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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 미발견 지역에서 꿀 빱니다-53화 (53/69)
  • < 맛집(1) >

    맛집(1)

    균열 사태로부터 이틀이 지났다.

    “······혹시 내가 죽어서 꿈이라도 꾸는 거 아니겠지?”

    볼을 당겨보니 아프다.

    이 생생한 통각이 나를 기쁘게 한다.

    “살아 있네. 진짜 죽을 뻔했는데, 목숨 한 번쯤 걸어보길 잘했네.”

    나는 I-브릿지 시스템에서 발송된 메시지를 보며 헤벌쭉 웃었다.

    ─균열 처리 정산금이 수령되었습니다.

    내역 : 균열 사태 대응 및 기여도에 따른 포상금 및 부산물 1차 정산.

    정산금 : 2,100,000,000원.

    *메시지는 I-브릿지 내부망을 이용한 개인 채널로 전송되고 있습니다.

    무려 21억.

    아직 정산이 끝난 것도 아닌데, 1차 정산으로 무려 21억이라는 돈이 들어왔다.

    정체를 숨기고 활약한 탓에, 첫 신원 인증받기 위해서 I-브릿지에 ‘드래곤 아머’를 장착하고 들어가는 바람에 작은 소동이 있었다.

    그 이후에는 정산금을 I-브릿지 매니저가 대리 수령을 해서 새로운 개설한 ‘보안 계좌’로 보내주는 복잡하고도 웃긴 방식을 택해야 했고.

    귀찮긴 했지만, 그래도 처음 목적대로 내 정체를 숨기면서 균열을 막아냈고, 정산을 받는 데 성공했다.

    살면서 만져보리라고 생각한 적 없는 큰돈이 들어왔다.

    거기에다가, 내 원래 계좌에는 드워프 장인의 수제품, ‘흑철 전투 도끼’를 판매하며 정산받은 4억 7천만 원도 고스란히 남아 있다.

    추가로 데스 마우스 납품 대금 4억 5천만 원이 입금되면서, 지금 내 통장에는······.

    “30억 2천 7백만 원!”

    엄청난 거금이 모였다!

    “하지만, 이제 시작이지.”

    부족함이 없을 뿐, 쓰려고 한다면 순식간에 사라질 돈이다.

    아이들 교육비, 고아원 보수비용, 원장님 은퇴자금······.

    돈을 더 벌어야 할 이유는 차고 넘쳤지만, 벌어야 하는 만큼 벌여놓은 일도 많으니 걱정은 없었다.

    “좋아. 생각난 김에 아예 건물 리모델링도 좀 하자.”

    겨울에는 춥고 여름에는 덥고 틈만 나면 수도가 끊기는 등 수시로 문제가 생기는 고아원 시설을 갈아엎을 때가 됐지.

    요즘 내가 바쁘다 보니 일일이 점검하면서 고치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차라리 새 걸로 갈아버리고 말지.

    이제 통장에 여유도 있으니까.

    “잠깐, 그런데······ 지금 집이 너무 좁지 않나?”

    아직은 어린아이들이 많으니까 한 방을 여럿이서 쓴다고 하지만, 아이들이 크고 나면 개인 공간이 필요하다.

    거기에, 고아들은 이 순간에도 늘어나고 있다.

    새로운 가족이 늘어날 거란 말이지.

    그럼 아예 더 큰 건물을 짓는 것도 나쁘지 않겠는데?

    나는 고아원을 돌며 근처를 둘러보았다.

    “지금 터에 새로 짓기에는 몇 층을 올려도 부족하겠는데······.”

    위로 올리는 건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옆으로 넓혀야지.

    “아예 부지를 추가로 구매하자. 이제는 약초를 보관할 창고도 지어야지. 트레이닝 룸 같은 것도 있으면 좋을 것 같고.”

    98층의 트레이닝 룸에서 느낀 건, 마음 놓고 훈련을 할 수 있는 시설이 있는 것과 없는 것에 차이가 크다는 것이다.

    그래서 훈련 공간과 시설을 갖출 수 있는 대형 길드가 신인을 키우는 속도가 빠른 거기도 하고.

    여전히 아이들을 등탑자로 키우려는 생각은 없다.

