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로 오해받는 연예계 생활-188화 (188/200)

[188] 전설의 레전드(2)

「왕의 품격」 무대 인사를 마치고,

관객들도 슬슬 일어나는 분위기 속.

상영관 안팎에서 소란이 발생했다.

바로 지금, 내 눈앞에 다시 나타난 레전드 가수 때문에.

"루이가 계속 한국 여행을 가고 싶다고...."

"아하하."

올타임 레전드 아티스트 중 한 명.

영국에서 만난 폴 님과 대화를 나눴다.

"영어 자막을 대표님이 제작사 측에 요청하셨다면서요."

"아, 네. 그랬죠."

"감사합니다. 덕분에 정말 재밌게 잘 봤습니다."

"...."

솔라 무대 감독님, 루이 디렉터 때문에 요청했는데.

폴 님이 오실 줄 알았으면 두 번, 세 번 강조했겠지.

'아, 저 목걸이는....'

태양빛 1년 차 회원들이 받는 구릿빛 목걸이.

그는 부끄러운지 금세 목을 손으로 가렸지만.

'그러면....'

솔라 단독 콘서트장에 오신 것도.

런던 쇼핑몰 팬사인회에 오신 것도.

"우연이 아니라....!"

"저기."

이내, 왕의 품격 제작진이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스탭들을 확인하고 폴 님께 감독님을 소개했다.

"선생님, 이쪽은 왕의 품격의 김찬호 감독님입니다."

"오우."

전설의 가수와 악수를 나누는 김찬호 감독님.

초청받은 기자들은 연달아 셔터를 눌러댔다.

몇몇은 당장 특종 기사를 올리려는 듯 누군가에게 전화했다.

비틀즈의 극찬을 받은 영화면, 전 세계에 소식이 퍼질 듯했다.

미국과 유럽의 상영관에도 배급을 받았으니.

"대표님."

이내, 다이애나는 내 옷깃을 잡으며 말을 걸었다.

"처음부터 알고 계셨던 거죠?"

"응? 뭐를."

"루이 감독님께서 비틀즈랑 친분이 있는 거요."

"...."

그래서 뒤통수가 간지러웠구나.

처음 루이 무대 감독님을 봤을 때

"루이 감독님 케빈 클럽 출신인 거 알고 계셨죠!"

"...."

영국에서 몇 번 들어본 적 있었다.

비틀즈가 유명해지기 전부터 활동한 재즈 클럽.

루이 감독이 찐으로 친분이 있을 줄은 몰랐지만.

"역시 우리 대표님!"

"그냥 운이 좋았어."

"거짓말! 영어 자막도 대표님이 직접 요청하셨잖아요!"

"아니, 그건."

루이 감독 때문이었다고.

저분도 한국말 못 하니까.

근처에 있던 왕의 품격 스탭들은 묘한 표정을 지었다.

"크으, 정수호 폼 미쳐따."

"영국에서 일부러 인맥을 쌓으신....?"

"세상에."

이내, 솔라 멤버들은 주변에 모여 재잘재잘 떠들었다.

"대표님, 벌써 SNS에 시사회 사진 올라오고 있어요!"

"와우, 우리 영화 대박 나는 거 아냐!?"

"지금 사전 예매율 1위에요!"

"그래. 축하해."

분위기가 차분하게 가라앉을 때쯤.

폴 님의 매니저가 다가와 내게 다가왔다.

"헬로우, 정수호 대표님."

"아, 네."

이내, 폴 님이 한국에 머무르는 동안 방송 스케줄을 의논했다.

"워낙 즉흥적으로 움직이셔서요. 방송을 안 잡고 왔습니다."

"아, 그럼 방송 출연 생각은 없으신가요?"

"네. 아직은."

주변에서 회사 직원들의 눈빛이 부담스러웠다.

"혹시 솔라랑 같이 출연하실 생각은...."

"긍정적으로 생각해보겠습니다."

주변에서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역시, 정수호."

"크으."

그냥 한번 찔러본 건데.

"괜찮으시면 스카이 엔터에서 작업실이나 숙소를 제공하겠습니다."

"오, 그래도 괜찮을까요?"

"그럼요."

어차피 루이 감독 초청할 때 준비했으니.

호텔 객실 하나만 더 잡으면 그만이었다.

그날 저녁.

