

“토니. 우리 아무래도 종업원이 필요할 것 같아요. 이러다 진짜 사람 죽겠어요. 종업원 좀 모집해주세요.”

그러나 들려오는 대답이 없었다.

“토니? 토니! 잠깐 어딜 갔나?”

고개를 갸웃거리며 주방을 보고, 나는 화들짝 놀라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

주방 구석에서, 머리가 산발이 된 채 초점 잃은 눈으로 앉아있는 토니와 눈이 마주쳤거든.

“어후, 귀신인 줄 알았네. 토니, 괜찮아요?”

“저, 정수······ 저기, 저기 돌아가신 어머니가 보여요······ 저보고 오라고 손짓하셔요······.”

토니가 흐릿한 눈으로 웃으며 하늘로 손을 뻗었고, 나는 다급하게 토니의 손을 잡아 내렸다.

“정신 차려요, 토니! 물 좀 마시고요.”

“고마워요······.”

내가 조심스럽게 컵을 기울여주자, 토니는 물을 몇 모금 마시고는 벽에 등을 기댄 채 기절하듯 잠들어버렸다.

하긴, 서빙인 나도 이렇게 지치는데 주방인 토니는 어련하겠어.

“이거, 직원을 두 명은 뽑아야겠네.”

어쩌면, 두 명으로도 부족할지도 모르고.

그렇게 탑에서 나흘을 정신없이 보냈을까?

이상한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장사를 이딴 식으로 하면 어떡해! 당신네 간판이 우리 집 간판을 가리잖아! 우리는 굶어 죽으라는 거야?”

“예? 아니, 저렇게 한참 떨어져 있는데 어떻게 가린다는 거예요?”

“이 벽에 붙어서 보면, 이 집 간판 때문에 우리 집 간판이 안 보이잖아! 당장 떼!”

근처 상인들이 말도 안 되는 일로 트집을 잡는다든지.

“에잇, 씨! 무슨 음식 맛이 이래! 맵기만 하고, 맛대가리 하나도 없네! 이건 또 왜 이렇게 까매? 불길하─ 꺼억!”

다른 손님들에게 들리도록, 큰 소리로 맛없을 리 없는 음식 맛을 비난하고.

국물까지 다 긁어먹고 나서.

“대체 뭐 하는 사람들이야?”

내가 얼굴을 구기자, 오픈부터 매일매일 이곳을 찾았던 손님 중 한 명이 조용히 속삭였다.

“저 사람들, 다 이 근처에서 여관 겸 식당을 하는 놈들이야. 작정하고 담합 해서 상인들 바가지 씌우다가, 장사가 안되니까 심술부리는 거지.”

“아······ 어쩐지, 정말 말도 안 되는 일로 시비를 걸더라고요.”

“사장 양반, 조심하쇼. 저 인간들, 몰려다니면서 생떼 쓰는 실력이 보통이 아니니까.”

“감사합니다. 주의할게요.”

확실히, 손님의 말처럼 놈들의 시비는 계속됐다.

“거, 참! 음식물 쓰레기를 거기에 버리면 냄새가 심하잖아! 몰려다니는 고양이 떼는 또 어떻고? 시끄럽다고 손님들이 다 방을 빼잖아! 그쪽 때문에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야!”

나는 이마를 짚었다.

그렇게 골머리를 앓고 있을 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양이는 먹고 살려고 모여드는 거고. 분명, 쓰레기는 거기에 버리라고 되어있을 텐데? 일괄 수거해서 돼지 농장으로 보내지니까. 이 자가 무슨 불법이라도 저질렀나?”

“아! 기사단장님! 아가씨!”

다니엘과 플로라가 가게를 찾아왔다.

플로라는 탁! 소리가 들리게 쥘부채를 접으며 말했다.

“불법이 있다면, 백작가에서 직접 처벌하면 되겠군요. 이 가게 사장이 무슨 범죄라도 저질렀나요?”

“어, 그, 저······ 아, 아가씨 그게 아니라······.”

“그게 아니면, 무고한 자를 핍박하고 있었던 건가요? 다니엘. 이건 명백히 이권을 두고 벌이는 분쟁이라고 할 수 있겠죠?”

“예, 아가씨. 자신의 이득을 위해 이유 없이 타인을 핍박하고, 해하려 하는 자는 강도와 다름없는 처분을 받게 될 겁니다.”

다니엘의 살벌한 말에, 나에게 시비를 걸던 식당 주인은 창백한 안색으로 손사래를 쳤다.