    하지만, 민희를 통해 고아원에 트레이닝 붐이 불면서, 아이들이 확실히 활기차게 생활하며 부쩍 건강이 좋아졌다.

    큰형으로서, 이런 건 응원해줄 필요가 있겠지.

    “좋아. 천천히 하자. 일단 시설 교체부터 하고, 땅은 천천히 사 모아서 건물을 올리면 되니까.”

    나는 곧바로 관련 업체들을 불러, 보일러와 비가 새는 천장 보수, 타일 시공 등을 예약했다.

    꽤 많이 돈을 쓴 것 같은데도 들어간 돈은 2천만 원쯤.

    “아직 30억이 그대로 남았네.”

    아이들이 그렇게 불편해했는데, 진작 바꿔줄 걸 그랬다.

    그간 바쁘다는 핑계로 고아원 일에 소홀했는데, 앞으로는 신경을 더 써야지.

    그 이후로는 고아원 근처의 땅을 매입하기 위해 여기저기 전화를 돌렸다.

    어차피 우리 고아원 근방이라 대부분이 용도가 애매해졌다며 반쯤 버려둔 땅.

    대부분의 시세가 약초밭을 가꾸기 위해 구매했던 땅과 비슷한 가격이었다.

    “땅에는 일단 5억만 써서 주변 땅만 사두자. 먼저 해야 할 게 있으니까.”

    슬슬 지구에서도 약초 사업을 벌여야 할 때가 됐다. 사업 자금으로 남겨둬야 한다.

    그렇게 바삐 움직이고 있을 때, TV를 보고 있는 아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와, 진짜 대박이다.”

    “사람이 저렇게까지 강해질 수가 있구나.”

    “뭘 보길래?”

    내가 묻자, 광진이와 민수가 TV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며 답했다.

    “이거? 며칠 전에 시내에서 균열 사태 있었잖아. 전례 없던 큰 균열! 그거 막은 랭킹 1위 특집 영상이래!”

    “아 우리도 가서 봤어야 했는데! 버스 타고 15분 거린데!”

    철없는 소리에, 꿀밤을 먹일까 하다가 참았다.

    “전문가들이 분석하는 거라는데, 진짜 장난 아니다.”

    TV에서는 같은 장면을 몇 번이고 리플레이 하면서, 전문가들의 분석을 섞어내고 있었다.

    ─아, 지금! 지금 보이시는 이 강력한 전격 마법 보이십니까? 정확히 분석이 끝나지는 않았지만, 최소 레벨 80 이상의 고레벨 등탑자만이 이런 마법을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아닌데요.

    그거, 130레벨 짜린데요.

    ─그 마법보다 대단한 건, 역시 이 갑옷이겠죠. 몬스터의 비늘을 이어 만든 것 같은데, 레벨 50이 넘어가는 몬스터의 독침이 전혀 뚫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단한 보물이에요.

    TV에서는 갑옷을 두른 내가 크레이지 호넷들을 베어내는 모습이 나왔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민희가 소리쳤다.

    “와, 드래곤 마스크 진짜 멋있다!”

    “······뭐? 드, 드래곤 마스크?”

    “오빠, 몰라? 저 사람이 이름도 안 밝히고 홀연히 사라졌잖아. 그래서 사람들이 갑옷 모양을 보고 드래곤 마스크라는 별명으로 부르고 있어.”

    드래곤 마스크가 뭔데.

    마땅히 둘러댈 이름이 없어서 도망쳤을 뿐인데, 이렇게 촌스러운 별명이 붙었을 줄이야.

    다른 사람들은 뇌제니, 눈의 악몽이니 멋있는 별명이 있는데 왜 나만?

    무슨 쫄쫄이 입는 코믹스 영웅 이름 같잖아······.

    이럴 줄 알았으면 창피하지 않은 별명이라도 하나 생각해둘걸.

    내가 쪽팔림에 마른세수하고 있을 때, 광진이와 민수가 말을 이었다.

    “와, 랭킹 1위는 어떤 기분일까? 98층이라니. 거기다, 저렇게 강하면서도 대형 길드 놈들처럼 사람들 괴롭히기는커녕, 딱 균열만 막고 사라졌잖아.”

    “맞아. 진짜 대단한 사람이야. 미리 이 위기를 예측하고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여기 와있었을 수도 있대.”

