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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 미발견 지역에서 꿀 빱니다-31화 (31/69)

사업 확장(5)

사업 확장(5)

강무진과의 거래를 마친 뒤, 한수 형과 나는 균열감시대응청을 나왔다.

한수 형은 건물을 나오기 전부터 나를 뚫어지도록 쳐다보고 있었다.

결국, 참지 못한 내가 물었다.

“형, 아까부터 왜 그렇게 보시는 거예요? 뒤통수 구멍 나겠어요.”

“정수야. 너, 정말로 약초를 공급할 수 있겠냐? 우리한테도 납품할 물량이 있잖아.”

“아, 그걸 걱정하는 거였어요?”

물론, 강무진에게 약초 납품 제안을 하기 전에, 투견 쪽도 염두에 뒀다.

98층에 블루문이 떠오른 뒤, 약초가 자라는 속도가 두 배는 빨라졌다.

약초를 재배할 땅이 부족해서 숲을 추가로 개척해야 한다고 난리였지.

그리고 고아원 뒷산 텃밭의 약초도 슬슬 출하할 때가 되었는데, 투견은 그 물량을 전부 감당하지 못한다.

생각해보니, 한수 형은 아직 고아원 뒷산 텃밭의 존재도 모르고 있었지.

하지만 텃밭은 아직 형에게 말할 타이밍이 아니다.

조금 더 약초밭이 자리를 잡은 뒤에 이야기해도 될 테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투견에 약속한 분량 외에도 추가 납품 충분히 가능하니까. 그 정도 계산쯤은 끝낸 뒤에 던진 패예요.”

하지만, 한수 형은 내 말을 믿지 못하는 건지, 화를 내는 건지, 우는 건지 모를 표정으로 내 팔을 붙잡고 흔들어댔다.

“솔직히 말해! 정수 너, 우리 버리고 정부에 붙으려는 건 아니지?”

아니, 이 형이 갑자기 왜 이러는 거야?

평소에는 호탕하게 웃으며 권풍으로 자동차까지 뒤집던 양반이, 사탕이라도 뺏긴 아이처럼 나를 붙잡고 늘어질 줄이야.

한수 형이 팔을 잡아당길 때마다 어깨가 빠질 것처럼 무거웠기에, 나는 한수 형을 밀어내며 소리쳤다.

“그게 갑자기 무슨 소리예요! 좀 놓으세요! 아파요!”

“혹시, 처음부터 날 통해서 정부와 거래 트려던 거 아니야? 딱 말해! 나야 정부야!”

나는 필사적으로 한수 형의 팔을 떼어내려고 했으나, 악력이 너무 강해 떨어지지 않았다.

손목, 발목이 아니라 이제는 어깨까지 빠지게 생겼네!

여기서 다치면 치료도 힘들다고!

나는 어깨가 빠지기 전에 다급하게 외쳤다.

“아니 형! 형이 없으면 제가 정부랑 뭘 할 수 있겠어요? 애초에 저는 형이 정부 쪽 누구와 연이 있는지도 몰랐는데, 무슨 소리예요?”

“그런, 가?”

“요즘 저보고 계속 장사꾼처럼 변한다고 하시더니, 망상이 지나치시네!”

한수 형은 곰곰이 생각하다가, 팔을 놓으며 끄덕였다.

“하긴, 그것도 그렇지. 한솔이 그놈도 모르는 걸 네가 알 리가 있나. 그럼, 약초는 어떻게 된 거야? 갑자기 그렇게 많은 양을 확보할 수 있다니, 말이 안 되는데.”

“별 건 아니고, 이번에 탑에 올라가서 확인해보니 약초밭이 풍년이라서요. 남는 약초를 썩히느니, 팔아야죠.”

나는 아픈 어깨를 비비며 눈물까지 찔끔 흘렸다.

상황을 전부 들은 한수 형은 조금 진정이 되었는지, 멋쩍게 턱을 긁다가 물었다.

“그럼, 그 약초 납품 제안은 즉석에서 생각한 거냐?”

