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로 오해받는 연예계 생활-186화 (186/200)

[186] 영국에 뜨는 태양(4)

영국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콘서트장.

웸블리 스타디움 객석에 다섯 개의 태양이 떠올랐다.

객석을 가득 채운 솔라 플래카드는 가히 장관이었다.

팬들의 '울지 마'를 들으며 눈물을 펑펑 흘리는 솔라 멤버들.

울먹이는 목소리로 피날레 무대를 진행하는 감동의 콘서트.

"대표님."

나 피디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만족스러운 듯 입을 열었다.

"지금 그림이 장난 아니에요."

"그래요?"

"크으, 저도 눈물 날 것 같아요."

"그 정도로?"

"네!"

이 얼마나 아름다운 광경인가.

마지막까지 온 힘을 다하는 솔라 멤버들과 그녀들의 응원하는 팬들.

국민 걸그룹 대열에 들어선 만큼, 거의 모든 국민이 솔라를 사랑했다.

'아마 시청률은....'

조만간 지붕 뚫을 듯.

이내, MC 이수연이 나타나 마지막 순서를 알렸다.

피날레 이전, 그녀의 진행은 이번이 마지막이었다.

-솔라의 마지막 무대를 감상해주세요. 저는 MC 이수연이었습니다.

-아아아아─!

아쉬운 듯 소리를 지르는 관중들.

그들 역시 앵콜송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둥, 둥, 둥─

솔라는 마지막 무대에 게스트들과 함께했다.

솔라 & 루나 & 이클립스.

세 걸그룹의 히트곡을 하나씩 조합한 피날레 무대.

연말 시상식 공연처럼 특별한 무대를 준비했으니.

'한 팀 같네.'

예술적인 편곡으로 세 팀을 하나의 그룹으로 묶었다.

오락실 유니버스로 유입된 팬은 정말 많았다.

그 덕분에, 다른 두 팀의 인지도 역시 상당했다.

김예지와 류시아의 듀엣.

다이애나와 엠마의 R&B 힙합.

양주희와 남민지의 브레이킹 댄스.

오직 솔라 단독 콘서트에서만 볼 수 있는 유니크한 무대였다.

"어라, 저기....?"

"시작했네요."

무대 위로 날아오는 하얀 물체.

피날레 무대가 채 끝나기도 전에 누군가 종이비행기를 날렸다.

첫 비행을 시점으로 엄청난 양의 종이가 무대 위로 날아들었다.

"와우, 브라보."

웸블리 스타디움의 하늘에 펼쳐지는 장관.

저거 언제 다 치우나, 스탭들 죽어나겠네.

나현석 피디는 냉큼 카메라에 찍히는 그림을 확인했다.

"그림 잘 나오네."

"그러게요."

예지는 날아오는 종이비행기 중 하나를 그림처럼 잡았다.

그리스 여신 조각상처럼 아름다운 모습.

예지는 부드러운 미소로 종이를 펼쳤다.

".... 발바닥 보여줘."

그녀는 눈치를 살피더니 내용을 정정했다.

".... 가 아니라 사랑하는 솔라 멤버들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발바닥 보여줘-, 는 편집해야겠다.

나머지 멤버들도 각자 비행기를 하나씩 주워들었다.

한 명씩 팬들의 응원 메시지를 읽고 미소를 지었는데.

순간, 소미는 빨간색 꼬리 비행기를 들고 손을 번쩍 들었다.

"태양빛 포에버! 우리 영원하자!"

"아....?"

어디서 들은 멘트 같은데....?

나 피디의 마음과 상관없이 멤버들은 앵콜송을 진행했다.

솔라 멤버들, 혹은 팬들 둘 중 하나는 지쳐 쓰러질 때까지.

오늘 런던의 밤은 태양빛이 저물 생각이 없었다.

"피디님....?"

그때, 나 피디에게 다가오는 정수호.

그는 어깨를 토닥거리며 말을 걸었다.

"아직도 울고 계시네. 그렇게 감동했어요?"

"크흐윽."

"에이, 괜찮아요. 뚝."

"으아, 안 괜찮아아."

지금 Tvm 방송국 기둥 뽑아야 할 것 같단 말이야.