“아, 아닙니다! 절대 아닙니다! 핍박이라니요! 해하려는 의도도 없습니다! 그저, 이웃끼리 잘살아보자고 작은 룰을······.”

“호오, 그 룰은 제국법 위에 있나? 흥미롭군. 혹시 제국민이 아닌 건가?”

다니엘이 한쪽 눈썹을 올리자, 식당 주인은 거의 발작을 하면서 연거푸 허리를 굽혔다.

“아, 아닙니다! 절대 아닙니다!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앞으로는 신경 써서 행동하겠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다니엘이 짧게 혀를 찼다.

“쯧. 가보게. 괜히 바쁜 사람 괴롭히지 말고.”

“예, 예! 물론입죠! 감사합니다!”

식당 주인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휑하니 사라져버렸다.

이야, 내가 뭐라고 할 때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귀찮게 하더니, 다니엘이 말하니까 금방 끝나네.

역시 이 세계는 계급이 깡패다.

“기사단장님, 플로라 아가씨, 감사합니다.”

“호호! 뭘요. 백작가의 영지 안에서 일어나는 일인데, 백작가가 나서서 해결해야죠. 그보다, 먼 길을 왔더니 배가 고픈데. 안에 자리가 있나요?”

“아, 예! 물론이죠. 조용한 방으로 모시겠습니다.”

나는 다니엘과 플로라를 식당 가장 안쪽, 다른 손님들과 분리된 공간으로 안내했다.

VIP룸을 원하는 손님들이 분명히 있으니까 말이지.

이곳은 종종 귀족들도 찾는 도시인 만큼, 앞으로 소문이 더 많이 나면, VIP룸을 찾기 시작할 거다.

“식사는 어떤 거로 하시겠어요?”

“가장 자신 있는 거로 두 개 줘요.”

“옙.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나는 토니에게 특별히 신경 쓴 특제라면 두 그릇을 부탁했다.

이내 있는 재료 없는 재료를 탈탈 털어 만든 특제 라면이 나왔고, 식탁에 올랐다.

플로라는 포크를 들고 라면을 돌돌 말아 먹더니, 눈이 커지다가, 이내 다니엘을 째려보았다.

“다니엘?”

“예, 아가씨.”

“나는 분해요.”

······어디서 들어본 말인데.

“예? 어떤 게 말씀이신······.”

“다니엘! 당신은 이 음식도 이미 먹어본 거죠? 어떻게 매번 이런 음식들을 나에게 숨길 수 있나요!”

“아, 아가씨. 지, 진정하시고······.”

“진정할 수가 없어요! 내가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 얼마나 큰 노력을 하는지 알면서도······.”

다니엘은 곧은 자세로 땀을 뻘뻘 흘렸고, 플로라는 라면을 계속해서 입에 넣으면서도 연설을 늘어놓았다.

저 아가씨도 참 대단하다니까.

고작 라면 한 그릇을 비우는 그 짧은 시간에 기사단장을 녹다운시켜버리다니.

하지만 다니엘. 다니엘도 내가 당했던 곤욕을 조금이라도 느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네요.

나는 필사적으로 웃음을 참으며 VIP룸 밖으로 나와, 다시 서빙을 시작했다.

그래도, 이렇게 사람이 모이고 평화로운 나날이 이어지니 축제 같은 느낌이 드네.

그렇게 장사가 끝난 뒤.

오늘도 남은 음식물을 버리려는데, 녀석들이 나타났다.

“왜용.”

“와옹.”

마을을 떠도는 도둑고양이들.

문제는, 녀석들의 레벨이었다.

【Lv.41 동네 고양이 얼룩이】

【Lv.42 동네 고양이 덜룩이】

“무슨 길고양이들 레벨이 40이 넘어가냐······.”

하긴, 변방 마을의 농부도 최소 레벨이 50인 세계다. 베테랑들은 70~80이고.

물론 이 녀석들은 거친 야생을 뛰어다니고 사냥도 하며 자란 진짜배기겠지.

문득, 가게를 찾았던 상인이 해주었던 말이 생각났다.

“이 동네에서 악명 높은 패거리야. 이 근방을 주름잡고 있지. 가게에 몰래 숨어들어서 물건을 부수고 식재료를 망가뜨리질 않나, 사람 해코지까지 하려는 녀석들이라니까?”

녀석들은 보통 따로 다니지만, 모이면 열 마리가 훌쩍 넘는 수라고 한다.

