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탱커는 회귀해서 군주가 되었다-41화 (41/184)

41. 차원 너머의 적에게 한 방 먹이자(3)

41. 차원 너머의 적에게 한 방 먹이자(3)

= 막혔다!

= 여기가 끝인가?

= 그럴 리가 없다. 이 앞으로도 넓은 땅이 있는 것을 보았다.

= 그럼 뭐냐? 왜 이렇게 막혔지?

= 모른다. 하지만 추측은 해 볼 수 있겠지.

= 미개한 놈들이 우리보다 빨랐다는 거냐?!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거점 점령전이 벌어지는 5구역의 한 곳.

이마에서 시작한 뿔이 머리뼈 바짝 붙어서 귀 위를 지나 뒷머리로 내려간 특이한 인종 몇이 모여 있었다.

같은 5구역을 두고 지구의 크라운 길드와 점령 경쟁을 벌이고 있는 알케이네스 차원인이었다.

지금 그들은 거점 점령 도중에 일어난 갑작스러운 사태에 우왕좌왕 하는 중이었다.

그들이 서 있는 앞쪽으로,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분명히 이동이 가능한 넓은 땅이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보이지 않는 막이 생기며 건너편이 뿌옇게 흐려진 것이다.

= 이거 아무래도 앞쪽에 있던 거점을 미개인 놈들에게 빼앗긴 모양이다.

=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정찰병들의 보고에 따르면 앞쪽으로 무척 많은 거점이 있다고 했다. 그걸 이렇게 빨리 점령할 수는 없다.

= 어쨌거나 이쪽으론 전진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으니 다른 길을 찾아야 한다.

= 여기 만들어진 차원벽은 우리 힘으로 깨트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니 어쩔 수 없겠지. 일단 이쪽 루트는 포기하는 것으로 하고 위에 보고를 올리자.

=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여섯 명의 알케이네스 차원인들은 그렇게 결론을 내리고 물러났다.

그리고 그들은 곧바로 원정 사령부로 돌아가서 그들이 확인한 사실을 보고하려 했다.

그런데.

=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전진할 길이 없다니!

그들이 사령부로 들어서는 순간 부관의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 뭐냐?! 너희도 같은 내용이냐? 진격로 전방에 차원벽이 생겼다는?

그리고 그 부관이 그들을 발견하고는 인상을 찌푸리며 버럭 고함을 질렀다.

서둘렀지만 상황 보고에서 그들이 가장 늦었던 모양이었다.

그리고 제일 늦은 덕분에 상황을 표시한 지도에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벽에 붙은 지도엔 자신들이 속한 자카모스 군의 앞이 모두 막혔음을 표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차원벽 안쪽으로 아직 점령하지 못한 거점이 몇 개 남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차원벽에 막혀 나아갈 길이 없는 상태였다.

= 빌어먹을! 결국 구멍은 한 곳 밖에 없다는 건가?

자카모스 호카 만프레 사령관의 부관인 토가 하무로가 인상을 찌푸리며 지도의 한 곳을 노려봤다.

그러다가 아직 어정쩡하게 서 있는 여섯 명의 간부들을 보고 인상을 찌푸렸다.

= 뭐지? 차원벽 때문에 전진을 못한다는 내용 말고 뭔가 더 보고할 것이 있나? 응?

= 아, 아닙니다.

= 무, 물러가겠습니다. 상세 보고는 서면으로 하겠습니다.

= 알케이네스의 영광을 위하여!

= 알케이네스의 영광을 위하여!

부관의 질타에 소규모 공격대를 이끄는 여섯 간부들이 당황하며 다급하게 인사를 남기고 막사 밖으로 사라졌다.

= 끄응! 이걸 어쩐다······.

하지만 부관인 토카 하무로는 그런 부하들에게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 토카! 토카!

지도를 보며 궁리를 하는데, 안쪽에서 그를 부르는 사령관 자카모스 호카 만프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부관은 서둘러 사령관의 비위를 맞춰 주기 위해 안쪽으로 달려들어갔다.

= 토카, 여기 있습니다. 각하.

토카는 다급하게 사령부로 쓰고 있는 막사의 안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는.

= 무슨 일로 밖이 이렇게 시끄럽지?

양쪽에 나체의 미녀를 끼고 누워 입으로 작은 과일을 받아먹는 자카모스 호카 만프레 사령관이 있었다.

이번 차원 원정에서 만프레 공작가의 지원을 받아 경쟁에 나선 두 명의 후계자 중 둘째.

그가 토카의 눈앞에 있는 자카모스 호카 만프레였다.

= 네, 사령관 각하. 서쪽에서도 앞서와 같은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 차원벽이 생겨서 전진이 불가능하다는 그 이야기?

