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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영업사원이 되었다-198화 (198/339)

198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박수진 주임에게 걸어갔다.

“박 주임님.”

그녀는 급히 다가온 나를 보며 놀란 얼굴로 물었다.

“네? 과장님 무슨 일 있으세요?”

“저… 이거 라운드 바이오 사업자등록증인데요. 이거 제대로 된 사업자등록증인지, 확인 가능하죠?”

“아……. 네, 조회해 볼게요.”

나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후 나갈 준비를 시작했다.

그리고 곧장 사무실을 나서며 박 주임을 향해 외쳤다.

“조회해 보고 연락 주세요. 저 나갔다 오겠습니다!”

차에 올라타자마자 내비게이션에 주소를 찍었다.

라운드 바이오 사무실 주소를…….

그리고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울리는 전화기.

박 주임에게서 온 전화였다.

“네, 주임님. 확인됐을까요?”

- 과장님. 이거 사업자등록증 맞아요. 대표자랑 주소 모두 확인했어요.

“아……. 고마워요.”

- 네, 다녀오세요.

주소와 대표자까지 모두 맞았다.

하지만 내가 지금 굳이 전주로 향하는 이유는 이 의심을 멈추기 위해서였다.

확신에 가득 찼던 김 대표의 그 눈빛, 말투.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심되는 김 대표의 속마음.

나는 내 두 눈으로 이것들을 확인하고 싶어졌다.

그래야지만 이 의심을 끝낼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한참을 달린 끝에 전주에 가까워졌다. 라운드 바이오 사무실에 가기 위해서는 현재 김 대표가 사무실에 있어야 했다.

몇 시간 전 그와 점심을 먹을 때, 그는 곧장 전주 사무실로 간다고 했었기에 나는 김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

- 네, 과장님.

“대표님, 전주 잘 도착하셨습니까?”

- 그럼요. 아까 헤어지자마자 출발해서 이미 사무실에 있습니다.

그와 점심시간에 나눴던 말이 거짓말은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에 의심이 조금 사그라들려는 찰나.

“그러셨구나.”

- 예, 무슨 일 있으십니까?

“아니요. 저도 전주에 볼일이 있어서, 전주에 왔거든요. 온 김에 사무실 놀러 갈까 하고요.”

- 네? 갑자기 무슨 일로…….

“그냥 온 김에 사무실 구경도 갈 겸, 겸사겸사 연락드렸습니다. 하하.”

- 죄송한데, 제가 곧 나가야 해서요.

“예? 나가신다고요?”

- 어쩌죠? 저도 병원과 약속이 있어서 나가려던 참이었거든요. 이런……. 먼 걸음 오셨는데, 오늘은 못 뵙겠는데요.

내가 만나자니 갑자기 약속이 생겼다는 김 대표.

미심쩍었지만, 이건 심증일 뿐이라 무슨 이야기를 할 수가 없었다.

그때, 그가 재차 내게 말했다.

- 제가 내일은 경남 쪽으로 돌아봐야 해서, 금요일에 오시면 뵐 수 있는데 그날 전주 오시나요?

“금요일이요?”

금요일은 이미 계약이 끝난 후 물건을 납품받는 날이다.

이미 상황이 종료된 후라는 말이지.

- 예. 금요일에는 하루 내내 사무실에 있을 것 같거든요.

“금요일에는 물건 출고 날 아닌가요?”

- 맞습니다. 그날 제가 운전해서 움직이는 게 아니라, 배송 업체 통해서 큰 트럭 한 대로 나갈 거거든요. 그날 전주 오시면 사무실에 계속 있는데. 그전에는 저도 계속 업체 돌아다니느라 언제 사무실에 있다고 정확히 말씀드리기가 그렇네요.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다음에 또 전주 오게 되면 연락드릴게요.”

당차게 답변을 하는 김 대표.

그의 대답에 내가 괜한 의심을 하는 건가 싶었지만 이미 전주에 왔으니, 그리고 확인을 하러 왔으니 내 눈으로 직접 보아야 했다.

전화를 끊은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내비게이션에서는 목적지가 1km 정도 남았다는 알림이 울렸다.

내가 사무실에서 사업자등록증의 주소를 보자마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이유.