국장님한테 걱정하지 말라고 했는데.

람보르가니 사달라고 어떻게 말하지.

* * *

관객들이 끝없는 앵콜 요청을 전부 받아준 솔라.

끝내, 밤 12시 팬들이 지쳐 떨어질 때쯤 무대에서 내려왔다.

기진맥진한 멤버들을 숙소에 데려오고 하룻밤이 지나갔다.

다음 날, 아침.

한국과 영국, 양국에서 어마어마한 양의 기사가 쏟아졌다.

이 정도로 디테일한 정보면 관객 중에 기자도 있었을 터다.

《솔라 단독 콘서트에 쏟아지는 관객들의 찬사, SNS에 불어닥친 솔라 열풍!》

《스카이 엔터 단체곡 「하늘 소리」, 오늘 저녁 뮤직비디오와 음원 공개 예정!》

《비틀즈 멤버 폴, 솔라 단독 콘서트에서 팬에게 사진이 찍힌 레전드 뮤지션!》

기사를 보니 내가 모르는 내용도 있네.

'비틀즈 멤버가 직관했다고....?'

콘서트 전에 대기실에 들르실 수도 있었을 텐데.

혹시나 멤버들이 긴장할까 봐 배려해주신 듯했다.

'.... 매너 있으시네.'

아직 한국에 귀국하지는 않았다.

런던에서 추가 촬영이 있었으니.

숙소에서 스마트폰을 보는데 나 피디가 나와 인사했다.

"일어나셨어요?"

"네. 좋은 아침."

나 피디는 헛기침을 두어 번 하더니 옆자리에 앉았다.

"대표님."

"네?"

"아닙니다."

"???"

오늘 또 무슨 촬영을 하려고 이러실까.

"혹시 솔라 멤버들 좋아하는 음식이 뭐예요?"

"멤버마다 다르겠죠."

"그럼 소미는요?"

"글쎄요. 스테이크, 파스타 좋아하죠. 아기 입맛이라."

"오케이"

그래도 솔라 멤버들은 주는 대로 다 잘 먹는 편이었다.

그중엔 양주희가 제일 까다롭지.

영양분, 칼로리까지 신경 쓰니까.

잠시 후,

솔라와 오락실 멤버들은 전부 카메라 앞에 모였다.

다이애나는 잔뜩 흥분한 목소리로 기사를 언급했다.

"우리 콘서트 때 비틀즈 님이 직관하셨대요!"

"비틀즈 님이 뭐야."

"포오오올!"

"...."

다이애나의 귀여운 모습에 다른 멤버들은 미소를 지었다.

이내, 나 피디님은 조심스럽게 어제의 이벤트를 언급했다.

"저기, 종이비행기 있잖아요."

"오오. 램보르가늬?"

소미는 손을 번쩍 들었다.

"제가 맞혔죠?"

".... 녜."

그걸 맞혔다고?

나 피디는 소미가 미리 작성한 종이를 천천히 펼쳤다.

[태양빛 Forever! 우리 영원하자!]

토씨 하나도 안 틀리고 그대로 말했네.

이러면 우기고 싶어도 우길 수가 없지.

"소미 씨는 한국말로 포에버라고 하셨죠? 여기는 영어로...."

"...."

이내, 멤버들과 스탭들의 똥 씹은 표정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제가 구차했어요. 드릴게요, 드릴 건데...."

"와아아!!!!"

미친, 이걸 소미가 해냈다.

"여러분, 제가 일단 무릎 꿇고 얘기할까요?"

"???"

소미 앞에서 무릎을 꿇는 나 피디.

그 앞에 마주 보고 무릎 꿇는 소미.

"아니, 소미 씨가 꿇으면 어떡해요."

"차 키 주쎄용."

"아."

이내, 소미는 씨익 웃더니 나를 바라봤다.

"대표님, 차 드리면 누나라고 부른다면서요?"

".... 내가?"

"네. 이제 람보르가니 우뢰칸은 대표님 차에요."

"아니, 그때는 그냥."

"눈나 해봐."

".... 눈나."

순간, 나 피디는 눈빛을 반짝이며 내게 매달렸다.

"차주님, 얘기 좀 하실까요?"

"...."

