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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커는 회귀해서 군주가 되었다-40화 (40/184)

40. 차원 너머의 적에게 한 방 먹이자(2)

40. 차원 너머의 적에게 한 방 먹이자(2)

도현의 불안감이야 어떠하든, 길목 거점 점령 작전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간부들 사이의 의견 조율에서 큰 잡음이 나는 일도 없었다.

어차피 점령해야 할 거점들은 이미 크라운 길드에서 한 번씩 점령한 곳들.

그 말은 목표 거점을 점령한 유경험자가 있다는 소리였다.

그러니 공략 거점을 분배할 때에도 경험자가 속한 팀에게 우선권을 주는 것은 당연했다.

아무리 서로 경쟁을 하는 사이라고 해도, 결국은 같은 길드에 속한 사람들.

그러니 공적을 탐내서 쉽게 공략할 수 있는 이들의 목표를 가로채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준비가 되었으면 출발하도록 하지.”

그렇게 작전 계획을 짜고, 또 참가자들의 전투 준비까지 마치는데 이틀의 시간이 걸렸다.

그 이틀 동안 크라운 길드의 도시 곳곳에서 장거리 원정을 지원하기 위한 작업들이 진행되었다.

공략 목표는 여덟 곳, 그 중에 두 곳을 제외한 여섯 곳은 마흔 명으로 구성된 각 팀들이 맡기로 했으니 그 인원만 이백사십 명이다.

그 인원이 장거리 원정에서 사용할 지원물품을 준비하기 위해서 도시 전체가 나선 것이다.

물론 평소에도 전투 길드원들의 활동을 지원하고 있었지만, 이번에는 길드 마스터인 도현이 특별하게 생각하는 작전이었다.

그 때문에 도시의 NPC들도 평소보다 훨씬 협조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렇게 준비된 원정.

도현이 도시 광장에서 그림자 게이트를 열었다.

이미 흑영 한 개체가 목표 지점에 은신하고 있었기에 그 옆으로 그림자 게이트를 열 수 있었다.

당연히 그 흑영은 도현이 와이번으로 그곳까지 이동해서 소환해 두었던 개체였다.

“자, 모두들 들어가라. 먼저 도착점에서 공략 거점이 먼 곳에 있는 팀부터!”

“보국 1팀 들어갑니다.”

“다음은 도깨비 팀입니다.”

“세 번째, 가시장미, 준비하고 있어요.”

“네 번째, 보국 2팀입니다.”

“다섯 번째, 비무장전설 대기중!”

“저희가 마지막입니다.”

마지막은 여진만이 이끄는 여진만 팀이었다.

그들은 그림자 게이트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거점을 맡게 되었다.

도현이 지켜보는 중에 마흔 명으로 이루어진 팀들이 빠르게 그림자 게이트로 뛰어들었다.

사실 그림자 게이트를 통과하는 물량에 따라 마력 소비가 증가하는 것이지 유지 시간은 큰 문제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각 팀들이 서두르는 것은 조금이라도 도현의 마력 부담을 줄여주려는 정성이었다.

“으음.”

- 괜찮으십니까? 로드?!

네 번째 팀인 보국 2팀이 그림자 게이트로 들어간 순간, 도현이 짧은 신음을 흘렸다.

이에 에포르가 빙의한 병사가 조심스럽게 도현의 뒤쪽으로 다가서며 다른 이들이 보이지 않게 벨트를 잡았다.

도현이 비틀거리지 않게 부축하면서도 그 모습을 작전팀들이 보지 못하게 신경을 쓴 것이다.

‘괜찮아. 잠깐 현기증이 났을 뿐이야.’

- 여섯 번째 팀까지 이동시킬 수 있으시겠습니까?

‘그래. 마력 고갈로 피가 빠져 나가는 느낌이긴 하지만, 못 견딜 정도는 아니야. 게다가 네 머리에 있는 월광초와 광장 주변에 배치한 산성병사들의 포자낭도 있으니까.’

- 알겠습니다 로드. 그럼 저는 로드만 믿고 있겠습니다.

에포르는 도현의 말을 믿고 한 걸음 물러나 시립했다.

그리고 그 사이에 비무장전설과 여진만 팀이 그림자 게이트로 뛰어들며 도현의 두통을 증가시켰다.

하지만 결국 모두가 그림자 게이트로 들어간 후에도 유지되던 게이트는 도현이 들어간 후에야 흔적 없이 사라졌다.

푸시시시시시싯!

그리고 그림자 게이트가 사라지기 직전에 광장 외곽을 지키던 산성병사들도 누런 흙먼지가 되어서 게이트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와, 황사 봐라.”

“소환병사들이 캐슬 님을 따라간 거지.”

“그걸 누가 몰라?”

“알면서 황사 타령은 왜 해?”

“부러워서 그러지. 솔직히 나는 캐슬님 병사들 중에 일반 병사도 둘 이상은 상대할 자신이 없거든. 그런데 그런 병사가 오백이 넘잖아.”

“일반 병사만 생각해서 되겠냐? 익스퍼트 초급이 쉰에 중급이 열이잖아. 십인장하고 백인장.”

