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로 오해받는 연예계 생활-185화 (185/200)

[185] 영국에 뜨는 태양(3)

대망의 콘서트 당일.

웸블리 스타디움에 들어선 관객들은 객석을 채웠다.

국내외 기자들도 솔라의 단독 콘서트를 주목했으니.

"얘들아."

나는 대기실에서 헤어와 메이크업, 의상을 점검했다.

특히, 솔라 멤버들의 컨디션을 꼼꼼하게 체크했다.

"오늘 아픈 사람 없지?"

"없어용."

".... 너는 안 아프겠지."

"하핫."

양주희는 대기실에서도 혼자 아령 운동을 했다.

힘 빼지 말라고 하고 싶지만, 그게 루틴이라면.

"아무튼, 다들 그동안 식단 관리하느라 고생했어."

"네에!"

오늘 강수 확률은 50 대 50.

비가 와도 공연은 진행한다.

분위기가 싸해지든, 타오르든 멤버들에게 달렸겠지.

"대표님!"

예지는 내게 조심스럽게 질문을 건넸다.

"쇼잉글랜드 수익금 전부 기부한다면서요. 우리 이름으로."

"아, 들었구나."

"우리 정말 자선 공연이에요?"

"아니. 스카이 엔터는 아니야."

"우리도 하면 좋을 텐데."

"...."

솔라 멤버들과 직원들은 나를 빤히 바라봤다.

"회, 회사 사정도 생각해야겠죠....?"

"당연하지. 우리 직원들이 몇 명인데."

"대표님."

그때, 뒤에서 구 팀장이 다가와 슬쩍 입을 열었다.

"우리 직원들은 대표님 뜻에 따르기로 했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에요."

"연봉 동결까지 생각하고 있습니다."

".... 그건 미뤄두고 오늘 공연만 생각하죠."

"아, 넵."

직원들과 멤버들 눈빛이 초롱초롱하게 빛났다.

'응. 기부 안 해.'

나는 돈 벌어서 강남 빌딩 살 거라니까.

쇼잉글랜드 회장님은 돈이 많으신가 봐.

"저기."

이내, 소미는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내게 물었다.

"오늘 공연 끝나면 소고기 사줘요?"

"먹고 싶은 거 다 사줄게."

"오오."

미안해. 거짓말이야.

오락실 피디님이랑 게임 해서 이기면 먹을 것 같아.

그래도 콘서트 시작 전에 힘을 빼놓을 수 없으니까.

"오늘 피날레 무대 때 종이비행기 이벤트 알지?"

"네, 알아요!"

팬들이 멤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적어서 종이비행기를 던지는 행사.

아마 웸블리 스타디움을 가득 채울 텐데.

그중 극소수만 무대 위에 떨어질 터였다.

이내, 분장실에 들어오는 나 피디와 오락실 제작실을 확인했다.

"애들아, 우리 람보르가니 타 가자."

"예에─!"

멤버는 다섯 명. 기회도 다섯 번.

종이와 펜을 하나씩 나눠주었다.

각자 가장 확률이 높을 법한 문구를 예상하기 시작했다.

[솔라 사랑해!]

[태양빛 영원하자]

[예지야, 예쁘다!]

[양주희 3 대 몇 침?]

"주희야, 듣고 싶은 말 쓰는 거 아니야."

"아 그래요?"

한편, 소미는 골똘히 생각하며 입을 열었다.

"피디님, 진짜 람보르가니 주시는 거에요?"

"그럼요. 당연하죠."

"제가 스페이스 어플로 팬들이랑 매일 소통하거든요."

"???"

이내, 씨익 웃으며 얍삽한 미소를 지었다.

"어떡하지? 예측해버렸네?"

"...."

요즘 개인방송 열심히 하는 이유가 있었구나!?

"태양빛은 종이비행기 끝에 표시해준다고 했는데에."

"에이, 말도 안 돼."

"말 돼요."

한 번에 9만 명이 무대에 던질 텐데.

방송을 본 팬이 던진 비행기를 주울까.

"우리가 약속한 멘트가 뭐였더라....?"

"...."

손으로 가리고 종이에 멘트를 적는 소미.

그 싱글벙글 웃는 표정이 익살스러웠다.

"헤헿, 고등학생이라 면허도 없는뎅."

