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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 미발견 지역에서 꿀 빱니다-52화 (52/69)
  • 데뷔전(3)

    왜애애앵!

    하늘을 가득 채운 크레이지 호넷 사이로, 몇 개의 드론이 날아다니며 도시의 전경을 촬영했다.

    ─여기는 경기도 광주 도심입니다! 지역 치안 담당 길드 이임식과 지역축제가 열리고 있던 도중 균열이 발발했습니다! 세 개의 균열이 동시에 발생한 전례 없는 대규모 균열 사태로 현장은 아수라장이 되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정체불명의 보라색 연기가 도시 곳곳에 피어오르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피난하는 사람들을 찍던 드론은 방향을 바꿔서 하늘을, 그곳을 수놓고 있는 몬스터 떼거리를 앵글에 담았다.

    ─균열에서 등장한 몬스터는 말벌과 같은 생김새에 포악함과 공격성을 가진 크레이지 호넷으로 판단됩니다! 더 충격적인 것은, 기존에 알려진 레벨보다 더욱 높은 레벨과 큰 몸집을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야말로······ 재앙입니다!─

    그때, 카메라에 이상한 움직임이 포착됐다.

    사람들을 덮치기 위해 쏟아지던 말벌 떼가 일제히 한곳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으니까.

    ─어······ 지금, 호넷들이 이상 증세를 보이며 일제히 어디론가 모이고 있습니다. 도심 가장 높은 빌딩의 옥상으로 추측되니, 근처에 계신 분들은 안내에 따라 대피하시기 바랍니다!─

    드론은 빌딩 옥상 높이까지 날아올라서, 먼 곳에서 클로즈업했다.

    그곳에는 회색 망토를 두른 사람이 서 있었고, 곧 그를 향해 말벌들이 달려들기 시작했다.

    챙, 채쟁!

    말벌들이 독침을 찔러댔지만, 남자는 덤덤히 서서 그 침들을 견뎌냈다.

    그의 몸을 둘러싸고 있는 신비로운 갑주 덕분인 듯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오히려, 남자를 공격한 벌들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화르륵!

    ─크레이지 호넷들이 공격 중인 빌딩 옥상에 사람이 서 있습니다! 신원 불명인 이 등탑자는 호넷들의 무차별적인 공격에도 덤덤하게 버티고 있습니다! 대단하긴 하지만, 점점 더 많은 호넷이 달려들고 있는 것으로 보아, 오래 버티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그때였다.

    번쩍!

    남자의 품에서 무언가가 번쩍이며, 하늘에 먹구름이 몰려왔다.

    콰르르릉─!

    그리고 번개다발을 쏟아냈으니······.

    ─미, 믿을 수 없는 광경입니다! 난데없이 번개의 폭풍이 몰아치고 있습니다! 마법일까요? 규모가 굉장히 큽니다!─

    드론은 마법의 영향에서 벗어나기 위해 빠르게 비행했다.

    카메라에 담긴 세상이 흑과 백으로 점등했다.

    수십 번 연달아서.

    이내 휘청거리던 화면이 안정되자, 새까맣게 탄 채 하늘에서 떨어지는 벌의 비가 내리고 있었다.

    ─아아······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마법 한 번에 벌떼의 절반······ 아니, 삼 분의 이가 소멸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남자는 거기에 만족하지 않는다는 듯 검을 꺼내 들었다.

    그러더니······.

    푸욱!

    일격에 말벌을 찔러 죽이기 시작했다.

    그 방송을 시청하고 있던 대한민국 랭킹 1위, 박진혁이 중얼거렸다.

    “저 녀석이다. 98층.”

    ·

    ·

    ·

    콰르르릉─!

    연달아 울리는 천둥에, 시내 외곽의 한 한우 식당에서 거대한 덩치를 가진 사내들이 우르르 뛰쳐나왔다.

    “이게 무슨 일이야?”

    “박한수. 왜 여기 있지?”

    그렇게 물은 건 다름 아닌 강무진이었다.

    그 역시 맞은편 카페에서 막 나온 참이었다.

    박한수가 깜짝 놀라며 물었다.

    “어? 청장님 아니십니까? 저희는 잠시 회식을······ 근데, 이게 대체 무슨 일입니까?”