띠리리링─

그때, 쇼잉글랜드 측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저는 이만."

"대표님 어디 가세요."

뒤를 무시하고 다니엘 씨의 전화를 받았는데.

-오늘 잠깐 뵐 수 있을까요?

"아, 네. 정산 문제도 해결해야죠."

-네. 대표님.

다른 건 몰라도, 자선 콘서트 문제는 정리해야만 했다.

오락실, 백화점에서 쇼핑하는 촬영 있다고 들었는데.

"오늘 촬영 잘하시고. 이따 쇼핑몰 들를게요!"

"아, 대표님!"

내가 스포츠카 받아서 뭐 해. 그걸 어디다 쓰겠어.

이내, 나현석 피디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말했다.

"나중에 람보르가니 한번 태워 드릴게요."

"아."

* * *

쇼잉글랜드 미팅에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캐피탈 매니지먼트."

에일리 프로듀서와 키아라의 악연은 이미 알고 있었는데.

무대 감독한테 뒷돈까지 주면서 무대를 망칠 생각이었나.

"대표님 덕분에 알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제 덕분이요?"

"네. 미리 알고 계시지 않았습니까."

"????"

제가요.

"같이 돈 받은 스탭 세 명을 정확히 골라서 배제하셨죠."

"아, 그건."

그분들 멀끔하고 커리어도 좋았는데.

같이 뒤통수 똥촉에 걸려서 잘랐어요.

"덕분에 내부 직원 비리도 찾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아, 예."

"캐피탈 매니지먼트에 고소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비욘세이 님 소속사와 함께."

"그럼 제가 할 일은...."

"이미 충분히 도와주셨습니다."

"...."

저는 아무것도 안 했는데요.

"쇼잉글랜드 무대 수익금은 이미 기부했습니다."

"뭘 그렇게까지."

"해야죠. 저희 아버지 회사 이미지도 있으니까요."

"아하."

금수저셨구나.

"저희 측 실수는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씀드립니다."

"아, 넵."

"그럼 또 연락드리겠습니다."

"예예."

너무 많은 정보가 들어와서 머리가 아팠다.

띠링─

미팅을 마치고 회사를 나올 때쯤.

엄지유가 내게 톡을 하나 보냈는데.

[오빠 쇼핑몰에 인파가 몰렸네]

[유럽에 팬이 이렇게 많은 줄은 몰랐어]

곧장 택시를 타고 전달받은 장소로 이동했다.

잠시 후,

경호원과 인파에 둘러싸인 멤버들을 확인했다.

"대표님 오셨어요?"

"와아, 우리 팬 엄청 많아요!"

"그러게."

신사의 나라답게 위협적으로 행동하는 팬은 없었다.

그래서 인파를 억지로 뚫고 나가야 할지 고민했다.

"어쩌죠?"

오락실 스탭들과 나 피디는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쇼핑몰 촬영은 광고 계약도 걸려 있었는데.

이대로 계속 촬영을 지속하긴 어려워 보였다.

'마음 같아서는....'

조금이라도 위험한 장소는 피하고 싶었다.

계약을 파기해서라도 빠져나가고 싶었지만.

'왜 뒤통수가 간지럽냐.'

이번에도 마음에 없는 소리를 뱉었다.

"쇼핑몰 측에서 허락하면...."

"네?"

"팬사인회라도 하죠."

"아."

그럼 팬들도 만족하고 물러날 테니.

경호원에 둘러싸인 채 간이 테이블에 앉은 솔라 멤버들.

솔라는 즉석 팬사인회를 열어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었다.

솔라의 앞으로 깔끔하게 줄은 서는 팬들.

어제 콘서트장에 있던 팬들은 소리를 질렀다.

"꺄아아악! 어썸! 언니 너무 예뻐요!"

"고마워요."

영국인이 어눌한 한국말로 말했다.

근데 누님, 예지가 언니 아니잖아요.

"사랑해요!"

"저도요!"

미니 팬미팅은 성공적으로 이어졌다.

그런데, 팬들 사이에 한 명이 눈에 띄었다.

그는 옆에 경호원을 대동하고 모습을 드러냈다.

"비, 비틀즈!?"

모자를 깊이 눌러쓴 폴은 멤버들에게 악수하며 입을 열었다.

