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로 오해받는 연예계 생활-197화 (197/200)

[197] 찬란하게 빛나는(1)

어두운 밤, 미국의 어느 고등학교.

살인자가 아니라, 두 소녀는 서로 추격전을 펼쳤다.

소미는 다이애나를 간신히 쫓아와 숨을 헐떡거렸다.

-하아, 하아.

그러고는, 손을 내밀면서 말했다.

-언니, 좋은 말로 할 때 생존 일기 가져와라.

-너, 너도 한 패였어!?

-뭔 소리야, 그게 단서라고!

-이거 내 작곡 노트야!

-아.

다시 도망가는 다이애나와 그녀를 쫓는 소미.

제작진은 예상과 다르게 움직이는 소녀들을 멍하니 바라봤다.

"아니, 이렇게 움직이는 경우는 처음인데."

"피디님, 이거 괜찮을까요?"

"오히려 좋아."

조셉 피디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그녀들을 지켜봤다.

소미 때문에 방송 분량이 안 나올 뻔했는데.

다이애나가 덕분에 편집각이 날카롭게 섰다.

무엇보다, 이 게임은 '두뇌 플레이'만으로는 탈출할 수 없었다.

'다이애나는....'

동물적인 감각으로 살인마를 피해 음악실로 움직였다.

소미 혼자는 탈출할 수 없는 단서에 한 걸음 다가섰다.

역시는 역시인가.

소미는 음악실 앞에서 이질감을 발견하고 우뚝 멈춰 섰다.

'역시, 신소미는....'

진짜 천재였구나.

관찰력, 암기력, 통찰력.

모든 방면에서 일반인을 훌쩍 넘어섰다.

두 사람 중 한 명이라도 없었으면 절대 탈출할 수 없었을 텐데.

'역시, 미스터 정.'

솔라 막내즈의 케미를 예상하고 투입했다.

편집을 통해 두 사람의 케미를 살려주기만 하면 끝.

이번 방송도 성공적이었다.

솔라가 출연한 다른 방송들처럼.

「생존 일기」는 매회 극악 난이도로 악명이 높은 것으로 유명했다.

진짜 '천재'라고 불리는 미국의 브레인도 탈출하기 전에 잡히거늘.

'와, 저 여유....!'

다이애나는 음악실 구석에서 열심히 무언가를 끄적거렸다.

옆에서 소미가 퀴즈를 풀든 말든.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서 음표를 그렸다.

음악실 퀴즈만 풀면, 살인마가 사라지고 엔딩 씬만 남을 테니.

"피날레 준비하자."

"네. 피디님."

모로 가도 뉴욕으로 가면 그만이지.

제작진은 두 소녀의 탈출을 기원하며 엔딩을 준비했다.

폭죽을 터트릴 생각을 교문 앞에서 대기하고 있었는데.

-소미야, 너라도 먼저 나가.

-내가 어떻게 그래.

모니터 속 소녀들은 서로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나는 틀렸어. 혼자 나가.

-언니....!

이 친구들, 음악실에서 나올 생각이 없었다.

-네가 먼저 가. 살인마 보며 소리 좀 질러주고.

-아니야. 내가 양보할게. 언니 먼저 가.

-소미야, 장유유서 알지?

-꼰대세요?

얘들아, 살인마는 이제 없어.

음악실이 마지막 공간이라고.

-하아, 그럼 가위바위보로 정하자.

-언니, 그러지 말고 상식 문제 맞히기로 갈까?

-장난하는 거지?

-그럴 리가.

자강두천, 그냥 나와도 되는데 방송을 더 뽑아주려고!

걸어서 나오기만 하면 되는 건데.

그럼 폭죽도 터트려주었을 텐데.

소녀들은 5분도 안 남은 거리를 두고 한 시간에 걸쳐 탈출했다.

'크으, 퀴즈는 쉽게 풀고....'

마지막 장면에서 한 시간을 뽑아주네.

태어날 때부터 방송 천재들이 아닐까.

"탈출 성공!"

"...."

덕분에 분량은 많이 확보했다.

이것도 방송 재미의 일부였다.

* * *

연말 시즌 이후.

올해 초, 미국에서 스케줄을 소화하며 시간을 보냈다.

솔라의 인기는 미국에서도 정점을 찍었다.

나도 반쯤 연예인처럼 살면서 업무를 봤는데.

똑, 똑─

대표실 문을 두드리고 들어오는 솔라의 리더.

