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한방(2)
강력한 한방(2)
“정수. 조금 더 누워있게.”
“아뇨, 괜찮아요.”
나는 자리를 털고 일어나 주위를 둘러보았다.
얼마나 강한 벼락이 떨어진 건지, 오두막 앞의 땅이 녹아 끓고 있었다.
치이이······.
이 정도로 강한 벼락이 떨어졌을 줄이야.
나도 종종 잊곤 하는 사실인데······.
초콜릿에 환장하는 평범한 시골 노인네 같지만, 윌리엄의 레벨은 경비대장 클라크와 같은 130이다.
경비대원과 더불어서, 이 98층에서도 유독 레벨이 높은 편이라는 것을, 근래 들어서 깨닫는 중이었다.
그러니까 다시 말하면, 레벨 130의 마법사가 떨어트린 벼락을 맞고 살아남은 거다.
내가 윌리엄의 제자인 것과 전류 마법을 배운 것 등 여러 요소가 도와주긴 했지만, 어쨌든 살아남은 건 살아남은 거다.
어마어마한 보상과 함께 말이지.
나는 눈앞에 떠 있는 보상을 천천히 살폈다.
【마법 파훼】
─마법을 분석, 파훼하여 마나의 일부를 흡수하고 이용할 수 있습니다.
─마법에 대한 이해도가 올라가 마법의 위력이 증가합니다.
─마법 숙련도가 빠르게 상승합니다.
먼저 마법 파훼.
살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윌리엄의 벼락을 일부 파훼하며 얻은 스킬.
그 옵션은 가히 상상 이상이었다.
그러니까, 이젠 윌리엄뿐만 아니라 남들 마법도 분석하고 파훼할 수 있는 데다 남의 마나까지 이용해먹을 수 있다는 거지?
그것도 마법의 위력까지 증가하고 말이야.
이 스킬 하나만 해도 어마어마하다고 할 수 있지만······.
“후······ 드디어······.”
레벨 41을 달성하며 ‘아카식 아머리’의 두 번째 아이템이 해방되었다.
나는 ‘그림자 암수’를 처음 소환했을 때처럼, 가죽 주머니처럼 생긴 아이템을 눌러 소환했다.
【차원의 틈 1단계】 【Lv.41 이상】
- 스킬
1) 아이템 보관 : 차원의 틈에 아이템을 보관할 수 있습니다. 현재 0/30kg.
*아이템의 단계에 따라 무게가 변동됩니다.
2) 아이템 버프 : 보관된 아이템에 따라 사용자에게 이로운 효과를 부여합니다.
옵션을 보고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하나밖에 없었다.
“대박이다······.”
내가 탑을 들어오고 나올 때 짊어질 수 있는 무게가 현재 20kg.
그마저도 얼마 전 레벨 40을 달성하며 늘어난 수치다.
그런데, 보통 아이템 이름에 ‘차원’이 붙는 주머니들은 그 무게 제한을 약간 해소해준다.
지구로 귀환할 수 없는 지역에 있거나, 돌발상황이 발생해서 탑에 더 길게 체류해야 하는 경우.
차원 주머니는 그런 상황에 더욱더 큰 빛을 발하기에, 1kg에 10억의 가치를 가진다는 말이 있다.
억만금이라고 한들, 목숨값보다는 싸니까 말이지.
그런데, 그런 주머니 중에서도 내가 얻은 건 무려 30kg을 보관할 수 있는 주머니.
심지어는 단계가 올라갈수록 무게 제한이 변동된다고 하는 데다가, 보관하는 물건에 따라서 버프까지 준단다.
‘아카식 아머리’가 대단한 물건들을 모아놓은 상자라는 건 알았지만, 설마 이 정도로 좋은 아이템이 나올 줄이야.
자연스럽게 헤실헤실 웃음이 나왔다.
이렇게 되면, 다음 단계의 아이템이 너무 기대되잖아.
그렇게 웃고 있으려니, 윌리엄이 물어왔다.
“정수, 자네 정말 괜찮은가? 침까지 흘리면서 웃는 게 영······.”
“아, 괜찮아요, 윌리엄. 감사합니다. 정말 고마워요.”
내가 윌리엄의 손을 잡고 힘차게 흔들자, 잠시 당황하던 윌리엄이 고개를 저었다.
“정수, 정말 미안하네. 평소에도 멀쩡하진 않았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내가 꼭 고쳐줌세.”
