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확장(4)
사업 확장(4)
마력재난관리부 소속 균열감시대응청사는 서울 광화문에 위치 했다.
우리 동네, 경기도 외곽에서는 약 2시간 거리. 나는 약속 시간에 맞추기 위해서 택시를 잡았다.
이제 요금 걱정 안 하고 택시를 부를 수 있다는 게, 꽤 뿌듯하네.
나는 고속도로를 달리는 택시 안에서 가장 중요한 준비물도 확인했다.
【푸른 달의 데스 마우스 씨앗】
【푸른 달빛을 받아 거대해진 식충식물의 씨앗. 성장하는 속도와 곤충을 소화하는 능력이 월등하게 빨라졌습니다.】
지금은 손톱만 한 씨앗이지만 자랄 경우 사람도 집어삼킬 정도로 커지는데, 이빨을 숨긴 입술처럼 생겨서 꽤 그로테스크하다.
윌리엄이 말하길, 이 녀석들은 벌레를 유인해 삼키고, 벌레를 삼킬수록 성장한다고 했다.
“레벨업은 한다는 소리지.”
몬스터들이 더 강한 존재를 사냥하고 레벨업을 하듯이, 몬스터로 치부되는 식충식물도 똑같이 적용되는 거겠지.
물론, 너무 거대해지면 오히려 벌레들을 끌어당기는 강력한 향을 발산하기에, 마을에 벌레 떼가 모여들기 전에 가지치기해야 한다고 했는데······.
“······지금 상황이면 오히려 좋을 수도?”
나는 자이언트 로커스트 무리가 얼마나 늘어났는지 확인하기 위해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확인했다.
―다음 소식입니다. 자이언트 로커스트 무리가 설악산을 넘어서 강원도 인제군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현재 보고된 바로는, 약 100여 명이 넘는 사상자와 함께 약초밭과 농산물 등을 기르던 약 100제곱킬로미터, 강남땅의 2배가 넘는 규모의 작물 피해가 확인되었습니다.―
거기에 더불어, 등탑과 식량 수급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내용.
당연하게도, 어마어마한 재산 피해가 생겼다.
이건 식충식물 씨앗을 더 가져와 심는 것으로 막을 수 있을 거다.
하지만, 나는 더 큰 그림을 그려보기로 했다.
“만약, 식충식물이 로커스트를 싹 다 먹어 치우게 한다면······.”
녀석들이 레벨업을 할 거다.
그것도 엄청나게.
그렇게 커진 식충식물을 크레이지 호넷이 등장하시는 시기에 맞춰서 균열 아래에 가져다 둘 수 있다면······.
이거, 어느 정도 전개가 맞아떨어지는 것 같은데?
하지만, 아직 웃을 수는 없었다.
강원도 땅에 심어서, 그렇게 거대해진 식충식물은 어떻게 옮기지?
그때가 되면은 식충식물을 관리하는 건 내가 아니라 정부일 것이다.
즉, 정부를 설득해야 가능한 계획이란 이야기.
만약 정부와의 협상 단계에서 나만 볼 수 있는 그 균열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가는······.
“······믿을 리가 없지. 미친놈 취급을 받고 식충식물 관련 거래도 무산되는 거 아니야?”
정부를 끌어들여서 균열의 주도권을 가져온다는 생각과 식충식물을 이용해 크레이지 호넷을 처리한다는 생각까지는 좋았는데, 그걸 하나로 연결할 방법이 없네.
하지만, 둘 중 하나라도 빠지면 크레이지 호넷은 상대하기 너무나도 어려운 상대다.
“하아. 진짜 답이 없나?”
이마를 짚고 머리를 식히고 있을 때, 전화가 울렸다.
달칵.
“아, 네. 한수 형.”
―어, 정수야. 오래 걸리냐?
“아뇨, 거의 다 도착했어요.”
―그래. 꼭 시간 맞춰서 와야 한다. 깐깐한 양반이라, 시간 안 맞췄다고 거래 퇴짜 놓을 수도 있으니까.
“네. 알았어요.”