“듣기론 조금 있으면 천 명이 넘어서 천인장도 나올 수 있다던데?”

“응? 그런 소리가 있어?”

“상황파악, 아니 이제는 크래프트 팀의 주지성 팀장이 하는 이야기를 들었거든. 길마의 병사가 천인대 수준이 되면 천인장이 생길 거 아니냐고. 그리고 그럼 당연히 백인장 보다는 강할 테니까 익스퍼트 상급이 나오지 않겠냐고.”

“결국 그럴 거 같다는 소리잖아. 쯧, 괜히 긴장했네.”

“야, 그래도······.”

“됐다. 캐슬 님의 스킬이 어디 한 두 가지냐? 그리고 그 중에서 제대로 정보가 알려진 스킬이 있기나 해? 얼굴도 모르는 마스턴데.”

“하긴······.”

“아, 그런데 이번 작전. 지구에 알린다고 했지?”

“그랬지. 가디언 가이드를 통해서 알린다고.”

“그럼 또 시끄러워졌겠다.”

“그렇겠지.”

“그래······.”

대화를 이어가던 둘의 표정이 어두워지며 이야기가 끊겼다.

지구에 대한 이야기는 그레이 헌터들에겐 갈증에 마시는 소금물 같았다.

자꾸만 더 듣고 싶고 알고 싶으면서도 정작 다시는 갈 수 없다는 현실을 떠올리면 답답해지는.

“가자, 모처럼 5구역 공략 없이 쉬는 날인데 맥주나 한 잔 하자.”

“그럴까? 기분도 꿀꿀한데.”

“그래도 집엔 문제없다며? 아이들도 잘 크고.”

“그래. 그거라도 없으면 어떻게 버티겠어?”

“그러니까 너무 꽁한 마음 가지지 말라고. 솔직히 캐슬 길마 아니었으면 뉴어스는 우리 그레이들에게 지옥이었을 걸? 그 골드 헌터들 갑질 막아 준 게 캐슬 길마잖아.”

“누가 뭐래? 그런 소리 안 해도 딴 생각은 안 하니까 걱정하지 마. 어서 가자고. 오늘은 쉬는 사람이 많아서 삼거리 주점에 자리 없을 수도 있어.”

“그럼 안 되지. 거기 맥주 맛이 제일 좋은데. 하하하. 어서 가자고.”

길드 마스터와 간부들이 5구역 먼 곳으로 중요한 작전을 떠났음에도 도시에 남은 길드원들은 크게 걱정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만큼 작전에 동원된 길드원들의 역량을 믿는다는 소리일 것이다.

* * *

5구역 거점을 다른 차원의 적들이 점령하면, 그 거점이 속한 영역이 사라진다.

도현이 확인한 바로는 그 거점 영역이 눈에 보이는데도 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다.

마치 구역 사이를 가로막은 결계와 같은 것이 생기는 것이다.

그렇게 막이 생기면 가시거리도 짧아져서 안쪽을 확인하는 것도 한계가 생긴다.

- 다들 떠나고 없습니다.

‘원래 그렇게 하기로 했잖아. 시간이 금인데, 여기서 또 인사를 하고 어쩌고 할 필요가 없지.’

- 그건 그렇습니다.

‘우리도 가자.’

- 좀 쉬셔야 하지 않습니까?

‘와이번 등 위에서 쉬면 되지.’

도현은 그렇게 대답하며 와이번을 소환했다.

- 이번에도 저번처럼 포자낭 아이템이 나올까요?

도현과 함께 안장에 오른 에포르 병사가 와이번이 활갯짓을 시작할 때, 그렇게 물었다.

‘이번 공략이 둥지형 거점이니까, 어쩌면 같은 보상이 나올 수도 있겠지.’

- 정말 그렇다면 로드께 꼭 필요한 보상들이 나오는 거점만 골라서 공략할 수도 있겠습니다.

5구역의 거점들은 공략 시작과 과정, 결과를 정리해서 기록해 둔다.

그리고 그 기록에서 숨겨야 할 내용을 빼고, 나머지는 조만간 발표할 5구역 거점 공략 가이드에 실을 예정이었다.

어쨌건 5구역의 각 거점의 위치와 특성, 공략법, 보상 따위에 대한 정보가 쌓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걸 활용하면 도현이 필요한 보상을 대칭되는 이쪽 거점에서 확보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일단 이번 둥지 거점에서 같은 보상이 나와야지. 그렇지 않으면 의미 없는 가정이 되는 거고.’

- 그건 그렇습니다.

‘일단 명상 좀 할 테니까, 도착할 때까지 와이번 컨트롤은 에포르 네가 하고 있어.’

- 넵, 로드! 기꺼이 그렇게 하겠습니다.

도현은 에포르의 대답을 들으며 와이번 위에서 명상을 시작했고, 그 명상은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이어졌다.

* * *

‘보상은 복불복이네. 그래도 특성을 완전히 벗어나진 않는 거 같고.’

둥지형 거점의 점령은 이전보다 훨씬 쉽게 끝났다.

