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로 오해받는 연예계 생활-192화 (192/200)

[192] 천재로 오해받는 연예계 생활(2)

소미는 지금쯤 수험장 입장했겠네.

솔라의 인기 덕분에 한국의 수능을 전 세계에서 주목했다.

소미는 미국 방송, 「브레인」에서 뛰어난 두뇌를 뽐냈으니.

《올해 19살, 수능을 치르는 소미의 점수는 과연? 천재 소녀라고 불리는....》

어디 언론이야.

엄청 부담 주네.

드르륵─

그때, 사무실 문이 열리고 누군가 들어왔다.

"지유야, 왔어?"

"응!"

멤버들을 데리고 소미를 응원하고 돌아온 지유.

떨리는 목소리를 보니, 나보다 더 긴장한 듯했다.

"시험 방해될까 봐 밴에서만 가볍게 응원하고 왔어."

"잘했네."

"대신 끝날 때는 다 같이 가서 격려해주려고."

"그때 나도 같이 가자."

"오빠도 가려고?"

"응. 그래야지."

이내, 지유는 사무실 구석을 가리키며 내게 말했다.

"저것들 다 소미 선물이야."

"수능 잘 보라고?"

"응. 태양빛이나 방송국에서도 보내주시고."

"...."

회사 사무실 한쪽에 산처럼 쌓인 선물 상자들.

아무리 예쁜 포장이라도 우리가 뜯어야만 했다.

"소미 수능 끝나기 전에 전부 확인하는 걸로."

"응. 알겠어."

"이상한 거 들어있으면 커트해."

"응."

소미 시험만 끝나면, 바로 해외 스케줄을 잡을 생각이었다.

"주말에 바로 미국으로 떠날 거야."

"아, 비욘세이 콘서트."

"응. 게스트 무대 준비도 하고, 스케줄도 잡으려고."

"알겠어."

"대표님!"

그때, 구 팀장이 다가오며 영화 소식을 알렸다.

한국에서 왕의 품격은 슬슬 막을 내리고 있었다.

"역대급이네요."

"네. 예지와 은서는 각각 청룡영화상, 대종상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습니다."

"잘 됐네요."

현재 한국에서 누적 관객 수는 약 1,300만 명.

심지어, 여전히 해외 인기는 식을 줄 몰랐으니.

반면에, 경쟁 작품이었던 「퍼스트 아포칼립스」는.

'.... 500만.'

손익분기점도 못 넘을 줄 상상이나 했을까.

제작비를 고려하면 기대에 못 미친 셈이었다.

"대표님, 바로 미국에 가시는 겁니까?"

"일주일 정도 후에 가려고요."

"알겠습니다."

나는 시계를 확인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 가십니까?"

"오늘 소미 어머니 뵙기로 했어요."

"저도 같이 갈까요?"

"아뇨. 제가 혼자 갔다 올게요."

"네. 대표님."

방 마담님도 공적으로는 칼 같은 구석이 있었지만.

소미 어머님과 비교하면 굉장히 다정한 편이었다.

'법조인이라 그런가.'

소미 똑똑한 건 어머니를 닮았나 봐.

잠시 후,

약속장소에서 커피를 시키고 그녀를 기다렸다.

소미 수능 시험 때문에 많이 긴장하셨을 거로 예상했는데.

이내, 안경을 쓴 날카로운 인상의 여인이 이쪽으로 걸어왔다.

"안녕하세요."

"아, 소미 어머님"

"네. 맞아요."

찾아뵙긴 어렵지만, 솔라 가족들과 전화는 종종 했다.

특히, 소미 어머니는 자식에게 관심이 없는 편이었다.

딸이 월드스타가 됐음에도 여전히 일만 생각하셨으니.

"제가 법원 가봐야 해서, 바로 가봐야겠네요."

"아, 그러시군요."

오늘도 엄청 바쁘시구나.

"오늘 소미 수능이라서요."

"네. 저도 알고 있어요."

"...."

리액션은 그게 전부인가요.

이 정도일 줄은 몰랐는데.

"어머님, 소미는 미국에 가면 한동안 다시 못 보실 겁니다."

"믿고 맡길게요."

