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로 오해받는 연예계 생활-198화 (198/200)

[198] 찬란하게 빛나는(2)

미국 레코드 예술 과학 아카데미.

NARAS 회장 리차드는 온종일 어떤 곡을 반복적으로 재생했다.

그래미 어워드를 고작 일주일 앞두고.

바쁜 와중에도 음악을 꼭 챙겨 들었다.

이내, 회장은 듣고 있던 음악을 멈추지 않고 비서를 호출했다.

"프랭크, 잠깐 내 방으로."

-네. 회장님.

동양에서 건너온 다섯 소녀가 부른 노래를 듣는데.

왜 이 곡에서 위대한 아티스트의 명곡이 떠오를까.

'.... 잭슨.'

분명히 코드 진행도 다르고, 세션도 달랐다.

둘 다 공포를 테마로 한다는 것만 비슷할 뿐.

똑, 똑─

그때, 비서가 문을 열자마자 회장은 입을 열었다.

"프랭크, 투표 결과는 나왔나."

"아, 대중 투표 결과 말씀이십니까."

"그래, 그거!"

"오늘 오전에 집계를 마쳤습니다."

"어서 가져오게."

"네. 회장님."

리차드 회장은 시상식에 대중 점수를 넣기 위해 평생을 노력했다.

인종 차별과 장르 차별에 대한 이슈.

지금은 바뀌려고 노력하는 단계지만.

그래미 어워드는 그 거대한 규모만큼이나 논란이 많았다.

'내 시대에서 다시는....'

아티스트들이 억울한 일을 당하게 하지 않겠노라.

"프랭크, 요즘 내가 자주 듣는 음악이 있네."

"네. 솔라의 호러 선데이."

"역시 아는구먼. 이 곡을 들으면 떠오르는 곡이 있거든."

"혹시...."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댄스가수의 명곡.

"그 곡으로 8관왕을 수상했지."

"네. 맞습니다."

그때 인기는 어마어마했지.

하지만, 같은 아티스트는 그다음 해에 상을 타지 못했다.

거의 비슷한 성적에, 대중적으로 완벽한 곡을 냈음에도.

후보에 오른 6개 부문에서 전부 탈락했다.

"당시엔 내가 일개 직원이었다네."

"네. 회장님."

"앞으로 그래미에선 절대 인종 차별 논란이 없을 거야."

".... 네."

리차드는 비서가 건넨 대중 투표 결과를 보며 턱을 매만졌다.

앨범상에 노미네이트 된 솔라와 헬보이스.

대부분은 후자의 압도적인 승리를 점쳤다.

'근데 대중 투표가....'

이 정도로 차이가 날 줄이야.

대중의 마음은 갈대와 같다.

매년-, 아니, 분기마다 바뀌고 순환하는 게 대중성.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사람은 음악의 신이겠지.

"차이가 크게 나는구만."

"네. 맞습니다."

"...."

현재 솔라의 대중 지지도는 헬보이스를 훌쩍 넘어섰다.

물론, 심사위원 5천 명의 심사 점수가 더 중요하겠지만.

"프랭크, 자네도 헬보이스가 수상할 거로 예상하나?"

"네. 아무래도."

심사위원들의 틀에 박힌 생각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그래서 심사단에 젊고 다양한 피를 수혈하려고 노력했다.

'내 임기도 올해가 마지막인데....'

라틴계 히스패닉, 어두운 피부색으로 이 자리까지 올랐다.

자신이 은퇴하기 전에 고질적인 악습을 끊어낼 수 있을까.

"올해는 반전이 있을 것 같군."

"네?"

이제 그 결실을 맺을 때가 되지 않았을까.

"두고 보면 알겠지."

리처드가 켜둔 모니터에 띄워진 대중 투표 결과.

그는 자신의 소중한 한 표를 소녀들에게 사용했다.

[솔라 ★]

* * *

다이애나가 작곡한 신곡.

「Horror Sunday」는 솔라의 클래스를 한 번 더 증명했다.

빌보드 차트 1위를 단숨에 찍고 세계 최정상에 올랐으니.

"예지, 어서 가자."

"네. 오빠."

예지는 수호와 함께 지하주차장으로 향했다.