그렇게 말한 윌리엄은 저 멀리서 망연자실하게 주저앉아 있는 토니를 일으켰다.
“토니, 괜찮으냐?”
“네, 삼촌. 죄송합니다. 일이 이렇게 될 줄 몰랐는데······.”
“아니다. 아무튼, 놈들은 걱정하지 말고 생활이 안정될 때까지 편하게 이곳에서 지내거라.”
윌리엄과 토니가 다시 오두막으로 들어왔고, 윌리엄이 멋쩍게 웃으며 나를 향해 말했다.
“미안하네, 정수. 조카를 소개해주려고 했을 뿐인데 못 볼 꼴을 보인 것뿐만 아니라 다치게 해버렸어.”
“아니에요, 윌리엄. 그런 강력한 마법을 겪어본 덕에 저도 깨달음이 있었거든요. 몸도 진짜 멀쩡하고요.”
“깨달음?”
윌리엄은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이내 끄덕였다.
“하긴. 원래 마법이라는 게, 이론과 직접 겪어보는 것이 다르긴 하지. 그렇다면 다행이네만, 아무래도 뒷정리 때문에 내일까지는 마법 수업이 힘들 것 같네. 깨달음을 얻은 중요한 시기에 미안하네.”
“괜찮아요. 다른 볼일 먼저 보죠, 뭐. 정리가 끝나면 봐요. 그전까지, 토니?”
“아, 네.”
토니는 심란한 표정을 짓고 있다가 화들짝 놀라며 나에게 다가왔다.
“저 빚쟁이 놈들이 와버렸으니, 최대한 빨리 일을 시작해보죠.”
라면 가게를 연다면, 몇 푼 빚쯤이야 금방 갚을 수 있을 거다.
“저도 잠시 자리를 비울 건데, 그때까지 몇 가지 재료를 구해놔 줬으면 좋겠어요.”
“정수······ 정말 감사합니다.”
“별말씀을요.”
시간을 더 끌면, 무슨 일이라도 날 것 같네.
내가 할 수 있는 요리는 별로 없지만, 일단 라면 끓이는 법이라도 가르치는 수밖에.
98층에서는 라면 하나만 제대로 끓여도 경쟁력이 있으니까.
나는 토니에게 라면을 끓일 재료 중, 파와 콩나물 등 몇 가지 채소를 불러주었다.
“그리고 달걀도 수급할 수 있으면 좋고요.”
실제로 장사가 시작되면은 짜장 라면을 들고 오거나, 고추장을 들고 와서 라볶이를 하는 등 메뉴를 다변화도 해봐야지.
생각해보니까 그냥 분식집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도 괜찮을 지도?
토니가 제대로 된 식당을 운영할 수 있다면, 나에게도 돈이 쏟아지겠지.
“알겠어요, 정수. 꼭 다 구해다 놓겠습니다.”
다행히, 토니의 열의는 넘치는 것 같네.
나는 윌리엄과 의욕을 불태우는 토니를 향해 손을 흔들며 오두막을 나섰다.
며칠 정도 마법을 배울 수 없는 건 아쉽지만, 윌리엄의 진심이 담긴 마법은 너무나도 강력하고 짜릿했다.
인상에 너무 강렬하게 남은 나머지, 그 정도 아쉬움은 까맣게 잊을 정도니까.
내가 윌리엄에게 배운 ‘윌리엄 조잡한 썬더볼트’는 윌리엄의 마법 실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대충 가르쳐줬기에 붙은 이름이 아닐까 하는 의심까지 드네.
하지만 언젠가, 나도 저렇게 강력한 마법을 배울 수 있겠지.
마법 파훼를 통해 강력해진 마법이라니······ 어쩌면, 윌리엄보다 강한 마법을 쓸 수 있게 되는 거 아니야?
*
나는 윌리엄의 오두막을 뒤로하고, 경비대원들의 소초로 향했다.
마법뿐만 아니라, 검술로도 더욱 강해질 방법을 찾기 위해서.
균열을 처리하는 방식을 바꾸기로 했으니, 그만큼 강해져야 확실하게 균열을 막아낼 수 있겠지.
처리 방식을 바꾸면서 필요한 연금술사 문제는 해결될 것 같기도 하고, 이젠 강해지는 데에만 집중하면 된다.
그런데, 소초에 가까워질수록,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꽈앙─!
“이게 무슨 소리지?”
마치, 뭔가 폭발이라도 하는 것 같은 소음.