"아, 음...."

소미는 데뷔 전부터 애정 결핍이 있었다.

부모님꼐 받지 못한 사랑을 멤버들에게 대신 갈구했다.

그도 부족하면 내가-, 아니면 팬들 덕분에 힘을 얻는다.

"저기, 어머님."

세상 모든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도.

가족한테는 관심을 받지 못하니까.

"소미한테 조금만 더 따뜻하게 대해주면 안 될까요?"

"네? 그게 무슨....?"

"그냥요. 기특하잖아요. 소미 정말 열심히 공부했거든요."

"...."

최근에는 밤새도록 수능 공부에 매진했다.

뭐든 한 번 보면 다 외우는 그 천재 소녀가.

"가정에서 받는 행복은 팬들도 채워줄 수가 없어요."

"...."

스윽─

나는 주머니에서 람보르가니 차 키를 꺼냈다.

그리고는, 망설임 없이 어머니께 건네 드렸다.

"소미가 방송에서 탄 상품이에요."

"아, 들었어요."

"듣다뇨?"

"오락실에서 차를 탔다고."

"...."

방송은 안 보셨나 봐요.

"이건 다시 돌려 드릴게요."

"굳이 그러실 필요는...."

"소미한테 직접 전달해주세요. 미국에서 돌아오면."

".... 네."

그녀의 표정에 복잡한 감정이 언뜻 비쳤다.

"칭찬 한마디만 해주면 좋아할 거에요."

".... 그래요."

가정 방문은 소미가 끝일까, 아니면 이제 시작일까.

미국에 가서 다이애나랑 엠마 부모님도 봬야 하나.

* * *

강남의 모 고등학교.

수능을 치른 학생들은 하나둘씩 학교를 벗어났다.

어째선지, 운동장에 인파가 바글바글 모여 있었다.

"와 솔라다."

"진짜네."

소미가 끝나는 시간에 맞춰 학교에 도착한 네 명의 여인.

한국을 넘어 전 세계에서 엄청난 팬덤을 자랑하는 걸그룹.

"와아아아!! 솔라! 솔라! 솔라!"

"여러분, 반가워요!"

"와아아아아아!!!"

"...."

솔라 멤버들은 소미를 기다리며 팬들에게 인사했다.

이내, 학교에서 천천히 걸어오는 막내.

소미는 언니들을 발견하고 미소를 지었다.

10대의 마지막 겨울.

언니들 덕분에 추운 날씨도 잊을 수 있었다.

곧이어, 매니저와 함께 언니들에게 다가갔다.

"언니들, 나 기다려준 거야?"

"당연하지."

"오, 감동이야."

"일단 밴에 돌아가자."

"응!"

주변에 팬들이 너무 많이 둘러싸기 시작했다.

학교 밖에 있던 사람들도 슬슬 모여들었으니.

이내, 매니저들은 길을 뚫고 솔라 멤버들을 챙겼다.

밴에서 기다리고 있는 대표.

수호는 소미를 보며 격려했다.

"수고했어. 이거부터 마셔."

"이게 뭐예요?"

"얼른 마셔."

"???"

아무 생각 없이 음료를 마셨는데.

소미는 컵에 그대로 뱉어버렸다.

"으악, 너무 써!"

"고삼차야."

"...."

아까주셨어야죠.

"오늘 아침에 못 따라가서 미안."

"괜찮아요."

"시험은! 어떻게 됐어?"

"아, 음...."

소미는 민망한 표정으로 그를 빤히 바라봤다

"망했어요."

"아."

아무도 예상치 못한 답변에 멤버들의 표정이 굳었다.

그만큼 소미의 실력을 믿었으니까.

예지가 괜찮다며 격려를 하던 찰나.

"세 개나 찍었어요."

"응?"

"진짜 다 외운 줄 알았는데."

".... 잠깐만."

이내, 예지는 막내를 보며 질문을 건넸다.

"그럼 세 문제 빼고 나머지 문제는?"

"글쎄. 다 맞았겠지."

"...."

멤버들은 똑똑한 소녀의 자신감에 헛웃음을 뱉었다.

"그럼 대박 난 거 아닌가."