나도 이제 저놈들보단 레벨이 높지만, 크레이지 호넷 무리를 상대하면서 느꼈다.

다구리에 장사 없다는걸.

“왜옹.”

“캬아악!”

꿀꺽.

무슨 길냥이들이 팅팅 부은 게 아니라 근육으로 꽉 차 있어?

실전 압축 근육으로 꽉 찬 저 녀석들의 튼실한 앞다리를 보니, 뒤에서 냥냥펀치라도 당하면 꼼짝없이 암살당하겠는데?

“아무래도, 저 녀석들이랑 친해져야겠다.”

절대 무서워서가 아니라, 혹시라도 가게에 들어와 난리를 피울까 봐 이러는 거다.

암, 이제 갓 오픈한 가게인데, 고양이들이 망쳐놓기라도 하면 안 되지.

“하, 하하. 얼룩아, 덜룩아. 배고프니? 이거라도 먹을까?”

나는 라면에 들어갈 육수를 우리고 남은 북어포를 꺼냈다.

이런 상황을 대비해 따로 빼두었지.

“왜옹!”

“와아옹!”

녀석들이 골골거리며 내 다리에 얼굴을 비비기 시작했다.

“휴. 녀석들. 많이 배고팠구나? 자, 많이 먹어라.”

북어포를 한쪽 구석에 놓아주자, 녀석들은 그쪽으로 모여 식사를 시작했다.

“다음에 올라올 때 캣닙이나 츄르 같은 거라도 챙겨와야겠네.”

생각보다 거친 녀석들은 아니라서, 생각보다 빠르게 친해질 수 있을 것 같다.

원장님이 밥을 챙겨주시다 보니, 동네 길고양이들이 고아원을 자주 찾았는데, 그때 같이 고양이 밥을 챙겨본 경험이 있어서 고양이와 친해지는 방법은 잘 알거든.

“얘들아. 우리 가게에 해코지하면 안 된다? 앞으로 배고프면 쓰레기 뒤지지 말고, 우리 가게 뒤로 와. 쓰레기 뒤져놓으면 사람들이 싫어해.”

“와옹.”

녀석들은 알아들은 건지 뭔지, 북어포를 다 비우고 입가를 훑으며 답했다.

그러더니, 왔을 때처럼 훌쩍 담을 타고 좁은 틈으로 사라져버렸다.

“그래도 밥 주는 사람은 알아보는지, 해코지는 안 하네.”

고양이들이 사람 말을 알아듣는다고 하는데, 진짜라면 이제 음식물 쓰레기를 뒤져놓지는 않겠지.

*

“윈터우드의 민원 중 5할은 디멘션 울프 토벌 건이고, 5할은 식당 ‘라면의 정수’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 식당 때문에 대부분의 식당 운영에 차질이 생겼으니 해결해달라고······.”

“나도 글은 읽을 줄 아네! 그러니까 그게 대체 무슨 소리냐는 걸세! 왜 그런 사소한 분쟁을 백작가에게 상소하냐는 거야!”

다니엘은 차마 플로라와 함께 정수의 라면 가게에 갔었다는 이야기하지 못했다.

‘아마 나와 아가씨의 면전에 대고 상소하지는 못하니, 백작가로 상소를 넣은 거겠지. 편협한 작자들 같으니라고.’

백작은 고개를 젓다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나에게까지 이런 상소가 들리게 하다니, 더는 안 되겠군. 대체 그 정수라는 남부 놈이 어떤 놈인지, 내가 직접 가봐야겠네.”

“······모시겠습니다.”

다니엘은 외출을 준비하면서, 잠시 눈을 감았다.

‘정수, 미안하네. 이건 내 선에서 막아줄 수 없겠군. 하지만, 자네라면 충분히 백작님을 설득할 수 있으리라 믿네.’

한숨을 쉬며, 다니엘은 서둘러 준비를 마쳤다.

그렇게 마차에 오르려는데, 씩씩거리는 백작의 손등을 가득 채운 상처가 보였다.

“백작 각하, 손등을 가득 채운 그 상처는 대체 무엇입니까?”

“크흠! 걱정하지 말게. 별거 아니니. 그냥 어디 좀 긁혔네.”

죽은 아내가 두고 간 고양이 루시.

백작의 상처는 또다시 그 앙칼진 고양이와 친분을 쌓으려 했으나 실패한 흔적이었다.

저번에 얼굴을 긁힌 상처도 아직 다 낫지 않았는데, 백작의 체면이 있지, 도저히 고양이에게 또 당한 거라곤 말할 수 없었다.