    “균열이다. 무려 세 개가 동시에 열린 균열.”

    “예?! 그럼 큰일 난 거 아닙니까? 균열이 세 개라니! 그런 건 한 번도 일어난 적이 없잖아요!”

    박한수의 호들갑에도 강무진은 덤덤히 어딘가를 가리켰다.

    “걱정하지 마라. 누가 방금 해결해버렸으니까.”

    “방금 그 벼락 마법······ 설마, 뇌제가 온 겁니까?”

    강무진은 고개를 내젓고 하늘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몬스터의 비와 함께 서서히 사라지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벼락 폭풍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뇌제라면 뇌제겠지.”

    “네?”

    “이번에 뇌제라는 이름을 다른 이가 가져갈 것 같거든.”

    모두가 그 장면을 넋을 놓은 채 바라보고 있었다.

    *

    마법 스크롤 ‘썬더 스톰’을 사용하자, 대부분의 크레이지 호넷이 나가떨어졌다.

    하지만 아직 꽤 많은 수의 호넷이 남아 있었기에, 나는 검을 뽑아 들고 달려드는 녀석들을 상대했다.

    캉, 카앙!

    검으로 녀석들의 침을 튕겨내는 것과 동시에, 양봉업자 잭이 말해줬던 녀석들의 급소를 노린다.

    머리와 배의 연결부.

    공중에서 휘청거리는 놈들의 급소를 노리는 건, 관절을 이리저리 비트는 목각인형을 상대하는 것보다 간단했다.

    그러나 새까맣게 몰려드는 호넷 한 마리 한 마리가 나와 비슷한 레벨이거나 조금 더 높은 수준.

    당연히 어마어마한 경험치를 가져다주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

    .

    .

    *광전사가 발동 중입니다.

    ─현재 근력 20% 상승.

    ─현재 체력 20% 상승.

    아카식 트레이닝 룸에서 24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두들겨 맞은 끝에 얻었던 히든 스킬 ‘광전사.’

    얼마나 싸웠는지, 광전사 스킬이 어마어마한 버프를 걸어주었고, 지쳐가면서 신체 능력이 강화되는 게 느껴졌다.

    하지만, 역시 다구리에 장사 없는 건가?

    쉴 틈 없이 이어지는 전투에, 점차 놈들의 공격이 위협적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푸욱!

    “크으, 독한 놈들. 결국, 망토를 뚫어버렸네.”

    잭이 내어준 망토는 거의 넝마가 되어버렸지만, 나에게는 무려 S++등급의 전신 방어구, 드래곤 아머가 있다.

    마나를 불어넣을수록 가볍고 단단해지며, 일부 파괴가 되어도 자동 수복되며 오히려, 공격한 상대를 불태우는 사기급 아이템이.

    화르륵!

    드래곤 아머에 침을 꽂은 크레이지 호넷이 불타오른다.

    또한 ‘차원의 틈’에 채워 넣은 포션.

    그걸로 얻은 마나 회복 속도 상승 버프 효과로, 미친 듯이 빠르게 차오르는 마나는 드래곤 아머의 스킬, ‘경화’와 ‘자동 수복’이 끊기지 않게 해주었다.

    물론, 녀석들의 공격을 받아 자동 수복이 이루어질 때마다 마나가 쭉쭉 깎여나갔지만.

    “썬더 볼트!”

    파지지지직!

    마법을 쓰거나, 오러를 사용할 때는 마나 하트가 쪼그라드는 느낌이 들었다.

    마나가 바닥이 나고 있다는 것을 경고하는 것이었다.

    그래도 이럴 때를 대비해서 98층에 사 와 ‘차원의 틈’에 넣어둔 마나 포션들은 전부 최상급으로 준비해뒀다.

    철걱.

    투구의 아랫부분을 내려, 입만 드러내 포션을 마셨다.

    꿀꺽, 꿀꺽!

    그 잠깐의 틈에도 크레이지 호넷들이 공격을 계속했다.

    얼굴을 노리고 달려드는 놈들을 피해, 빠르게 등을 가져다 댔다.

    카아앙─!

    화르륵!