전화를 끊자마자 시계와 도착 예정 시간을 다시 확인했고, 차질은 없다.
그래, 일단은 눈앞의 거래에 집중하자.
아직 균열 발생까지는 43일이 남았으니까.
분명히 방법이 있을 거다.
분명히.
*
마력재난관리부.
세상에 탑이 등장하고 몬스터가 쏟아져 나오면서, 그에 대항하기 위한 초능력을 가진 인간, 각성자들이 등장했다.
당연히 그들을 제어할 부서가 필요했고, 그 필요에 따라 설립되어 탑과 각성자에 관한 전반을 관리하는 정부 부처가 마력재난관리부다.
그 하위 부서 중, 몬스터가 쏟아져 나오는 재난, 균열 상황을 제어하기 위해 만들어진 정부 기관이 균열감시대응청.
나는 지금, 한수 형과 함께 그 정부부서의 수장을 만나러 가는 중이었다.
“근데 한수 형, 형은 대체 어떻게 균열감시대응청장이라는 고위직 인사를 알고 계신 거예요?”
“뭐, 복잡한 사연이 있기는 한데, 간단하게 말하면 한때 같이 등탑하던 사이야. 내가 처음으로 탑에 들어갈 때 우리 팀장이었지.”
그렇다면 한수 형보다도 훨씬 먼저 등탑자가 되었고, 재능 있는 사람이라는 건데······.
나는 돈이 될만한 곳에만 신경을 쓰고 정보를 모으다 보니, 길드에 속한 유명 인사들에 비해, 정부 쪽 사람에 대해선 그리 많이 알지 못한다.
대체 어떤 사람일까?
조금의 힌트라도 있어야 거래하기 편하겠지.
나는 한수 형에게 물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인가요?”
“깐깐한 엘리트. 딱 그 말이 어울리는 양반이야. 성격은 잘 벼려낸 칼 같고, 능력도 좋지. 괴물이야. 몬스터를 도륙하던 걸 생각하면, 나도 오금이 저리다니까.”
내가 아는 사람 중 가장 터프한 사나이, 한수 형이 오금까지 저릴 정도라니······.
“그 정도로 능력이 좋아요?”
“그럼. 정부의 러브콜에 길드를 뛰쳐나와서 7년 만에 청장을 달아버린 사람이니까.”
“휘유. 그야말로 엘리트 중의 엘리트네요.”
손바닥에 땀이 나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98층에 올라간 이후, 생판 처음 보는 사람들과 거래를 꽤 많이 텄다고는 하지만, 그냥 운이 좋았을 뿐이다.
상황도 상황이었고, 사람들이 너무 좋았으니까.
하지만, 이 앞에는 진짜 협상에 능통한 거물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래. 너도 막상 보면 누군지 알만한 사람이야.”
내가 누군지 알만한 사람이라······.
이야기를 들어보니 누군지 알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아리송하다.
얼굴을 보면 확실해지겠지.
나는 균열감시대응청 청장실의 문 앞에 서서 떨리는 숨을 가다듬었다.
“후우······.”
“자, 들어가자.”
“네.”
똑똑.
한수 형이 문을 두드리자, 안에서 낮고 무뚝뚝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와.”
끼이익.
문을 열자, 커피 향이 훅 풍겨왔다.
한수 형이 먼저 방안으로 성큼성큼 들어가며 말했다.
“청장님, 잘 지내셨죠?”
“어, 왔네.”
키 큰 남자의 뒷모습이 보였다.
그런데 손님이 왔는데도 고개를 돌리지 않고 무언가를 하고 있는데······ 커피를 타는 건가?
한수 형이 입구 쪽에서 섰고 나도 그 옆에 섰다.
문을 열어주었던 비서로 보이는 여직원이 조심스레 문을 닫았다.
“이번 자이언트 로커스트 건 관해서 최 팀장님 통해서 연락드렸습니다. 청장님께서는 워낙 바쁘셔서.”
“보고 받았다. 커피?”
청장은 여전히 고개를 돌리지 않은 채로 물었다.
“예?”
“커피 아니면 차?”