바로 그곳이 ‘행봉동’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전주에 자주 오는 것은 아니었지만, 물건 납품 그리고 병원 영업 때문에 종종 오고는 한다.

그리고 영업직원의 특성 중 하나.

항상 타 지역을 돌아다닌다는 것이다.

평소 타 지역을 돌아다닐 때면, 모르는 병원에 영업하러 가기 위해 차로 열심히 돌아다니며 그 지역을 파악한다.

내비게이션에 목적지 설정을 하지 않은 채, 지역을 돌아다니며 그 지역을 구경하는 것이지.

그러면서 자연스레 사람들이 많은 곳, 병원이 많은 곳 등을 파악할 수 있게 된다.

그때 지나가 봤던 곳 중 하나가 행봉동이다.

행봉동 바로 앞에는 대학교가 위치하고 있다.

그래서 행봉동은 대학생들을 위한 원룸촌이 형성되어 있다.

내 기억에 그 동네에는 큰 마트도 하나 없는 빽빽한 원룸촌이었다.

그런데 그런 곳에 사무실이 있다?

합리적인 의심이었다.

목적지에 500m나 가까워졌음에도 아직까지도 보이지 않는 상가들.

내비게이션 화면으로만 대충 보아도 원룸 건물들만 빼곡했다.

이상했다.

그리고 점점 싸한 느낌이 감싸기 시작했다.

-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안내를 종료합니다.

내비게이션의 길 안내가 종료됐다.

그리고 내 눈앞에 보이는 건물 하나.

이곳이 사업자등록증 주소지였다.

바로 라운드 바이오 건물.

하지만 이 건물 어디에도 라운드 바이오라는 표시는 없었다.

양옆, 그리고 앞뒤로 모두 빼곡한 원룸 건물들뿐이었다.

나는 건물 바로 앞에 주차한 뒤,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건물 입구로 천천히 걸어갔다.

김 대표의 말이 정말인지, 그의 차는 주차장 어느 곳에도 없었고 그가 말하는 사무실에서 멀리 나간 듯 보였다.

건물을 살펴보았지만, 외부에도 그리고 내부에도 간판이라고 할 만한 것은 단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내가 의심하는 건 주소와 회사가 일치하느냐가 아니다.

그의 말로는 이 사무실 안에 분명 NA 바이오 제품이 가득하다는 거였고, 그것을 확인하고 싶은 거였으니까.

제품이 사무실 안에 없다면 그의 말은 거짓말일 테고, 당연히 모든 것이 거짓이겠지.

굳이 사무실에 물건이 들어와 있다는 것만 거짓말하지는 않았을 테니까 말이다.

사무실 내에 물건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직접 들어가 보는 수밖에 없었고, 김 대표가 사무실에 없는 지금, 그것을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나는 그 자리에서 곧장 손지혁 차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차장님.”

- 응. 민 과장.

“저 지금 전주에 왔는데요. 라운드 바이오 건물이 조금 이상합니다.”

- 응? 그게 무슨 말이야?

“의심이 되는 부분이 있어 전주에 와봤는데, 여기 원룸촌입니다. 건물에 단 한 곳도 라운드 바이오임을 보여주는 곳이 없다는 거죠.”

내 심각한 목소리에 손 차장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 난 또 뭐라고.

예상치 못한 그의 반응.

“네?”

- 민 과장이 몰라서 그러나 본데, 우리 근처에 작은 메디컬 회사 중에 원룸촌에 있는 회사들 많아. 그리고 그런 곳 내부에는 평수가 큰 곳도 많아.

“그렇지만…….”

- 게다가 상가로 사용할 수 있는 곳이면 불법도 아니고 말이야. 당연히 사람이 오는 사무실이 아니면 굳이 앞에 간판을 붙여둘 필요도 없지.

“…….”

손 차장의 말이 맞았다.

그의 말에 반박할 말이 없을 정도로.

왜냐, 나는 아직 내부를 확인하지 못했으니까.

- 우선 걱정하지 말고, 광주로 넘어와. 그렇게 의심되면 내일 아침에 사장님이랑 같이 이야기해 보자고. 나 지금 병원 들어가야 해서 끊는다?

“예, 알겠습니다.”

손 차장은 내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 이야기했지만, 영 찜찜한 느낌은 없앨 수가 없었다.