"소미야, 누가 보면 람보르가니 벌써 네 건 줄 알겠어."

"대표님 드릴까요?"

"그럼 내가 널 누나라고 부른다."

"오케이, 접수."

나 피디님 표정은 실시간으로 어두워졌다.

"저걸 믿어요?"

"아, 아하하. 설마요."

"...."

지금 피디님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어요.

똑, 똑─

그때, 대기실 문을 두드리는 공연 감독님.

루이 디렉터는 솔라 멤버들을 보며 헤실헤실 웃었다.

"솔랭-, 아니, 솔라 무대 준비됐습니다."

"...."

저분은 멤버들 앞에서 왜 저렇게 뚝딱거리나.

* * *

-퍼어어엉─!!!

화려한 불꽃과 폭죽이 웸블리 스타디움의 하늘을 장식했다.

월드컵 개막식 이상의 거대한 함성이 스타디움을 뒤덮었다.

-와아아아아!!!!

-솔라! 솔라! 솔라!

입을 모아 솔라를 외치는 태양빛 팬들.

MC 이수연은 무대 뒤편에서 솔라의 첫 번째 무대를 기다렸다.

무려 9만 명이라는 압도적인 숫자가 주는 위압감은 상당했다.

이내, 그래미 어워즈 무대에서 보여준 '나만 봐'의 몽환적인 전주가 흘러나오고.

멤버들은 리프트 장치를 통해 무대 위에서, 아래에서, 정면에서 한 명씩 등장했다.

솔라는 전혀 긴장한 기색 없이 라이브로 첫 곡을 열창했다.

'춤추면서 라이브라....'

이수연은 그녀들의 연습 과정을 바로 옆에서 지켜봤다.

방송 스케줄도, 행사도 접고 오직 연습에 매진했다.

특히, 몇 명은 영화 촬영이 끝나도 새벽에 짬을 내서.

인기와 명성은 이미 탑스타지만, 그 열정은 신인처럼 활활 타올랐다.

아마 '그'의 꿈을 이뤄주기 위해서.

멤버들은 한마음으로 움직였겠지.

수연은 마지막으로 큐시트를 보며 공연 순서를 점검했다.

첫 번째 무대를 마치고, 곧 사라지는 솔라.

이수연은 마이크를 들고 진행을 시작했다.

"헬로, 에브리원. 디스 이스 수연리."

연습한 대로만.

실수하지 말자.

수만 단위의 거대한 함성이 자신에게 쏟아졌다.

당연히 그들 대부분은 자신을 모르는 해외 팬들.

머리를 비우고, 준비한 멘트를 쳤다.

"다음 무대는 Save The Earth, 빌보드 1위에 빛나는 곡이죠!?"

역시나 뜨겁게 환호하는 관중들.

수연은 기분 좋은 미소로 말했다.

"태양빛 팬들은 쏴리 질러!!!"

-와아아아아아─!!!

이내, 짜릿한 록 스피릿이 웸블리 스타디움을 집어삼켰다.

록 버전으로 편곡한 화려한 음향은 관객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뜨거운 열기와 함께 멤버들이 다시 무대에 올랐다.

바로 이 맛이야. 이 맛에 MC를 보는 거지.

이수연은 내려오자마자 손을 덜덜 떨었다.

"수고했어요."

"아."

이내, 자신에게 다가오는 정수호 대표님.

그의 뒤로 게스트로 참여하는 아티스트가 대기했다.

루나와 이클립스, 그리고 비욘세이도 준비를 마쳤다.

이번 무대 이후에 뮤직비디오 공개.

이어서, 「하늘 소리」 무대 순서였다.

솔직히, 한국적인 사운드가 해외에서 통할지는 미지수였다.

첫 해외 단독 콘서트, 주로 외국인 관객이 객석을 채웠으니.

'전혀 안 떨잖아....?'

그저 하루 진행을 맡은 자신도 이렇게 떨리는데.

공연을 준비한 대표님 표정엔 자신감이 가득했다.

언제나처럼 뒤통수만 긁적이며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저 찐따미.'

이저 그의 순진한 눈빛에 속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저 아무것도 모르는 표정으로 이룬 업적이 얼마인가.