"최대 세 개 틀리는 거잖아."

"대표님은 몇 개 틀리셨어요?"

"...."

정수호 역시 한국대 경영학과 출신.

당연히 수능 공부도 어느 정도 하지 않았나.

"나는 7개 정도. 불수능이었지."

"에이, 아니에요."

"???"

소미는 손을 저으며 입을 열었다.

"대표님 수능 년도 불수능 아니에요. 뒤에서 세 번째 정도."

"네가 어떻게 알아."

"풀었으니까 알죠."

"똑똑해서 좋겠다."

"네. 좋아요. 헤헤."

그는 진심으로 말했다.

"일단 돌아가서 가볍게 회식하자."

"오오."

회식 이야기에 술을 좋아하는 은서가 미소를 지었다.

띠링─

한편, 소미는 뜻밖의 톡을 받고 눈을 의심했다.

[수고했어]

절대 이런 말을 하지 않는 분인데.

아무리 잘해도, 관심이 없으셨는데.

[대표님, 좋은 사람 같더라]

소미는 고개를 들어 대표님을 하염없이 바라봤다.

"대표님."

"응?"

어머니의 따뜻한 한마디에 녹아버렸다.

대표님은 소미에게 최고의 선물이었다.

"저도 이제 성인이에요."

"갑자기?"

"그냥 그렇다고요."

"...."

그녀의 눈에 장난기가 가득했다.

"올 1등급 받으면 뭐 해준다고 하셨더라?"

"미국에 사옥 지어준다고 했지. 안 그래도 사업 확장하려고...."

"아뇨 그거 말고요."

"응?"

막내는 어깨를 으쓱이며 대화를 이어갔다.

"소원 들어주신다고 했잖아요!"

"사옥 지어주면 끝이 아니었어!?"

"그건 사업이죠."

"...."

어떻게 하면 솔라가 행복할까.

대표님과 오랫동안 함께할까.

"천천히 생각해볼게요."

"그래."

소미는 미간을 좁히며 진지하게 고민했다.

* * *

스카이 엔터 미국 지사.

홍보팀장이자 책임자인 레이첼에게 미션이 주어졌다.

한국에서 활동할 때는 밥만 축내는 미국 지부 아닌가.

"대표님께서 사옥을 짓자고 하시네요."

"다른 건물을 매입하는 게 아니라요?"

"새로 짓는다고 하셨어요."

"...."

이제 본격적으로 미국에 진출하시려는구나.

미국에서 연습생도 뽑고,

현지에 맞는 걸그룹도 육성하고,

'내가 봐도....'

사업을 확장하기엔 지금이 최적기였다.

왕의 품격과 오락실.

두 작품 다 글로벌 메가 히트작이었으니.

표면상으로는 비욘세이 게스트 무대 때문에 온다고 하지만.

아마 정 대표님은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려고 하시는 듯했다.

꼭 인생 2회차를 사는 사람 같다.

미래를 훤히 내다보는 통찰력과 멈추지 않고 행동하는 추진력.

처음 미국 지사에 입사했을 때보다 최소 10배는 성장한 것 같다.

'그러니까....'

사옥도 짓고, 미국에서 규모도 키우려고 하시는 거겠지.

빌보드 차트 1위 엔터가 버는 수입은 상상을 초월했으니.

"오늘 선발대가 온다고 들었어요."

"선발대요?"

"에일리 프로듀서님."

"아."

도하나와 함께 스카이 엔터 투톱 프로듀서.

그녀는 성적으로 자신의 실력을 충분히 증명했다.

잠시 후,

에일리 프로듀서는 약속 시각에 맞춰 회사에 도착했다.

"혼자 오시는 줄 알았는데."

"아, 이쪽은 카메라 감독님입니다."

"무슨 촬영인가요?"

"The Solar라고, 너튜브 예능이에요."

"그렇군요."

촬영팀까지 단체로 입국하고.

진짜 제대로 작정하고 왔구나.

"그럼 저는 촬영 장비 설치하러...."

"네. 피디님."

촬영진이 흩어지고, 에일리는 주변을 살폈다.

단둘이 남아 무거운 음색으로 입을 열었는데.