백작은 씁쓸한 얼굴로 상처 가득한 손등을 내려보다가 고개를 저으며 마차에 올랐다.

“빨리 가기나 하지.”

다그닥, 다그닥.

마차는 순식간에 내달려 윈터우드에 도착했다.

마차가 ‘라면의 정수’ 앞에 멈추자마자, 시종이 내려 외쳤다.

“라이언 백작령의 주인이신 라이언 백작님께 예를 표하시오!”

그 소리에 화들짝 놀라 옮기던 짜장 라면을 떨어트릴 뻔한 정수는 딸꾹질하며 생각했다.

‘백작? 좆됐다. 기사단장 다니엘이 사단장이라면, 백작은 군단장쯤 되지 않을까? 우리 가게에는 갑자기 왜 온 거야?’

정수는 필사적으로 딸꾹질을 참으며 달려 나가 백작을 맞이했다.

“안녕하십니까, 백작님. 이 식당의 공동 경영인인 김정수라고 합니다. 이런 누추한 곳까지는 어쩐 일로 오셨는지······.”

백작은 마차에서 내리기 전, 김정수를 위아래로 쓱 훑어보더니 혀를 찼다.

“쯧.”

인사도 제대로 받아주지 않는 백작의 개무시. 무슨 이유에선지 밉보인 모양이었다.

정수는 순간 울컥했지만, 필사적으로 참았다.

마음에 안 들어도 이 도시의 주인인데 어쩌겠는가?

이곳은 계급이 깡패인데.

백작이 마차에서 내리자, 식당에서 우르르 나왔던 상인들과 주위의 식당 사장 같은 이들이 백작과 작은 면이라도 트기 위해 아양을 떨었다.

“백작님 덕분에 평안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덕분에 상행에 근심이 없습니다. 모두 백작님이 굽어살피신 덕이지요.”

정수는 매일 가게에 찾아와 괴롭히던 주민들이 백작을 칭송하는 것을 보며 헛웃음을 지었다.

‘저 새끼들, 맨날 백작가가 윈터우드는 방치한다고 개지랄을 하더니······ 하이에나 같은 새끼들.’

올라오는 욕을 꾹 참으며 정수가 웃음 지었다.

이제는 일부러 지으려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얼굴 근육에 각인 된 자본주의 미소였다.

“하하. 자, 백작님 누추하지만, 안으로 모시겠습니다. 안에서 이야기하시죠.”

“그러지.”

여전히 못마땅한 듯, 미묘하게 얼굴을 구긴 백작이 식당 안으로 들어가려던 때였다.

“왜용!”

“와아옹.”

동네 고양이들이 우르르 몰려오더니, 정수의 다리에 머리를 비벼댔다.

그 모습을 본 백작의 눈이 커졌고, 숨을 크게 들이켰다.

“얘들아, 지금은 안 돼! 조금만 이따 밥 챙겨줄 테니까, 가 있어.”

“와아옹!”

“왜옹.”

고양이들은 김정수의 말을 알아들은 듯이, 왔을 때처럼 순식간에 가게 뒤편으로 사라져버렸다.

“죄송합니다, 백작님. 놀라셨죠? 얼른 모시겠습니다.”

정수가 고개를 숙이며 식당으로 안내하려던 때.

백작이 버럭 고함을 질렀다.

“자네, 정수라고 했나?”

“예, 김정수라고 합니다.”

“정수 자네! 팔을 걷어보게!”

김정수는 얼떨결에 소매를 걷어 올렸다.

백작은 정수의 팔을 잡고 이리저리 돌리며, 무언가를 찾는 듯했다.

그러나, 이내 놀람과 허망함이 섞인 투로 중얼거렸다.

“없어······ 그 어떤 흉터도 없어. 이게 대체······.”

“예?”

“······대체 어떻게 한 건가!”

김정수는 속으로 생각했다.

‘백작가 사람들이 누굴 닮아서 맨날 목적어를 빼고 말하나 했더니, 백작이었네.’

하지만, 정수는 프로다.

어릴 적부터 돈을 벌기 위해서 궂은일을 전전하며 웃었던 그의 경력이, 입가에서 미소로 빛났다.

“하하······ 어떻게 하다니, 대체 어떤 걸 말씀하시는 겁니까?”

“고양이들에게 인기 있는 방법 말일세!!”

잠시, 시끄러웠던 거리에 정적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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