"어제 공연 잘 봤습니다."

"사, 사랑해요!"

"하하하."

다이애나는 그의 두 손을 꼭 마주 잡고 말했다.

아티스트랑 팬이 자리를 바꿔야 할 것 같은데.

이내, 그는 나와 눈을 마주쳤다.

"대표님, 반갑습니다."

"아, 넵."

"정말 좋은 무대였어요."

"감사합니다!"

전설의 가수를 눈앞에서 직관했다.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멋있는 가수.

폴 님은 솔라의 사인 대신 악수만 건네고 쿨하게 인사했다.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에게 시선을 돌려, 솔라 멤버들을 확인했다.

태양빛 팬들과 함께 있을 때 누구보다 밝게 미소 짓는 멤버들.

단독 콘서트가 열린 런던에서의 추억은 오래 간직할 것 같다.

'예지랑 은서는....'

콘서트도 마쳤고, 이제 곧 왕의 품격도 개봉할 텐데.

이번 영화도 대박 나면 이제 헐리웃 진출만 남은 건가.

조연이 아니라, 주연으로.

스윽─

그때, 예지와 우연히 눈이 마주쳤다.

배시시 웃으며 눈웃음을 짓는 그녀.

'아, 음....'

나도 모르게 손을 들고 인사할 뻔했는데.

그 옆에 앉은 은서는 묘한 표정을 지었다.

'.... 쉽지 않네.'

아직도 걸그룹은 너무 어려워.

* * *

며칠 뒤,

솔라는 해외 일정을 마치고 귀국했다.

태양빛 팬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으며.

「하늘 소리」 M/V는 공개 이틀 만에 1억 조회수를 돌파했다.

오락실의 선풍적인 인기.

성공적인 단독 콘서트 개최.

비욘세이 피처링까지 있었으니.

한국의 아름다운 음악은 단숨에 빌보드 1위를 찍어버렸다.

"대표님."

오락실 멤버들과 함께 Tvm 방송국으로 향했다.

조수석에 앉아 뒤에서 나를 부르는 남민지를 바라봤다.

"우리도 이제 월드 스타에요!?"

"민지야, 아니야."

"진짜 아니에요?"

"응. 아니야."

남민지, 저 정도 자신감이면 이제 매력이었다.

조만간 소미랑 같이 빡센 예능 하나 잡아야지.

"이클립스도 이제 월드 스타 맞는 것 같은데!"

"아니야. 아직 월드 클래스 아니야."

"힝."

소미는 민지 옆에서 한숨을 내뱉으며 말했다.

"민지야, 나는 네가 참 좋아."

"엥? 왜요 선배님?"

"너를 보면 거울 치료가 돼."

"아, 거울! 저도 요즘 소미 선배님 닮았다는 소리 많이 들어요."

"...."

이내 방송국에 도착하고 밴에서 내렸다.

"오늘 인터뷰 잘하고 와. 지유 말 잘 듣고."

"대표님은요?"

"나는 따로 미팅 있어."

"아, 네에."

현재 솔라의 인기는 최정상을 달렸는데.

영화계에서는 또 다른 바람이 불고 있었다.

'퍼스트 아포칼립스.'

여배우 계희연 주연의 블록버스터 영화.

지난 수요일에 개봉하고, 300만을 찍었다.

예로부터 영화 개봉은 주말 직전인 금요일 개봉이 관례였다.

그리고, 관객을 끌어모으기 위해 목요일, 수요일로 당겨졌다.

"이틀에 300만이면...."

당장 내일이 왕의 품격 관객 시사회니까.

경쟁 작품은 엄청난 걸림돌이 될 터였다.

띠리리링─

오늘 미팅 잡은 피플 프로덕션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여보세요. 지 실장님."

-네. 대표님.

"시사회 참석하는 연예인 다시 꾸려보죠."

-네?

솔라 멤버 중 세 명이나 출연하는 영화.

이럴 때 아니면 인맥을 언제 활용하겠어.

"일단 만나서 얘기하시죠."

-좋습니다.

퍼스트 아포칼립스를 이길 방법이라.

뒤통수는 언제나 새로운 길을 제시한다.

지금도 간지러운 걸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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