예지는 나를 포근하게 안아주고 입을 열었다.

"오빠, 신곡 들어봤어요?"

"아니, 아직 못 들었어."

"한번 들어봐요."

"노래 괜찮아?"

"네! 역대급이에요!"

"...."

다이애나는 학교에 다녀온 뒤로 일주일 동안 패관 수련하며 곡을 썼다.

에일리 프로듀서는 어마어마한 곡이 탄생할 거라며 기대감을 키웠으니.

"톡으로 보냈으니까 한번 들어봐요."

"탑라인은 누가 짠 거야?"

"전부 다이애나 언니가 작곡했어요. 작사는 제가 했고."

"흐음."

예지와 함께 다이애나가 작곡한 신곡을 감상했다.

「Horror Sunday」

평소에 다이애나가 다루지 않는 디스코 펑크 장르.

할로윈이 떠오르는 음산한 느낌의 세션이 인상적이었다.

"댄스곡이네."

"네. 느낌 있죠?"

".... 응."

뒤통수에 느낌 있어.

굉장히 짜릿짜릿하네.

"지금 주희가 레드와인 선생님이랑 안무 짜고 있어요."

"아 그래?"

"네. 뭔가 어울리는 안무가 계속 떠오른다고...."

"시상식까지 시간이 얼마 없는데."

"그럼 더 빨리 만들어야죠."

"오케이."

역배각도 섰으니, 빨리 움직이기는 정답이었다.

'그래미 때 공개하면....'

뭐지, 갑자기 뒤통수에서 신호가 왔다.

그래미 시사식 이전.

그게 정답이었구나.

"우리 뮤비도 찍자. 그래미 어워드 전에 공개할 거야."

"시간이 있을까요?"

"얼른 컨셉 짜고, 스튜디오 섭외하자."

"알겠어요."

이미 솔라는 하나의 장르가 되었다.

빛 속성 걸그룹이 처음 도전하는 어두운 장르의 음악.

안무, 뮤비 세트장 등 모든 면에서 완벽했으면 좋겠다.

"아, 대표님."

예지는 무언가 할 말이 있는 듯 머뭇거리며 말했다.

"올해 소미는 성인이 됐잖아요."

"응. 그렇지."

"술 먹고 싶대요."

"...."

우리 막내는 정말 하고 싶은 게 많구나.

술은 때가 되면 언제든 먹을 수 있는데.

"우리 신곡으로 빌보드 핫100 1위 찍으면 먹자."

".... 1위 못 찍으면요?"

"찍을 거야."

뒤통수 예민성은 개사기라 알 수 있어.

"조금만 참자."

"알겠어요."

그나저나, 소미 대학교는 어떻게 됐지.

"소미 한국대 원서는 넣은 거지?"

"네. 한국대만 고집해서."

"흠, 참 좋은 학교지."

"...."

나랑 진세은 배우님이 졸업한 대학교.

수능 성적을 보면 충분히 갈 수 있었다.

"아무튼, 일단 신곡에 집중하자."

"저기."

이내, 예지는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말했다.

"우리 촬영도 거의 끝나가잖아요."

"메리드 커플?"

"네. 그래미 어워드 마칠 때쯤 끝나는데."

"응. 알지."

"마지막 장면이 뭔지 아세요?"

"아."

마지막 촬영이 결혼식 장면이었나.

이전 시즌에서도 마지막은 결혼으로 장식했다.

개인적으로, 그냥 예능의 일부라고 생각하는데.

"고마워요. 감동했어요."

"응? 나한테?"

"네. 지유가 말해줬어요."

"???"

분위기가 진짜 결혼하는 것 같다.

예지는 미소를 지으며 대표실을 벗어났다.

이내, 그녀 다음으로 들어오는 엄 매니저.

"오빠가 준비한 걸로 말해줬어."

"뭐를?"

"웨딩드레스."

"으음."

지유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내게 말했다.

"기대해도 좋아."

"뭐를?"

"예지 언니가 감동해서 눈물 쏙 빠지게 해줄게."

"아."

그래서 예지가 오해했구나.

내가 동생 하나는 잘 뒀네.

* * *

그래미 어워드 시상식을 앞두고.

한국 커뮤니티 사이에 묘한 기대감이 부풀었다.

솔라의 앨범상 수상 가능성을 점치기 시작했다.

최근 ABS 방송국에서 방영한 「생존 일기」 솔라 편.

메리드 커플에 이어, 미국에서 대히트를 기록했으니.