비틀즈 멤버 폴의 개인 SNS 계정에 영화 관람 후기가 올라왔다.

단순한 칭찬이나 비평글이 아니라.

영화 평론가처럼 구체적인 감상평.

해외 팬들은 폴이 추천하는 영화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왕의 품격」 흥행의 시작은 시작부터 꽤나 소란스러웠다.

* * *

관객 시사회 이후,

스카이 엔터와 투자사 주가는 치솟았다.

비틀즈 덕분에 해외 자본이 쏟아졌으니.

개봉하자마자 엄청난 기세로 시장을 장악한 국뽕 사극 영화.

왕의 품격 외에 다른 영화는 얼어붙은 듯 성장이 멈춰버렸다.

"하루에 관객 수 100만?"

경쟁작 때문에 걱정한 게 무색할 만큼 압도적인 성적.

구 팀장은 내가 다가와서 결재 서류를 건네며 말했다.

"지금 사옥 앞에 기자들이 돌아갈 생각을 안 합니다."

"아직도요?"

"네. 그럴 만도 합니다."

"...."

지금 우리 회사 작업실에 비틀즈 멤버가 있으니까.

다이애나는 꿈을 이뤘다며 나한테 고맙다고 하더만.

"대표님, 혹시 스마트폰은 꺼놓으신 겁니까?"

"아뇨. 먹통 됐어요."

1초 단위로 전화가 와서 핸드폰이 제 기능을 상실했다.

"폴 선생님과 방송국을 연결해주신다고 하셔서."

"네. 그것 때문이죠."

"폴 님과는 언제 친해지신 겁니까?"

".... 안 친해요."

"에이, 농담도."

진짜 안 친해요.

아직도 어색해요.

그냥 루이 무대 감독이랑 친분 때문에 같이 계신 것 같아.

"방송에 솔라 멤버들이랑 같이 출연하시는 겁니까?"

"글쎄요."

각 방송국 측에서 전화가 끊이지 않았다.

당장 어느 방송에 나가야 할는지는 잘 모르겠다.

솔라 멤버들도 방송에서 영화 홍보해야 하는데.

띠리리링─

그때, 구 팀장 스마트폰에 전화가 걸려왔다.

"팀장님 폰은 살아있네요."

"네. 번호가 여러 개라."

"...."

나도 여러 개예요.

전부 다 먹통이에요.

이내, 구 팀장은 스마트폰을 내게 건네며 말했다.

"나현석 피디님입니다."

".... 또현석 피디님?"

일단 스마트폰을 받았는데.

-대표님, 들려요.

"아, 좋은 뜻입니다. 또현석 님."

-저 지금 람보르가니 우뢰칸 계약하고 오는 길입니다.

"엥? 그걸 샀어요?"

-그럼요. 방송 내보낼 건데!

"...."

당연히 안 사주는 줄 알았지.

다른 방송에선 안 사주더만.

"잘 타고 다니겠습니다."

-네. 첫 시승식 찍으러 가겠습니다.

".... 예."

깨끗하게 타고 소미 성인 되면 돌려줘야겠다.

내년에 람보르가니 타고 대학교 생활하려나.

-키는 언제쯤 받으러 오실는지....?

"아 받아야죠."

-오실 때 이제, 이왕이면 혼자 오시지 마시고.

"네?"

-전설의 레전드 뮤지션 분과 함께 오시면 좋겠네요.

"...."

역시, 또피디님은 다 계획이 있었구나.

-그 있잖아요. 세계적인 베이시스트이자 리드 보컬이자 작곡가님.

"비틀즈 폴 님이요?"

-어우, 세상에! 그분이랑 같이 계세요?

"네. 아마도."

-감사합니다!

"뭐가요."

은근히 뻔뻔해지셨네.

-우리 오락실에 비틀즈 멤버가 나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러게요."

-대표님, 들어보십쇼! 폴 님이 솔라와 함께 한국 문화도 체험하시고 돌아다니면서 아름다운 경치도....

"아니, 잠시만요."

그거 때문에 샀구나, 람보르가니.

방송 한 번으로 뽕을 뽑으시려고.

"또피디님, 폴 선생님 연세도 있으셔서요."

-아, 으음, 그렇긴 하죠.

"그래서 활동적인 방송보다는 토크쇼 위주로...."

-아하.

또피디님께 다시 거절하려던 찰나.