프렌즈 방 의장님과 쌍벽을 이루는 국내 최고의 아이돌 프로듀서.

-쓔우우우웅─!

이내, 밖에서 두 번째 무대가 끝나고 폭죽 세례가 터져 나왔다.

Save The Earth 무대를 마치고 내려오는 솔라.

스탭들은 그녀들에게 마른 수건을 나눠주었다.

"얘들아 고생했어."

"하아, 하아."

밖에서는 「하늘 소리」 뮤직비디오를 틀어놓고.

"얘들아, 빨리 한복으로 갈아입어야 해."

"으아아아."

언니들을 도도도 따라가는 소미는 앓는 소리를 냈다.

뮤직 비디오 시간은 대략 5분 정도.

이후, 진행 없이 곧바로 무대를 시작한다.

「하늘 소리」

다이에나는 개량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첫 순서로 대기실을 나왔다.

그녀의 한 손에는 생황, 이번 무대를 채워줄 관악기가 들려 있었다.

비욘세이에게 인정받은 천재 뮤지션.

도하나는 수호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 * *

드디어 「하늘 소리」가 세상에 드러났다.

모두가 기다렸던 한국의 소리가 런던 하늘을 장식했다.

아름다운 소녀들은 하늘하늘한 한복을 흩날리며 등장했다.

웅장한 사운드가 귓가에 울리고, 화려한 안무가 눈을 어지럽힌다.

음악의 카테고리 안에 언어의 장벽은 쉽게 무너졌다.

솔라의 노래는 한국이든 외국이든 전혀 다르지 않았다.

태양빛은 하나가 되어 솔라의 이름을 외쳤다.

멤버들의 이름을 하나씩 진심을 담아 불렀다.

"김예지, 장은서, 양주희, 도하나, 신소미."

세 글자 운율에 맞춰, 마법처럼 하늘에서 등장하는 소녀들.

솔라 멤버들은 각자 5개의 리프트를 타고 천천히 내려왔다.

예지는 고운 한복을 입고 활짝 웃으며 마이크를 들었다.

-오래 기다렸어요. 당신을.

이내, 자신이 직접 작사한 노랫말로 노래를 열었다.

-별빛이 내리는 날 하늘에서 기다리자던 약속.

화려한 반주를 깔지 않고 덤덤히 뱉어내는 음성.

뒤이어, 생황 소리는 스피커를 타고 울려 퍼졌다.

다이애나의 라이브 연주.

솔라 멤버들이 내려올 때쯤, 무대가 좌우로 열리고 소녀들이 쏟아졌다.

오락실로 유명세를 얻은 두 걸그룹.

루나와 이클립스는 양옆으로 갈라졌다.

가슴 절절한 가락에 어울리는 춤사위를 선보이는 한국의 무희들.

무대를 감상하는 팬들은 그 압도적인 퍼포먼스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솔라를 중심으로 세 걸그룹은 하나가 되어 무대를 장식했다.

그리고, 비욘세이.

미친 성량을 자랑하며 무대에 오르는 팝의 여왕.

주희는 그녀와 함께 댄스 브레이크에 동참했다.

툭, 투둑. 투둑─

그런데, 우려했던 상황이 현실이 되었다.

구름은 태양빛을 가리고,

하늘에서 빗방울이 한 방울, 두 방울.

쏴아아아─

급기야 하늘에서 소낙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마침, 무대는 1절을 마친 뒤라 잠시 정적이 흘렀는데.

그때, 화려한 조명이 솔라 멤버들을 비췄다.

곧이어, 위아래로 미친 듯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루이 감독이 준비한 무대 장치에 분위기가 반전되었다.

이 무대의 키를 잡은 선장은 누구인가.

솔라 멤버들은 서로 마주보며 씨익 웃었다.

이내, 다이애나는 생황을 부르며 「하늘 소리」 제2막을 열었다.

구름이 태양을 가릴 순 있지만.

태양을 떨어트릴 수는 없는 법.

솔라의 음악에 맞춰 게스트들은 금세 적응하고 무대에 동참했다.

쏟아지는 빗소리와 한국식 전통 가락, 팬들의 함성이 어우러졌다.

-와아아아아아─!!!!

지금 이 순간, 9만 관중은 음악으로 하나가 되었다.

이내, 소낙비가 멈추고 구름 사이로 내리는 태양빛.