"시아야."

한국 스카이 엔터 본사.

진영호 실장은 루나 리더를 불러 대화를 나눴다.

"루나랑 이클립스도 그래미 어워드 초청받았다."

"오, 진짜요?"

"응. 하늘 소리로."

"오오."

이번에 앨범상 후보에 오른 「하늘소리」.

단체곡에 참여한 그룹은 세 팀 전부였다.

추가로, 피처링에 참여한 비욘세이도 포함이었으니.

"우리도 미국에서 활동해요?"

"그건 대표님께서 결정하실 거야."

"아하."

현재 미국과 한국, 양국에서 연예인 취급을 받는 정수호 대표.

드림 에이전시 때부터 봤는데, 입지적인 인물로 성장했다.

솔라 외에, 루나와 이클립스도 진작에 1티어에 올랐으니.

'정말 어쩌면....'

현재 분위기로는 헬보이스의 앨범상 수상이 유력했지만.

이번 그래미에서는 대중 투표를 도입한다고 했으니.

대표님은 어떻게든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지 않을까.

"아, 시아야."

진영호 실장은 그녀를 부르며 한마디 덧붙였다.

"너도 우리 회사 작곡가잖아."

"네. 맞아요."

"지금 완성된 곡 있는데 같이 들어보자."

"네?"

"그래미 어워드 전에 공개할 솔라의 신곡."

"아하."

오늘 아침 음원을 받았는데.

아직은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래미 어워드 일주일 전에 공개할 거야."

"아, 그래요?"

"같이 들어보자고."

"넹!"

진 실장은 류시아와 함께 음원을 감상했다.

나름 솔라의 탑라인 작업에 참여하며 작곡 재벌이 됐지만.

이번 곡은 듣자마자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이 들었다.

'와아, 이게 무슨....'

으스스한 분위기에서도 분명한 방향으로 진행되는 변주곡.

미국에서 전설이 된 어떤 가수가 떠올랐다.

노래가 비슷한 건 아니고, 장르가 비슷해서.

다이애나 작곡, 편곡.

프로듀싱 실력뿐만 아니라, 탑라인 쓰는 재주도 있었구나.

한 사람이 이렇게 많은 재능을 타고나도 되는지 모르겠다.

"뮤비는요?"

"잠시만."

그는 미국 지사에서 받은 뮤비 완성본을 틀었다.

「Horror Sunday」

공포에 질린 솔라 멤버들의 모습을 제대로 표현했다.

학교에서 누군가에게 쫓기는 듯한 장면.

얼마 전에 방영한 미국 예능이 떠올랐다.

'그래미 어워드에....'

대중 투표가 있다고 들었으니.

"실장님, 이거 뮤비 공개를 언제 한다고요?"

"시상식 일주일 전이랬나."

"...."

그래미 대중 투표를 마감하기 직전이었다.

대표님이 그린 큰 그림의 일부가 아닐까.

보면 볼수록 치밀하고 완벽한 사람이었다.

'혹시 이번에....'

헬보이스를 누르고 「하늘 소리」로 앨범상을 받으면.

"류시아."

"네?"

루나와 이클립스는 솔라 버스를 타고 공동 수상의 영광을 누린다.

아니, 정수호 대표 버스를 탔다고 해야 하나.

그래미 어워드 날짜가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올해에는 더 열심히 하자."

"네에!"

진영호 실장 역시 준비할 게 많았다.

한국에서 홍보와 유통도 준비해야 했다.

* * *

그래미 어워드 D-7.

솔라의 음원은 발표하자마자 천장을 뚫고 올라갔다.

전 세계 음원 사이트를 석권하고 현지 평론가들의 극찬이 쏟아졌다.

지금도 수많은 셀럽이 해시태그를 달았다.

비욘세이, 비틀즈 폴, 우에다 유이, 심지어.

".... 헬보이스."

공식 SNS 계정에 해시태그를 달고 30분 만에 내려갔다.

소속사에서 내린 것 같은데.

생각보다 쿨한 형님들이었네.

가장 강력한 경쟁 상대의 음악에 해시태그를 달아주고.

'대중 투표는 끝났네.'

아마 그 결과는 내일 알 수 있겠지.

그래도, 그동안 최선을 다했으니까.

딸깍, 딸깍─

소미 너튜브 채널 최근 영상에 달린 댓글을 확인했다.