“네, 뭐. 청장님 목적이 자이언트 로커스트를 처리하는 게 아니라, 대형길드를 엿 먹이는 거라고는 걸 듣자마자, 이거 잘하면 시장 점유율도 뺏어올 수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즉석에서 질렀죠. 생각 이상으로 잘 먹혔지만.”

한수 형이 씩 웃으면서, 내 등을 두드렸다.

팡, 팡!

“하하하! 이 능구렁이 같은 녀석. 설마 그 강무진을 상대로 그런 제안을 던질 줄이야. 역시, 깡 있는 놈이야. 다시 봤다.”

“별말씀을.”

나는 피식 웃으며 가던 길을 마저 가려 했으나, 한수 형이 나직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런데, 태산이 빠진 양을 대체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한 번에 들고 내려오는 양이 10kg밖에 안 될 텐데.”

태산의 약초 시장 점유율은 거의 50%.

시장의 절반에 가까운 물량을 유통하다 보니, 녀석들이 잠깐 휘청인다고 한들 그 지분을 다 가지고 오는 것은 불가능하다.

98층의 약초를 싹싹 긁어 나오더라도 새 발의 피에 불과하겠지.

하지만, 지금 당장 그 틈새를 공략하지 못한다고 할지라도 흐름을 바꾸어 놓으면 언젠가 큰 힘을 발휘하는 법.

녀석들이 약초를 공급하던 거래처들은 이번 일을 통해 신뢰가 흔들릴 거고, 우리가 계속 흔들다 보면 언젠가 태산도 무너질 거다.

구멍 난 댐이 언젠가 무너지는 것처럼 말이지.

물론, 레벨 40을 달성하며 이제는 20kg이나 되는 양을 탑 안과 밖으로 나를 수도 있지만······ 이건 아직 비밀로 하자.

공식적으로 나는 0층을 떠난 지 몇 달 되지 않았는데, 이미 공개한 정보만 해도 어마어마한 성장 속도.

이 이상의 정보를 풀어내는 건 독이다.

그래서, 나는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물론 아니죠. 하지만, 조금이라도 시장을 파고들 수 있으면 그걸로 돼요.”

뒤에는 거대길드로부터 나를 보호해 줄 수 있는 정부를 업고 말이다

“좋아. 거대길드를 엿 먹일 수 있는 거라면, 뭐든 환영이지. 내가 도울 수 있는 게 있으면 말해. 최대한 도와줄 테니까.”

도와줄 수 있는 거라······.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한가지 계획이 있기는 했다.

“그럼, 믿을만한 사람 중에 빙결마법사 좀 있나요?”

98층에서 가져온 약초는 차가운 환경에서 잘 자란다.

해나 덕분에 알게 된 사실이지.

그런데 만약 뒷산 텃밭의 약초밭을 확장하게 되면, 그 넓은 밭을 해나 혼자서 다 돌보는 건 무리다.

그럴 때를 위해, 괜찮은 빙결마법사를 한두 명쯤 알아두는 것도 좋겠지.

하지만 내가 기르는 약초와 빙결마법의 연관성을 떠올리지 못한 한수 형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뜬금없이 빙결마법사는 왜?”

“계획이 있어서요.”

“하긴, 이 정도로 판을 벌여놨는데, 너도 다 계획이 있겠지. 한 번 알아볼게.”

“감사합니다.“

그렇게 오해도 풀고, 거래도 성공적으로 마친 뒤, 차에 오르려던 차.

저 멀리서 익숙한 목소리가 나를 불러세웠다.

“어? 정수 씨!”

“한슬기 씨?”

이 사람이 왜 여기에 있는 거지?

한슬기는 반갑게 손을 흔들며 다가왔다.

“여기서 다시 뵙네요. 오랜만이에요.”

“그러게요. 오랜만입니다.”

만날 때마다 스카우트 제안을 해대는 통에 썩 반갑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꺼릴 것도 없는 만남.