* * *

다음 날 아침.

나는 출근하자마자 장 사장을 애타게 기다렸다.

손 차장 역시 내 말에 사무실로 바로 출근을 했다.

“민 과장, 왔어?”

“예, 차장님. 오셨습니까?”

“어제 왜 갑자기 전주에 간 거야?”

그에게 의심되는 김 대표의 속마음을 이야기할 수는 없었다.

“아무래도 행봉동이 원룸촌이기도 하고, 사무실에 물건이 있다는 걸 눈으로 확인해 보고 싶어서 다녀왔습니다.”

“민 과장도 참. 이따가 사장님 오시면 이야기해 보자. 민 과장 말대로 확실하게 하고 가는 게 좋지 뭐.”

그는 입꼬리를 올리며 답했다.

그리고 울리는 전화.

라운드 바이오의 김 대표였다.

“네, 여보세요?”

- 민 과장님. 출근하셨습니까?

“예, 아침 일찍부터 무슨 일이십니까?”

- 아, 내일이 입금 날이어서요. 확인 차 전화 드렸습니다. 내일 오전까지는 꼭 입금해 주셔야 제가 확인 후 물건 출고할 수 있으니, 시간 체크 좀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네. 담당자에게 전달하겠습니다. 오늘은 전주에 계십니까?”

- 아니요. 저 이미 경남에 와 있어서, 오늘은 여기서 자고 넘어가거나 밤늦게 전주 넘어갈 것 같습니다. 무슨 일 있으십니까?

“아닙니다. 대표님, 그런데요.”

- 네, 말씀하십시오.

“제가 어제 전주에 간 김에 행봉동을 지나갈 일이 있어서 가 봤는데, 거기가 원룸촌이더라고요.”

내 말에 전혀 당황하지 않은 채 답을 하는 김 대표.

- 네, 맞습니다. 급하게 사무실을 얻으려다 보니, 행봉동 밖에 자리가 없더라고요. 그래도 잘 찾으셨네요? 업체가 찾아오는 사무실이 아니다 보니 간판이 없어서 찾기 힘드셨을 텐데요.

“아……. 네. 일부러 표시를 안 해두신 건가요?”

- 예. 제가 사무실에 상주하는 것도 아니고, 직원도 따로 없어서요. 앞으로도 뭐 표시는 안 해둘 것 같습니다. 주변도 학생들 사는 원룸이라 더더욱 간판을 달기는 힘들고요. 어제 오셔서 좀 놀라셨겠다, 그렇죠?

“예, 아무래도 사무실처럼 보이지 않아서 조금 놀랐습니다.”

손 차장의 말이 정확했다.

김 대표의 변명은, 아니 대답은 어제 손 차장이 내게 했던 말과 같았다.

전화를 끊고 나자, 손 차장은 바로 옆에서 눈썹을 들썩이며 물었다.

“뭐래?”

“차장님 말씀과 같습니다.”

“거봐. 우리 스플린트 업체 몇 군데 있잖아. 거기에서 항상 우리한테 물건 가져다주잖아. 거기는 우리가 가지 않고 말이야.”

“예, 맞습니다.”

“거기도 우리가 갈 일이 없어서 몰랐지? 그 사무실들도 광주 원룸촌 쪽에 있어. 간판도 없고 말이야. 사람들이 찾아오는 사무실이 아니라서 그래. 굳이 그런 데에 돈을 안 쓰는 거지.”

나는 그의 말에 고개를 주억거렸다.

“몰랐습니다. 항상 저희와 같은 메디컬 사무실만 봐왔어서…….”

“아니야. 그럴 수 있어. 합리적인 의심이었을 테니까 말이야.”

그때 사무실 문이 벌컥 열리고, 장홍석 사장이 들어왔다.

“오셨습니까?”

“어. 민 과장, 뭐 할 말 있다며? 뭐야?”

장 사장은 짐을 내려놓으며 내게 물었고, 대답은 내가 아닌 손 차장이 먼저 입을 열었다.

“라운드 바이오에서 입금 내일 오전까지 해달라고 연락 왔다고 합니다.”

“뭐야, 그거 때문이었어?”