그래미 어워드 무대를 준비하느라 많이 바쁘지만.

메리드 커플 역시 인기리에 방영 중인 방송이니까.

두 사람은 차에 타고 웨딩샵으로 이동했다.

"예지야, 요즘 연습은 어때?"

"잘하고 있어요."

"다행이네."

그래미 무대에 오를 신곡.

각종 음원 사이트에서의 반응은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예지는 남자친구의 얼굴을 슬쩍 보며 미소를 지었다.

'처음부터....'

그래미 어워드를 노리고 계획하셨구나.

대중 투표에서 솔라의 압도적인 우세라는 전문가들의 의견.

신곡의 흥행이 없었다면 이렇게 팽팽한 접전은 없었을 터다.

"예지야."

"네?"

예지는 다시 정신을 차리고 수호와 대화를 나눴다.

"그래미 어워드, 나도 초청받았어."

"오, 정말요!?"

"응. 메리드 커플 때문에 연예인으로 분류했나 봐."

"와아, 그럼 입장할 때 같이 들어가겠네!"

"그래도 되나."

"당연하죠!"

매번 시상식에 갈 때마다 대표님 없이 가는 게 미안했다.

솔라의 아버지.

현재는 자신의 남자친구.

솔라를 제작한 메인 프로듀서가 빠지는 게 말이 되는가.

"오빠."

"응?"

예지는 그의 옆모습을 지켜보며 입을 열었다.

"만약에, 우리가 앨범상 타면요."

"그럼 최고지."

"그럼 수상 소감은 제가 마음대로 해도 될까요?"

"무슨 말을 하려고."

"비밀이에요."

"...."

끼이이익─

마침, 신호등에 걸려 차를 세우고 고개를 돌리는 수호.

"예지야."

"네?"

"뒤통수 간지러."

"...."

예지는 수호의 뒤통수를 대신 긁어줬다.

"하고 싶은 말, 마음대로 해."

"고마워요."

"고맙긴."

그녀는 배시시 웃으며 창 밖을 바라봤다.

네비게이션이 목적지 도착을 알릴 때까지.

잠시 후,

웨딩샵은 방송 장비와 제작진, 스탭들로 북적거렸다.

지유와 직원들도 벌써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사쿠라 디자이너님....!?"

"예지 씨, 오랜만이에요."

브랜드 지올의 수석 디자이너는 반갑게 인사했다.

'이렇게 바쁘신 분을....!'

그녀는 3년치 스케줄이 가득 차있다고 들었는데.

그래도 내가 지올 브랜드를 좋아하는 걸 알고서.

예지는 감동한 표정으로 자신의 남자친구를 바라봤다.

엄 매니저가 슬쩍 귀뜸해줬다.

전부 수호 오빠가 준비했다고.

"예지야, 울어!?"

"안 울어요."

"예지야 콧물 나."

"아이, 참."

눈가에 맺힌 이슬을 슬쩍 닦아냈다.

이내, 사쿠라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정 대표님께서 웨딩 드레스 특별 제작을 의뢰해주셨거든요."

"역시 그런 거죠?."

"그럼요."

예지는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정 대표를 바라봤다.

"오빠, 고마워요."

"내가 아니라 지유가 한 거야."

"거짓말도 귀엽네요."

"...."

처음 큐앤지 레이블에서 로드를 맡았을 때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이 솔라를 믿고, 이끌어준 사람.

"자, 여러분. 여기서 이러지들 마시고."

사쿠라는 예지의 손을 이끌고 피팅룸으로 이끌었다.

"일단 드레스부터 보고 생각해요."

"네에!"

어깨를 훤히 드러낸 오프 숄더형 순백의 드레스.

전 세계에 오직 한 벌 뿐인 웨딩드레스가 아닌가.

슬림한 라인에, 단아하고 고결한 매력이 느껴졌다.

"사쿠라 상, 옷이 너무 예뻐요!"

"입어볼까요?"

"네. 좋아요."

예지는 설레는 마음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디자이너의 도움을 받아 베일까지 걸치고.

드르르륵─

신랑 대기실과 피팅룸을 가로막는 커튼을 걷어냈다.

예지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남자친구를 바라봤다.

"어때요?"

