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로 오해받는 연예계 생활-193화 (193/200)

[193] 천재로 오해받는 연예계 생활(3)

스카이 엔터 사옥.

소미는 연습실 구석에 앉아 명상의 시간을 가졌다.

수능 이후에는 이렇게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았다.

"흐으으음."

요즘 예지 언니가 수상하다.

대표님 집에 너무 자주 들러.

'설마....'

에이, 아니겠지.

다른 멤버들도 대표님 댁에 자주 들르잖아.

밤에 자주 들른다고 이상한 생각할 순 없어.

부스럭─

소미는 주머니에 있는 딸기 사탕 껍질을 만지작거렸다.

이미 먹어서 내용물은 없지만.

그냥 습관처럼 만지곤 했으니.

대표님이 뮤비 촬영 날 직접 사주신 선물이었다.

"선배님."

"응?"

그때, 자신에게 인사하는 이클립스 남민지.

수능 이후 회사에서는 얼굴을 처음 봤는데.

"여러분! 우리 자랑스러운 선배님이에요!"

"???"

개인 방송하는 건가.

카메라를 들고 렌즈를 향해 손을 흔드는 그녀.

남의 방송에 출연하는 것도 싫어하지 않았다.

"안녕하세요! 소미입니다!"

"오오오."

이클립스 팬들은 채팅창에서 열성적으로 환호했다.

-소미다 ㄷㄷㄷ

-우주아이돌 클라스 ㅋㅋ

-민지 멘토님 ㅋㅋㅋ

-소미 성인 된 거 축하해!

-이제 으른이네 으른

-수능 대박 났다고 들음 ㅎㅎ

-천재 소녀의 여유 ㅋㅋㅋ

두 걸그룹은 팬층이 많이 겹쳤다.

같은 프로듀서라 음악 스타일도 비슷했고,

걸스온탑 때부터 같이 활동한 적이 많아서.

"아, 선배님."

남민지는 소미와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눴다.

"얼마 후에 미국 가신다면서요."

"응. 비욘세이 선배님 게스트도 있고...."

분위기 상, 미국에서 스케줄도 잡으시려는 듯했다.

"선배님, 우리 학교에서 표창장 수여한다던데."

"나한테?"

"네. 선배님이요."

"왜?"

학교 홍보대사 활동도 열심히 안 했는데.

"서광예고를 빛낸 최고의 아웃풋이잖아요!"

"으음."

행사 일정은 미국에 떠나기 이틀 전날.

"대표님께 말씀드려볼게."

"네에!"

이내, 민지는 방송을 끄고 궁금한 점을 물었다.

"선배님, 대학교는 정했어요?"

"학교는 정했지."

"어디요?"

"한국대."

전공은 모르겠고, 학교는 무조건 한국대.

아직까진 그 외의 대학에 관심이 없었다.

"대표님이랑 같은 학교네요?"

"맞아."

소미의 눈빛은 야망으로 번뜩였다.

훗날, 회사 경영에 참여할 생각이었다.

"저도 공부 열심히 해서 꼭 한국대 갈게요!"

".... 민지야."

"넹?"

미안한데, 그게 될 리가 없잖아.

"요즘 이클립스도 너튜브 시작했다며."

"아, 맞아요. 지금 50만 채널!"

"이야, 개설한 지 며칠 만에 50만 찍고. 많이 컸네."

"헤헤. 선배님도 구독해주셨죠?"

"응. 내가 직접.... 음?"

순간, 민지의 너튜브 계정을 스치듯 훑어봤다.

[우주아이돌 갓소미 (구독)]

"구독 버튼이....?"

"네?"

"너 혹시 구독 안 했니!?"

"아 실수."

"실수우우!?"

우주아이돌 채널 주인이 50만 따리에 구독해줬는데!

"네가 천만 채널에 구독을 안 해!?"

"까먹었어요. 헤헷."

"오케이, 너 구취."

"앗, 너무행."

우리 후배님, 진짜 많이 컸네.

띠링─

그때, 단톡방에 올라온 주희 언니의 톡.

[오늘 대표님이랑 우리 집 간다]

[같이 갈 사람?]

아하, 대표님께서 한번 뵈러 간다고 하시던데.

소미는 장난기를 머금고 씨익 미소를 지었다.

'대표님 혼자 가시겠네.'

과거, 은서 언니가 썰을 푼 적이 있었다.

그 집은 수저에 아령 달고 밥 먹는다고.

"선배님."

"응?"

남민지는 옆에서 소미를 빤히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혹시 기분 좋은 일 있으세요?"

"내가?"

"네. 방금 전에 웃는 모습이...."