자카모스는 커다란 등받이 쿠션에 기대 있었는데, 토카는 그 쿠션이 냉속성의 기운이 담긴 괴수 거미의 거미줄로 짠 것임을 알아보았다.

그 쿠션 하나가 토카가 받는 한 달치의 분배금보다 비쌀 것이었다.

게다가 거점 점령까지 막혀버린 상황이면 다음 달부터는 승전에 따른 분배금이 확 줄어들 것이다.

그렇게 되면 몇 달의 분배금을 모아도 저런 쿠션 하나도 살 수 없겠지.

토카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잊지 않았다.

자카모스 사령관이 질문을 했으니 답을 내 놓아야 했다.

= 그렇습니다. 차원벽 안쪽으로 아직 점령하지 못한 거점이 네 곳 남기는 했지만, 그곳을 점령한 후에는 노릴 거점이 없습니다.

= 그게 말이 되나? 그렇게 되면 우리가 이대로 여섯 번째 지역으로 가야 한다는 거냐?

= 물론 이대로 여섯 번째 지역으로 가는 것은 어렵습니다. 그러니 차원벽 너머로 길을 만들거나 아니면 다섯 번째 구역을 새로 열어야 합니다.

= 차원벽 너머로 길을 만들어?

= 차원벽과 차원벽 사이에 틈이 있는 곳이 있습니다. 그곳으로 병사들을 진격시켜서 통로 확보를 시도해 볼 수 있습니다.

= 그래서 기껏 통로를 지났는데, 다음 거점까지 점령당해서 길이 막히면?

= ······.

= 내가 생각하기엔 그렇게 될 가능성이 무척 높은 거 같은데? 우리와 경쟁하는 미개인 놈들이 어떤 놈들인지 몰라도, 이번엔 조금 영리한 놈들인 거 같단 말이지. 안 그래?

그렇긴 하다.

설마 이런 식으로 거점을 점령해서 선수를 칠 줄은 몰랐다.

= 입단속 잘 해. 다른 놈들에게 이번 일이 들어가지 않도록.

그 때, 자카모스가 토카를 향해 얼음송곳 같은 눈빛으로 경고를 했다.

그가 걱정하는 것은 이번 전쟁에 참가한 다른 부대들에게 정보가 넘어가는 것이었다.

= 만약 이번 일이 다른 사령부에 들어간 것이 확인되면, 너와 병사들 모두를 불구덩이에 밀어 넣을 거야. 알았어?

그는 다시 한 번 부관에게 으름장을 놓았다.

= 절대 그럴 일은 없을 것입니다. 사령관 각하.

= 흥!

토카의 확언에 자카모스는 콧방귀를 뀌었다.

사실 사령부의 일이 밖으로 새어나갈 일은 거의 없다.

그것을 자카모스도 잘 알고 있었다.

알케이네스 제국에서 상명하복의 규율은 절대적이다.

명령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실수를 할 수는 있어도, 받은 명령을 거역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물론 실수라거나 방심, 망각이라는 허점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처럼 원정 부대마다 독자적인 활동을 할 때에 이적 행위나 배신행위는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마땅히 그러해야 한다는 고정관념?

알케이네스 차원인들이 가지는 보편적인 의식?

그들이 식민지의 주민들을 노예 이상으로 생각하지 못하는 것이나, 상급자에게 불복하는 것을 상상하지 못하는 것은 거의 동급의 의식이다.

그러니 자카모스 호카 만프레 공자의 경고는 사실상 의미가 없는 사족에 불과했다.

= 그래도 이대로 여기 붙잡혀 있을 수는 없으니까, 하위 부대를 편성해서 새로운 5구역을 배정 받는 것으로 하지. 아니, 이참에 하위 부대를 세 개 꾸려.

= 알겠습니다. 사령관 각하.

명령이 떨어졌으니 토카는 그것을 완벽하게 수행하기 위한 방법을 궁리해야 한다.

명령을 거역하거나 혹은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허락을 받았을 때에나 가능한 것인데, 자카모스는 그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니 시키는 대로 하라는 뜻이다.

하위 부대를 꾸려서 5구역 세 곳을 공략할 최선의 방법을 궁리해야 할 때다.

= 우리가 제일 앞섰던 것이 화가 되었을 수도 있겠어. 쯧.

다급하게 물러나는 토카 하무로의 뒤통수를 쳐다보던 자카모스가 혀를 차며 고개를 흔들었다.

이번 전쟁에서 가장 앞서 있었던 것이 자카모스였다.

공작가의 지원은 물론이고, 외가인 후작가의 은밀한 지원까지 받은 덕분이었다.

그런데 상대인 미개종족이 이렇게 만만치 않을 줄은 몰랐다.

절로 혀를 찰 일이다.