뒤통수에 간지러운 감각이 느껴졌다.

"제가 일단 폴 님 매니저분께 말씀드려볼게요."

-오오, 정말입니까?

"네. 영화 홍보는 글로벌하게 해야죠."

-아주 좋은 생각입니다! 요즘 오락실 폼 좋거든요!

"저도 알죠."

람보르가니도 사주시는데.

* * *

Tvm 예능국.

나현석 피디는 정 대표와 미팅을 앞두고 인터넷을 검색했다.

"김 작가, 영화 봤지?"

"당연하죠."

너튜브 영화 채널이나 영화 커뮤니티에서도 극찬 일색이었다.

팬심을 떠나, 완성도 있는 작품과 배우들의 연기에 빠졌다며.

톡, 토톡─

그중 100만 너튜브 채널에 달린 댓글을 확인했는데.

-웰메이드 영화, 김찬호 감독의 위대한 걸작.

ㄴ응. 솔라 캐리 ㅎㅎ

ㄴ이건 맞지

ㄴ예지 연기엔 아련한 감성이 있음 ㅠ

ㄴ은서도 소름 돋게 잘하더라

ㄴ솔라는 다 연기 잘하네

ㄴ양주희 액션도 장난 아님 ㅋㅋㅋㅋ

ㄴ몽골 때 활쏘는 거 보면 알지

ㄴ싸우면 내가 짐 ㅋㅋㅋ

-지금 파리에서 상영관 엄청 늘린다고 함 ㅋㅋㅋㅋ

ㄴ개봉 일주일 만에? ㄷㄷ

ㄴ깐느 가는 거 아님?

ㄴ악마가 되었다도 깐느 갔잖아

ㄴ그건 진짜 가기만 했지 ㅠ

ㄴ이번엔 상 탄다

ㄴ국뽕 펄럭 준비 중

ㄴ주모 : 몰?루

국내 팬들도 이 영화에 거는 기대감이 상당한 듯했다.

영화 수준도 있거니와, 해외에서 흥행을 이어갔기에.

"진짜 유럽 쪽에서 반응이 심상치 않아."

"네. 지금 반응 좋다던데."

"그러니까.

솔라의 런던 콘서트 때 영국인만 있었던 게 아니었다.

주변국에서 공연을 보러 웸블리 스타디움에 모였으니.

완성도 높은 시나리오와 배우들의 연기.

어느 것 하나도 흠을 잡을 수가 없었다.

특히, 세 여배우의 열연이 돋보이는 영화.

이래서 사람들이 그렇게 솔라라는 그룹에 열광하는 게 아닐까.

'음악, 예능에 연기까지....'

그 모든 분야에서 성공하는 경우는 정말 드물었다.

솔라 멤버 다섯 명은 각자 특출난 재능이 있었으니.

"피디님!!!"

그때, 막내 연출이 다급하게 회의실에 들어왔다.

"지, 지금 대표님 오셨습니다."

"미팅 잡았으니까 오셨겠지."

왜 이렇게 호들갑이야.

".... 폴 님도 같이."

"뭐어!?"

지금 전국의 프로모터들은 폴을 잡으려고 눈에 불을 켰다.

비틀즈 섭외만 성공한다면 람보르가니 값이 안 아까웠다.

"김 자까! 차 키 어딨나?"

"여깄습니다!"

Tvm 기둥뿌리를 뽑아서 구매한 람보르가니 우뢰칸, 차 키.

나 피디는 전국시대 옥쇄를 쥐듯 부드럽게 열쇠를 들었다.

"자자, 갑시다."

이내, 미팅룸에 들어서니 세 사람이 나란히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정 대표와 비틀즈 폴.

그리고, 폴의 매니저.

다들 친분이 꽤나 두터워 보였다.

'.... 노는 물이 다르구나.'

정 대표님은 스탭들과도 두루두루 친하게 지내지만.

이미 레전드 가수와 친분을 쌓은 진정한 월클이었다.

"폴 선생님, 반갑습니다!"

"오우, 오락실 유니버스 나 피디?"

"!!!!"

폴 선생님이 우릴 알고 계신다!?

"넥플렉스로 본 적 있습니다."

"와아."

나 피디는 정신을 차리고 기획안을 꺼내놓았다.

전부 영어로 번역한 일정표.

솔라 멤버들과 함께하는 문화 체험.