    공격한 놈들이 불에 타오르지만, 녀석들은 불나방이라도 되는 것처럼 동료가 죽어 나간 자리를 채우며 계속해서 밀려들었다.

    “귀찮은 놈들! 쇼크웨이브!”

    우우웅, 콰아앙!

    강력한 충격파가 녀석들의 날개와 함께 외갑을 찢어버렸다.

    하지만, 이렇게 버티는 것에도 한계가 있었다.

    【경고, 과다한 마나 흡수로 마나 하트가 과부하 상태입니다】

    두근, 두근.

    “크으으······.”

    마치 카페인을 과다 복용이라도 한 것처럼 가슴팍이 죄어온다.

    “썬더 스톰을 사용한 후폭풍이 너무 커.”

    강력한 마법을 적은 제약으로 구현할 수 있는 것이 마법 스크롤의 장점이지만, 역시 내가 감히 감당하기 힘든 힘.

    마법을 빌려왔다고 한들 내가 컨트롤할 능력이 되어야 하는데 그 정도 능력은 되지 못해서 생기는 일이다.

    윌리엄이 조심해서 사용하라고 한 것도 이런 점이겠지.

    두근!

    마나를 쥐어 짜내고 또 쥐어 짜내자 마나 하트가 강하게 박동하는 게 당장이라도 터질 것만 같았다.

    하지만, 한 번만 더 버티면 된다.

    콰드득!

    또 한 마리의 크레이지 호넷을 베어내고, 이제 남은 벌들이 얼마 되지 않던 때.

    우우웅─!

    허공에 고요히 떠 있던 검붉은 소용돌이가, 맹렬히 회전하며, 몸집을 키우기 시작했다.

    파직, 파지직!

    거대한 무언가를 뱉어내려는 듯, 박동하는 소용돌이.

    “이제, 놈들이 오겠지.”

    마지막 난관이 시작된다.

    ─크아아아악!

    고막이 찢어질 듯 들려오는 괴성과 제트기라도 나타난 듯 울리는 날갯짓 소리.

    【Lv.75 크레이지 호넷 퀸】

    말벌 왕국의 주인.

    몸체는 거의 사람만 하고, 강력한 턱은 주위의 가로등을 무 자르듯 잘라버린다.

    콰직!

    모습을 드러난 크레이지 호넷 퀸 세 마리가 어마어마한 존재감을 떨치기 시작했다.

    “좋아, 해보자고!”

    나는 마지막 카드, 로열젤리를 꺼냈다.

    여왕벌은 이거에 환장한댔지.

    아니나 다를까, 허공에 로열젤리가 흩뿌려지자, 녀석들이 이내 반응하며 내가 있는 곳을 향해 맹렬하게 날아오기 시작했다.

    웨에에엥!

    마치 거대한 미사일이라도 쏘아지듯 날아오는 녀석들.

    하지만, 그래 봐야 98층에서는 너네도 해충에 불과하잖아?

    “내가 박멸해주지!”

    세 놈이 다가오는 타이밍에 맞춰, 나는 마나 포션을 마신 후 ‘썬더 스톰’의 스크롤을 하나 더 꺼냈다.

    그리고, 녀석들이 범위 안에 들어왔을 때.

    찌이익, 쿠르르르릉!

    다시 한번, 대재앙을 불러왔다.

    콰르르릉!

    다시금 몰아치는 번개의 폭풍.

    도시를 집어삼킬 것처럼, 흉포하다.

    거기에 휘말린 녀석들이 번개를 피하려 이리저리 회피기동을 해보지만, 어림없지!

    “썬더 볼트!”

    나는 전격 마법을 쏘아내, 다시 번개와 번개를 그물처럼 촘촘하게 엮었다.

    이는 ‘마법 파훼’를 통해서 고안해낸 일종의 응용법이었다.

    내가 전류 마법 전공인 만큼, 전류를 통제하는 데는, 이제 좀 일가견이 있거든!

    파지지직!

    마법이 적중되고, 마치 전기 파리채에 맞기라도 한 듯 바르르─ 떠는 녀석들.

    “됐다!”

    하지만, 녀석들은 일격에 죽지 않았다.

    역시, 보스는 보스라는 건가?