예지와 비욘세이의 화음을 끝으로, 환상적인 무대는 막을 내렸다.

솔라의 무대를 위해 하늘이 도운 느낌.

팬들은 전부 기립해 박수갈채를 보냈다.

아티스트들이 무대 뒤에 사라지고, MC가 나타날 때까지 커튼콜을 이어갔다.

-여러분 즐거우신가요?

-예아아아아─!!

어쩌면, 인생에 다시 없을지도 모를 순간.

솔라의 공연은 아직도 겨우 세 곡이었다.

한편, 관중 속에서 종이를 곱게 모셔놓은 팬이 있었으니.

재하는 가방의 종이비행기를 보며 안도의 한숨을 뱉었다.

"후우, 안 젖었어."

어차피 무대가 끝날 때쯤에는 다 마르겠지만.

한 번 젖은 종이를 무대까지 날리긴 어려웠다.

그의 종이비행기 끝에는 붉은색 사인펜으로 표시를 해두었다.

소미와 개인방송에서 결의를 다진 태양빛 팬들도 마찬가지였다.

"재하 씨, 준비 끝났어요."

"오, 그래요?"

이내, 옆에서 말을 거는 태양빛 2대 카페지기.

그녀는 조금 걱정스러운 듯 주변을 둘러보았다.

"다른 관객들이 도와줘야 할 텐데요."

".... 할 수 있어요."

"그렇겠죠?"

"네. 우리는 태양빛이니까."

"아."

재하의 목소리에 묘한 자부심이 깃들었다.

오늘을 위해 객석 가장 아랫줄과 윗줄을 채운 태양빛.

팬들은 운영진의 지시가 있을 때까지 연락을 기다렸다.

솔라와 함께하는 광란의 콘서트장.

관객들은 모든 무대에 열성적으로 소리를 질렀다.

9만 명 중 목이 쉬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싶을 만큼.

어느새 해가 기울고 달빛이 고개를 들었다.

-여러분, 달이 떴네요.

MC는 자연스럽게 다음 순서, 루나의 합동 무대를 소개했다.

-루나와 솔라가 함께 부릅니다. Rely on!!!

-와아아아아─!!

이내, 엄청난 함성이 객석을 뒤덮었다.

* * *

에너지를 얼마나 쏟아부은 걸까.

콘서트는 어느새 막바지에 들어섰다.

양주희는 VIP 석에서 손을 뻗는 팬들에게 연속으로 하이파이브했다.

짜릿한 손맛에 두 손을 부여잡는 팬들.

얼마나 기분이 좋으면 눈물을 흘릴까.

한편, 옆에서 소미는 두 명의 팬과 놀고 있었다.

자신의 폰으로 셀카를 찍어달라고 경쟁하는 두 명의 소녀팬들.

소미는 그중 한 명의 폰을 들더니 몸을 힘칫 떨었다.

이내, 사과폰을 정중하게 돌려주고 우주폰을 들었다.

"미안해요. 광고 잘려요."

우주폰으로 무대 위에서 셀카를 찍어주는 신소미.

이거 화제 되면 광고주 입에 미소가 걸릴 것 같다.

어느새, 앵콜송을 코앞에 두고 공연이 끝나갈 때쯤.

-와아아아아아아─!!!!!

중앙 객석에서 거대한 함성이 들려왔다.

멤버들은 갑작스러운 외침에 고개를 들었다.

'엥, 저거 뭐야?'

소미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정면을 바라보았다.

총 다섯 장의 대형 현수막이 펄럭거리며 움직였다.

각각 위에서 아래로,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모습.

솔라 정규 2집에 포함된 포토 카드.

멤버들의 얼굴을 현수막에 실었다.

피날레 무대를 앞두고 멤버들은 한 명씩 눈물을 흘렸다.

울보 소미와 예지를 시작으로,

은서와 다이애나도 눈을 글썽거렸는데.

"주희 언니."

"엉?"

"뒤에 봐."

"...."

소미의 말에 돌아서는 주희.

대표님은 무대 뒤에서 두 손을 들고 TT 손짓을 했다.

그의 입 모양을 보니 무슨 말을 하는지 알 것 같았다.

-울면 근손실 오냐.

이날, 양주희도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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