찜질방도 가고, 분식집도 가고, 놀이동산도 가고.

"흐음."

진지하게 검토하는 정 대표와 폴의 매니저.

이내, 정 대표는 뒤통수를 긁적이기 시작했다.

"괜찮은데요?"

그의 말에, 폴의 매니저도 고개를 끄덕였다.

* * *

「왕의 품격」 개봉 7일 차.

벌써 「퍼스트 아포칼립스」의 관객 수를 뛰어넘었다.

일주일 만에 압도적인 기세로 점유율 1위를 찍었다.

"다시 뒤집기는 어렵겠네."

"그러게."

장은서는 솔라의 기록들을 보면서 생각에 잠겼다.

「하늘 소리」

「오락실 유니버스」

「왕의 품격」

음악, 예능, 영화.

각자 다른 분야인데 전부 1위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이 정도면 솔라가 컨텐츠 산업을 점령한 거 아닌가.

이게 전부 솔라의 실력일까.

'.... 대표님 실력이지.'

「첫사랑」이라는 영화와 함께 자신의 마음에 들어온 사람.

놓으려할수록 마음은 깊어졌지만.

그와 함께 불편한 마음도 커져만 갔다.

"예지 언니."

이내, 방문을 열고 예지를 불렀는데.

"으아아, 끊을게요!"

"...."

아, 대표님이랑 전화하고 있었구나.

새 번호 판지 얼마 안 되셨을 텐데.

'나는 새 번호 있는데.

"뭐 하고 있었어?"

"으응? 그게...."

거짓말도 제대로 못 하면서.

연기는 어떻게 잘하는 건지.

"대표님이랑 전화했구나."

"응. 미안."

"미안하긴, 뭐가 미안해."

은서는 침대에 다가가 그녀의 옆자리에 앉았다.

"언니는 화가 없어?"

"갑자기 무슨?"

"저번에 대표님이 늦잠자서 스케줄 한 시간 늦었잖아."

"아, 그랬지."

"그때 기분을 떠올려 봐, 어땠어?"

"보고 싶었지."

"...."

나는 빡쳤는데요.

이게 찐사랑인가.

은서는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예지의 손을 잡았다.

"그래도 대표님은 양보 못해."

"아."

대표님은 양보할 수 없지.

남자 정수호는 몰라도.

"얼른 씻고 일어나, 스케줄 있잖아."

"응. 알겠어."

양보할 수 없다고 말해도 웃는 얼굴로 일어나는 김 리다.

은서는 그녀를 힐끔 돌아보더니 나직하게 입을 열었다.

"나 당분간 스케줄 안 잡고 쉬고 싶어."

"얼마나, 보름 정도?"

"아니. 그건 너무 짧아."

"그럼 한 달?"

"부족해."

시간은 정확히 모르겠다.

한동안 쉬면서 재충전하고 싶다.

시간이 지나면 웃으면서 축하해 줄 수 있을 것 같아서.

톡, 토톡─

내친김에 대표님께 스케줄 관련해서 톡을 보내던 찰나.

[대표님 저는 한동안 쉴게요]

[요즘 너무 바쁘게 일만 했잖아요]

[다시 돌아와서 열심히 할게요]

그때, 소미는 현관문이 열고 급하게 들어왔다.

"언니들! 우리 스케줄 잡혔어!"

"타이밍 뭔데."

쉰다고 벌써 보냈는데요.

"그냥 나는 빼고...."

"우리 비틀즈 폴 님이랑 놀이동산 간다는데?"

"...."

잠깐만 있어 봐.

살면서 언제 비틀즈랑 놀이동산을 가볼까.

그거까지만 하고 쉬어도 될 것 같기도 하고.

"취소, 취소, 취.... 으아악, 읽었어!"

평소에는 엄청 늦게 읽으면서!

너무 진지하게 말해서 번복할 수가 없다.

띠링─

이내, 대표님의 답장이 날아왔다.

[스케줄 많아서 힘들었다니까 미안해지네]

[일단 보름만 쉬자 ㅎㅎ]

[그다음에도 쉬고 싶으면 다시 말하고 ^^]

"소미야, 놀이공원 언제 간다고?"

"다음 주에."

".... 윗집에 사람 있나?"

"대표님 집이잖아."

"그니까 거기."

"...."

마음속 깊은 분조장이 튀어나올 것만 같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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