    맞는 말이지만······ 사람들을 지킨다기보다 내 이익을 위해서 했던 일이다.

    이렇게 띄워주니 듣는 당사자가 조금 뻘쭘하네.

    그때, 다용도실을 지나가시던 원장님이 TV를 보시곤 한마디를 거드셨다.

    “그래. 대단한 사람이지. 자기 목숨을 내던져서 얼마나 많은 사람을 구한 건지······ 그렇게 큰 난리가 났는데, 사상자가 거의 없다고 하더구나. 진짜 영웅이지.”

    “하, 하하. 그, 그쵸. 대단한 사람이에요.”

    원장님까지 저렇게 말씀하시니, 맞장구를 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어색한 건 역시 어쩔 수가 없네.

    나는 도망치듯 밖으로 나와, 약초밭을 둘러보았다.

    “후, 영웅 놀이는 내 적성이 아니고. 장사나 계속해야······ 장사는 언제부터 적성이었더라?”

    어쨌든, 25억 원이라는 돈을 남겨둔 이유.

    그건, 본격적으로 약초 사업을 시작하기 위함이었다.

    약초는 이미 출하가 가능한 상태.

    그래서, 나는 한솔이에게 와달라고 했고, 몇 시간 뒤 한솔이의 차가 고아원 마당으로 들어왔다.

    “여어, 김 사장.”

    “여, 왔냐? 어? 한수 형?”

    한수 형도 같이 왔네?

    “정수, 너 이 녀석! 언제 이런 밭을 만들어 둔 거냐? 대체 어떻게 한 거야!”

    “하하······.”

    한수 형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꼬치꼬치 캐물었다. 저 서리 밭은 어떻게 조성했고, 마력토는 또 어떻게 조성했는지.

    나는 대충 둘러댔다.

    요즘 말할 수 없는 게 너무 많아서 둘러대는 기술이 늘었단 말이지.

    “뭐가 됐든, 이래서 자신 있게 약초 판매 루트도 뚫어달라고 한 거구나?”

    “뭐, 그렇죠. 밭이 완성되면 말씀드리려고 했는데, 말씀드릴 시기가 조금 늦었네요.”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이제······ 어마어마하게 큰돈이 들어올 거라는 게 중요하지.”

    한수 형은 씩 웃으며 내 어깨를 두드렸다.

    “이해해주시니 감사하네요. 그래서 말인데, 한솔이 좀 빌릴게요.”

    “그래. 뭐, 요즘은 이 녀석 없어도 길드가 굴러갈 정도로 전문가들을 불러놨으니까.”

    “형, 말 진짜 서운하게 한다.”

    “이 자식아, 너 생각해서 하는 말이야. 돈도 많이 못 받고 길드 업무에 치일래, 아니면 약초밭 관리하면서 돈이라도 많이 벌래?”

    “어후, 씨. 길드 관리하느니 약초밭 관리하고 말지. 김 대표님, 출하는 언제부터 시작할까요?

    자연스럽게 내 옆에 붙어 말하는 한솔이를 보며 한참을 웃다가, 우리는 약초 사업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초기 자금은 10억 원쯤.

    이후에 추가 투입하겠지만, 당장 약초를 보관할 창고와 약초에 능통한 사람을 구하고 유통망을 세울 비용이었다.

    한솔이는 그간 구상해둔 사업안을 설명해주었다.

    인력 배치부터 유통 과정이나 사업 확장안까지 꽤 자세하고 촘촘하게 짜여 있었다.

    녀석, 한동안 길드 경영을 도맡아서 해서 그런지, 이쪽으로는 빠삭한데?

    설명을 마친 한솔이는 내 어깨를 두드렸다.

    “나머지는 내가 처리해둘 테니까, 너는 걱정하지 말고 탑에 갔다 와도 돼.”

    “그래. 고맙다.”

    “하지만, 조심해라. 요즘 등탑자들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고 하니까.”

    “등탑자들이?”

    내 물음에 답한 건, 한수 형이었다.

    “드래곤 마스크 때문이야.”

    “드, 드래곤 마스크가 왜요?”

    “한국의 랭킹 1위 박진혁을 우습게 꺾고, 세계 1위까지 차지한 놈이 나타났어. 그것도, 단 한 번도 본 적 없던 어마어마한 아이템과 스킬로 무장한 채로.”