    하지만, 이럴 때를 대비해서 구비 해놓은 게 있지.

    철걱.

    나는 투척용 재블린을 꺼냈다.

    2m에 가까운 길이에, 가볍고 튼튼한 쇠로 만든 드워프 장인 특제품.

    나는 그걸 분신에게 건네준 뒤, 마나를 담아 던지게 했다.

    나를 향해서.

    후우웅!

    나는 양손 검을 마치 야구 배트처럼 잡고 허리를 틀었다.

    “흐읍, 마나 붐!”

    콰아아앙─!

    단검을 쳐낼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하게 느껴지는 반발감.

    어깨가 나갈 것 같지만, 이를 악물고 재블린을 밀어냈다.

    그리고, 투척용 창이 어마어마한 속도로 허공을 갈랐다.

    피이잉─!

    소닉붐이 보이는 착각이라도 들 정도로 빠르게 날아간 투창.

    호넷 퀸은 번개의 그물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날갯짓에 박차를 가했지만, 이미 늦었다.

    콰지직!

    날아간 창이 한 놈의 머리를 부수며 그 시체와 함께 땅으로 떨어진다.

    나는 곧바로 다음 창을 쳐냈다.

    쾅, 콰아앙─!!

    날아간 두 발의 창이 크레이지 호넷 퀸에 적중했다.

    하지만······.

    퍼억!

    처음 죽은 놈과 마찬가지로 머리가 깨져버린 호넷 퀸과 달리, 마지막 한 놈은 몸을 비틀어 머리를 살리고 날개를 포기했다.

    파르르!

    거대한 덩치의 여왕 말벌이 날개 하나로 낙하 속도를 줄이며,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아직 사람들이 대피하고 있는 중심가를 향해서.

    “젠장!”

    나는 ‘그림자 은신’을 사용해, 빠르게 건물 1층에 도착했다.

    하지만, 그 짧은 사이에 놈은 이미 사람들을 향해서, 강철도 잘라내는 턱을 들이밀고 있었다.

    “키아아아악!”

    “꺄아악!”

    “사, 살려주세요!”

    콰르르르!

    녀석이 벌침을 휘두르고 턱을 휘두를 때마다, 쇠가 잘리고 아스팔트가 통째로 뒤집힌다.

    나는 사람들의 그림자 속으로 분신을 보냈다.

    “벽!”

    쿵!

    분신이 ‘강철 바위 방패’를 바닥에 찍자 바위로 만든 벽이 올라오며, 사람들과 크레이지 호넷 퀸을 분리했다.

    그 탓에 사냥에 실패한 녀석이 분노한 듯, 턱으로 바위의 벽을 깨부수기 시작했다.

    쿠르르······.

    바위로 만든 벽은 순식간에 무너져내렸다.

    하지만, 민간인들이 대피할 시간을 벌기엔 충분하지.

    그리고······.

    “마나 붐!”

    분신이 마나를 담은 그림자 암수를 나에게 던질 시간도 말이야.

    콰아앙─!

    재블린보다 가벼울지언정, 어마어마한 속도로 날아간 작은 단검은 표적을 놓치는 일이 없었다.

    퍼억!!

    시원하게 깨져나가는 크레이지 호넷 퀸의 골통.

    쿠우웅!

    마침내, 마지막 놈이 바닥에 쓰러졌다.

    먼지가 피어오르며, 내 주변을 에워쌌다.

    용갑 위로 틱틱, 거리며 돌조각이 튀기는 소리가 들렸다.

    다리가 후들거렸다.

    거의 주저앉을 뻔했지만, 가로등을 붙잡고 버텼다.

    “하아, 하아. 해냈다······.”

    준비한 모든 것을 사용했다.

    스크롤은 물론이고,

    포션, 스킬, 장비 아이템······.

    피로와 탈력감이 몰려와 금방이라도 기절할 것 같네.

    하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일대로 사람들이 몰려온다.

    각성자들이었다.

    그중에서는 강무진도 있었다.

    내 예상대로 인근에 있던 그는, 빠르게 대응팀을 소집해서 대응에 나섰다.

    “여기는 헤드. 현 시간 부, 도시 중심에 집합, 범위를 넓히며 민간인 구출과 몬스터 잔당 토벌에 착수한다.”