"아...."

말문이 막힌 채 아무 말도 못 하는 수호.

그는 아주 천천히, 닫혀있던 입을 열었다.

"업계 포상이네요."

예지는 활짝 웃으며 그의 말에 화답했다.

"저도 그래요."

두 사람은 제작진을 신경 쓰지 않고 서로를 바라봤다.

진짜 커플이라는 사실을 숨길 생각이 없는 이들처럼.

이 세상에 둘만 있는 것처럼.

* * *

시상식 일정에 맞춰.

루나와 이클립스 멤버들이 전부 미국에 집결했다.

피처링을 한 비욘세이를 제외한 전 멤버가 모였다.

인원이 많다 보니 딸린 식구들도 어마어마했다.

함께 건너온 매니지먼트, 헤어, 메이크업, 코디, 안무팀.

그 짧은 시간 동안 스카이 엔터는 얼마나 성공한 걸까.

'진짜 앞만 보고 달렸어.'

아니, 뒤통수만 보고 달렸나.

당장 호러 선데이만 해도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올해 그래미에 출품하진 않아서 수상에 직접 영향을 줄 순 없지만.

그래도 대중 투표에 도움 받았으니까.

'혹시 어쩌면....'

기적이 일어날 수도 있지 않을까.

뒤통수가 살살 간지러운 것 같아.

'아, 근데....'

미국에 왔으니까 다이애나 부모님도 봬야 하는데.

전화로 인사만 드리고, 시간 내기가 너무 어렵네.

똑, 똑─

그때, 누군가 대표실 문에 노크를 두드렸다.

"대표님."

구 팀장은 멤버들을 데려다 주고 대표실에 들렀다.

"전원 무사히 도착했습니다."

"수고하셨어요."

"네. 대표님."

팀장님도 프렌즈에서 이직한 뒤로 열심히 도와주셨지.

"팀장님."

"네?"

예지와 열애설이 언제 날지 모르겠지만.

기사로 먼저 접하면 서운하실 것 같아서.

구 팀장님한테 미리 말씀드리는 게 예의라고 생각했다.

그냥 솔직하게.

그리고 담백하게.

"저 예지랑 사귑니다."

이내, 눈을 크게 뜨고 나를 바라보는 상대.

나한테 실망해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축하드립니다!"

"???"

반응이 뭔가 이상한데요.

"메리지 커플로 주가가 32프로 올랐는데, 결국 큰 결심 하셨군요."

"아니, 주가 때문이 아닌데요."

"와아, 주가도 올리고 사랑도 하시고....!"

"...."

메리지, 그거 찍기 전부터 사귀었는데요.

"제가 예지랑 사귄다니까요....?"

"존경합니다. 대표님."

".... 감사."

사실, 뒤통수로 이미 견적을 낸지 오래였다.

기본적으로는 공개하면 안 될 것 같겠지만.

'.... 간지러워.'

역배각이 섰다.

당연히 「메리지 커플」 방송 덕분이겠지.

아마 회사에 손해를 입히진 않을 듯했다.

"대표님, 회사 말고 개인적으로도 축하드립니다."

"네?"

평소 딱딱한 모습만 보여주던 구 팀장님.

나이도 더 많아서 적당히 거리감이 있었다.

"두 분 정말 잘 어울립니다. 진심으로."

"...."

구 팀장은 부끄러운지 두어 번 헛기침했다.

"흠흠, 어쨌든."

이내, 시상식 일정으로 말을 돌렸다.

"대표님도 초청받으셨으니까요."

"아, 네. 맞아요."

"지올에서 대표님이 입을 턱시도를 협찬해 주셨습니다."

"벌써요?"

"네. 대표님."

솔라 멤버들은 지금쯤 무대 준비에 여념이 없을 터였다.

세계적인 그룹이 됐어도 연습을 쉬지 않는 멤버들.

그 팀워크는 이름값만큼 단단하게 자리 잡았으니.

"세 팀 걸그룹 멤버들 의상도 준비된 거죠?"

"네. 대표님."

"지금 연습실로 가시죠."

"아, 넵."

이내, 구현식 팀장과 함께 연습실로 걸음을 옮겼다.