"...."

나도 모르게 웃었나 본데.

"사랑에 빠진 소녀 같았어요."

"비슷한데, 조금 달라."

"어떻게 다른데요?"

이내, 스마트폰을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

'.... 동경.'

자신보다 훨씬 똑똑한 사람에 대한 존경심에 가깝지.

"너는 어리니까 몰라도 돼."

"우리 한 살 차이에여."

"엄청난 차이지."

소미는 씨익 웃으며 후배의 어깨를 두드렸다.

"나는 두 달 뒤면 성인이거든."

* * *

양주희 삼촌들의 명성은 은서에게 익히 들었다.

철근을 당근처럼 씹어먹고,

곰이랑 붙어도 이길 것 같은.

'.... 삼촌만 몇 명이냐.'

누구는 축구선수 출신에, 누구는 검도 사범님.

악수만 한 번씩 돌려도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여기는 우리 넷째 삼촌! 복싱 국가대표였어요!"

"아, 네. 안녕하세요."

"반가워요. 하하."

주희가 세상에서 가장 존경한다고 말한 분.

이분이 방송 중 최씨한테 무시당한 이후로.

'주희가 연예인을 꿈꿨다고....'

그 우람한 풍채는 삼촌들 사이에서 압도적이었다.

이내, 악수를 나누는데 손바닥이 으스러질 뻔했다.

".... 으악."

"삼촌! 대표님 손은 살살 잡으라니까!"

"살살 잡았는데."

"더 살살 잡아야지! 갓난아기 다루듯이!"

"아휴, 참."

주희야, 그동안 어떤 삶을 살아온 거니.

"대표님, 제 뒤로 와요."

"그래."

여긴 무슨 정글인가.

믿을 사람은 주희밖에 없었다.

"조카야, 우리가 잡아먹냐."

"너무하네. 우리도 댄싱머신 얼굴 좀 보자."

"대표님! 미국 가서 주희 행복하게 해주실 거죠?"

".... 예."

미국에 결혼하러 가는 줄 아시나 봐요.

"흠흠, 대표님."

이내, 헬스 체육관을 운영하는 삼촌이 다가왔다.

"양두팔 트레이너입니다."

"네. 안녕하세요."

저번에 나작텔 촬영 때 한 번 뵌 적이 있었다.

양두팔 삼촌은 은근슬쩍 다가와 내게 물었다.

"혹시 만나는 사람 있으신가?"

"네?"

"주희는 어떤가 해.... 흐읍."

순간, 양주희는 삼촌의 옆구리에 바디블로우를 꽂았다.

"농담 농담. 허허."

"...."

아무렇지도 않은 듯 너털웃음을 짓는 삼촌.

그는 개미에게 물린 듯 옆구리를 긁어댔다.

"주희 실력 많이 줄었네."

"당연하지. 걸그룹인데."

"한국 돌아오면 특훈이다."

"...."

뭐야, 이 집 무서워.

"하아, 어쩔 수 없네."

"뭐가 어쩔 수 없어!"

이내, 주희 어머니께서 승모근을 뽐내며 집에 들어오셨다.

"잠깐만요, 이건 뭔가...."

"대표님, 기대하세요."

"네?"

어머님은 자신만만한 어조로 말씀하셨다.

"오늘 특별한 날인만큼 특별한 식사를 준비했거든요."

"...."

벌써 불안해. 그러지 마세요.

"저는 아무거나 주셔도 다 잘 먹습니다."

"아휴, 잘 먹어야 쑥쑥 크죠."

"키는 다 자랐어요."

"키 말고 근육."

"...."

그것도 안 키워요.

잠시 후, 식사 준비를 마치고 식탁에 앉.... 으려고 했는데.

"저기, 어머님."

"네?"

"식탁에 의자가 없는데요."

"아, 필요하신가요?"

"...."

보통은 필요하죠.

"스퀏하면서 먹으면 소화도 잘 되고 운동도 되거든요. 호호."

"식사 중에요?"

"네. 맛있는 밥도 먹고, 탄탄한 허벅지도 생기고, 이런 게 득근득근!?"

"아니."

주희의 삼촌분들은 나를 빤히 쳐다봤다.

입 잘못 놀리면 허리가 반으로 접히겠네.

"좋은 생각입니다, 어머님."

"대표님."

주희 어머니는 나를 보며 씨익 미소를 지었다.

"우리 주희가 운동 말고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기쁘네요."

"아, 네. 그렇죠. 하하."

"미국에서도 응원할게요."

"감사합니다."

그래도 어머니는 따뜻했다.