    “아? 그래서요?”

    알 듯 말 듯 하네.

    그거랑 무슨 관련이지?

    “이 녀석은 가끔 보면 욕심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모르겠네.”

    한수 형은 피식 웃다가 굳은 얼굴로 말을 이었다.

    “그게 등탑자들을 자극한 거지. 위로 향하려는 욕구. 대형 길드가 독식하는 구조 때문에 느슨해졌던 그 욕망에 불을 지른 거야. 드래곤 마스크가.”

    “아······.”

    “뭐, 좋은 일이지. 등탑 산업이 커질 테니 약초는 더 잘 팔릴 거고, 전체적인 등탑자들의 수준이 오르면 균열에 대응하기도 수월해질 거고, 결국 사람이 덜 죽는다. 선순환이야.”

    “그렇게 될 수도 있겠네요.”

    모든 게 다 잘 풀리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 같다.

    처음에는 드래곤 마스크라는 별명과 사람들의 칭찬에 닭살이 돋고 뻘쭘했는데, 점점 기분이 좋네.

    “자, 그럼 우리도 선순환을 돌리러 가보자고.”

    한수 형과 한솔이 떠난 뒤.

    자꾸만 한수 형과 원장님, 그리고 아이들의 말이 생각나 피식, 웃음이 나왔다.

    “영웅, 이라······.”

    나쁘지 않을지도?

    그러다, 복도에서 마주친 민희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오빠, 왜 또 바보같이 웃어?”

    “어? 내가?”

    “응. 저번부터 자꾸 바보같이 웃더라. 요즘 든든하긴 한데 그렇게 웃고 있으니까 확 깨네. 등탑하다가 어디를 잘못 맞았나? 드래곤 마스크 반만 닮았어도 걱정할 일이 없을 텐데.”

    민희가 고개를 저으면서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네 오빠가 드래곤 마스크다, 이 녀석아.”

    물론, 누구에게도 말을 할 수는 없지만.

    그렇게 방으로 들어와서도 나 혼자만의 비밀을 즐기며 휴식을 즐기려는 차.

    인터넷 뉴스 기사를 보고는 기분이 가라앉았다.

    ─브라질, 대규모 균열 사태로 사상자 약 10,000명 발생.

    ─한국에 발생한 세 개의 균열. 대재앙의 전조인가?

    ─전 세계 랭킹 1위, 드래곤 마스크에게 쏟아지는 해외의 구조 요청.

    분명히, 내가 계획하고 대비하는 일들은 문제없이 굴러가고 있다.

    이번에 세 개의 균열을 막아내면서, 내 능력을 확인하며 자신감도 올랐고.

    하지만, 내 능력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나니 보이는 것들이 있었다.

    세상에 균열은 늘어나고 있다.

    이번 세 균열 사태는 운 좋게도, 내가 먼저 목격했기에 막을 수 있었던 일.

    다시 말하면, 전 세계 단위에서는 속수무책으로 균열에 당하며 멸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이야기다.

    “하아. 내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균열만 막고 다닐 수도 없고.”

    아니, 그렇게 한다고 해도 다 막는 건 무리다.

    이번 균열 사태를 막기 위해 어마어마한 돈과 시간을 사용했다.

    나는 내 능력의 한계를 명확하게 알고 있다.

    이건, 명백히 내가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렇게 깊은 고민 속으로 빠져들려는 찰나.

    댓글이 보였다.

    ─드래곤 마스크 이 새끼 ㅋㅋ 돈 되는 것만 하고 싹 빠지네. 해외는 안 도와주냐?

    └야, 드래곤 마스크는 뭐 몸이 천 개냐? 뭐 혼자서 얼마나 더 구해야 해?

    └윗댓 공감. 한국에서도 딱 한 번 막고 사라졌음. 아마 탑에 급한 일이 있는 듯.

    └ㄹㅇ로. 근본적인 해결책은 생각 안 하고 맡기려고만 하네. 이거 해결하려면 등탑자들이 전반적으로 강해지는 수밖에 없다.

    중간중간, 나를 비난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대부분이 옹호하는 글.