한국에서 미국에 건너온 직원들이 드문드문 보이고.

「Horror Sunday」 음원에 맞춰 안무를 선보이는 멤버들의 모습.

솔라의 실력은 역배각을 진작에 뛰어넘었다.

그나마 안무 동작 하나쯤, 동선 몇 군데 정도.

'.... 거슬리긴 하네.'

따끔한 뒤통수 감각을 느끼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혹시, 솔라는 한국 걸그룹계의 역사를 새로 쓸 수 있을까.

전 세계 음악인들의 축제.

그래미 어워드, 작년 신인상을 수상한 천재 소녀들.

솔라 멤버들은 연습 무대를 마치고 나를 발견했다.

"대표님!"

예지는 가장 먼저 달려와 내게 물었다.

"우리 무대 어땠어요?"

"최고였어."

"정말요?"

"응. 진심으로."

이번에는 내가 직접 에스코트할 수 있겠네.

솔라와 함께 레드카펫에 오를 준비를 마쳤다.

"의상 보러 가자."

"네에!"

솔라 멤버들의 컨디션은 데뷔 이래 최고였다.

* * *

그래미 어워드 당일.

시상식이 열리는 LA의 농구 경기장, 스테이플스 센터.

솔라 멤버들은 리허설 무대를 마치고 밴에서 대기했다.

"우리 남친, 오늘 멋있네."

"예지야."

"네?"

나는 주변 멤버들의 따가운 눈초리를 살피며 말했다.

".... 여기 모솔 천국이야."

"아이코, 나는 아닌데. 헤헤."

"나도 아닌데."

"당연하죠. 저랑 만나는데!"

"...."

사실 나는 첫 연애가 아니야. 미안.

그때, 주최 측 스탭의 사인이 떨어지고.

운전기사는 조심스럽게 엑셀을 밟았다.

'시작이네.'

그래미 어워드에 정식으로 초청받고 오르는 레드카펫.

당연히 긴장될 수밖에 없었다.

이내, 옆에서 손을 붙잡는 예지.

"저만 믿고 같이 가요."

"...."

드르륵─

새하얀 섬광에 눈을 뜰 수가 없었다.

기자들의 플래시 세례와 함께 쏟아지는 함성.

"와아아아아아─!!!!"

"솔라, 솔라, 솔라!"

태양빛 팬들의 응원은 단독 콘서트 때 열기와 엇비슷했다.

도도한 걸음으로 먼저 내리는 은서를 시작으로.

기지개를 켜고 기자들에게 손을 번쩍 드는 주희.

서로 손을 잡고 내리는 막내 라인, 다이애나와 소미.

"우리 차례에요."

"내리자."

나는 먼저 내려 자연스럽게 팔을 내밀었다.

내 옆에서 부드럽게 팔짱을 끼고 걷는 예지.

그 순간, 나를 이 자리에 있게 해준 감각이 뒤통수를 간지럽혔다.

동시에, 불안정한 마음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내가 느끼는 불안한 감정은 언제나 허상이니까.

아직 연예계에서 가장 성공한 프로듀서라고 할 순 없겠지만.

터벅, 터벅─

당당한 걸음으로 기자들을 지나쳤다.

이내, 계단을 오르기 전에 뒤를 돌아보는 네 명의 멤버들.

그녀들은 뒤에서 따라가는 나와 예지를 잠자코 기다렸다.

멤버들과 걸음을 맞춰 계단을 하나씩 올랐다.

"대표님 긴장하셨네."

"내가? 아닌데?"

장 폭스는 장난스러운 눈빛으로 반대편 팔에 팔짱을 꼈다.

"맞는 것 같은데."

"아니라니까."

이내, 펜스 바깥에서 쏟아지는 함성.

"와아아아아아─!!"

"솔라, 솔라, 솔라!"

"수호, 수호, 수호!"

관객들의 환호에 화답하듯 손을 들었다.

이윽고, 계단 정상에 올라 포토존에 섰다.

"여기 좀 봐주세요!"

"헬로! 수호정!"

"이쪽도 한번 찍을게요!"

"...."

자연스럽게 카메라를 찾는 솔라 멤버들과 달리, 간신히 카메라를 바라봤다.