“아, 커피로 하겠습니다.”
나는 탐색에 들어갔다.
깔끔하게 정리된 집무실과 남자의 정장.
청장이라는 직위치고, 생각보다 목소리가 젊었다.
거기에, 먼지는커녕 머리카락 한 올 보이지 않는 이 공간은 남자의 성격을 가늠케 했다.
보글보글.
물이 끓자, 남자는 핸드 드립 커피를 내리기 시작했다.
쪼르륵.
어떻게 손님이 와도 돌아보기는커녕 커피만 내리고, 앉으라는 말도 안 하지?
이런 게 기 싸움이라는 건가?
하지만, 제대로 된 협상 자리에 처음 나와보는 나는 이것이 기 싸움이라는 걸 알면서도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남자는 등으로 말한다고 했었나?
그래, 저 남자는 확실히 우리에게 등만 보여주고 있는데도, 숨이 턱 막히는 포스를 뿜어내고 있었다.
내 호흡이 조금 흐트러진 걸 한수 형도 눈치챘는지, 나직하게 말했다.
“너무 긴장하지 마.”
그러나, 커피를 내리던 처장이 읊조렸다.
“긴장해야지. 정부 상대로 등 처먹을 생각을 하고 왔을 텐데.”
“청장님! 무슨 말을 그렇게 서운하게 하십니까?”
“서운하다라······ 등탑하는 놈 중에 정부 상대로 그런 마음을 안 먹는 놈이 있나?”
그렇게 말하면서, 청장이 천천히 몸을 돌렸다.
머리를 깔끔하게 손질해 뒤로 넘겼고, 30대 중반쯤으로 보이는 젊은 외모.
무엇보다, 많이 본 얼굴이다.
“반갑다. 나는 균열감시대응청장, 강무진이다.”
저 외모에, 익숙한 이름.
확실히, 내가 아는 사람이다.
철혈의 마법사.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몬스터를 불살라버리기에 붙은 저 남자의 별명.
그리하여 한때 대형길드의 스카우트 대상 1순위에 섰던 남자.
이 사람은 진또배기 거물이다.
마지막으로 탑에서 목격된 건 43층 정도라고 했던 건데, 그게 몇 년 전이었지 아마?
어쩐지, 균열감시대응청이라는 역사가 길지 않은 부처라고 할지라도, 청장이라는 직위에 너무 젊은 사람인 것 같다 싶었지.
설마, 이런 곳에서 보게 될 줄이야.
“이분은······.”
내가 굳은 입을 억지로 열자, 한수 형이 씩 웃으면서 답했다.
“누군지 알겠지?”
“아, 네. TV에서 많이 봤습니다. 영광이네요.”
강무진은 손목시계를 확인하더니 커피를 내어주며 소파에 앉았다.
“30분 뒤에 회의가 있어서 길게는 얘기하기 힘들겠어. 본론으로 들어가지. 식충식물이라고?”
“예. 10층을 조금 넘는 곳에서 발견했고, 근처의 자이언트 로커스트들을 유인, 공격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놈들을 잡아먹을 크기까지 성장하는데, 2주면 충분합니다.”
물론, 윌리엄이 관찰하고 기록한 결과다.
블루문을 머금은 놈들은 2주만 있으면 자이언트 로커스트와 비슷한 크기의 곤충들을 집어삼킨다고 한다.
이런 긴박한 상황에, 고작 2주 만에 쓸 수 있는 무기라니, 충분한 어필이 됐겠지.
그러나, 강무진은 심드렁한 얼굴로 다리를 꼬며 말했다.
“기능적인 설명은 필요 없어. 그런 건 심어서 확인해보면 되니까. 중요한 건······.”
강무진이 커피잔을 들어 올려서 한 모금을 마셨다.
“······길드 새끼들에게 한 방 먹일 수 있을 정도의 힘이 있느냐니까. 그렇게 판단하나?”
살짝 놀랐다.
이 사람, 같은 주제를 두고도 보는 시선이 다르다.