종종걸음으로 다가온 한슬기가 한수 형을 보며 물었다.

“옆에 있는 분은 누구신가요?”

“아, 이분은 투견 길드의 마스터, 김한수라고 해요. 한수 형, 이쪽은 서리 길드 팀장, 한슬기 씨고요.”

한수 형은 잠시 한슬기를 보다가, 손을 내밀었다.

“반갑습니다. 김한수입니다. 유명인을 여기서 뵙게 되네요.”

“아, 반갑습니다. 저도 김한수 등탑자님 이야기 인터넷으로 많이 봤어요. 투견을 빠르게 키우고 계신다고요. 여기서 뵙게 되네요.”

“예, 곧 우리 투견 길드도 40층 대에서 경쟁하게 될 겁니다.”

그 말대로, 투견 길드는 파죽지세로 탑을 오르고 있었다.

내가 공급한 해독초를 기반으로 해독제를 만든 뒤, 33층 독거미 소굴은 물론 몇 층을 더 클리어했으니까.

이 기세라면, 40층 대에서 경쟁할 거라는 한수 형의 말도 과장은 아니겠지.

한수 형이 어깨를 한껏 올렸고, 악수를 마친 한슬기가 나에게 물었다.

“그럼, 혹시 정수 씨는 투견 길드 소속이신 건가요? 정수 씨의 능력을 가장 처음 알아본 건 저라고 생각했는데······ 이미 투견 쪽과 인연이 있으셨군요.”

한슬기의 얼굴과 말에 아쉬움이 뚝뚝 묻어났다.

뭐, 한슬기가 속한 대형 길드 ‘서리’는 청렴한 운영 덕에 이미지가 좋은 편이니, 여기서 괜찮은 인맥을 잘라내는 건 아쉬운 일.

언젠가, 서리 길드와 손을 잡고 사업을 하게 될지도 모르니까.

나는 소속이 없다고 해명하려는 찰나, 한수 형이 내 어깨에 손을 턱 걸쳐 올리며 웃었다.

“하하하! 이 녀석이 어릴 때부터 제 동생과 친하게 지냈으니까요. 사실상 한솥밥 먹는 식구라고 볼 수 있죠.”

그렇게 말하는 한수 형은 입으로만 웃고, 눈으로는 한슬기를 지긋이 노려보고 있었다.

전격 마법도 사용하지 않았는데, 두 사람의 눈 사이에서 마치 스파크가 튀기는 것 같았다.

이 분위기는 마치······ 강무진과 협상하는 자리에서 느꼈던 기 싸움 같은데?

한슬기의 분위기도 평소와 다르게 조금 가라앉은 게, 중간에 낀 나는 숨이 턱턱 막힌다.

나는 내 어깨에 올려진 한수 형의 팔을 털어내며 말했다.

“형 갑자기 왜 그러세요? 뭐 그런 사이는 맞지만, 그렇게 말하면 제가 투견 길드 소속이라고 오해하기 좋잖아요.”

그 말을 들은 한슬기가 눈을 빛냈다.

마치, 먹이를 노리고 쏘아져 나가는 한 마리의 맹수 같달까?

그 눈빛에서 느껴지는 오싹함에, 순간 등골이 서늘해졌다.

한슬기는 나를 향해 더 가까이 다가오며 환하게 웃었다.

“그럼 아직 투견 길드에 소속된 건 아니라는 거죠? 다행이네요. 전 또 제가 노리던 루키를 뺏긴 줄 알았어요.”

“하하······ 감사하네요.”

“서리 길드는 언제나 열려 있으니, 언제든 연락해 주세요. 혹시 다른 곳과 계약하게 되어도, 마음에 안 들면 이적 조건 잘 맞춰줄게요.”

한슬기는 나를 향해 찡긋, 윙크까지 날려 댔다.

역시 이번에도 스카우트 제안인가?

나 혼자 있을 땐 그저 조금 귀찮았을 뿐, 곤란하진 않았는데······.