하지만 그 폭음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꽝! 꽈광! 쩌엉─!
이게 대체 무슨 소리지?
내가 없던 사이에 전쟁이라도 났나?
전쟁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피어오르는 먼지구름을 보면, 무슨 일이 생긴 건 확실하겠지.
나는 조심스럽게 울타리에 숨어, 소초 안을 살폈다.
꽈앙─!
“크하하! 제임스! 그것밖에 못 하나?”
“끄응······ 대장님 긴장하십쇼! 큰 거로 한 방 드릴 테니까!”
라켓을 들고 있는 클라크와 제임스.
그리고, 다시 한번 푸르게 빛나며 허공을 가르는 셔틀콕.
콰앙─!
폭발과 함께 세차게 쏘아진 셔틀콕은 클라크의 라켓에 맞았고, 다시 폭발과 함께 날았다.
콰앙!
날아간 셔틀콕이 제임스를 지나쳐 바닥에 꽂혔다.
그 탓인지, 대련장 바닥은 전쟁이라도 난 듯 움푹움푹 패여 있었다.
설마 고작 배드민턴을 한 정도로 대련장이 저 꼴이 될 줄이야.
하긴, 고작 배드민턴이라고 하기에 두 사람은 정말 전력을 다해 배드민턴을 휘두르는 것 같았다.
레벨 100을 훌쩍 넘는 괴물들이 전력을 다해 마나를 담은 배드민턴을 휘두르면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건가?
아니, 근데 생각해보니까 축구 할 때는 정상적으로 하더니, 배드민턴은 왜 이렇게 사람을 죽일 듯이 과격하게 하는 거야?
나는 그 폭발에 휘말리지 않게 대련장에서 멀리 떨어져 경기를 구경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승부는 클라크의 승리로 끝났다.
“크하하! 제임스! 네가 나를 이기려면 앞으로 백 년은 더 걸릴 거다!”
“크윽! 두고 보십쇼! 다음 주 안으로 이겨드릴 테니까!”
“패자는 패자답게, 깔끔하게 뒷정리해두도록!”
제임스는 분하다는 얼굴로 이리저리 널브러져 있는 셔틀콕과 구멍이 파인 대련장을 다듬어 편평하게 만들었다.
“아니, 제임스.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과격하게 치면 위험하지 않아요?”
내가 묻자, 열심히 삽질하며 구덩이를 메우던 제임스가 어깨를 으쓱였다.
“뭐, 사실 위험하긴 하지. 힘을 조절한다고는 해도 마나가 담겨 있어 사실상 저 셔틀콕이 무기와도 같으니까.”
아니, 그 살벌한 공격이 힘을 조절한 거라고?
어이가 없었지만, 더 이해되지 않는 점이 있었다.
“힘을 조절한 거라면, 대체 왜 폭발까지 하는 거예요? 아까 보니까 셔틀콕을 칠 때 폭발하는 것 같던데.”
“아아, 그거 말이지? 우리도 처음에는 이해할 수 없었어. 그래서 천천히 관찰해보니까, 같은 성질의 마나와 마나가 부딪치는 순간 폭발을 일으키며 위력이 가중되는 것 같더라고.”
이게 대체 무슨 소리지?
“그러니까······ 배드민턴 라켓에 마나를 두르고, 셔틀콕에도 마나를 둘러서 부딪히면 폭발이 일어난다는 거죠?”
“정확히는 같은 파동의 마나여야 해. 다른 이의 마나가 아니라, 내 마나와 마나가. 원리는 나도 몰라. 하지만, 이런 기술을 사용하는데 필요한 조건을 몇 가지 알아낸 게 있지.”
“그게 뭔데요?”
내가 관심을 보이자, 제임스는 라켓 위에 셔틀콕을 올려놓은 뒤, 마나를 불어넣었다.
마나가 천천히 움직이며, 마치 푸른 막이 라켓을 감싸는 것 같은 모양새가 되었다.
그리고, 이내 그 막은 셔틀콕까지 뒤덮기 시작했다.
“이 라켓을 통해서 연약한 셔틀콕이 부수어지지 않도록 마나를 섬세하게 불어넣어야 하고, 더 많은 마나를 불어넣을수록 오래 유지된다는 것 정도.”
“허, 폭발이라니······.”
나는 훈련장 곳곳에 파인 구멍들.
마치 포탄이 떨어진 것 같은 그 흔적을 살펴보았다.