이 사람의 초점은 로커스트로 인한 인명 피해, 등탑 지연, 식량문제 같은 게 아니라, 대형길드와의 완력 싸움에 맞춰 있다.
냉정하다고 해야 하나?
실리를 챙긴다고 해야 하나?
둘 다 맞겠지.
현 대한민국 정부는 아무래도 길드 연합회에 비해 영향력이 떨어지는 편이다.
막대한 무력이 일개 개인한테 주어지는 세상에서, 자유민주주의를 채택한 국가가 마주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그래서 정부는 영향력을 되찾기 위해 강무진처럼 강력한 각성자들을 스카우트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 부처의 정치인들이나 공무원들의 오랜 악습인 탁상행정 탓에 신뢰를 잃었고, 초반에 주도권을 잡지 못한 탓에 정부는 여전히 등탑 사업에서 길드에 뒤떨어지고 있지.
그런 상황에서, 정부 소속의 영향력 있고 야망 있는 이들의 목적이 패권 확보라는 건 뻔하다.
이 사람도 그중 한 사람인 게 분명했다.
한수 형은 스마트폰으로 무언가 타이핑 하더니, 나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이 사람, 나와 같은 날 대형길드를 나온 사람이야. 이 사람은 정부로, 나는 길드로 빠졌지만, 여전히 의견이 맞아서 연락하고 지내는 사이지. 이 사람 머릿속에는 대형길드를 엿 먹이는 것밖에 없어.
어쩐지, 아까부터 대형길드를 향한 적대감이 심상치 않아 보이더라니.
한수 형과 마찬가지로 대형길드를 혐오하는 데다, 야망까지 가지고 있다니······.
그럼, 오히려 가식을 부릴 필요 없어 편하겠는데?
“작전 회의는 사전에 하고 왔어야지.”
“너무 티 났나요? 하하.”
나는 씩 웃으며 말했다.
“그럼 가식 없이 얘기하겠습니다.”
내 말에, 강무진도 피식 웃었다.
“환영이지.”
나는 씨앗이 담긴 주머니를 내밀면서 말했다.
“레벨 30이 훌쩍 넘는 곤충형 몬스터를 꿀꺽 삼키고도 굶주리는 놈입니다. 다루는 데 주의가 필요하지만, 자이언트 로커스트의 이동 경로에 심으면, 놈들의 확산을 통제할 수 있을 겁니다. 이건 기능적인 설명이고. 가장 중요한 건······.”
나는 커피를 홀짝이면서 뜸을 들인 뒤, 핵심을 이야기했다.
“······집이 불타고 있는 사람들 앞에서, 성능이 기가 막히는 소화기를 들고 탭댄스 출 수 있는 상황이란 거죠.”
“부르는 게 값이겠군? 길드한테 거하게 뜯어내시겠다?”
“아니면 뭐, 옆에다가 다른 집을 짓는 것도 장기적으로 이득일 테고요.”
“시장 자체를 뺐겠다? 보기와는 다르게 야망이 꽤 큰데. 그건 좀 어려운 일이지.”
강무진은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가 어이없다는 의미인지, 만족의 의미인지는 모르겠다.
“그래서, 공급가는?”
그래도 대답은 긍정적이다.
“식충식물 한 씨앗 당, 100만 원에 쳐주시죠.”
“얼마나 공급할 수 있는데?”
“얼마나 빠르게 공급할 수 있을지는 장담하지 못해도, 지속적인 공급이 가능합니다.”
블루문 이후, 어마어마하게 성장한 데스마우스를 가지치기하면서 98층의 마을 창고에는 씨앗이 몇 포대나 쌓여 있었거든.
그마저도 남아돈다고 불태워버리는 실정이었으니, 부족할 일은 없었다.
유일하게 걸리는 건, 내가 들고 내려올 수 있는 무게 제한 정도뿐.
시간을 좀 들인다고 해도, 자이언트 로커스트 무리를 처리하는 데에는 몇 포대만 가져와도 충분할 거다.
“지속적인 공급이 가능하고 효과만 입증된다면야 그깟 푼돈, 내어주지. 그걸로 놈들에게 한 방 먹일 수 있다면야.”
