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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커는 회귀해서 군주가 되었다-23화 (23/184)

23. 3구역 여포(3)

23. 3구역 여포(3)

“반갑습니다. 여원 정보실 베타 팀의 노정수 팀장입니다.”

“반갑습니다. 유성공업의 최도현입니다. 그런데 베타 팀이라고요?”

“아, 알파 팀은 사실상 VIP담당입니다. 여원 그룹의 정보를 총괄하는 것은 저희 베타 팀입니다.”

여기서 VIP는 여원 그룹의 로열패밀리를 말한다.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그런데 제가 어떻게 대해 드리면 됩니까?”

도현은 대략 짐작을 하면서도 확인하듯 물었다.

첫 자리에서부터 서로의 관계를 명확하게 해 놓지 않으면 앞으로 피곤한 일이 생길 수 있다.

더구나 상대는 대그룹인 여원의 정보를 총괄한다는 사람이었다.

“뭐든 원하시는 것을 들어 드리라는 명령을 받았습니다. 저희가 해야 할 일에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굳이 설명을 하실 필요 없이 요구만 하시면 됩니다.”

“그렇군요.”

도현은 노정수의 말을 들으면서 꽤나 의외란 생각을 했다.

여원의 노(老)회장이 큰 결단을 내린 것이 분명했다.

“그럼 먼저 일반적으로 해야 할 일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도현은 그렇게 말을 하고는 크라운에 속해 있는 헌터들의 명단을 노정수에게 내밀었다.

노정수는 명단을 받아들고 아무 말 없이 도현의 다음 지시를 기다렸다.

“확인해 보시면 아시겠지만 그 사람들, 그레이 포탈에 들어간 재능자들입니다.”

“네.”

“그리고 함께 적혀 있는 사람들은 그 재능자들의 친인척입니다. 그들에게 무슨 일이 생기는지 한 달에 한 번씩 사진과 함께 짧은 동향 보고가 필요합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수가 많은데 괜찮겠습니까?”

덤덤한 대답에 도현이 도리어 걱정이 되어 물었다.

“이 정도는 저희가 더미로 만들어 놓은 흥신소를 통해도 충분합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알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아까도 말씀을 드렸지만 그들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꼭 확인을 해야 합니다.”

“확인이라면 어떤 것을 말씀하시는 건지요?”

“그 일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것인지 아니면 인위적인 개입이 있었던 것인지를 밝히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이 대상자들에 대한 어떤 작전이 있을 수 있다는 말씀이군요?”

“그렇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저희는 그 일을 확인만 합니까, 아니면 저지까지 합니까?”

“음, 당분간은 이쪽이 드러나지 않는 수준에서 저지할 수 있으면 그렇게 해 주십시오. 하지만 이쪽이 드러날 상황이면 최악이 아닌 이상은 확인만 해 주시면 됩니다.”

“최악이란 어떤 정도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이후에 여원이 개입해서 원상 복구를 시킬 수 없을 정도를 말합니다. 이를테면 대상의 사망이나 심각한 부상의 경우가 되겠군요. 그리고 그와 유사한 수준의 심리적인 충격도 포함합니다. 가능하겠습니까?”

“솔직히 상황이 닥치지 않으면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작전 세력의 수준에 따라서 또 달라질 수 있습니다.”

“상대는 여원과 비슷한 수준의 그룹, 대한민국 정부, 비상식적인 능력을 지닌 초인입니다.”

도현은 노정수에게 최악의 상황에서 상대해야 할 적들을 그렇게 알려줬다.

그 말에 노정수는 흔들리는 눈동자로 도현을 바라봤다.

하지만 그 흔들림은 불안이 아니라 믿기 어렵다는 불신에서 나온 것이었다.

특히 ‘비상식적 능력의 초인’이란 표현이 그를 혼란스럽게 하고 있었다.

“설마 여원의 정보 담당자가 아직도 골드 포탈에 대해서 모르는 것은 아니겠지요?”

그런 노정수를 보며 도현이 물었다.

“물론 알고 있습니다. 그 최초 발견 장소에 최도현 대리님도 계셨지요.”

노정수는 정보 부족을 인정할 수 없다는 듯이 곧바로 대답했다.

“그럼 그 골드 포탈에 지금까지 누가 들어갔는지는 파악을 했습니까?”

“네, 그건 파악이 되었습니다.”

“그럼 그들이 포탈을 자유롭게 드나드는 것도 아실 테지요?”

“그렇습니다.”

“그들, 그러니까 골드 헌터라고 부르는 그들이 문제의 초인입니다. 포탈 너머에서 초능을 각성했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 힘이 강해질 겁니다.”

“그게 그렇게 대단합니까?”

노정수는 믿기 어렵다는 듯이 물었다.

“아직 그들의 능력은 파악이 안 된 모양이군요.”