-Congrat! Bill board Top of hot 100

ㄴHorror Sunday LOl

ㄴWhat a cool song :)

ㄴWorld Class (Goat)

ㄴCome in the Sunshine fan club ^^

ㄴ(Fyi) solar debut is only 3 years!!!

-뭔 영어 채팅밖에 없냐 ㄷㄷ

ㄴ노래가 진짜 미쳤음 ㅋㅋㅋ

ㄴ뮤비도 너무 잘 찍었던데?

ㄴ준비를 1년 정도 했나 봄 ㅎ

ㄴ솔라 위상이 그 정도라는 거지

ㄴ하이엔드, 송흥민, 봉진호, 솔라 레쓰 고!

ㄴ국뽕 치트키 ㅋㅋㅋ

사상식까지 얼마 남지 않았지만.

소미가 처음으로 술을 먹어보고 싶다고 했으니까.

양손 가득 미국 술을 사서 솔라의 숙소로 움직였다.

"오셨어요!?"

오늘 연습을 마치고 숙소에서 휴식을 취하는 멤버들.

성인이 된 소미는 눈빛을 반짝이며 내 손을 바라봤다.

"술이당, 술."

"...."

너한테 술을 사 멕이는 날이 오다니.

'내일 지구 망하냐.'

소미는 나와 눈이 마주치고 슬쩍 입을 열었다.

"우리 첫 광고가 뭐였는 줄 아시죠?"

"뭐였더라."

"쏘주 광고였잖아요!"

"아 그러네."

"하아, 저만 빼고 네 명이 첫 광고 찍고."

"...."

우리 막내가 그때부터 많이 담아두고 있었구나.

"일단 한잔 마셔보자."

"좋아요!"

"근데 다이애나는 음주 금지."

"아 왜요."

네가 술이 제일 약하니까.

시상식도 얼마 안 남았는데.

"잉, 그런 게 어딨어요."

"여깄어."

술을 한 잔씩 따르고, 멤버들은 각자 속마음을 꺼내기 시작했다.

양주희는 오늘 작정한 듯 말했다.

평소에 운동밖에 모르던 소녀가.

"하아, 저도 몸매 관리하기 힘들어요."

"주희야."

"네. 형님."

"아무도 운동하라고 안 했어."

"아 그러네."

스윽─

이내, 예지는 홀짝거리며 내 옆구리에 달라붙었다.

그 옆에서 은서는 한숨을 폭 내쉬고 입을 열었다.

"대표님, 제가 술 먹은 김에 말씀드리는 건데요."

"응?"

"연애하는 거 자꾸 티 내면 질투 나잖아요."

".... 은서야."

"왜요."

"너는 아직 물만 먹었어."

"아 그러네."

그래도 이제 마음이 많이 편안해진 듯했다.

그렇지 않으면, 그런 말을 할 수도 없었겠지.

".... 저기."

그때, 다이애나는 소미를 발견하고 말했다.

"소미야....?"

"뭐가."

"???"

소미는 맑은 눈을 또랑또랑하게 뜨고 말했다.

"수호야, 나도 물 좀 줘."

"어, 그래. 여기."

"고마워."

"...."

근데 왜 말을 놓는 거야.

"하아, 나는 왜 죽을 때까지 막내일까?"

"...."

네가 서열 제일 높아 보여.

지금 한 모금 먹고 이러냐.

"수호야, 어떻게 생각해? 나만 막내자나."

"그러게. 근데 말을 왜 놓을까."

"왜? 그럼 안 돼?"

".... 안 되지 않나?"

"반말하지 말라고 헌법에 쓰여 있어?"

"그건 아니지."

"헤헤."

소미 술버릇을 미리 알아놔서 다행이야.

다른 감독님, 작가님 앞에서 술 먹었으면.

"진짜 아찔하다, 아찔해."

"에휴."

다이애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소미의 남은 잔을 비웠다.

"아니, 네가 그걸 왜 마셔."

"헤헤."

"그래. 마시자."

대신, 우리 그래미 시상식에서는 정상을 찍어보자고.

"너희는 솔라니까."

"맞아요!"

"일주일 남았는데 조금만 더 노력하자."

"네에!"

솔라는 이미 내 마음 속에서 1위를 찍었다.

우리가 꿈꾸는 세계 최고의 무대.

그래미 어워드 날이 코앞에 다가왔다.

'그 전에....'

메리드 커플 촬영부터 정리해야 할 것 같다.

특히, 웨딩 촬영은 준비할 게 제법 있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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