좋아, 됐다!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그런데 집이 불타고 있는 양반들이 지역 유지거든. 누가 식충식물의 공급을 관리하는지 알게 되면 나라에 상소문 올리는 정도로 끝나지 않을 거다.”
“모든 수를 다 써서라도 식충식물을 뜯어가려고 하겠죠.”
“그래서 누가 식충식물을 공급하는지 알 수 없도록 외국계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할 거다. 이럴 때를 대비해서 만들어 놓은 게 몇 개 있거든. 현지에 있는 우리 쪽 유령 요원들이 추적을 회피할 수 있는 공급망을 관리할 테고.”
“오······.”
“모든 게 폐쇄적인 아프리카 쪽 독재 국가라서 길드 놈들이 정보를 알아내려고 해도 쉽지 않겠지.”
페이퍼컴퍼니까지 이용하다니, 이거 점점 판이 커지고 있는데?
불법적인 일이지만, 각성자들의 완력 싸움에 이 정도 잔기술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한다고, 강무진은 강조했다.
물론, 나야 이런 방식이 마음에 들었다.
우리 상대는 온갖 더러운 수를 다 쓰는 놈들.
진창에서 싸우려면, 이 정도는 감내할 수 있지.
“믿고 부탁드리겠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건 식충식물 공급뿐이니까요.”
“그게 이번 작전의 엔진이니까 겸손 안 떨어도 돼.”
“하하······.”
역시 목적지가 같은 만큼, 한배를 타기에는 최고의 길동무인가?
그러면 슬슬······ 한 가지 제안을 더 해봐도 좋을듯싶은데.
“큼! 그리고 한 가지 제안하고 싶은 게 더 있습니다.”
내 말에 한수 형이 화들짝 놀랐다.
“뭐? 뭐가 더 있었어?”
미리 말하지 않은 협상.
이건 강무진의 반응을 본 뒤, 갑자기 떠오른 생각이었다.
강무진은 한쪽 눈썹을 들어 올리며 물었다.
“뭐지? 이번에도 대형길드 견제와 관련된 건가?”
“그렇다고 볼 수 있죠. 어······ 현재 국내 약초 산업 피해가 크니까, 등탑자들의 탑 공략이 지연될 수밖에 없겠죠. 그렇다고 약초를 수입해 오는 것도 국가적 손실이고요. 제가 듣기로는 중국 쪽에서 벌써 약초를 무기화하고 있다던데.”
내가 서론을 읊자, 한수 형의 눈동자가 커졌다.
“너 설마······.”
나는 한수 형에게 씩 웃어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까 말씀하셨던 시장 뺐기입니다.”
“······.”
“공급량 전체를 감당할 수는 없더라도, 대형길드들이 꽉 잡은 약초 시장의 점유율을 빼앗아 올 기회입니다. 제가 약초를 대량 생산할 수 있습니다. 저한테 약초를 공급할 수 있는 다리를 놓아주세요.”
잠시 정적이 흘렀다.
아······ 역시 너무 막무가내로 제시했나?
솔직히 나도 깊게 고민했다기보다는, 고아원 뒷마당의 질 좋은 약초들을 활용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이었다.
임야를 사서 마력토를 확장한다면, 그리고 해나의 관리가 있다면 상당한 양을 재배할 수 있을 테니까.
“······.”
정적이 계속되었고, 꽉 쥔 주먹에서 땀이 흘러나오기 시작할 때쯤.
“김한수. 어디서 이렇게 세상 무서운 줄 모르는 하룻강아지를 데려왔나?”
“어, 청장님, 이건 제가······ 정수야, 이런 건 나한테 먼저 말해줬어야지······.”
한수 형마저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할 때, 강무진이 별안간 씩 웃으며 내 어깨에 손을 얹었다.
“아직 하룻강아지지만, 투견으로 키워보고 싶은 놈이군.”
“아······ 그 말은······.”
“공급량, 책임질 수 있나?”
나는 자신 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빨이 없으면 물어뜯을 준비도 안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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