장 사장은 얼굴이 일그러지며 내게 물었고, 나는 손 차장의 눈치를 보며 장 사장에게 답했다.

“그것도 있고, 사실 조금 의심이 돼서요.”

“의심?”

“예…….”

나는 어제 다녀왔던 전주 사무실, 그리고 병원들에서 들었던 이야기를 장 사장과 손 차장에게 펼쳐 놓기 시작했다.

광주 권역외상센터에서 유재필 교수가 내게 했던 말들까지 말이다.

그들은 내 이야기를 들은 후, 각자 생각에 잠긴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손 차장은 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렇게 찜찜하면 내가 하나 확인해 볼게.”

손 차장은 곧장 휴대전화를 들고,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그가 통화를 하는 사이, 나와 장 사장은 미간에 힘을 준 채 그를 바라보았고, 그는 자가혈 주사 본사에 전화를 건 듯했다.

전화를 끊은 손 차장이 들려주는 이야기.

김 대표의 말이 모두 맞다는 말이었다.

다만 다른 점은 NA 바이오 측과 컨택이 안 됐다는 거지.

하지만 김 대표가 회사를 차리려면 당연히 자가혈 주사 본사에 결과가 어그러졌다고 말을 했겠지.

“봐. 김 대표 말 틀린 거 하나 없는데?”

손 차장의 말에도 내 표정이 풀리지 않자, 장 사장은 나를 보며 말했다.

“민 과장. 아직 의심되는 건가?”

“예, 조금 찜찜한 구석이 있어서요.”

“그럼 심증 말고, 물증을 가져와. 이러다가 우리 계약 못 해서 다른 메디컬로 넘어가면 큰일인 거 알지?”

“네, 알겠습니다.”

“내일 오전까지 입금이니까, 그전까지 뭐든 확인해 와.”

자리로 돌아와 나는 온 집중을 다해 머리를 굴렸다.

대체 김 대표의 진실은 무엇일까?

생각에 잠긴 채 시간은 계속 흘러갔다.

그리고 순간 뇌리에 꽂히는 생각 하나.

바로 NA 바이오 줄기세포 물건이었다.

물건을 실제로 본 적이 없던 나는 그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던 거지.

그리고 곧장 김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

- 예, 과장님.

“대표님. 저 샘플 좀 오늘 받을 수 있을까요?”

나는 그에게 다짜고짜 샘플을 요청했다.

하지만 이 제품은 소모품이 아니라 몸에 직접 넣는 제품이라, 샘플을 주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당연히 우리 모두 그동안 샘플 요청을 하지 않았던 것이지.

- 샘플이요? 저희 샘플로 나온 물건이 따로 없어서요.

“근데 샘플은 어차피 일반 물건과 똑같지 않습니까?”

- 그렇긴 한데, 제가 금액을 다 지불하고 받은 물건뿐이라서요. NA 바이오 측에 샘플 요청한 뒤 받아서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시간은 좀 걸릴 겁니다, 과장님.

“그럼 당장 이번 주 금요일에 저희 물건 받을 거잖습니까. 그거 미리 한 개만 보내주십시오. 물건 확인 좀 하고 싶어서 그렇습니다.”

- 아……. 네, 알겠습니다. 다시 연락드릴게요.

내 예상과는 달리, 흔쾌히 물건을 보내주겠다는 김 대표.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확인해서 나쁠 것은 없기에 그의 전화를 기다렸다.

그리고 몇 분의 시간이 흘렀을까.

그에게서 다시 전화가 왔다.

“예, 대표님. 물건 오늘 보내주시는 거죠?”

- 어쩌죠, 과장님? 오늘 물건 못 드릴 것 같아서요.

“네? 그게 무슨…….”

- 일이 좀 잘못됐어요. NA 바이오에서 수출이 처음이다 보니, HS 코드 입력을 잘못했다고 하네요. 이게 수정이 되려면 주말은 지나야 해서, 지금 물건을 못 뺄 것 같습니다. 죄송하지만, 이번 주 금요일이 아닌 다음 주 월요일에 물건 자체가 출고될 것 같습니다.

나는 그의 말을 듣고 확신할 수 있었다.

그의 말은 지금 거짓이라는 것을.

나는 조용히, 그리고 묵직하게 김 대표에게 말했다.

“당신… 물건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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