새삼스럽지만, 위험하잖아, 이거······.
“의도한 게 아니었는데, 어쩌다 보니까 그런 현상을 발견한 거지. 뭐, 덕분에 박진감 넘치는 놀이가 됐지 뭐야. 하하하!”
“아니, 제임스! 이건 박진감 넘치는 놀이 정도가 아니라 전투잖아요!”
그 말에, 제임스가 씩 웃어 보였다.
“정수. 네 눈에도 그렇게 보이는 것 같군. 정확해. 이건 전투다. 다들 마나의 새로운 활용법을 통해 검술에 새로운 길이 보이는 것 같다고 난리야. 조만간, 다들 한 단계 더 강해질지도 몰라.”
“하, 한 단계 더요?”
소름이 오소소 돋아 올랐다.
그렇지 않아도 이미 강한 경비대원들이 벽을 깬다면, 과연 얼마나 강해질까?
“물론,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말이지. 아무튼, 이게 다 정수, 네 덕이야. 조만간 나랑도 배드민턴 한 번 치자고. 뭐, 정수 너도 마나 양 자체는 많은 편이니, 이론상으로는 우리와 같은 기술을 사용할 수 있을 거야.”
제임스는 내 등을 두드리고는 저 멀리 사라져버렸다.
“마나와 마나가 부딪쳐 폭발을 일으킨다······ 그게 경비대원들의 벽을 허물 수 있을 정도로 강한 기술이라는 거지?”
정말, 탐이 안 난다면 거짓말일 정도로 강력한 기술이었다.
나는 꽉 쥔 주먹을 내려다보았다.
그러니까······ 이론상으로는 나도 따라 할 수 있는 기술이라는 거지?
마나와 마나를 부딪친다는 게 어떤 건지 아직 감이 제대로 잡히지는 않지만, 기억해둘 필요는 있을 것 같네.
*
“헛, 둘, 셋, 넷.”
나는 트레이닝 룸에 들어와서 몸을 풀고 있었다.
저번에는 2단계 목각 인형에게 꼬박 하루를 처맞기만 하다 나갔지만, 오늘은 반드시 클리어해주지.
“시작하자!”
쿵!
하늘에서 목각인형이 떨어져 내렸다.
나는 자기력으로 검을 뽑는 것과 동시에 뛰쳐나갔고, 검이 손에 잡히자마자 휘둘렀다.
쾅!
그러나, 방패를 든 목각인형은 너무나도 쉽게 내 일격을 막아냈다.
“죽어 좀, 이 자식아!”
쾅. 쾅!
나는 자기력을 이용해 검을 던지고 받으며, 목각인형을 다양한 각도에서 두들겼다.
하지만 녀석은 관절을 이리저리 돌리고 꺾으며 공격을 막거나 피해버렸다.
그렇게 몇 번의 합이 오간 뒤, 결국 나는 또 바닥에 누울 수밖에 없었다.
우드득!
“끄아악!”
이번에도 발목이 돌아간 채로 말이지.
우우웅.
치료는 금방 끝났고, 다시 다시 달려들었다.
쿵, 콰직! 우드득!
“끄악!”
쉴 새 없이 두들겨 맞으며, 트레이닝 룸 안에는 내 비명만이 가득했다.
그렇게 한 시간, 두 시간이 지나고······ 바닥에 이빨 팝콘이 깔릴 때쯤.
“허억, 허억.”
나는 바닥에 뻗어 생각했다.
대체, 레벨만 따지면 골드 몽키 길드의 마스터 최진웅이나 흑마법사와 연루되었던 납치범과 비슷한 수준인 목각인형을 쓰러트릴 수 없는 이유가 뭘까?
여태껏 내가 싸워왔던 놈들과는 다른 목각인형을 쓰러트리기 위해서는, 단 하나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상하게도 계속 한 발자국, 한 호흡 차이로 패한다는 느낌이랄까?
나는 그 하나가 무엇인지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려 생각했다.
대체 부족한 하나가 뭘까?
“아, 모르겠다. 부딪치다 보면 알겠지.”
나는 곧바로 일어나서, 다시 목각인형을 불러냈다.
쿵!
그 하나가 뭔지 모르겠다면, 깨달을 때까지 두들겨 맞는 수밖에.
이번에는 곧바로 달려들기보다, 녀석과 거리를 두고 찬찬히 녀석을 살펴보기로 했다.