    역시, 한수 형과 같은 논리로 등탑자들이 의욕을 되찾고 강해지기 위해 목숨을 걸고 있다는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다.

    “모르는 사람들까지 편들어주네.”

    원래, 내 편이라고는 고아원 밖에 없었는데.

    나는 피식 웃으면서도, 댓글을 곱씹었다.

    “근본적인 해결책이라······.”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내가 할 수 있는 것 중에, 무엇을 해야 사람들이, 내 식구들이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답은 하나다.

    98층의 자원을 지구로 가져와 등탑자들의 역량을 끌어올리는 것.

    “답을 알았으면, 지체할 필요가 없지.”

    나는 다시 탑을 오른다.

    *

    딸랑, 딸랑.

    “어서 오세요!”

    돈을 벌기 위해 자본주의 미소로 무장한 얼굴과 공손한 손.

    나는 비장한 마음으로, 98층 윈터우드에 라면 가게를 오픈했다.

    이건 절대 구멍가게 장사가 아니라, 지구를 구하기 위한 자본을 마련하기 위해 하는 숙원 사업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입꼬리에 경련이 일어날 것 같아도 버틸 수 있었다.

    “이야, 사람이 바글바글하네. 자리가 있으려나?”

    “몇 분이세요?”

    “아, 셋이오.”

    “10분만 기다리시면 자리 금방 납니다.”

    분식집의 가장 큰 장점.

    그건, 회전률이 좋다는 거지.

    손님들은 얼굴을 마주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야 기다릴 수 있지. 이 김에 먹어보자고. 손님이 많을 때는 한 시간도 넘게 기다려야 한다던데.”

    “여기가 그 성격 까탈스러운 드워프 장인도 인정한 맛집이라는데, 그 정도 가치는 있겠지.”

    “그래. 기다리자고. 들어와서 냄새를 맡아보니까, 확실히 그냥 돌아가지는 못하겠어.”

    “감사합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나는 방긋 웃으면서, 저쪽에서 나를 부르는 손님들에게 다가갔다.

    “주문이요!”

    “아, 네. 어떤 거로 드릴까요?”

    “뭐가 맛있어요?”

    “간편하게 드실 수 있는 건 컵라면이고, 조금 더 든든하게 드시려면 특제 라면이나 해물 맛이 나는 라면도 있고, 고소하고 짭짤한 감칠맛이 나는 짜장 라면, 떡과 같이 볶은 라볶이 같은 것도 맛있어요.”

    “이것, 참······ 다 처음 들어보는 것들이라 뭘 시켜야 할지 모르겠네.”

    “그럴 땐 하나씩 시켜서 나눠 드셔보시는 것도 좋아요.”

    “그럼 그렇게 하죠. 메뉴에 있는 거 싹 다 하나씩 주세요.”

    나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주방을 향해 외쳤다.

    “토니! 여기 전 메뉴 주문 있어요!”

    “예!”

    주방에 있는 토니는 쉴 시간도 없이 계속해서 라면을 끓였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손님이 끊이지 않으니 활기를 찾은 듯, 어마어마한 속도로 라면을 끓여내니 다행이지만.

    물론, 그렇게 열심히 하는 만큼 장사는 대박이 났다.

    “오늘 매출이······ 2천 골드?!”

    “하, 하하······ 정수, 아직도 꿈을 꾸는 것 같아요. 2천 골드라니······.”

    드워프제 무기 B++ 등급이 개당 1만 골드 정도였다.

    그걸 지구에서 경매에 내놓으면 4~5억이 나왔고.

    5일이면 1만 골드라고 치면······ 한 달이면 6만 골드, 드워프제 무기 6개.

    “30억 정도잖아?”

    물론 토니의 월급 등 빼야할 비용이 있다쳐도, 대부분은 나한테 떨어진다.

    만약 다음에 내려갈 때, 인벤토리를 드워프제 무기로 가득 채울 수만 있다면······.

    “······대체 얼마냐?”

    감도 잘 안 온다.

    또한, 이 매출은 앞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그리고 가게를 키우면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갈 것이다.

    토니는 찔끔 나온 눈물을 소매로 툭툭 닦았다.

    물론, 그 옆에 있는 내 광대도 내려올 생각이 없었다.

    지구를 무장시킬 자본금이 모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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