“불덩이를 만들고 번개를 뿜어내고, 몸을 단단하게 만들기도 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신체 능력이 무척 향상되었다고 하더군요.”

그래도 어느 정도는 파악을 하고 있는 모양이라고 도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전부가 아닙니다. 지금은 아니지만 시간이 지나면 어지간한 중화기에 직격 당해도 멀쩡하게 돌아다닐 정도가 될 겁니다. 아니 날아오는 총알을 보고 피하거나 혹은 손으로 잡을 수도 있겠군요.”

도현은 그렇게 말을 하고는 노정수의 반응을 살폈다.

도현의 말에 순간 굳어졌던 노정수의 표정이 천천히 풀렸다.

“어떻게 해서든 그 골드 헌터에 우리 여원의 사람을 밀어 넣어야겠군요.”

그리고 노정수는 예상했던 답을 꺼내 놓았다.

“그거야 여원의 능력에 달린 문제겠지요. 하지만 그렇게 한 사람을 밀어 넣어도 안에서 따돌림을 당하면 제 구실을 하기 어려울 겁니다.”

이미 판이 짜여 있다는 뜻이다.

“그 문제라면 최대리님이 도와주시지 않겠습니까.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만.”

이번에는 노정수 팀장이 이전과 달리 적극적인 태도로 말을 해 왔다.

이미 포탈 안쪽에 나름의 세력을 구축했다는 것을 짐작한 것이다.

도현이 그에게 준 명단을 통해서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문제이기는 했다.

“도움이라······. 여원에서 원한다면 그 정도는 해 드려야지요. 하지만 이쪽 사정도 있어서 지원에 한계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건 일단 사람을 들여보낸 후에 생각할 문제겠군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저와 연결될 드러나지 않은 선이 필요합니다. 팀장님과의 만남도 이번을 마지막으로 하겠습니다.”

“역시 감시를 걱정하시는 겁니까?”

“아무래도 팀장님 정도면 이미 드러난 상태라고 봐야겠지요. 오늘 한 번은 어떻게 눈을 피했다고 해도, 계속해서 그럴 수 있기를 기대하긴 어렵지 않겠습니까?”

“알겠습니다. 사람을 준비하겠습니다. 그리고 이걸 드리겠습니다.”

노정수는 도현 앞에 서류가방 하나를 꺼내놓고, 거기서 스마트폰과 노트북을 꺼냈다.

두 기종 모두 도현이 처음 보는 것들로 꽤나 외양이 투박했다.

“절대로 감청이나 해킹이 되지 않는 스마트폰입니다. 그리고 이 노트북도 그와 같은 종류입니다. 필요한 정보를 주고받기에는 그만일 겁니다.”

“그런 것이 있었습니까?”

“스마트폰과 노트북 모두 일반 인터넷 선을 쓰지 않습니다. 곧바로 위성을 통해서 상대 기기와 연결이 됩니다. 게다가 암호화 된 신호는 누가 수집을 한다고 해도 해독이 불가능합니다.”

노정수는 무척 자신만만한 모습으로 스마트 폰과 노트북을 도현에게 주었다.

“그렇게 자신하시니 사람보다는 이걸 쓰는 것이 더 좋을 수도 있겠군요.”

도현은 웃으며 스마트 폰과 노트북을 다시 정리해 넣은 가방을 챙겼다.

“저의 여원에서는 이번 유성과의 합작에 무척 큰 기대를 가지고 있습니다. 아울러서 이미 적지 않은 성과를 내고 있기도 합니다.”

노정수가 도현을 보며 여원의 입장을 대신해서 전했다.

그동안 합금 연구에서 얻은 성과를 말하는 것이었다.

“지금은 무조건 연구 쪽으로 힘을 쏟으라고 전해 주십시오. 어차피 그 특별한 성분은 이곳에선 만들 수도 없고, 구할 수도 없습니다. 그것을 어떻게 이용해서 무엇을 만들 것인지를 미리 확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말은 언젠가는 자원 수급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군요?”

노정수가 도현의 말에 숨겨진 뜻을 제대로 짚어 냈다.

“아직 확실한 것은 별로 없지만 그렇게 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습니다.”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그럼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아시겠지만 사람이 곧 재산입니다.”

도현은 그 말을 끝으로 노정수와 헤어졌다.

그리고 노정수는 곧바로 둘의 만남을 노회장에게 전했다.

여원의 노회장은 보고를 받고 도현에 대한 지원을 한 번 더 강조했다.

* * *

도현은 현실에서 일을 마치자마자 곧바로 집으로 돌아와 뉴어스로 들어왔다.

그리고 뉴어스에 들어온 도현을 반긴 것은 군용 천막의 어두운 실내였다.

도현은 크라운 길드에게 배정된 콤모디 군의 십인용 천막 안에서 지구에 갔다 온 것이다.