방패를 든 녀석이 관절을 달그락거리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달그락.
그래. 가장 문제가 되는 건, 녀석의 방패와 기괴하게 꺾이는 관절.
방패는 너무 단단해서 내 공격으로는 뚫을 방법이 없었고, 기괴하게 꺾이는 관절은 예상하지 못한 방향에서 나를 공격해왔다.
그야말로 공방이 하나가 된 까다로운 상대. 육탄전으로 이기기 힘든 게 당연하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문제는 역시 방패다.
대체 뭐로 만든 건지, 내가 아무리 강하게 검으로 두들기고, 썬더볼트로 지진다고 한들, 방패는 고작 긁히는 게 전부였다.
그마저도 트레이닝을 새로 시작하면 방패는 마치 새것이라도 된 듯 작은 스크래치조차 남지 않았다.
즉, 내 공격이 유효타가 되지 않고 있었다.
저 단단한 방패를 뚫을 방법이 있다면······.
그 순간, 내 머릿속으로 무언가가 떠올랐다.
그래, 내가 부족한 건 저 단단한 방어를 뚫어낼 강력한 한 방이다.
“그리고, 난 그 강력한 한 방을 본 적이 있지.”
경비대원들이 배드민턴 라켓을 강화하기 위해 마나를 불어넣던 그 행위는 오러의 일종.
오러의 기본은 검으로 벨 수 없는 것들을 베기 위해 사용하는 것.
즉, 나도 그걸 따라 할 수만 있다면, 검에 오러를 피우는 것도 가능하다는 거지.
“이제 레벨도, 마나도 충분하고.”
나는 눈을 감고 집중했다.
마치, 마법을 사용할 때처럼 마나를 조금씩, 조금씩 움직여 검에 밀어 넣는다.
우우웅.
검이 천천히 푸른 빛을 머금고 빛나기 시작한다.
【하급 오러를 습득하였습니다】
“오?”
하지만, 금방이라도 꺼져버릴 듯 미약한 이 오러로는 놈의 방패를 뚫을 수 없겠지.
나는 머리를 더 빠르게 굴렸다.
생각하자.
오러를 각성한 지금, 이 오러를 이용해 확실하게 녀석의 방패를 뚫을 방법을.
다행히, 배드민턴을 생각해냈으니 다음은 어렵지 않았다.
“셔틀콕. 마나 충돌로 인한 폭발.”
나는 그림자 단검을 뽑아 오러를 덧씌웠다.
“이게 공 역할.”
우우웅.
내 손에 쥐어진 두 개의 검에서 푸른 빛이 일렁이고 있었다.
그 상태로, 나는 목각인형을 향해 씩 웃었다.
“넌 뒤졌다.”
나는 오러를 머금은 단검을 전력을 다해 던졌고, 목각인형이 방패로 막아 튕겨냈다.
캉!
하지만, 그간 흠집조차 잘 나지 않았던 방패에는 미세할지라도 잘린 흔적이 남아 있었다.
그래, 이거라면 가능해!
더 강하게만 칠 수 있다면!
확신을 가진 나는 아카식 건틀렛을 뻗어 날아가는 단검을 자기력으로 끌어당겼다.
우우웅.
단검이 되돌아오는 것과 동시에, 공격을 인식한 목각인형이 방패를 앞세운 채, 나를 향해 달려온다.
쿵, 쿵!
평소라면 겁에 질려 녀석을 피하려고 했겠지만, 도망갈 생각이 들지 않는다.
나는 날아오는 단검을 보고 씩 웃으며, 검을 마치 야구 배트처럼 잡았다.
“배드민턴은 아니지만······.”
고아원처럼 놀거리가 많지 않은 곳에서는, 빗자루도 야구 배트가 되는 법이거든.
그 덕에, 온갖 운동은 다 하고 놀아서 말이야.
내 손에 배트처럼 쥐어진 양손 검과 단검이 부딪치며, 폭발이 일어난다.
제임스가 말했던, 마나와 마나의 강력한 충돌.
콰아앙─!
그 폭발에 쏘아진 단검이, 흡사 미사일처럼 빠르게 날아갔고.
목각인형이 방패로 몸을 가렸다.
그러나
콰아앙!
단검이 방패와 함께 목각인형의 배에 구멍을 내버렸다.
후우웅─!
그 여파로 바람이 불어왔고, 나는 팔을 들어 밀려오는 먼지를 막으며 웃었다.
“해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