오늘은 무슨 일인지 스카우트 이야기를 두고 한슬기와 한수 형이 기 싸움을 계속해대는 통에 숨을 쉴 수가 없네.

나는 다급하게 주제를 돌렸다.

“근데, 균열감시대응청에는 왜 오신 건가요? 볼 일이라도 있으신가요?”

한슬기는 생각났다는 듯 시계를 확인하며 말했다.

“아, 그러네요. 제 입으로 말하긴 부끄럽지만, 이번에 제가 이끄는 팀이 한국에서 5번째로 50층을 클리어했거든요.”

나는 살짝 놀랐다.

한슬기가 능력이 뛰어난 건 알았는데, 이 나이에 벌써 50층을 클리어할 줄이야.

이제 우리나라에서 50층을 클리어한 팀이 다섯이나 되는구나.

나는 순수한 감탄을 담아 말했다.

“와, 50층이라니, 축하드립니다. 대단한 일 하셨네요.”

“고마워요. 그 일로 청장님과 회담이 있는데 제가 대표라서······ 오늘은 더 이야기하긴 힘들겠네요. 그럼, 다음에 봬요. 언제든 편하게 연락해 주세요.”

한슬기는 손을 들어 전화하는 모양새를 만들어 보이더니, 저 멀리 사라져버렸다.

“정신이 하나도 없네. 형, 우리도 이제 출발하죠.”

“그래. 그런데, 정수 너는 어떻게 한슬기 같은 사람이랑 알고 지내는 거야?”

“뭐, 사정이 있었어요.”

“참, 내. 이 녀석은 어떻게 알면 알수록 비밀이 많아져? 나도 조만간 40층을 볼 실력인데, 한슬기 보니까 손에 땀이 다 난다. 나도 더 강해져야지. 가자.”

한수 형이 고개를 빠르게 저으며 차에 올라 운전대를 잡았고, 나는 잠시 한슬기가 사라진 곳을 바라보았다.

한수 형도 긴장할 정도의 실력자.

역시 대단한 사람이긴 하네.

*

집으로 돌아온 나는 빠르게 탑을 오를 준비를 시작했다.

균열이 시작되기까지 앞으로 42일.

그 기간 안에 모든 준비를 마치려면 아무리 바쁘게 움직여도 빠듯하지.

“그래도, 이제 돈 걱정은 안 해도 되니까 좋네.”

나는 통장에 찍힌 금액을 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이번에 내려와 투견 길드에 두 번째로 납품한 약초 대금과 정부와 맺은 식충식물 씨앗 계약금.

거기에, 틈틈이 탑에서 사 온 아이템을 팔아 지금 통장에는 2억 5천만 원이라는 금액이 찍혀 있었다.

“이게 꿈은 아니겠지.”

나는 내 볼을 살짝 꼬집어 보았고─

“아야!”

아팠다.

이 생생한 통각이 너무 반가웠다.

엊그제까지만 해도 빚이 얼마네, 애들 식비가 얼마네, 하면서 돈타령했었는데, 원장님 차를 바꿔드린 거에 이어 내 차를 뽑아도 될지도?

“하지만, 차보다 급한 게 있지.”

나는 고아원 뒷산 텃밭을 살폈다.

그 텃밭의 더 뒤, 산 안쪽에는 꽤 큰 임야가 있다.

하지만, 평생을 이곳에서 살아온 내 기억에 따르면, 땅 주인이 저길 쓰는 걸 본 적이 없다.

반쯤 버려져 있던 땅이니, 금액 제시만 잘하면 충분히 살 수 있지 않을까?

저 넓은 땅에 약초밭을 가꾸어 대량생산에 성공한다면?

대형길드이자 대기업인 ‘태산’이 자이언트 로커스트에게 엿을 먹고 있는 지금, 점유율을 꽤 많이 빼앗아 올 수 있겠지.

우리 고아원에 찾아와, 뒷말 나올 일 없는 고아들을 데려가 탑에 처넣기 위해 빚을 만들고 깽판을 놓던 골드 몽키 길드.