    부우웅!

    그와 동시에, 정부 요원들이 탄 차 몇 대가 밀려오며 여왕벌의 사체를 향해서 몰려드는, 잔존 크레이지 호넷들에게 대응하기 시작했다.

    물론, 이 근방에 있던 온갖 길드도 함께.

    “서리 길드는 최고 공헌자를 도와 잔당을 처리한다!”

    한슬기와 서리길드였다.

    그 뒤를 이어 길드원의 절반은 사라진 태산 길드가 나타났다.

    “젠장, 독에 대응만 가능했어도······ 태산은 서리 길드를 서포트 하면서, 민간인의 대피를 돕는다! 아직 몬스터가 남았으니까, 방심하지 마라!”

    마지막으로 한수 형과 투견 길드까지.

    “투견도 서리 길드를 서포트 한다! 고기 먹다가 이게 무슨 짓이야?”

    이 사람들에게 맡기면, 현장 정리는 깔끔하게 끝나겠지.

    나는 조용히 이곳을 빠져나가려 했지만······.

    부우웅!

    뒤에서 들려오는 날갯짓 소리에, 반사적으로 검을 뽑으려 했다.

    그런데─

    “드론?”

    방금까지 멀리서 건물 옥상을 찍고 있던 드론들이 일제히 지상 가까이 내려와서, 지상의 전투 현장을 찍고 있었다.

    잠깐만, 그런데 자세히 보니 카메라가 찍고 있는 건 쓰러진 호넷이 아니라······.

    “나야?”

    시험 삼아 옆으로 한 발자국을 움직여보자, 드론들의 카메라가 동시에 움직였다.

    그리고 느껴지는 시선들.

    나는 드론에서 눈을 옮겨, 주위를 돌아보았다.

    강무진, 한슬기, 태산의 팀장, 한수 형, 길드 소속 등탑자들, 피난하던 민간인들······.

    그 모두가, 숨을 죽인 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누군가가 외쳤다.

    “당신은 누구죠?”

    균열을 막기 위해서 모든 걸 준비했지만······ 질의응답은 안 준비했는데······.

    “······.”

    정체가 뭐냐고?

    그걸 알려줄 것 같으면, 내가 이런 얼굴도 안 보이는 투구를 쓰고 있겠냐?

    하지만, 모두의 공통적인 궁금증인 듯, 전신이 따끔할 정도로 대답을 종용하는 시선이 느껴졌다.

    아, 씨. 대충 있어 보이게 말해야겠다.

    아, 아까 한슬기에게 정체를 들킬 뻔했으니 목소리 좀 가다듬고······.

    “······위기는 이제 시작입니다. 누군가 우리의 세계를 노리고 있습니다. 경계하고, 대비하고, 연합해야 합니다.”

    이 균열이 누군가가 유도한 것이란 걸, 나만이 알고 있다.

    그 사실을 공표하기에는 아직 이르지마는, 경고해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너무 모호했나?

    아니나 다를까, 그 말에는 아무런 반응도 돌아오지 않았다.

    아, 씨! 하지 말걸!

    나는 빠르게 그림자 은신을 사용, 그림자 속으로 숨어들었다.

    진짜 들어갈 쥐구멍이 있어서 다행이지, 내가 아까 뭐라고 한 거야?

    당황해서 두서없이 헛소리했네.

    얼굴이 괜히 화끈거렸다.

    ·

    ·

    ·

    그런데, 다음날.

    전 세계의 언론이 내 헛소리를 퍼 나르기 시작했다.

    ─위기를 구한 익명의 영웅, 경계하고, 대비하고, 연합하라.

    ─98층의 랭킹 1위, 그가 남긴 경고는?

    ─압도적인 힘으로 보스 몬스터를 일격에 끝낸 랭킹 1위, 그가 사용하는 스킬의 정체.

    ─유례없는 균열 사태와 증가하는 균열 빈도. 랭킹 1위는 예측했다? 위기는 이제 시작이다.

    탁!

    나는 이마를 치면서 고개를 숙였다.

    “흑역사······ 갱신이네.”

    전 세계 단위로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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