* * *

미국 비행을 며칠 앞두고,

오늘도 늦은 시각 여친과 집 데이트를 즐겼다.

"예지야, 왔어?"

"네."

"고생했어."

비욘세이 게스트 무대 준비로 많이 피곤해 보이는 예지.

스케줄을 마치고 돌아오는 그녀를 안아주고,

현재 준비 중인 일정을 정리하며 시간을 보냈다.

"미국에서 잡은 스케줄이야."

"아하."

음악 예능 한두 개.

라디오 방송 몇 개.

그리고, 솔라의 일상을 다루는 다큐 The Solar.

"예지야, 혹시 메리드 커플이라고 들어봤어?"

"그게 뭐예요?"

"미국 예능인데."

"아! 그거 들어봤어요."

"거기서 섭외 들어왔다."

"오, 그래요?"

"응."

섭외가 들어오기는 했는데.

나한테 들어와서 당황했다.

내가 연예인도 아니고, 나와서 뭐할까 싶지만.

"미국 가서 말해줄게."

"알겠어요."

마침 뒤통수가 간질간질하더라고.

역배각은 국적을 가리지 않으니까.

"아, 주희 부모님은 뵙고 왔어요?"

".... 그랬지."

"우리 부모님도 뵙기로 했잖아요."

"당연히 뵙고 미국 가야지."

"알겠어요."

예지랑 사귄다고 말씀을 드려야 하나.

일부러 공개 연애할 생각은 없었는데.

"같이 TV나 볼까?"

"네. 좋아요."

이제는 자연스럽게 소파에 앉아 팔짱을 꼈다.

내 어깨에 기대어 한 드라마를 시청하는 예지.

"와, 요즘 저분 엄청 떴네요."

"응. 그러게."

송나연 님의 자매 아티스트, 유설아.

음악뿐만 아니라 연기에도 재능이 있었나.

'간질간질하네.'

개인적으로는 음악이든 연기든, 불호에 가깝지만.

계속 간지러운 걸 보면 앞으로도 떡상할 듯했다.

"미국에서 연습생 모집할 거예요?"

"응?"

"사옥 짓기 시작했다고...."

"아, 그렇지."

연습생은 별로 생각 없었는데.

있는 연습생도 방출하지 않았나.

"그건 천천히 생각해 보자."

"좋아요."

스카이 엔터 역사상 가장 큰 지출이었다.

사옥 짓는데 회삿돈을 그렇게 썼으니까.

'성과가 있긴 해야지.'

이내, 예지는 나를 빤히 바라보며 분위기를 잡았다.

"오빠, 우리 애들 다 자는데."

"그래?"

미국에 가면 또 이런 거 못 할지도 모르니까.

자연스럽게 그녀의 턱을 만지고 입을 열었다.

"우리 그럼 찐하게...."

삑, 삐삐삑─

그때, 늦은 밤에 누군가 현관 비밀번호를 눌렀다.

우리는 화들짝 놀라 팔짱을 풀고 문을 바라봤다.

"대표니임!"

"???"

소미는 폴짝폴짝 뛰어 집에 들어왔다.

밤에 갑자기 이렇게 들어오진 않는데.

"둘이 뭐 하고 있었어요?"

"...."

데이트.

너만 아니면 어른의 데이트도 할 뻔했지.

"뭐냐, 너."

"모가요."

예지와 나 사이에 쏙 들어와 낑겨 앉는 소미.

막내딸이 엄마 아빠 사이를 막는 기분이었다.

'예지랑 몇 살 차이도 안 나는데.'

우리 예쁜 귀요미를 어떻게 내쫓을까.

"오오, 드라마 보고 계셨구낭."

"응. 그렇긴 한데."

"저도 이거 좋아해요!"

"...."

너를 두고 나랑 예지가 나가는 게 빠르겠어.

마치 견우와 직녀처럼.

소미를 사이에 두고, 여친과 아련한 눈빛을 주고받았다.

"다들 집중!"

".... 소미야."

지금 예고편에 나온 명장면이에요!"

"...."

이 드라마는 내 취향도 아닌데.

"대표님."

"응. 왜."

소미는 나와 예지를 한 번씩 번갈아가면서 눈을 마주쳤다.

"저 수능 올 1등급 맞으면 소원 들어주시기로 했잖아요."

"어. 그랬지."

"지금 소원 빌래요."

"소원이 뭔데."

내가 램프의 요정이냐.

"저한테 들키지 마요."

"응? 뭐를?"

"대표님이 누구랑 연애하든, 사귀는 거 들키지 마요."

"아."

우리 막내.

눈치 보소.

"저는 솔라가 오래갔으면 좋겠어요."