태산이 그 녀석들의 배후라는 걸 떠올리면, 나도 강무진처럼 놈들에게 어떻게 빅 엿을 선사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된다.

내 가족들을 상대로 그런 더러운 짓거리를 한 걸 뼈저리게 후회하도록 만들어주마.

나는 고아원 뒤쪽의 땅 주인에 대해 수소문하는 한편, 민희를 불렀다.

“왜? 무슨 일 있어?”

“어. 네 도움이 조금 필요해서.”

민희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내 도움? 오빠가 나한테 도와달라고 할 때도 있고, 의외네. 그래서, 뭔데?”

“다른 게 아니라, 화장품을 좀 추천받고 싶어서. 여성용으로.”

민희의 눈동자가 한 층 더 커졌다.

“화장품? 그것도 여성용으로? 설마······ 오빠 여자친구 생겼어?!”

“아냐, 아냐. 그건 아니고. 아는 등탑자 중에 피부가 안 좋은 사람이 있는데, 선물할까 해서. 네가 그런 걸 잘 아니까 추천 좀 해달라고.”

사실은 백작의 딸 플로라에게 팔아먹을 물건을 찾는 것이었지만, 대충 둘러댔다.

민희는 미간을 좁힌 채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답했다.

“어······ 일단 알았어. 그럼 지수도 부를게. 나도 지수가 추천해주는 화장품 쓸 때 많거든.”

사실은, 민희는 그간 지수한테 샘플을 받아서 썼었다. 화장품 살 여유가 없었기 때문에.

하지만 이제는 여유가 있으니까 이참에 몇 개 사게 해줘야겠다.

한 시간 뒤, 우리는 시내에서 지수를 만났다.

곧바로 화장품 가게 안으로 들어갔는데······ 무슨 종류가 이렇게 많아?

하지만, 종류가 많다는 건 다시 말해서 돈 될 게 많다는 거기도 하지.

나는 열심히 이곳저곳을 쏘다니며 플로라가 마음에 들어 할 아이템을 찾아다녔다.

귀족들 사이에서 한 번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면, 플로라를 통해서 화장품도 팔아야 하나?

나는 기능성 화장품 말고도, 다른 화장품까지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민희야, 지수야. 이 립스틱은 어때?”

“아, 그 회사 거 좋아. 근데, 사람마다 피부톤도 다르고 화장법에 따라서 다른 색을 쓰니까 피부톤이 어떤지 알려주면, 그거 맞춰서 추천해줄게.”

나는 잠시 고민했다.

플로라의 피부색을 그렇게 유심히 보지는 않았는데, 어떻게 한담?

뭐, 그렇게 비싼 제품들도 아닌 데다 구해다 주면 플로라가 알아서 사주겠지.

귀족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면 분명히 더 원하는 사람들이 있을 터.

귀족이라는 자부심이 강했던 플로라의 성격으로 가늠컨대, 여분을 건네주면서 체면을 세우고 싶어 할 테니까.

“아냐. 그냥 다 사지 뭐.”

나는 민희와 지수가 괜찮다는 제품 중에서도 호평을 받는 것들을 쓸어 담기 시작했다.

초간편 아포가토로 오천 골드를 받았는데, 화장품으로는 얼마나 많은 돈을 벌 수 있을까?

“화장품의 고객은 귀족이잖아? 입소문이 나다 보면······ 내가 98층의 에르메스가 되는 거 아니야?”

장바구니가 무거워질수록 내 발은 더 가벼워지는 기분이었기에, 입가에는 자연스럽게 미소가 걸렸다.

“그래, 이제 사업을 키워 보는 거야.”

98층에서는 마을 사람들을 대상으로 컵라면이나 팔았고, 지구에서는 잡템과 약초를 파는 정도였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98층에서는 귀족을 상대하고, 지구에서는 대형 길드의 밥그릇을 노린다.

처음에는 걱정스러웠으나, 막상 일을 벌여두니까 마음이 편해졌다.

나는 조금 더 과감해지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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