"레이첼 님, 캐피탈 매니지먼트 소식 들었습니다."

"아, 맞아요. 지금 WAA와 소송 진행 중입니다."

마치 개인적인 원한이 있는 사람처럼.

활활 타오르는 듯한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

"선처는 없어요. 다시는 못 일어나게 할 겁니다."

"...."

이분은 얼마나 솔라 멤버들에게 진심인지.

스카이 엔터 직원은 다들 애사심이 뛰어났다.

여타 빠르게 성장하는 스타트업들과 다르게.

하긴, 솔라의 무대를 망치려고 했으니.

"아무튼."

일단, 대표님 오시기 전에 사옥부터 알아봐야겠다.

짓는데 한참 걸리겠지만.

원래 장기 프로젝트니까.

낮에는 회사에서 빈둥거리고,

밤에는 예지랑 꽁냥꽁냥 연애하고.

"개꿀이네."

요즘 인생 살맛 난다.

한국보다는 미국이 데이트하기 편하겠지.

워낙 땅덩이가 큰 나라니까, 차만 있으면.

삐, 삐삐삑─

오늘은 예지가 먼저 내 집에 와서 요리하고 있었다.

"예지야아....? 주희도 있었네?"

"???"

나는 마시던 커피를 식탁에 내려놓고 헛기침했다.

양손에 아령을 하나씩 들고 나를 쳐다보는 주희.

"방금 뭐에요."

"뭐가."

가벼운 목소리를 거두고, 살짝 진중한 어조로 말했다.

이내, 주희는 삐딱한 시선으로 나를 보며 팔짱을 꼈다.

"방금 분위기가 바뀌었는데요?"

"내가? 아닌데?"

"아닌 게 아니라, 목소리 톤도 달라졌어요."

"기분 탓이야."

"...."

곰 같은 주희 눈치가 빨라졌다.

연예계가 이렇게 무섭다.

"주희야, 소미 수능 기사 뜬 거 봤지? 완전 기특해."

"말 돌리는 거에요?"

"됐고, 근데 왜 너희 둘이서만 같이 있어?"

"그냥 안무 창작 겸."

예지는 식탁에 앉더니 대화에 끼어들었다.

"요리하고 있었어요!"

안무 창작이 가능한 두 사람.

주희와 예지는 의견을 교환하고 있었다.

"비욘세이님 콘서트를 대충할 순 없잖아요."

"그건 그렇지."

모든 공연과 퍼포먼스에 진심인 아티스트.

웬만한 무대로는 만족하실 분이 아니었다.

"오빠-, 아니, 대표님!"

그때, 예지는 내가 먹던 커피에 손을 가져갔다.

"저 이거 마셔도 되죠?"

"어, 응."

근데 왜 내가 먹던 빨대로 마시나.

일부러 그러는구나.

그렇게 티 내고 싶나.

"주희야, 우리 사귀어."

"저랑요!?"

".... 아니, 예지랑 나랑."

"아하."

주희는 피식 웃더니 입을 열었다.

"흐음, 했네 했어."

"뭐를!?"

"연애요."

"아하."

난 또 뭘 했다고.

"얼추 알고 있었어요."

"그래?"

가족인데 숨기는 게 더 미안하지.

"당분간 비밀 연애하기로 했어."

"알겠어요."

어차피 얼마 후에는 미국에서 활동할 테니까.

그쯤 회사 사람들에게도 오픈할 생각이었다.

"주희야, 미국 가기 전에 가족분들 뵐 거야."

"우리 삼촌들이요?"

"응. 미국 활동을 좀 길게 하려고."

"알겠어요."

주희는 내게 은근한 어조로 물었다.

"대표님, 요즘 소미가 텐션이 올라갔던데요?"

"그래?"

"네. 수능 전보다 기분이 좋아 보여서요."

"다행이네."

소미, 어머님이랑 조금 편해진 건가.

마음 편히 떠날 수 있겠네. 다행이야.

"저기."

예지는 나를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

"저는요?"

"응?"

"우리 부모님은 언제 보실 거에요?"

"...."

그건 혹시 상견례인가요.

아니면, 가정 방문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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