".... 그래."

안 들키게 연애해야겠다.

소미 뒤로 예지와 손깍지를 끼며 서로를 바라봤다.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소미의 소원을 받아들였다.

"노력해볼게."

* * *

대표와 함께하는 가정 방문 시간.

은서 할머니, 소미 어머니, 주희 가족들을 만났다.

다이애나 가족분들은 미국에서 뵙기로 했으니까.

'이제 마지막으로....'

예지와 함께 그녀의 부모님 댁을 방문했다.

여자친구라 가장 떨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오빠, 여기 청심환."

"고마워."

"고맙긴요."

문 앞에서 한참을 고민하며 입을 떼었다.

"공개연애는 당분간 안 하기로 했으니까."

"네. 미국에서 한 번만 더 성공하면."

"그래. 그때 공개하자."

"좋아요!"

예지랑은 언제나 마음이 너무 잘 맞는다.

아니, 대부분 그녀가 내게 맞춰주는 건가.

끼이익─

마치 상견례 하는 기분으로, 예지와 함께 현관문을 열었다.

"와아, 정수호다!"

"꺄아아악."

"...."

잠깐만, 사람이 너무 많은데요.

거의 열댓 명이 우리들을 보며 함께 모여 있었다.

활짝 열린 문에서 살짝 물러나 예지에게 말했다.

"예지야, 가족분들이 이렇게 많았어?"

"친척이 많이 왔네요."

"미리 말을 좀 해주지."

"저도 몰랐어요."

"그래?"

그럼 어쩔 수 없지.

대가족이긴 하지만, 멤버들 중 가장 평범한 집안.

부모님은 정말 친절하시고, 잼민이들은 시끄럽다.

"대표님, 항상 감사합니다."

"아뇨. 제가 감사하죠."

어머님은 상다리 부러질 만큼 식사를 준비하셨다.

내 덕분에 예지가 슈퍼스타가 됐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그래서인지, 가족분들은 과할 만큼 내게 호의적이었다.

아까부터 나를 째려보는 사촌 동생을 제외하고.

"우리 사촌 누나랑 무슨 사이에요?"

"응?"

갑작스러운 그의 발언에 공기가 얼어붙었다.

"둘이 사귀는 거 아니죠?"

"...."

이내, 기겁하며 그를 혼내는 어른분들.

"너, 대표님께 무슨 말버릇이니?"

"흥, 저 촉 좋아요."

"이게, 진짜! 너 이리와!"

"아, 왜 나한테만 그래애."

"...."

촉 좋은 거 맞는데요.

"아이고, 대표님."

이내, 친척분은 내게 다가와 손을 맞잡으셨다.

"우리 애가 버릇이 없네요. 죄송합니다."

"아뇨, 아뇨. 괜찮아요."

"대표님이 예지랑 사귄다고 생각하다니, 정말 미쳤네요. 하하."

"그게, 음, 넵."

그래도 미쳤다고 표현하실 것까지야.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제가 잘 부탁드려야죠."

잠시 후, 가족들과 만남 자리를 파했다.

"쉽지 않네."

현관문을 벗어나 멍한 정신으로 예지에게 말했다.

두 손을 꼭 잡고 내게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여친.

"밥이 코에 들어갔는지 입에 들어갔는지 모르겠어."

"오빠, 고생했어요."

"엄마아아아!!!!"

이내, 현관문 밖에 고개를 빼꼼 내미는 사촌 동생이 소리쳤다.

"이거 봐! 내가 사귄다고 했잖아!"

"...."

나는 사촌 동생과 눈을 마주치며 예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어? 뭐야, 숨기지도 않잖아!"

"흐음."

손을 떼고, 가족분들이 나올 때를 기다렸다.

곧바로 달려와 그의 멱을 따버리는 아버님.

"아아악, 내가 진짜 봤다니.... 끄악."

"대표님, 우리 조카가 망상이 심하네요."

"망상은 누가 망상이야!"

"하아, 죄송합니다."

"아아, 진짜 억울하다고!"

끌려가는 사촌 동생을 보며 씨익 미소 지었다.

"저는 괜찮습니다."

"이해해 주셔서 감사해요."

"감사는요."

세상 일은 모르는 거잖아요.

* * *

얼마 후.

나는 솔라 멤버들과 함께 미국으로 향했다.

비욘세이 콘서트, 게스트 무대를 준비하며.

"여긴가."

새로운 촬영을 위해 어느 방송국을 찾았다.

미국의 우결이라고 불리는 어느 예능 방송.

「Married couple」의 작가와 미팅을 잡았다.

섭외 대상자는 나와 예지, 두 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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