도현은 입구를 막고 있는 천을 걷고 밖으로 나섰다.

밖에는 콤모디의 병사들이 바쁘게 오가고 있었다.

작전 개시가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늦지는 않았군.”

도현은 살짝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여원 그룹과의 첫 만남을 미룰 수가 없어서 바쁜 시간을 쪼개야 했다.

그나마 서두른 덕분에 작전 시작 시간은 맞출 수 있어 다행이었다.

- 로드, 어디로 가실 겁니까?

에포르가 도현에게 물었다.

도현은 에포르를 위해서 산성병사 하나를 소환하고는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우린 멀리 안 갈 거야. 여길 지켜야지.”

에포르의 물음에 도현은 그렇게 대답했다.

하지만 에포르는 그런 도현의 말에 깜짝 놀랐다.

- 로드, 이번 작전은 계곡 너머에 있는 적의 지휘부를 타격하는 것이 아니었습니까? 그런데 거기 참여를 하지 않다니요?

놀랄 법도 한 일이었다.

도현이 들고 온 명령서의 작전은 계곡의 양쪽에서 서로 대치하고 있는 적의 지휘부를 공격하는 것이었다.

콤모디 왕국과 레스폰 왕국은 원래 큰 산맥을 국경으로 삼고 있었다.

지금 도현이 와 있는 곳은 그 산맥에서 폭이 좁은 부분으로 두 왕국의 교역로가 있던 곳이다.

산맥을 잘라 놓은 계곡이 콤모디와 레스폰 왕국을 연결하고 있는 곳.

그래서 양쪽 계곡 끝에 두 왕국의 관문이 있었다.

이번 작전은 반대편에 있는 적의 관문을 확보하고, 아울러서 적의 지휘부를 습격하는 것이었다.

그것을 위해서 이미 엄청난 숫자의 산악병들이 레스폰의 관문까지 은밀하게 진출해 있었다.

이제 본격적으로 계곡에 병사들을 밀어 넣어 적의 이목을 집중 시킨 후, 산에 매복중인 산악병으로 적의 관문을 확보할 것이다.

이후 적의 관문이 열리면 계곡에 밀어 넣은 군대로 적의 지휘부를 쓸어버린다는 작전이었다.

준비 상황을 보면 성공 가능성은 무척 높았다.

충분한 숫자의 산악병이 적에게 들키지 않고 적의 관문 양쪽 산에 매복하는데 성공했다.

그 숫자의 산악병들이면 적의 관문을 점령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했다.

더구나 그 때는 계곡을 따라서 들어간 군대가 관문을 공격할 것이다.

준비가 끝난 이상 실패하기 어려운 작전이 분명했다.

“그런데 실패하지. 그것도 완전히 말아먹어. 그게 문제지.”

도현은 이 작전의 결과를 분명하게 알고 있었다.

콤모디 왕국의 군대가 이번 작전에서 깔끔하게 전멸할 것이다.

그걸 알고 있기에 도현은 작전에 직접 참가하지 않고, 이쪽 관문을 지키려고 하는 것이었다.

물론 관문을 지키기만 하는 것으로 끝나진 않을 것이다.

그래서는 고작 현상 유지에 지나지 않는다.

완전히 기울어진 전세를 역전시켜서 승기를 가지고 오는 것.

그것이 이번 전투에서 도현이 세운 목표였다.

- 로드, 병사들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래, 그럼 우리도 자리를 잡아야지.”

도현은 그렇게 말을 하고는 계곡을 지키는 관문 위로 올라갔다.

높이가 30미터에 두께가 15미터나 되는 관문은 넓이 70미터의 계곡을 완벽하게 틀어막고 있었다.

지금 도현이 서 있는 관문 밑으로는 활짝 열린 문을 통해서 콤모디의 병사들이 꾸역꾸역 계곡 안으로 밀려가고 있었다.

“많기는 엄청 많네.”

그런 병사들의 모습을 보며 도현은 살짝 아쉬움을 느꼈다.

저들을 살리면 앞으로의 전쟁이 유리해 질 거란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도현은 이내 고개를 저었다.

저들을 살리려면 레스폰 왕국의 함정을 미리 밝혀서 깨트려야 한다.

그렇게 되면 이번 작전이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지지만, 도현의 공은 상대적으로 줄어든다.

콤모디 왕국의 패배가 거의 확정된 상황에서 전세를 역전시켜야 전공 점수를 많이 받을 수 있다.

게다가 레스폰 왕국의 작전이 성공하면 이곳 관문으로 ‘놈’이 온다.

“황금 고블린 같은 놈이 온단 말이지. 흐흐흐.”

- 로드, 제발 체통을 지키십시오.

도현의 웃음소리에 미래를 모르는 에포르만 애가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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