산성병사도 이전보다 강해졌지만 탑의 성을 이용한 지원 요청이나, 포자낭 활용 등으로 전력이 더 강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거점 공략의 보상은 이전과 다르게 나왔다.

이전 대칭되는 곳에 있는 둥지형 거점에서는 [바오밥 버섯 나무의 포자낭]을 얻었다.

그리고 그 덕분에 숲의 성 점유율을 크게 올릴 수 있었고, 포자살포라는 좋은 스킬도 얻었다.

하지만 이번에 거점을 공략하고 얻은 것은 [샘물 이끼]라는 것이었다.

그 역시 특수 아이템이었는데 마력을 흡수하거나 혹은 숲의 성 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샘물 이끼]는 마력을 주입하면 원할 때 맑은 물을 얻을 수 있는 아이템이었다.

일종의 수통 역할을 하는 것인데, 영구적으로 쓸 수 있다는 점에선 좋은 아이템이었다.

항상 맑은 물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은 뉴어스에서 활동하는 헌터들에게도 큰 도움이 된다.

- 하지만 로드께서는 그 [샘물 이끼]를 훨씬 요긴하게 쓰실 수가 있지요.

에포르 병사가 자랑스럽다는 듯이 가슴을 내밀며 말했다.

그리고 그 때, 도현은 [샘물 이끼]를 의식 공간의 숲의 성 정원에 옮겨 심는 중이었다.

손에 들고 있는 이끼를 마음속에서 떠올린 숲의 성 정원 연못가의 바위에 붙여 넣었다.

그러자 이끼가 빠르게 증식하더니 연못 테두리를 완전하게 감싸며 녹색의 융단을 만들었다.

‘자, 이걸 이렇게 소환하면?’

도현이 그 [샘물 이끼]를 에포르 병사의 어깨에 견갑처럼 덧붙인 형태로 소환했다.

‘아, 이건 아닌가? 그럼······.’

어깨에서 흐르는 물은 활용하기가 쉽지 않아 보였기에 도현은 다시 이끼를 에포르 병사의 손목에 보호대처럼 둘렀다.

- 이거 좋습니다. 이렇게 하면 언제든 물을 쓸 수 있습니다.

에로프 병사가 손목 보호대에 마력을 흘려 넣어 이끼에서 물을 뽑아냈다.

- 오오오. 마력의 양에 따라서 쏟아지는 물의 양도 다릅니다. 이거 조금 무리하면 화재 진압용으로도 쓸 수 있겠습니다.

에포르가 호스로 물을 뿌리는 것처럼 사방으로 불을 뿌리며 흥을 냈다.

‘불을 끄는 거면 탑의 지원 요청으로 마법을 쓰는 것이 더 낫겠지.’

도현이 그런 에포르에게 핀잔을 주더니, 다시 [샘물 이끼]를 자신의 손바닥에 소환했다.

그리고 손바닥 크기의 이끼를 곁에 있는 나무에 덧붙였다.

- 무얼 하시는 겁니까?

에포르 병가가 다가와 물었다.

‘이렇게 해 둬도 일단 이끼가 죽지는 않는단 말이지.’

도현은 나무에 들러붙은 이끼가 생기를 유지하는 것을 확인했다.

나무에서 약간의 기운을 흡수하고 있지만, 나무에 무리가 갈 정도는 아니었다.

‘이렇게 해 두고, 여기에 마력을 불어 넣으면?’

도현이 나무에 붙은 [샘물 이끼]에 마력을 불어 넣었다.

그러자 나무 기둥을 타고 흘러내리는 물줄기.

- 오오오. 그 이끼만 있으면 필요할 때에 언제든 물을 얻을 수 있겠습니다.

그 모습에 에포르가 감탄을 터트렸다.

‘의외로 깨끗한 물이 필요한 경우는 많지. 지금 4구역의 성벽 밖에도 물 부족 지역이 제법 많이 있을 걸?’

- 거기에 그 이끼를 보급하실 생각이십니까?

‘더해서 마력을 흡수하는 포자낭을 하나씩 붙여주면?’

- 계속해서 일정량의 물이 흘러나오겠군요?

‘거기다가 물이 풍부하면 이끼도 더 넓게 퍼지겠지.’

- 좋은 방법입니다. 그렇게 되면 쓸모없는 땅을 개척하는데 정말 요긴할 것입니다.

‘성의 점유율을 높이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샘물 이끼]도 나쁘지 않아. 둥지형 거점은 저번에 이어서 이번에도 정말 좋은 선물을 주는구나.’

- 확실히 그런 거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다음 공략 대상지로 가자. 전에는 거기서 얻은 것이 별로 없었는데 이번에는 좋은 걸 줄지도 모르지.’

- 아, 이번에 갈 곳이 암석지대의 미로 계곡입지요? 그곳의 속성을 생각하면······.

‘산성의 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아이템이 나올지도 모르지.’

에포르의 말을 중간에서 가로챈 도현이 와이번을 소환해 그 등으로 훌쩍 뛰어 올랐다.

- 로드! 저도 데리고 가셔야지요!!

에포르가 급히 그런 도현의 뒤를 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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