몇몇 기자들은 카메라를 들이대며 질문을 던졌다.

"오늘 앨범상 후보에 올랐는데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랍니다."

"요즘 화제가 된 메리지 커플을 통해 예지와....!"

"와아아아아─!!!"

다음 기자의 질문을 들을 수 없었다.

우리 다음 순서로 다가오는 월클 아티스트 분들 때문에.

헬보이스, 빌보드를 씹어먹는 괴물 가수들이 등장했다.

"와, 헬보이스."

"나도 팬인데."

팬심을 드러내는 다이애나와 소미.

은서는 눈살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얘들아, 팬 아닌 척해."

"왜요."

"가오 상하잖아."

"...."

그렇지. 연예인은 가오지.

"은서가 연예인 다 됐네."

"그럼요. 할머니한테 배웠어요."

"잘 배웠네."

이어서, 그들이 올라오기 전에 자리를 비워주려던 찰나.

"헬로우, 솔라!"

"와우, 솔라다!!"

"같이 가!"

헬보이스 형님들은 열성적으로 우리를 불렀다.

"다이애나, 소미. 생존 일기도 봤는데. 어메이징했다고, 하하하하."

"진짜요?"

"대박."

은서의 충고를 잊고 기분 좋은 표정을 짓는 막내즈.

주희는 이미 헬창 형님 한 분과 프로틴 대화를 나눴다.

"에휴...."

은서는 한숨을 뱉으며 고개를 저었는데.

"왕의 품격, 재밌게 잘 봤어요."

".... 저요?"

"네. 은서 양. 하핫."

"영화 볼 줄 아시네. 하핫."

"물론이지."

은서는 애써 표정 관리하려 했지만, 입가를 씰룩거렸다.

"예지야, 애들 챙기자."

"네. 오빠."

나는 예지와 함께 멤버들을 이끌고 시상식장 안으로 들어갔다.

"소미야, 뭐 하니. 따라와."

"아이, 잠깐만요. 지금 중요한 얘기 하고 있었는데."

"버리고 간다."

"으아, 안 돼요!"

소미는 월클이 되었지만, 여전히 한결같았다.

잠시 후,

솔라가 들어서는 순간 월드 스타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현재 빌보드 꼭대기를 차지한 아티스트가 아닌가.

우리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배정된 좌석에 앉았다.

미리 도착해 앉아 있는 루나와 이클립스 멤버들이 반갑게 맞이했다.

'센터, 부담되는 거 보소.'

각자 예쁜 드레스를 입고 고운 자태를 뽐내는 걸그룹 세 팀.

전후좌우 테이블에서 전 세계 슈퍼스타들의 주목을 받았다.

도전적인 눈빛과 기대감 섞인 표정.

다양한 감정이 모인 시상식장이었다.

그때, 옆자리에서 익숙한 인물이 다가와 내게 악수를 건넸다.

"핀 브라운 씨."

직접 앨범 작업에 참여하는 프로듀서.

그 역시 이 자리에 있는 게 당연했다.

"앨범상 후보,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인사를 마친 이후, 은서는 슬쩍 미간을 좁혔다.

"몇 명은 시비조로 말을 거네."

"여긴 미국이잖아."

"그만큼 우리가 견제 대상인가."

"그렇지."

소미는 어깨를 으쓱이며 무대 뒤쪽을 주시했다.

"저기, 우리 쳐다보면서 손 흔드네."

"그러게. 누구지."

"누구겠어."

소미는 심드렁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캣콜링 비슷한 거죠. 그냥 무시해야지."

"무대 스탭 같은데?"

"여긴 미국이잖아요."

"...."

아니, 소미는 미국에 대한 편견이 얼마나 강한 거야.

"저분은...."

다이애나는 그분을 슬쩍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우리 아버지에요."

"오야지!!!"

이클립스 엠마는 손을 흔들며 그에게 인사했다.

".... 아버님이셨구나."

"네. 음향 스탭이세요."

"...."

이내, 소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야옹. 귀엽게 우릴 불러주시는 것 같아요."

"소미야, 추하다."

"야옹."

곧이어, 그래미 어워드의 막이 올랐다.

MC의 등장과 함께 박수 갈채가 쏟아졌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