그러자 그의 심기가 불편한 것을 느낀 첩들이 그의 입에 달콤한 과일을 밀어 넣어 주었다.

우적, 우적우적!

자카모스는 입에 들어온 과일을 씹으며 생각에 잠겼다.

이번 일로 손해가 컸다.

원래 하위 부대를 편성해서 5구역 거점 수를 늘이긴 해야 한다.

하지만 그건 공략중인 구역에서 자원 수급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때에나 실행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이번 구역에서 별다른 지원을 할 수 없는 상태로 세 개의 하위 부대를 편성하다니.

이건 그야말로 허리띠를 최대한 졸라묶은 형국이었다.

자칫하면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었다.

= 도대체 어떤 놈이······.

그래서인지 더더욱 차원벽 너머의 미개한 놈들이 궁금해지는 자카모스 호카 만프레였다.

= 흥, 그래봐야 결국 벌레들일 뿐이지.

자카모스는 그렇게 중얼거리곤 입을 살짝 벌렸다.

이에 과일을 넣어주는 첩들의 손길이 조금 더 바빠졌다.

* * *

“함정은 역시 쓸모가 없었나?”

도현은 5구역의 전방으로 진출해서 거점을 점령하고 적들의 진입로를 차단했다.

그리고 그렇게 생긴 영역 사이로 작은 샛길이 있음을 알아냈다.

영역과 영역 사이에 비어 있는 틈이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곳에 함정을 파고 혹시라도 다른 차원의 적들이 넘어오는 일이 있지 않을까 기다렸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도 도현이 기억하는 저쪽 알케이네스 차원의 종족은 발견되지 않았다.

“분명 5구역에서도 알케이네스 놈들과 조우하는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

과거의 기억에 따르면 5구역 공략 초기에 알케이네스 차원의 정찰병과 전투가 벌어진 일이 있었다.

그 전투로 많은 헌터들이 희생되었지만, 지역 자체가 지구 헌터들의 점령지에 가까웠기에 결국 증원을 통해 상대를 제압했다.

십여 명의 알케이네스 병사들을 처리하면서 백여 명의 희생자가 나왔고, 세 명의 포로를 잡았다.

하지만 그 포로들은 결국 죽을 때까지 어떤 정보도 토해내지 않았다.

그저 그들의 무기와 방어구, 장구류 따위를 통해서 알케이네스 차원에 대해 조금 알 수 있었을 뿐이다.

어쨌건 과거에 그런 일이 있었으니 이번에 가장 앞서서 5구역에 진입한 크라운 길드가 그 알케이네스 놈들을 발견하는 일이 생기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었다.

‘과거에 5구역을 제일 먼저 열었던 것은 미국의 스페이스 길드였지. 알케이네스 놈들과 전투를 벌인 것도 그들이었고.’

하지만 이번에는 도현의 크라운이 먼저 5구역에 진입했고, 길목 거점을 점령해서 적들의 진입로를 차단했다.

‘시기도, 사람도, 상황도 그 때와는 달라졌으니 알케이네스 정찰병과의 전투도 없었던 일이 되는 모양이네. 놈들을 잡아서 세상에 공개하면 좀 더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을 텐데.’

도현은 혀를 차며 길드 간부들이 올린 보고서를 책상 한 쪽에 정리해서 쌓았다.

이제 서류 작업은 끝났다.

도현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5구역 거점 점령과 같은 큰 목표만 설정해 주고, 나머지는 팀별로 자율권을 주었다.

그래서 각 팀장과 간부진들이 서로 의논해서 길드를 성장시키는 중이었다.

- 로드, 하위 길드의 설립은 언제 하실 생각이십니까?

도현이 자리에서 일어나 지구로 게이트를 열려는 순간, 옆에서 도현을 일을 돕던 에포르 병사가 물었다.

“5구역 거점을 절반 이상 점령하고, 그곳을 개발해서 자원 수급이 이루어지기 시작하면, 그 때부터 하위 길드를 운영해야지.”

헌터들은 사실상 엄청난 소비 집단이다.

전투라는 행위는 생산 보다는 파괴와 소비에 치중될 수밖에 없다.

그런 헌터들을 지원하기 위해서 길드의 도시와 5구역 같은 자원 수급처가 필요한 것이다.

앞으로는 도시의 생산력이 곧 길드의 전투력이 될 수밖에 없다.

더 나은 무기와 방어구, 마법적인 연구 실적과 아이템 제작, 먹을 것과 입을 것, 피로를 풀어줄 아늑한 보금자리 등등.

- 참 그런데 그 [샘물 이끼]는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도현이 헌터와 그들을 지원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을 때, 에포르가 또 다른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그 질문에 도현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서류 작업을 마치고 곧바로 지구로 넘어가려 했던 마음이 흔들린 도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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